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01. 07(土)

 

소백에 들다.

 

충북 단양/ 경북 영주

 

접근로 : 종로5가 - 중부고속도로 - 중앙고속도로 - 풍기I.C - 삼가리

 

흔적 : 삼가리 - 매표소<주차장> - 마을길 - 비로사<삼거리> - 달받재갈림길 -양반바위

          - 샘터 - 비로봉(1,439.5m) - 무인초소 - 천동갈림길 - 천동쉼터 - 매표소 - 주차장

 

 

걸었던 길 : 도상 12. 5 Km

 

산행인원 : 총 30 명

 

걸은시간 : 3시간 20분(선두기준) 11:00 - 16:00(허용시간)

 

 

토요일

이른 아침

눈을 비비며 어렵게 종로에 나간다.

바람이 차갑다.

대간길 땀방울이 고스란히 그대로 남아있을 소백에 들기 위해....

벌써 두어달이 휭~하고 지나갔나 보다.

 

이른 아침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서울 한복판의 도로위엔 어제의 흔적들이

어지럽게 흩날리고 있었다.

부지런한 미화원 아저씨들의 땀방울이 마를때쯤 버스는 도착한다.

시간에 쫒기다 보니 서둘러 양재를 거치고 마지막 경유지인 복정사거리에 다다라

예상치 않은 인원을 더 태웠다. 타산악회의 인원초과로 인해.....

가끔씩은 지금까지의 고집스런 대간위주의 산행을 버리고 인기위주의 당일산행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담담한 심정으로 회원님들께 오늘산행에 대한 멘트를 해드리고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아침 이시간이면 항상 속이 쓰려오는것은 피할 수 없다.

여주휴게소와 단양휴게소를 거쳐 풍기IC를 빠져 나와 삼가동 매표소를 향한다.

 

아니 안내산악회에서도 매표를 다 하십니까?

그러면 뭐가 남는다고 .....

 

비로봉 정상은 하이얀 고깔을 쓰고 있다.

아름답다.

11시정각에 매표소주차장을 출발한다.

서둘러 길안내를 하면서 마을길을 따라 오른다.

비로사.

이십여분을 기다려 후미대원들까지 이상없이 우측으로 오름을 확인하고

잠깐의 사색에 잠긴다.

무심(無心) .

수도/가야를 종주하면서 단지봉에서 보았던 이 무심(無心)이란 말이

얼핏 떠오른다.

비로사에서  난 무심(無心)을 떠 올렸다.

후미대원이 힘들어 함에따라 일정시간동안 같이 동행하여 힘을 불어 넣어 주고

적응이 됨을 확인한 후 곧 바로 속도를 내기 시작하였다.

중간중간마다 아이젠을 차는 대원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난  이미 쟈켓까지

벗어버린 상태였기에 너무도 홀가분하고 소백의 칼바람을 맞으면 날아가기위해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나 보다.......

 

 

양반바위/샘터를 지나다

 

 

 

비로봉

채 2시간이 안되어 도착한 비로봉엔 칼바람뿐이었다.

한줄기 아름다운 백색의 향연들로 늘어져 있는 영봉들의 환상.

국망봉, 제1,2연화봉, 도솔봉, 신선봉, 형제봉등의 아름다움.

이제 해가 바뀌어 너를 다시 찾았다.

 

칼바람은 나를 날려 버리기에 충분 하다

나 또한 소백의 칼바람에 날려 가고 싶다.

바람에 흩날려 흩어지는 눈가루들처럼.....

 

장갑을 낀다.

쟈켓을 입는다.

바라크라바를 쓴다.

난,

다시 대간 마루금으로 달라 붙고 싶어진다.

 

억지로 비로봉 옆에 있는 주목감시초소에 들어선다.

따뜻함이 문 열림과 동시에 느껴져온다.

장갑을 벗고,쟈켓을 벗고,바라크라바를 벗는다.

난,

조금전의 내가 아니다

방향표지안내문을 바닥에 까는데 왜 그리 손이 얼어 버리는지......

초소에서의 지난 가을밤 비박이 떠오른다.

 

 

천동 감림길.

반갑다.

바람을 피해 양지바른곳에 몸을 맡긴다.

우측으로 하산하라는 안내를 오는 사람마다에게 하고....

이런날엔 안내문도 제대로 붙일 수 없다.

바람이 뼈속까지 파고 든다.

뼈가 녹아드는 고통인가?

후미대원을 확인하고 곧 바로 하산하기 시작한다.

바람에 날려 하산 하였다.

13시 50여분이 되어 천동리 주차장에 도착한다.

하산길.

딱딱한 콘크리트길의 눈은 얼어있었다.

내려서는 내 마음 또한 소백의 칼바람처럼 차갑게 얼어 있었다. 

 

마지막 후미진이 도착하고 16시 40여분이 되어 주차장을 출발한다.

 

비록 오늘 산행이야 다행스럽게 금전적인 적자는 없었지만  또다시

반복될 적자산행이 두려워짐은

유독 나만이 가지고 있는 문제인지 혼란스러워진다.

 

전문가이드 한명도 없이 무작정 산에 오르는 , 아무런 장비도 없이 

평상복으로 , 심지어 구두를 신고서 소백에 오르는 사람들을 보았다.

물론 도중에 하산을 하라고 권유하였지만.... 

먹고 마실려면 내려가서 먹고 마시라고 타일러도 보았다. 

산은 먹고 마시는 유희의 장소가 아니다. 그런 단체가 아직도 버젓이

우리 산하를 찾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주 작은 예를 우리의 명산인

소백에서 보았으니 그 씁쓸함에 소백의 칼바람마저 까마득하게 잊혀진다.... 

 

 

2006년 두번째 산행을 접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