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섬 제주도 그리고 한라산


♣ 산행일시 : 2004. 5. 22(토)
♣ 한라산의 날씨 : 너무 맑고 쾌청
♣ 산행자 : 산악회원 30명
♣ 산행코스
▲ 오를 때(성판악 코스) : 성판악 매표소 - 동능 정상
- 거리 : 9.6km,
- 소요시간 : 4시간 10분(9:30∼13:40)
▼ 내려올 때(관음사 코스) : 동능정상 - 관음사야영장 매표소
- 거리 : 8.7km
- 소요시간 : 3시간 30분(14:00∼17:30)


♣ 산행기를 쓰기 전
 


언제부턴가 한라산 산행을 해보겠다고 벼르고 벼루었지만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모처럼 내가 참여하고 있는 산악회에서 토요 휴무제를 이용해서 한라산 등반계획을 추진하기에 사전 준비운동으로 집에서 완산칠봉(1시간 50분소요)을 삼일간이나 오르내렸다.
덕분에 한라산 산행을 무리없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산행후 사진을 정리하고 산행기를 쓰려하니 쉽지가 않았다.
먼저 한라산을 다녀오신 분들의 산행기를 읽어보니 어쩌면 산님들의 생각이 이렇게 같을 수가 있는가 하여 사진과 글 쓰는 것이 두렵기만 하였다. 그러나 사진은 계절에 따라 다르기에 비교해보면 좋을 것 같아 용기를 내어 산행기를 올린다.


■ 사진과 함께 산행기


▲ 성판악 매표소 : 9:30 산행 시작


◇ 전주에서 5시 10분에 출발하여 광주공항에 도착하니 6시 30분이다.
 여행사 직원이 수속을 밟고 준비하는 동안 일행은 2층 한식식당에서 된장국 백반으로 아침식사를 마쳤다. 제주행 KAL기는 8시 10분에 광주공항을 동쪽방향으로 이륙하더니 무등산쪽에서 남으로 방향을 잡는 것 같다.
남으로 내려가면서 창으로 보이는 오른 쪽 풍경이 월출산, 두륜산줄기,  달마산, 해남 땅끝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그러더니 망망 대해인가 싶더니 제주가 보이고 제주공항에 도착한다.


△ 성판악매표소에 9시 20분에 도착하여 9시 30분에 산행시작


원본보기



  제주 공항을 빠져나와 버스를 타고 성판악 매표소에 도착하니 9시 20분이다. 일행은 3개조로 나누고 주의사항을 단단히 일러두는데 매표소에서도 진달래밭 대피소를 12시 30분까지 통과해야 한다는 등등 안내 방송이 들려온다. 신발끈을 조이고, 산행을 시작한다.
17년 전 무더운 7월말에 직원여행으로 이 곳을 다녀간 적이 있지만 그때는 여행이라 산책 정도로만 걸었다
산길은 잘 다듬어져 있고 길 좌우로 출입을 금하는 밧줄이 드리워져 있다.
숲은 단풍나무, 굴거리나무 등 원시림으로 울창하고 시원하기 그지없다.
많은 산님들이 잽싸게 우리를 추월해 간다. 일행도 어느새 가버렸는지 보이질 않는다.
넉넉한 마음으로 걷자고 마음을 다진다.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보면 연두색 어린 싹들이 빛을 받아 푸르름을 자랑한다. 아름답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이 몇 개 있다. 그 중 갓난아이를 품에 안고 젖을 먹이는 여자의 모습과 아기가 생긋 웃으며 잠든 모습, 그리고 5월에 막 돋아난 연두색 새잎이 햇빛을 받아 비치고 있을 때다.


△산행시작 40분에 2.6Km를 지났다.


원본보기



이쯤 전에 쉬었어야하는데 모두가 진달래밭 대피소를 12시30분까지 지나야한다는 조건 때문에 조급하게 지나왔다.
잠시 목을 축이고 숨을 고른다.
나무 가지사이로 햇빛이 비치는 모습이 아름답다.
지루한 숲길을 다시 오른다.
뒤따라오던 사람들이 모두 앞질러 가고 우리일행 몇이 남았다. 아주 뒤에는 일행 3조가 따라오고 있다.
조금 길이 가파르기 시작하지만 아직은 부담이 없다.


원본보기



길 왼쪽 조릿대 숲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일행은 발걸음을 멈추고 숨을 죽인다. 새끼노루 한 마리가 고개를 쳐들고는 우리를 바라본다.
귀엽다.
얼른 디카를 꺼내고 초점을 맞추려하자 길 건너 오른쪽 큰 굴참나무(?) 밑으로 들어가더니 다시 고개를 들었다는 사라져버린다.


△사라약수터에서 물 한 모금


원본보기


그렇게 또 지루하게 걷다보니 10시 55분에 사라약수터에 도착한다.
힘들기보다는 지루하다.
제주도는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이 많기에 아무리 많은 비가와도 땅 속으로 스며들어 버린다. 그러기에 계곡이 모두가 말라있어 물이 없다
넘어진 나무 속 줄기를 타고 가느다란 물줄기가 시원스럽게 흘러내린다.
바가지에 물을 담아 한 모금 마시니 시원하다.
마시는 이 마다 "어! 물맛 좋다"고 한다


다시 숲길을 20여분 오르니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온통 숲길만 걷다가 하늘을 보니 가슴이 트인다. 길 좌우로 조릿대가 무성하고 꽃이 진 진달래나무가 그 사이로 가득하다. 길 양쪽에 밧줄 대신 나무로 울타리처럼 만들어져 있다.


△ 11시 40분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다


원본보기


원본보기


진달래밭 대피소가 보인다.
성판악 매표소에서 7.3km 지점인 이곳을 11시 40분에 도착했다.
2시간 10분만에 진달래밭 까지 올라 온 셈이다.
여기서 12시 30분 이후는 정상 등산금지라고 한다.
정상에 가서 점심을 먹자고 했는데 먼저 올라온 팀이 식사를 하고 있기에 우리 조도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하늘은 맑고 끝없이 펼쳐진 진달래밭은 정말 진달래밭이다.
간간이 남아있는 몇 송이 진달래를 보면서 만개했을 진달래를 상상해본다. 그리고 조릿대 위로 하얀 눈이 덮여 평원을 이루었을 겨울의 모습도 상상해 본다.
겨울에 눈 쌓인 한라산을 상상하며 겨울 등산을 다시 기약해본다.


원본보기


◇12시 30분 정상을 향해 다시 출발한다.


길 양쪽 조릿대와 잡초 사이에 야생화가 피어있다.
작은 앵초, 양지꽃, 애기붓꽃, 노랑제비꽃을 카메라에 담아 본다.


원본보기


원본보기


원본보기


원본보기


진달래밭을 기점으로 아래는 활엽수가 위로는 주목, 구상나무, 소나무 등의 침엽수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원본보기


구상나무 고목이 우뚝 서있다. 등산객들의 사진촬영 배경으로 많이 이용된 듯 고목밑이 뭉개져있다.
아름드리 구상나무 밑에 가지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늦게 피어난 진달래 한 그루가 아름답다.



원본보기


◇ 가파른 길을 땀을 한바탕 흘리며 오른다.


발걸음을 재촉하니 등산로가 여기부터 가파르기 시작한다.
땀을 훔치며 손등이 입술에 닿으니 짭짤하다. 알게 모르게 땀을 제법 흘린 게다.
바위와 자갈이 섞인 너덜길을 오르니 좌우로 나무가 없고 다시 시야가 트인다.


원본보기


원본보기


발아래 바다가 보인다. 동쪽으로 성산포, 남쪽으로 서귀포 시가지일거라고 가늠해본다.
이제 힘겹게 나무계단을 올라야한다. 정상쪽 사람들이 힘겹게 오른다.


원본보기


이정표 1800m, 1900m 지점을 통과하며 나무계단 양쪽 야생화를 찾아본다. 누운 향나무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으려고 땅에 엎드려 있는 것 같다.


◆13:40 동능 정상에 도착했다.


원본보기


말로만 듣던 백록담을 바라보며 한라산 동능 정상에 서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정상에서 이처럼 맑은 하늘과 백록담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오늘 일진이 좋은가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거워하고 있다. 나는 산을 올랐다는 즐거움보다는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


원본보기


원본보기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고, 사방으로 보이는 탁 트인 시야가 너무 아름답다.
선두 그룹은 벌써 가지고 온 복분자를 정상주로 한 잔씩 나누고 있다.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단체사진도 찍어댄다.
동릉 표지목에서 사진 한 장 찍고 싶어도 내 차례가 오질 않는다.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백록담 물이 백두산 천지처럼 너무 맑아 시리도록 맑은 모습으로 상상했던 기대가 무너진 것이다. 가끔은 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말라있는 모습을 사진 속에서 보아왔지만, 저물가에 흰 사슴이 물을 마시는 모습은 상상해 보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이다.


▼ 관음사코스 하산 길(14:00)



세상사 모든 것이 오름이 있으면 내림이 있는 것처럼 내려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아쉽지만 관음사코스로 발을 옮긴다.
나무로 만든 계단길에 폐타이어 고무를 발판으로 깔아 놓아 내려오는 길이 수월하다. 그러나 내 눈에는 나무로 만든 곳곳의 계단들이 자연을 보호하자는 의미와는 다르게 느껴진다.
계단의 나무들이 보아하니 수입목이 아닐까(?) 외화를 벌어들이자고 무분별하게 벌목하여 목재를 수출하는 후진국들, 그걸 수입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마구 수입에서 길에다 깔아놓은 우리들, 그렇게 지구는 파괴되어 가는 것이다. 산행시 나무들이 사람들의 발길에 밟히어 뿌리가 노출되고, 밟히고 밟히어 반질반질해진 모습에 길가기가 미안해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는데--


▼ 한라산 북능이 너무 아름다워


원본보기


등산로 좌우 고사목과 주목, 구상나무를 보니 바람이 얼마나 불어오는 지 짐작이 간다.
제주시를 중심으로 내려다보이는 바다와 풍치가 아름답다.
북쪽 능을 내려오면서 좌측으로 백록담을 둘러싸고 있는 능선이 서쪽으로 이어진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원본보기


원본보기


북쪽능에서 백록담을 끼고 있는 능선들이 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되어 있고, 곳곳에 복원하기 위해 설치해놓은 시설이 눈에 보인다. 빨리 복원되길 빌어본다.
성판악에서 오르는 길은 비단길이라면 내려가는 관음사코스는 완전 등산 코스이다. 하산 길에 뒤돌아보는 모습은 스위스의 알프스의 한 모습이 연상된다. 멀리서 비단결처럼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조릿대다. 한라산은 조릿대 천국이란다.


▼ 왕관능과 용진각 대피소를 지나며


원본보기


원본보기


뒤돌아보고, 쳐다보고, 또 쳐다보며 40여분을 내려오니 이정표가 보인다.
왕관능이다. (무식하게도 왕관능이 무슨 왕릉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황폐화된 곳곳을 복원하기 위해 통나무들을 깔아 놓은 모습이 안타깝다.
이제부터 용진각 대피소까지 내려가는 길이 가파른 급경사다. 가파른 길을 15분 정도 내려오니 아담한 대피소가 보인다.


원본보기


그리고 다시 뒤돌아보니 한라산 풍치와 대피소가 아름답게 어울린다.
저런 대피소에서 하루쯤 쉬어 갈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제공하면 좋겠지만, 이렇게 깨끗하게 보존된 한라산을 더 이상 오염되지 않게 보존하는 길이 더 중요하다.
용진각 대피소를 뒤로하고 내려오니 계곡 좌측에서 맑은 물이 흘러내린다.
땀을 씻고, 물 한 모금 마시니 시원하다. 등산코스 중에 마실 수 있는 물은 사라약수와 이곳의 계곡 물이 전부이다.


원본보기


원본보기


쉬면서 내려온 길을 돌아보니 바위산이 왕관 같다.
아! 저곳이 왕관능이구나!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하는 길은 오름길이다.
가파르게 오르며 돌아가는 길 왼 편에 산이 있는데 한참을 지나고 나서 뒤돌아보니 삼각형이다.


원본보기


삼각봉이다. 그것 또한 인상적이다.
다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고 힘들다. 함께하신 선배님께서 자꾸 "아이구" 하시며 심호흡을 하신다. 힘들어 하신다. 가끔 괜찮으시냐고 여쭙지만 죄송한 마음이 먼저다.


▼ 4시 40분에 탐라대피소를 지나다


원본보기


이쪽 길의 풍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지만 경사가 급하고 힘들다.
우거진 숲의 수목에는 단풍나무들이 상당히 많아 가을에 단풍든 모습이 아름답겠다는 생각이 든다.
탐라대피소 앞에서 다시 멈추어 간식과 물을 마신다. 숨을 고르는 사이에 대피소 건물 안을 들여다보니 귀신 나오겠다. 위험한 건물이기에 철거대상 건물이라서 접근 금지란다.
탐라계곡을 지나는 동안 어두워진다. 계곡이 깊고 원시림 같은 숲 속이니 어둡겠지 하면서 겨울철 조금만 늦어도 위험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출입 시간을 통제하는 이유를 알겠다.


▼ 5시 30분 관음사매표소 주차장 도착


원본보기


함께 한 일행들의 발걸음이 자꾸 쳐지고 돌멩이에 발꿈치가 채이는 것이 상당히 힘든 모양이다.
우거진 숲을 빠져나오니 관음사 매표소 주차장이다.
5시 30분에 도착하였으니 산행 소요시간은 점심시간 포함해서 8시간이며 산행거리는 약 18.3km이다.
선두 그룹은 30분 전에 도착했단다.
마지막 팀이 도착한 것은 1시간 늦은 6시30분이다.


■ 산행을 마무리 지으며


원본보기


마지막 일행이 내려오기를 기다리며 나무 밑에 누워 하늘을 올려보니 싱그럽기 그지없다. 까마귀 소리 또한 한라산의 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모두가 힘들어도 해냈다는 자신감이 행복해 보인다.
아름다운 제주도,
한라산이 있기에 신비의 섬 제주도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 같다.
아쉽다면 철쭉을 보지 못한 것이다.
다음에는 단풍으로 물든, 또 백설에 묻힌 한라산을 찾아오겠다고 ---


 




▣ leetomb - 오랫만에 뵙는 모습이 좋고 섬세한 사진설명에 설레임이 담뿍 담깁니다.
▣ 서원진 - 언제 사진을 그렇게 많이 촬영했는지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