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릉과 육산의 조화 충북알프스를 찾아서 2




언제 : 2004년 5월 26일  날씨 : 흐림  기온 : 13~21℃


산행 거리 : 22km  산행 시간 : 10시간 35분


<산행 경로>























































06 : 20


만수동


12 : 32


속사치


06 : 48


피앗재


13 : 23


북가치


08 : 04


만수계곡 조망터


13 : 36


묘봉(874m)


08 : 40


대목재


14 : 06


암릉(860m)


08 : 54


천황봉(1,057.7m)


14 : 38


상학봉(834m)


09 : 20


경업대 갈림길


15 : 29


무명봉


09 : 47


입석대


15 : 51


신정리 갈림길


10 : 06


신선대


16 : 25


미남봉(610m)


10 : 32


문장대(1,033m)


16 : 55


활목고개


11 : 43


관음봉(985m)(점심)



10시간 35분





 



 등산은 수단이며 目的이 아니다. 그것은 앞으로 다가올 싸움에 대비하는 힘을 젊어서 기르고, 장년의 활력을 저축하며, 早老를 막는 동시에 맑고 아름다운 추억의 보물들을 담아둘 창고를 짓는 手段이다.


 나는 백발의 노인들이 젊어서 해낸 고산 등반을 회상하며 깊이 도취하는 것을 본다.


 그들의 마음이 지금도 소박하고 산의 아름다움과 처음 대했을 때와 같은 감격을 그대로 간직하는 것은 축복이다.


 해마다 알프스의 낯익은 한 모퉁이를 찾아와서 발을 옮길 수 있는 한 자기의 첫사랑을 고백했던 그 봉우리를 오르고 또 오르는 사람들에게 나는 깊은 친밀감을 느낀다.


- 기도 레이의 ‘처음 본 마터 혼’에서 -




 산줄기를 걸으며 사람들은 많은 생각을 한다. 특히 홀로 산행이나 고즈넉한 산길을 걷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지나온 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산에서 풍기는 향기가 머리를 맑게 하지만 또한 생활의 굴레 속에서 엉켰던 실타래를 푸는 신비로운 기운도 가지고 있다.


 여유롭게 걷는 산행도 즐겁지만 갖고 있는 에너지를 모두 쏟아 붓는 극한 상황에의 도전도 생활의 희열과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묘약이다.


 




 


 넉넉하게 즐겼던 첫 번째 종주였는데 오늘의 산행은 거리와 높낮이에서 훨씬 무게를 더할 듯 하다.


 천황봉 오르기와 서북능선 타기는 산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육산과 암릉의 반복이다.


 15명의 대충산사 회원들은 만수동 계곡을 거쳐 피앗재에 오른다. 청록님의 발 빠른 행보는 오늘의 종주가 만만치 않음을 예상하게 한다.


 아침 서기의 기운을 받으며 일행은 순식간에 피앗재에 오르고,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굽이굽이 천황봉 가파른 길을 삼삼오오 대열을 맞춰 나간다.



 



 


 신록이 우거진 속리산은 포근한 어머님 품 마냥 산꾼들을 껴안으며 달려온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만수동 계곡이 바라보이는 바위 조망대에 서니 발아래 대간의 능선이 보이고, 지나온 구병산 줄기와 함께 충북알프스가 한 눈에 조망된다.


 668m봉을 지나 대목재에 이르니 벌써 시간은 8시 40분이다. 벌써 2시간 이상을 달려온 것이다.


 


 이 곳 대목 고개는 예전에는 내속리면 대목리와 상주의 상오리를 잇는 중요한 길목이다.


 여기서부터 15분 정도는 상당히 가파른 오름이다. 모두들 배낭을 추스르고 힘차게 언덕을 치고 오른다.


 


 


 


 


 속리산 천황봉은 해발 1,057.7m로 조선 시대 3대 명수인 삼파수, 달천수, 우통수 중 삼파수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삼파수(三波水)란 동으로 낙동강, 남으로 금강, 서로 남한강으로 흐르는 물을 말하며, 이 곳 천황봉에서 나누어진다.


 또한 한남금북정맥이 시작되며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의 경계를 이루기도 한다. 광명산(光明山)·미지산(彌智山)·소금강산(小金剛山)이라고도 불리며, 한국 팔경(八景) 중의 하나로 화강암의 기봉과 산 전체를 뒤덮은 울창한 산림은 산중에 있는 법주사와 잘 조화되어 승경(勝景)을 이룬다.


 최고봉인 천황봉(天皇峰)을 중심으로 비로봉(毘盧峰),·길상봉(吉祥峰),·문수봉(文殊峰) 등 8개의 봉우리와 문장대(文藏臺),·입석대(立石臺),·신선대(神仙臺) 등 8개의 대(臺)가 있다.


 


 


 


 은폭동(隱瀑洞)계곡,·용유동계곡,·쌍룡폭포,·오송폭포(五松瀑布),·용화온천 등이 있고, 정이품송(正二品松, 천연기념물 제103호)·망개나무(천연기념물 제207호) 등 672종의 식물과 344종의 동물이 서식한다.


 



 


 지나온 능선을 돌아보니 구병산과 형제봉 그리고 갈령 건너 대궐터산이 보이고, 북동쪽으로 청화산과 백악산, 덕가산, 금단산이 조망된다.




 


 비로봉과 입석대 그리고 문장대, 관음봉을 따라 서북능선이 줄지어 연결되어 산줄기의 아름다움이 벅차다.


 모두 조망에 정신이 없지만 청록님의 성화로 단체 사진을 찍으며 간직될 앨범에 포함되도록 포즈를 취해 본다.


 



 



 


 경업대 갈림길을 지나 입석대로 향하는 길에는 석문과 오랑우탕인지 아니면 침팬지를 닮은 바위가 눈길을 끈다.


 비로봉과 천황봉이 카메라 앵글에 가득하고 평평한 바위 조망터에서 속리산 전체를 바라보니 신선이 된 듯한 착각마저 든다.


 


 


 우뚝 솟구친 입석대가 장관이다. 임경업 장군이 7년간이나 수고 끝에 세운 것이라는 입석대는 속리산 능선 줄기에서 빛나는 자랑거리이다.


 





 



 


 이윽고 신선대에 오르니 주변이 모두 조망된다. 걸쭉한 동동주를 조롱박에 담아 벌컥 벌컥 마시는 일행의 모습이 멋있다.


 



 


 뫼꿈이님의 소탈하고 친화로움에 산행의 피로도 금방 잊는다. 신선대는 해발 1,026m로 천황봉과 문장대 중간에 위치하여 주변 조망터로 각광을 받는다.


 천황봉과 온갖 형상을 한 바위들이 어울려 속리의 경치를 아로새긴다. 여기서 문장대까지는 1.1km이고 경업대까지는 0.6km이다.


 



 


 30분 정도를 가볍게 걸어 속리산의 대표적 봉우리인 문장대에 오른다. 넓은 바위들은 사람들의 쉼터로 제격이며 행정구역으로는 경상북도에 속한다.


 



 


 


 문장대는 해발 1,054m로 원래는 구름 속에 묻혀 있다고 해서 운장대(雲藏臺)라 했으나 세조 임금이 이 곳에서 시를 읊었다하여 문장대라 칭하게 되었는데 이 곳을 세 번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전설이 있다.


 





 문장대 표석 뒤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道는 사람을 떠나지 않았는데 사람이 도를 멀리 하였고, 산은 세속을 떠나지 않았는데 세속이 산을 떠났네.


 하여 이름 붙여진 속리산 문장대 1,054m 구름 속에 갈무리 져 운장대라 하다가 세조가 이 곳에 올라 시를 지었다하여 문장대라 했으니 우러러 우주의 장대함을 보고 구부려 品類의 번성함을 살핀다는 기묘의 극치로다.


 정상에는 알이 부화한 둥글게 파인 곳이 있으니 태초 생명 탄생의 신비를 일러 주도다.


 동쪽으로 칠형제봉, 문수봉, 신선대, 비로봉, 천황봉이 이어졌고, 서쪽으로 관음봉, 묘봉이 솟았으며 비껴서 낙영산과 도명산이 다가선다.


 남쪽 아늑한 곳에 법주사를 앉혀 法脈을 잇게 했으니 빼어난 기품 浩然의 氣槪여!


 造物主의 조화여! 오! 仙界의 아름다움이여!”        


                                          - 박찬선 글 -


 



 


 문장대 표석 근처에는 약간의 공터가 있다. 공터 왼쪽을 유심히 보면 철조망이 보이는데 이 곳이 서북능선이 시작되는 곳이다.


 일행은 삼삼오오 관음봉 코스로 내려선다. 힘차게 솟구친 장엄한 관음봉을 향하는 모두의 발걸음이 가볍다.


 이 코스는 험한 바위와 산죽 그리고 가파른 오르막이 있고, 바위와 바위 사이를 뜀뛰기해야하는 구간도 있다.


 






 


 동행한 초원의 향기님과 산순이, 그리고 단무지님이 거침없이 대열을 따라 붙는다. 목표가 너무 확실하여 달리는 발걸음이 가볍다.


 개구멍, 조망바위 그리고 희한하게 생긴 바위들이 산꾼들을 맞는다. 널따란 조망 바위에서 보이는 밤티재-문장대 능선은 자연  경관의 극치이다.


 문장대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까마득하다. 숲과 능선 그리고 바위들이 어울린 서북능선 줄기는 설악산 능선에 비교되는 황금 능선이다.   


 


 



 


 신나게 몰아친 모두는 1시간 여 만에 관음봉에 오른다. 온통 바위로만 구성되어 있는 바위 멍석에는 앞서간 다른 팀 세 명이 구수한 라면 냄새를 피우며 점심을 들고 있다.


 관음봉(985m)은 서북능선의 대표적 봉우리로 속리산 법주사의 방향이 관음봉에서 남으로 향한 형국인 것은 그만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관음이라는 불교적 용어에서 보듯이 속리산의 가장 중요한 봉우리이며 서북 능선에서 제일 높다.


 


 


 


 


 준비한 도시락을 먹으며 뫼꿈이님과 청록님의 입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산행의 참맛이 산봉우리에 가득하다.


 새벽에 떠난 모두는 출출한 배고픔에 포만의 즐거움을 느끼며 준비한 모든 것들을 비운다.


 신령님이 준비한 포도주 맛은 포만감을 느끼는 소화제로 최고의 반주로 각광이다.


 





 관음봉을 가로 질러 묘봉을 향하는 발걸음이 잽싸다. 상록수님, 그리매님, 초원의 향기님과 그룹을 이뤄 달리는 팀웍 산행이 끝까지 이어진다.


 속사치를 지나기까지 오르내리는 능선의 풍요는 서북능선이 왜 값지고 보배로운지를 입증한다.


 



 


 저 멀리 속리산 능선의 줄기가 한 눈에 보이고 속사치, 북가치 너머 묘봉과 상학봉 그리고 미남봉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달려온다.


 





 속사치를 지나 서너 개의 봉우리를 넘으니 북가치이다. 이 곳에는 많은 산객들이 머물고 활목 고개와 신정리에서 출발한 사람들도 만난다.


 


 여러 번 올랐던 북가치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늘 아끼고 다시 오고 싶고 특히 늦가을 역광에 빛나는 묘봉이 그렇게 멋있어 탄복하던 기억이 새롭다.


 묘봉 오르막은 상당히 가파르다. 마지막 로프 타기도 중간에 있는 나무 등걸로 조심해서 올라야 한다.


 





 지난겨울 묘봉에 올랐을 때 누군가 적어 놓았던 리본 속의 글귀가 떠오른다. ‘당신은 지금 지상 최고인 자연의 요람에 머물다 갑니다’라고 적혀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묘봉은 상학봉 쪽에서 보면 틀림없는 토끼 형상이다. 해발 874m로 서북능선에서 가장 아름다우며 빼어난 절경이 자랑이다.


 특히 넓은 바위 들머리는 많은 산객들의 쉼터로 각광받아 대부분 이 곳에서 식사를 하곤 한다.


 젊은 청춘 남녀의 호흡이 아름답고 그들이 건네주는 따끈한 커피가 맛있다. 한 모금의 커피가 갈증과 피로를 싹 가시게 하니 이 또한 젊음의 묘약이 아닐는지.


 





 묘봉을 지나 상학봉과 바위 험봉을 지나치는 암릉 종주는 스릴 만점이다. 직벽과 건너뛰어야 하는 난 구간, 긴 로프를 잡고 오르고 내려야 하는 데 등줄기에 땀이 흐르게 하는 바위들이 즐비하다.


 




 


 


 겨우 사람 하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절벽 코스에서는 모두들 긴장감이 역력하다. 대부분 잘 준비된 새 로프지만 유별나게 직벽 코스의 밧줄은 많이 낡았다.


 호리호리한 사람에게 유리한 개구멍 코스를 지나면 상학봉에 오르게 된다. 상학봉은 네모진 바위로 되어 있는데 철사다리를 놓아 바로 오를 수 있다.


 



 


 주변 모두가 조망되며 적어도 4-5명은 충분히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지난겨울 있던 표석은 시멘트 자국만 남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상학봉은 해발 834m로 묘봉과 함께 서북능선을 빛내는 아름다운 봉우리이다.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산꼭대기에 우뚝 솟아 있어 바위의 기개가 대단하다.


 





 상학봉을 지나면 대부분 내리막의 연속이다. 그래도 로프에 매달리고 건너뛰어야 하는 구간은 아직도 상당하다.


 



 


 모나리자를 닮은 바위가 멋있게 상학봉을 응시한다. 아마도 상학봉에 그리운 사람이 앉아 있어 그리움을 달래며 바라보는가 보다.


 



 


 무명봉에 올라 상학봉을 보니 우리 일행 4-5명이 근사하게 폼을 잡는데 꼭 신선들이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모습이다.


 정말 아름다운 경치이고 우거진 송림과 바위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신정리로 갈라지는 마지막 봉우리를 지나며 머리를 바위에 부딪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를 당하고 만다.


 



 


 나무 등걸을 피하려다 튀어 나온 바위를 못보고 부딪쳤다. 아마도 피로해진 육체가 집중력을 잃고 깜빡 한 모양이다.


 제법 튀어나온 머리를 만지다 정강이를 나무 등걸에 심하게 걸려 세 줄기 핏자국이 선명하다.


 





 거의 8시간여를 지나니 몹시 피로가 몰려온다. 미남봉의 마지막 오르막은 정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서북능선을 여러 번 다니면서 한 번도 오르지 못했던 미남봉은 해발 610m의 그리 높지는 않지만 종주 마지막의 높이로는 대단하다.


 



 


 운흥리와 신정리가 빤히 보인다. 충북알프스의 종주도 마지막 마무리로 접어드는데 아까 기사 아저씨에게 시킨 두부와 막걸리가 자꾸만 어른거린다.


 멀리서 보면 미남봉 옆에 두 개의 봉우리가 보였는데 다행스럽게 하산로는 능선을 우회하여 내려간다.



 


 나무 가지치기가 한창인 야산 지대를 지나 하산로는 쉼 없이 이어진다. 운흥리쪽에서 차량들의 소음이 들리고 아스팔트 신작로가 눈에 확연하다.


 충북과 경북의 도계인 활목 고개에 내려서니 어처구니없게도 입산금지 표지판이 요란하다.


 



 


 충북알프스라고 소개하면서 홍보에 열중이던 지자체가 정작 산행의 코스나 안내, 등로의 정비는 소홀함에 아연실색이다.


 충북을 알리는 예쁜 도령님과 색시상이 우리를 반긴다. 언덕배기에는 아침에 타고 온 버스가 서있고 기사아저씨가 반갑게 반긴다.


 



 


 우린 서로 HI-FIVE로 완주를 축하하며 악수한다. 고소한 두부 무침과 시원한 막걸리를 들으며 지나온 43.5km의 종주길 무용담으로 왁자지껄하다.


 연이어 도착하는 대충산사님들을 맞으며 보람된 충북알프스 종주 기쁨을 함께


나눈다.


 육산과 암릉 그리고 바위 능선이 잘 조화된 충북알프스의 산행 종주가 가슴 벅차다.


 


<산행 거리>


 

































만수리-피앗재


1.2km


- 문장대


1.9km


- 신정리 갈림길


3km


- 대목재


1.6km


- 관음봉


2km


- 미남봉


0.7km


- 천황봉


3.9km


- 묘봉


3.9km


- 활목고개


1km


- 입석대


1.5km


- 상학봉


1.3km



22km




<고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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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이좋아 - 최병원님 좋은곳을 다녀오셨군요 저는 만수계곡에서 문장대까지는 몇번 산행하고 묘봉은 따로 산행해 봤는대 문장대에서 관음봉을 거처 묘봉으로 가는 산행은 아직 해보지 못했습니다.
▣ 최병원 - 충북알프스를 두 번에 걸쳐 종주 산행 했습니다. 신선대에서 형제봉까지의 산행 구간이 희미하구요. 나머지는 훌륭한 암릉과 육산 그리고 조망이 우수하더군요. 다만 산행로의 정비가 좀 부족하구요. 글 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사웅 - 산행기 참 잘쓰셨네요.. 그림도 좋고 글도 좋고요...먼길 수고하셨습니다..즐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