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예보는 비올 확률이 100% !
모이는 장소에 가기 전부터 발걸음을 무겁게 합니다.
하지만 비가 오는 건 하늘의 일이고 산행을 하는 건
사람의 의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도 어김없이
배낭을 챙기고 나왔습니다.
불광에서 효자비 앞으로 가는 버스엔 처음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자리에 앉아 갈 수 있었지만 연신내 지나면서부터
들어차기 시작한 사람들로 인하여 발 디딜틈도 없었습니다.
요즘 경기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쉬운말로
먹고 살만 하니까 다들 돈 좀 들었을 듯한 옷에다 등산장비를
준비하고 산에 나서는걸 보니 살림살이가 좀 나아진 듯 합니다.
효자비 식당에서 하차 후 산사람님과 합류하여 시작한 산행은
작은 오솔길을 걷는 듯 산과의 대화를 나누며
산뜻한 공기를 마시기 참 좋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날씨가 궂을 거라는 예상 이어서인지 몰라도
해송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였습니다.
오늘코스는 북한산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곳으로
꼽히는 숨은벽능선 을 맨손 릿지를 할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계곡길을 따라 마냥 걷는길은 지루하다 할 정도로 계속
이어져 있었습니다.
중간에 조그마한 바위가 있어 릿지를 하자하니
아무도 대장의 말을 듣는 사람이 없습니다.
정말 실망 또 실망 할 수밖에,
"날 따라와서 한번이라도 집에 못 간적도 없고
조금 위험하긴 했어도 손가락 하나 다친 사람이
없었는데 왜 말도 안 믿고 따라오지도 않는지"
속상해서 오늘 리더는 구름님에게 맡겨 버렸습니다.
중간에서 부담 없이 마냥 따라만 가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산의 나무와 꽃들이 눈에 들어오고,
산새의 지저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음이 없으면 먹어도 맛을 모르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더니 정말 그랬던것 같았습니다.
오늘따라 구름님은 "바람이 없는 날에는
구름이 쉬어가는 날" 이라며 페이스에 맞춰
여유롭게 리더하고 잘도 가십니다.
드디어 무슨 능선에 올라서서 바람을 쏘이는데
북문이라는 현판이 눈에 들어 오네요.
북문이면...... 에구 길을 벗어나도 한참이나 벗어났네요.
여기서 되돌아 숨은벽 능선에 오르자면 몇시간이 걸리는데.
잠깐의 논의끝에 산성 쪽 매표소로 내려갔다가
대동문으로 가기로 하였습니다.
힘들여 산을 올라 목적지에 오르지도 못하고 다시 내려가는
느낌은 바로 지옥으로 끌려가는 기분이라나......
그래도 가야만 하는 길이기에 불만들은 있었어도
표현하지 않고 묵묵히들 내려오네요.
허탈한 심정으로 내려오다보니 맛있는 음식냄새가 유혹을 합니다.
돼지고기 볶음. 메추리구이, 빈대떡, 도토리묵, 등등......
거기다 구수한 곡차냄새까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와
인내의 한계를 느끼게 하지만, 누구도 앉았다 가자는 말 한마디
없이 무심하게도 그냥 갑니다.
뱃속은 안 그래도 비었는데 탁구공을 넣으면 통통 소리가
날만큼 텅텅 비었는데 야속하기만 합니다.
계곡물 소리는 그나마 날 위로해 주려는지
모든 걸 다 잊으라는 듯 시원하게 콸콸거리며 온갖 화음을
쏟아냅니다.
길게 이어진 계곡은 수천 수 만년 전부터 이렇게
흘러내리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사람의 존재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케 하였습니다.
부처님 오신날의 의미도 한번 되새기게 하는군요.
그렇게 보아서인지 몰라도 상운사, 태고사, 노적사, 중성사지등
많은 절들이 연등을 매달고 유혹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사람도 전성기가 다 있듯이 절도 대목이 있겠지요.
사람의 전성기는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이 땅에 살아 건강하게 숨쉬고 있는 순간이 아닌가 합니다.
더구나 산에와서 싱그러운 바람을 쐬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호흡하는 순간이야말로 영원한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배는 고프고 갈 길은 멀더라도 가야할 길이 있기에
기다리고 있는 점심이 있기에 발걸음은 빨라집니다.
대남문과, 대동문의 갈림계곡을 지나 적당한 자리에서
적당하게 싸온 음식을 먹는 기쁨도 행복한 순간이지요.
제 생각엔 지옥도 천당도 행복도 불행도
모두다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여겨집니다.
같은 처지에 있으면서도 어떤 사람은 행복 기쁨을 생각하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비관 불평을 이야기 하지요.
산에 오면 많은 생각들을 하게되는데 나쁜 생각일랑
다 버려버리고 좋은 생각만 담아왔으면 합니다.
대동문을 훌쩍 지나 달포전에 지나온 아카데미하우스옆 을
쏜살같이 내려와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하고
예정된 뒤풀이 장소로 갔건만 굳게 닫힌 철문은
끝까지 잘못 인도한 해송을 어렵게 만들려고 한
예정된 시나리오였다고 느꼈습니다..^^
다음부터는 무능한 대장이 앞서서 가는 것 보다는
산을 잘 아시는 분에게 리더를 맡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주 산행은 산사람님이 안내를 하실 예정이고
특별산행은 다른 팀의 리더가 알아서 할 것입니다.
늘 산은 그 자리 에 있다고 믿는 해송이었습니다.
(산행기 초보라서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산행일시:2004년 5월 27일 10시
산행코스:효자비 식당 출발-북문-상운사-노적사ㅡ중흥사지ㅡ대동문
아카데미 하우스 하산(약8Km 5시간
산행인원: 7명


▣ 즐겨찾기 - 산행기 초보라구요?재미있고 공감이 가고 도움도 되니 그 이상 바랄 게 없겠는디요^^수고하셨습니다.
▣ 사루비아 - 해송님 읽는 내내 웃음을 참을수가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붓긑이 참 귀엽네요. 잘읽고 갑니다.
▣ 김찬영 -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그런데 눈이 조금 아팠습니다 . 글쓰는줄간격을 4~5개정도로 맞추어주면 더욱 좋은 산행기가 될것입니다. 즐거운산행하시기를.....
▣ 산초스 - ㅋㅋㅋ 숨은벽능선을 가시려면 밤골계곡이나 효자비에서 계곡따라 가다 중간에 계곡을 건너 왼쪽의 능선으로 붙어야만 되는데, 저도 처음에 모르고 계곡을 따라 오르다보니 좌측능선에 등산객이 많은것을 보고 아차하며 다시 내려와 알바하며 죽어라고 오르니 능선이 나오고 한참후에 전망대바위가 나왔으니 한시간이상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 H.J.YOO -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 성주 - 먹고 살만해서... 값나가는 장비란 표현이 좀 거슬리는군요...다시 산행시작한지 3개월 되는 저는 다른 취미 생활 보다는 아주 저렴하다고 생각하는데....물론 모든 장비를 다갖추지는 못했지만...많은 사람들이 산을 찿지만 어중이 떠중이는 아닌것같습니다...
▣ joojooclub - 어쩌다가 숨은벽이 북문으로 바뀌었나요. 아마 돈안내려고 효자비 식당쪽으로 가다가 길을 잘못드신것 같군요. 한정거장(성황당) 더가서 밤골계곡으로 오르면 길잃을 염려는 없을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