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부처님 오신날
어디로 : 우리집에서 가장 근거리인 청계산
누구랑 : 달랑 혼자서
목적 : 주독도 풀고 워밍업으로
소요시간 : 휴식 30분포함 총6시간

거창에서의 즐거운 만남이후 그야말로 집안일로 산행을을 쉬었다.
인터넷 케이블도 제맘대로 속을 썪여 산행기도 제대로 못보고
자의반 타의반의 술자리는 매일 계속 되고....

술은 마시는 순간은 좋으나 다음날에는 대가를 지불하기 마련이어서
몸이 나른하고 머리는 멍하며 일에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매사가 귀찮아지고 부정적 사고가 머리를 쳐든다.

모처럼 시간이 나서 전날오후 산행을 길게하려고 벼르던 차에
다시 과음을 해야하는 처지가 되었으나 산행에 대한 꿈은 포기못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눈을 떠보니 해는 중천이고 미리 챙겨놓은 수동카메라는
배낭의 무게를 늘려놓아 약간흐린하늘과 함께 나를 시험 하였다.

그래 일단 집을 나서고 보자!!!

가서 꽃사진 찍는것 연습도 해보고....

마이크로 기능이 있는 망원렌즈까지 챙기니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먼거리로 가기엔 너무 늦은시간 늘 오랜친구처럼 나를 반기는 청계산으로..

버스를 타고 원터골에서 내려 점심을 먹고 출발.

하늘엔 비구름이 몰려들고 스산한 바람까지
진달래능선을 향해 오르니 잣나무 숲은 울울창창하고
잣송이를 키우느라 바쁜 한낮이다.

짧은거리지만 숨은 턱까지 차고 땀은 비오듯...

헬기장을 향해 가다보면 만나는 계단길은 술과 담배에 찌든 내 육신과
해이해진 내 영혼을 마구 유린하였고 나는 무방비 상태로 맞으며
그로기상태가 될때까지 쉼없이 걸었다.

매봉을 지나 혈읍재에서 망경대를 포기하고 옻샘을 찿아 아래로..

불현듯 옻샘에서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 오장육부가 시원해질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지난겨울에는 숲이 없어서 쉽게 찿았으나 녹음이 우거지니 헷갈리고
결정적으로 심증이 가는길에 어떤 여성분이 실례를 하고 있는지라
길은 통하겠거니 하고 약간 비켜선길이 가도가도 샘은 없고
올라오는 산님들께 물어 보면 웬 옻샘이라는 표정들이다.

이미 벗어낫음을 알고 땀이라도 흘리자는 심정으로 내려가니
옛골이 지척이다.
아직 귀가하기엔 이른시간 오기가 발동하고 다시 옻샘을 찿으러....

먼길은 아니지만 내려온길을 다시 오르려니 힘이 두배나 드는것 같다.
기어코 찿고 말리라....
진시황 불로초 구하듯이 마음먹고 오르다 좌측길로 여기다 싶어 빠져서
조금걸으니 옻샘이 나오고 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생수병에 물을 받고 계시는 어른께 이물 효험이 있습니까? 여쭈니
나를 빤히 쳐다보시더니 효험은 무슨효험 저거 개옻나무야 하신다.

우이쒸~
" 그래도 개옻나무가 다른다무보다는 약효가 있겠지..."
물을 양껏 마시니 다시 힘이 솟고 여기까지 온것 내려가지 말고
다시 혈읍재로 올라가서 매봉으로 가기로 하였다.

일행이 없으니 순전히 내맘대로다.

혈읍재로 올라 매봉가기전에 다시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마의구간.

배는 고프고 막걸리 냄새는 코를 간지르고.....

내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그 곳에 멈춰서고 얼음이 둥둥떠있는 큰막걸리통의
누런 막걸리는 나를 포박하고 꼼짝못하게 만들었다.
영악한 주인은 한잔드릴까요?라고 태클을 걸고
이미 포로가 된 나는 힘없는 소리로 예~하고 말았다.
눈은 주인의 손을 보며 "기왕주는것 꽉꽉 눌러주지~" 하고 있었다.

" 뭐 주독을 풀러가? 이 웬수 "
" 그래도 산에서 마시면 금방 깨잖아? "
내안의 또다른 나는 서로 다투고 있었다.

빈속에 막걸리 한잔은 내몸을 가볍게 만들고 매봉에서 내려다 보이는
서울이 한없이 작아져 보인다.

옥녀봉위로 희미한 노을이 걸리고 건너편 관악산은 연주암근처가 구름에
가려 하늘에 떠 있는듯 하고 다시 맞이한 계단길은 현실로 현실로 나를 떠민다.

"열심히 살아야지..."

아카시아꽃과 찔레꽃이 한창인 청계산은 가까이 있으면서
나를 단련시키고 성숙하게 해주며 때로는 나를 위로 해 주는 가족같은 산이다.

▣ 김정길 - 물을 양껏 마시니 다시 힘이 솟으니 혈읍재로 매봉으로 오르는, 눈은 막걸리집 주인의 손을 보며 "기왕주는것 꽉꽉 눌러주지~" 하고 있는 불쌍한 산 거지, 내 만나면 적선하는 샘 치고 막걸리 한번 배 부르게 사 드리리다.
▣ 두타행 - 권경선 총무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술독을 풀러 갔다가 달짝지근한 막걸리 한 잔에..하하하 이런 것들이 삶의 여유로움 아니겠습니까 아카시아 향기처럼 그윽한 삶을 영위하시길.....
▣ 즐겨찾기 - `이미 포로가 된 나는 힘없는 소리로 예-하고말았다`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ㅎㅎㅎ
▣ 윤도균 - 총무님 아예 그곳에서 장부타령이나 육자백이까지 흐드러지게 곁들이셨으면 더좋았을것을요 농담이고요 일단 결심이 중요하고 맘에 듭니다 우리 산하총무가 산행 게으름 피시면 한국의 산하 망신당하는데 더 종종 즐산하시길...
▣ 性奉 - 오랫만입니다 요즘바쁘신가여? 전 설악산에 댕겨왔습니다 여전히 잘 있더구만요 한계령도 변함 없구요 담주엔 용아입니다 벌써부터 설레입니다 아! 용아- 언제한번 뵈여 핑계로 또한잔이 따르겠지만...
▣ 운해 - 육중한 몸매에 육자배기 배우시면 뭇 여인들 사로잡는 묵직하게 나오는 목소리가 일품일진데.....합천의 진맹익님과 더불어 산하의 멋쟁이 남성들 ...줄거운 산행과 가정 이끌어 나가시길 기원 합니다.
▣ 진맹익 - 권총무님 , 그놈의 술에대한 미련을 어찌 해야 끓을까요? 술빼면 저도 사람 좋다는 소리 듣는데 .. 술이 사람을 젬병으로 만드네요. 그래도 술끓을 생각은 추호도 없는 걸보면 인생의 영원한 동반자로 평생 달고 가야 할겄 같습니다. 너무 동감이 가는 님의 수첩 한페이지를 정겹게 읽고 갑니다. 건강 하소서..
▣ 김찬영 - 주독도 풀리기 전에 옥녀봉에서 매바위로 이어지는길에 계단길이 아마도 800여개는 될터인데 힘께나 들게 했을겁니다. 막걸리의 효염이 더있었을것인데.....
▣ 이수영 - 그리고보니 거창에서 만난후 처음 읽는 아우님의 산행기네요. 아우님의 산행기는 언제 읽어도 인간적인 향취가 물씬 풍깁니다. 만약 얼음이 둥둥 떠있는 막걸리를 외면하고 내려왔으면 이 산행기가 이처럼 정답게 느껴졌을까요? 진맹익님도 그렇고 빵과버터님도 그렇고 아우님도 어찌 그리 글을 맛있게 쓰시는지 부럽습니다.
▣ 불암산 - 옳습니다!!!!! 알코올을 산에서 마시면 금방 깹니다. 왜냐구요?다들 아시면서요...항상 속세의 찌든때를 산에 가서야 씻어내야만 하는 우리 세대인가 봅니다. 이제 서서히 왕성한 산행 시작하시겠지요? 행복하시구요. 꼭 한번만이라도 조용한 山寺에서 차한잔 하고 싶습니다.
▣ 이두영 - 오랜만입니다 총무님은 산에 좀 더다녀 서야 겠읍니다 술 그것 많이 마시니 취합디다 조금 줄어야 할것 같고열심히 산에 오릅시다 화이팅 한번 합시다 하기야 나는 술을 못마시니 걱정 할것은 없지만 건강 하시고 언제나 안산 즐산 하십시요
▣ 한울타리 - 술 많이드시는 분 치고 나쁜 분 없다하더이다. ^^ 아닙니까? ㅎㅎㅎ... 사진이 없어도 편안할 수 있는 산행기... 더욱 인간적인...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