대둔산은 여러 번 가 보았고 등산코스도 무난한 코스라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었는데 어느 산행기에서 ‘진경산수화’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는 마음이 급해진다. 대둔산의 명물 ‘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이 휴일에는 상당히 정체되는 구간이라 방학 중에 기필코 다녀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더욱 조바심이 난다. 다행히 한가한 틈에 휴가를 내고 1주일 방학중인 작은 아들을 설득하여 날짜를 잡으니 마음은 아직도 열여덟 소녀마냥 설렌다. 아무래도 내 몸에 산신이 씌인 모양이다. 출발일자를 2월 3일로 잡았는데 입춘추위가 기승을 부린다고 하니 걱정이다.

 

  아침을 먹고 8시 반쯤 출발하여 대둔산 주차장에 10시경 도착하니 우리가 첫 번째 손님이라며 즐거운 산행하시라고 하니 괜히 쑥스럽다. 그렇다고 이 정도 추위에 물러설 수 있나? 매표소를 지나 동학혁명전적비 앞에서 무사산행을 빌고 대둔산 멋진 봉우리를 올려다보며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예전에는 너덜길을 가파르게 올랐었는데 지금은 돌계단으로 정비를 잘 해 놓았다. 동심바위 앞에 이르니 나무 위에서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대는 소리가 요란한데 올려다보니 딱따구리는 아닌 듯하다.

 

  이곳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는 용문굴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원래는 ‘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을 거쳐 칠성봉전망대 쪽으로 하산하면서 ‘진경산수화’를 보아야 하는데 아침햇살에 비친 모습이 제격일 것 같아 거꾸로 잡았는데 결국은 엉뚱한 길로 잘못 들어 헤메이는 꼴이 되었다. 비록 길을 잘못 들어 알바를 2시간여 했지만 한편으로는 거대한 석문을 구경하게 되어 횡재 아닌 횡재도 하였고 험한 너덜 길을 올라 능선에 이르니 파란 하늘에 상고대가 눈부시게 반겨주어 오히려 더 좋았다.

 

  능선에 올라서니 이정표가 우뚝 서 있는데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마천대와 용문굴 갈림길이었다. ‘진경산수화’를 찾아서 다시 용문굴 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는데 뒤에서 사람들 소리가 왁자지껄하다. 어쨌든 고독한 산행은 아니라 다행이었다. 태고사 갈림길에서 단체객들은 태고사로 내려가고 우리는 다시 용문굴을 향하여 외롭게 내려가는데 계속되는 너덜길이 매우 가파르다. 한참을 내려오니 드디어 ‘진경산수화’ 칠성봉 전망대에 다다랐는데 거의 중간까지 하산한 셈이었다.

 

  마천대를 다시 올라야 하는데 걱정이다. 용문굴을 지나 전망대에 오르니 그동안 알바한 고생을 보상해 주고도 남는다. 정말 말이 필요없는 한 폭의 ‘진경산수화’ 였다. 카메라에 다 담을 수 없음이 매우 아쉽다. 전망대에서 점심을 먹고 동심바위 육각정 원점으로 돌아와 다시 마천대로 향한다. 이쪽으로는 제법 사람들이 오르고 있었다. 오늘 기온이 뚝 떨어져 걱정을 했더니 산속이라 그런지 별로 춥지도 않고 산행하는 데는 오히려 이런 날씨가 더 좋았다. 휴일에는 30분 이상씩 기다려야 한다는 삼선계단은 우리가 전세 낸 듯 오르내리며 사진 찍느라 법석을 떨었다.

 

  드디어 마천대에 오르니 바람이 다소 불었지만 견딜만 했다. 날씨가 쾌청하여 사방으로 조망이 훤하게 보인다. 남으로 덕유산 능선에 운장산이 선명하고 북쪽으로는 서대산이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있다. 하산 길은 알바한 시간도 있고 아들이 힘들어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처음에 길을 잘못 들어 험한 너덜 길에 고생시켰지만 잘 따라와 준 아들이 기특하였고 ‘진경산수화’를 보았으니 더없이 행복한 하루였다. 결과적으로 두 번 산행한 셈이 되어 4시간 산행 길을 6시간 하였으니 아들에게는 충분한 운동을 시킨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