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봉산 


 

             *산행일자:2008. 8. 10일(일)

             *소재지  :경북울진/강원삼척

             *산높이  :999m

             *산행코스:덕구온천-옛재능선-제1헬기장-제2헬기장-응봉산-작은당귀골

                            -제3용소-제2용소-제1용소-덕풍마을

             *산행시간:7시40분-18시10분(10시간30분)

             *동행    :나홀로

 

 


 

  벌써부터 별러왔던 응봉산을 다녀오고 나서 산림청에서 이 산을 명산100산으로 선정한 이유를 확실히 알았습니다. 강원삼척에 덕풍계곡의 용소골을 숨겨놓지 않았다면 동쪽 기슭에 자리한 경북울진의 덕구온천만으로는 이 산이 명산100산으로 뽑히는 일은 결단코 없었을 것입니다. 같은 군내 백암산이 덕구온천 못지않은 백암온천이 든든하게 받쳐주어도 그저 울진의 지역명산 정도로 머물러 있는 것은 용소골에 견줄만한 천혜의 계곡을 안고 있지 못해서입니다.


 

  지형도에 명시되지 않아 삼척시에 문의한 즉 용소골이란 풍곡에서 덕풍마을까지의 덕풍계곡에서 남동쪽으로 이어지는 산골짜기로 덕풍마을에서 제3용소까지 약6km에 달하는 계곡을 이른다 합니다. 응봉산 남서쪽의 낙동정맥에 자리한 해발1,119m의 삿갓봉 북서쪽 아래 계곡에서 흐르기 시작한 물을 받아 덕풍계곡으로 넘겨주는 골짜기가 바로 용소골입니다. 이번에 오른 삼척시 가곡면의 응봉산에서 북서쪽으로 고산이 하나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산은 삼척시 도계읍에 위치한 해발1,267m의 또 다른 응봉산입니다. 이 응봉산의 남쪽 기슭에서 발원한 전장43.5Km의 가곡천이 풍곡에서 덕풍계곡의 물을 받아 원덕의 월천리를 거쳐 동해로 흘러들어갑니다. 굳이 물줄기족보를 따진다면 용소골은 이 가곡천 제1지류가 될 것입니다.


 

  가곡천의 제1지류인 응봉산의 용소골은 여느 골짜기와는 달랐습니다.

높은 산들이 즐비한 강원도에서는 해발1,000m 정도의 산 높이로는 고산의 반열에 명함도 들이밀지 못할 정도여서 응봉산을 다녀오기 전에는 어느 누구라도 이 산이 품고 있는 계곡이 뭐 그리 대수이겠나 생각했을 것입니다. 산이 높아야 골이 깊고 골이 깊어야 계곡이 계곡다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 저 또한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응봉산의 용소골은 여러모로 달랐습니다. 첫째 오르내리는 길이 계곡에 바로 붙어있어 계곡산행의 묘미를 한껏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저만치 아래로 떨어져 계곡물이 흐르는 일반적인 계곡 길에서는 좀처럼 가까이할 수 없는 곳이 계곡입니다. 이런 계곡으로 바짝 다가가 물속에 발을 담그면 금방 주위의 물고기들이 몰려드는 풍경은 용소골이 아니고는 체험하기 힘든 진풍경입니다. 둘째 이렇다 할 구조물이 설치되지 않아 아무나 쉽게 오르내릴 수 없다는 점입니다. 몇 번이고 계곡을 건너야하고 계곡물 위 바위를 아슬아슬하게 가로지르는 곳도 꽤 많아 비오는 날이면 절대로 들어설 수 없는 위험한 곳이어서 아직도 몇 안 되는 오지로 남아 있으며, 그래서 신비로움이 더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산 높이에 비해 계곡의 길이가 상당히 길다는 것도 이 골짜기의 또 다른 특징입니다. 골짜기가 짧으면 천혜의 다양한 비경을 고루 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제3용소에서 내려가 만난 계곡은 웬만한 하천에 견줄 만큼 폭이 넓어 계곡으로 부르기가 뭣하다 했는데 얼마 후 골짜기가 좁아지고 절애의 암벽이 쌍벽을 이루고 있어 이런 곳이 협곡임을 절로 느꼈습니다. 이 골짜기의 움푹 파진 바위구멍도 특이했습니다. 돌개구멍으로 불리는 대개의 포토홀(pothole)은 암괴나 자갈이 요지(凹地)에 들어가 급히 흐르는 물살에 따라 회전운동을 하면서 주위를 깎아내려 만들어지는데 여기서는 화강암에 박혀있는 쑥돌(?)이 빠져나가 만들어 진 것 같았습니다. 어떤 쑥돌은 커다란 화강암에 길쭉하게 관입되어 그 형상이 누에를 닮았다하여 누에바위로 불리고 있습니다. 산 높이가 높지 않은데도 계곡이 길다는 것은 계곡이 별로 경사지지 않는다는 것으로 실제로 제3용소와 덕풍마을은 그 거리가 6Km를 넘는데도 고도차는 불과 300m정도밖에 안되었습니다. 꽤 많은 포토홀이 급물살에 깎여서가 아니고 관입된 쑥돌이 빠져나가 만들어진 것도 고도차가 적어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응봉산을 오르고자 난생 처음으로 울진 읍내에 발을 내딛은 것은 자정이 조금 넘은 0시25분이었습니다. 전날 밤 동서울터미널에서 8시5분에 출발하는 막차를 타고 4시간 20분을 달려 도착한 울진읍내 시가지는 가로등이 거의 다 꺼져 어두컴컴했습니다. 터미널에서 10분가량 걸어 다다른 찜질방에서 3시간가량 눈을 붙였다가 새벽 4시 조금 넘어 일어났습니다. 아침5시50분에 출발하는 덕구온천 행 첫차를 타지 않은 것은 아침6시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는데 성당이 문을 열지 않아 헛걸음하고 6시45분에 울진을 출발하는 두 번째 읍내버스에 올랐습니다. 차창 밖으로 시원스레 펼쳐진 동해바다를 내다보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멍해진 몸과 머리가 씻은 듯이 맑아졌습니다. 덕구온천스파월드에서 하차하여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옥수수 한 자루를 사서 든 후 응봉산 산행에 나섰습니다.


 

  아침7시40분 덕구온천을 출발했습니다.

스파월드에서 서쪽으로 조금 내려가 만난 콘도삼거리에서 오른 쪽 위로 난 차도를 따라가 고개 마루인 옛재능선에 올라섰습니다. 고개마루에 세워진 화기물보관소에서 왼쪽 위로 나있는 나무계단 길을 올라 본격적인 산 오름을 시작했습니다. 한 발 앞서 출발한 부부 한 팀은 저만치 앞서갔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저는 어떻게든 더위를 먹지 않으려고 한걸음 한 걸음씩 천천히 걸었습니다. 트랙터가 지날 만큼 길도 넓고 흙길인데다 경사도 완만해 산을 오르는 데는 힘이 들지는 않았지만 여름더위가 마지막 극성을 부리는 참이어서 천천히 걸었는데도 온 몸에서 흐르는 땀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옛재능선에서 40분을 걸어올라 왼쪽으로 온천원탕 길이 갈리는 능선삼거리에 다다르자 살랑살랑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저 아래에서 계곡물소리도 들려왔습니다.


 

  8시58분 제1헬기장을 지났습니다.

능선삼거리에서 조금 더 올라 지난 민씨 묘에서 10분여 걸어 제1헬기장에 다다랐고, 몇 걸음 더 올라가 무인강우측정기를 지나 그늘진 능선 길에서 10분을 쉰 후 산 오름을 계속했습니다. 한참동안 올라 모처럼 바위 길도 지났습니다. 수피가 불그스레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키가 훤칠해 이 정도면 남대문을 다시 짓는데 유용하게 쓰이겠다 싶었습니다. 마지막 여름을 아쉬워하는 매미의 울음소리에 웬만한 새들의 노래 소리는 거의 다 묻혀버렸습니다.


 

  11시4분 해발998m의 응봉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제1헬기장을 지난 지 30분이 조금 지나 제2헬기장에 다다랐습니다. 흙으로 덮인 제1헬기장과는 달리 바닥이 시멘트로 포장되어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제2헬기장에서 정상가는 길은 제법 경사가 져 더욱 천천히 올랐습니다. 울진군청에서 길가에 세운 앙증스런 마지막 표지석에 정상까지 남은 거리가 380m로 적혀 있었고 그 쪽 방향에서 여인네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와 이제 정상도 단숨에 올라갈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마타리꽃이 눈길을 끄는 제3헬기장을 막 지나 바로 위 정상석이 세워진 응봉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순덕이 백구를 카메라에 담는 동안 태백시의 주부들 산모임인 산사랑 산악회 회원들이 뒤이어 올랐습니다. 


 

  덕구온천에서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하는 길은 몇 갈래로 갈립니다.

산사랑 산악회원들이 올라온 서북릉을 따라 내려가다가 덕풍마을로 내려가는 산줄기가 하나 있고, 서북릉과 반대쪽으로 뻗어나가는 능선 길을 따라가다가 원탕을 지나서 온정골로 내려가 덕구온천으로 회귀하는 계곡길이  또 하나 있습니다. 이 두 길보다 훨씬 길고 험한 길이 바로 제가 하산하고자 하는 길로, 응봉산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진행하다 작은당귀골에서 북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계곡을 따라 덕풍마을로 내려가는 용소골 길이 바로 그 길입니다. 이 길은 비가 오면 몹시 위험해 절대로 들어서지 말라는 길이어서 이번에도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를 접하고 출발을 하루 늦추었습니다. 서쪽 저만치 떨어진 봉우리를 먹구름이 에워싸고 있어 홀로 내려가기가 긴장되었는데 뜻하지 않게 이분들과 함께 내려가게 되어 한결 마음이 놓였습니다.


 

  11시30분 응봉산 정상을 출발했습니다.

백두대간을 다섯 번 종주하고 낙동정맥을 완주한 한 여성분이 산행대장을 맡아 하산 길을 안내했습니다. 정상 출발 15분후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경계점인 도계삼거리를 지나 강원도삼척시로 들어섰습니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가 작은당귀골을 만난 것이 12시25분으로 이후 5시간 남짓 동안 길도 제대로 나있지 않은 오지의 계곡 길을 계속 걸어 내려갔습니다. 졸졸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어느새 소를 만들었고 작은당귀골에서 25분을 더 내려가 원골(?)과 만나는 합수점에 이르러 짐을 풀었습니다. 점심을 들기 전에 잠시 짬을 내어 들러본 합수점 왼 쪽 위에 자리한 제3용소는 과연 명소였습니다. 소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용소 위 암반이 희멀겋고 관입된 쑥돌이 빠져나가 생긴 것으로 보이는 그리 크지 않은 포토 홀 여러 개가 눈에 띄었습니다. 합수점으로 돌아와 산사랑산악회의 회원 한분이 건네준 밥을 맛있게 들었습니다.


 

  13시25분 점심식사를 끝내고 해발 550m의 합수점을 출발했습니다.

이분들보다 앞에 가야 다시 보기 힘든 용소골의 비경을 마음 놓고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 고맙다고 인사를 드리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몇 분을 걸어 내려가 "응봉산5.7Km"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보고나서 어느새 전장이 13km 정도 된다는 하산 코스의 40% 이상을 내려왔으니 남은 길도 별 것 아닐 것이다 생각했는데 여기서도 4시간을 더 내려가서 계곡을 빠져나갔습니다. 아름다운 포토 홀 몇 개가 다시 보였고 직경이 1m가량 될 것 같은 큰 포토홀 안에 돌들이 들어있는 것도 보았습니다.


 

  14시33분 V자형 협곡을 지났습니다.

협곡에 다다르기까지는 대체로 계곡이 넓은데다 경사가 완만해 마치 동네 앞 하천을 지나는 듯 했습니다. 등에 흰 반점을 갖고 있는 물고기들이 유영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던 것은 여기 물고기들은 사람을 보고 도망가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모여들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수년간 산줄기를 이어가는 선의 산행에 빠져 계곡을 만날 일이 없었기에 물고기들도 새들과 마찬가지로 산 식구인 것을 새까맣게 잊고 지냈습니다. 이번 산행이 제게 각별했던 것은 오래 잊었던 물고기를 산식구로 다시 만났다는 점입니다. 표지기가 안내하는 대로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가 물을 건너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습니다. 바위 한가운데 홈을 파고 녹여서 부은 듯한 쑥돌이 길게 자리 잡은 모습도 특이했습니다. 쑥돌바위를 지나서 계곡이 좁아졌습니다. 거암들 사이로 난 용소골 협곡은 땅이 꺼져 땅 속 깊이 만들어진 한탄강의 협곡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여기 협곡은 엄청 큰 바위들이 쌍벽을 이루며 만들어 낸 것이어서 협곡의 폭은 한탄강 보다 비할 수 없이 좁았지만 훨씬 더 협곡다워 보였습니다.


 

  16시32분 제2용소를 지났습니다.

협곡을 빠져나가 무명소를 지난 후 이번 산행 처음으로 로프를 잡고 계곡왼쪽 바위를 가로질렀습니다.  여러 곳의 작은 소와 급류지대를  거쳐 누에바위에 이르렀습니다. 누에바위란 화강암의 너럭바위 한 가운데 관입된 쑥돌이 마치 누에모양을 하고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이 계곡에서 유독 쑥돌이 자주 보였습니다. 계곡에 녹이 잔뜩 슨 철제 구조물 잔해들이 방치된 것으로 보아 옛날에는 난간 등 철제구조물을 해놓았던 같았습니다. 하기는 덕풍계곡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으면서 철제계단하나 안 만들었다면 자치단체는 털도 안 뽑고 입장료만 빼먹는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V자 대 협곡에서 제2용소에 다다르기까지 계곡을 건너고 계곡 위 바위 길을 지나고 자갈밭 길도 지나느라 조금은 지겹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한 시간을 넘겨 걸어도 제 고도계에 나타난 고도차가 30m 밖에 나지 않아 비가 오거나 안개 낀 날이라면 하산 길을 잘 못 든 것이 아닌 가 착각하기 십상일 것 같았습니다. 계곡에 텐트를 치고 물놀이를 즐기는 젊은이들로부터 덕풍마을까지 아직도 멀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자 좀 쉬고 가자는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제2용소는 제3용소보다 소가 훨씬 컸고 용소 위 바위를 가로 지르는 로프 길이 나있어 용소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는데 아무런 표지물이 없어 이 소가 제2용소이고 깊이가 40m에 이른다는 것을 안 것은 집에 돌아와 다른 자료들을 보고나서였습니다. 


 

  18시10분 민박집이 몇 채 있는 덕풍마을에 도착해 응봉산 산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제2용소를 지나서 경사가 조금 급해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2용소를 지난 지 7-8분 후 철제 난간이 나타나 이제부터는 하산 길이 수월하겠다 싶어 마음을 놓았는데 난간이나 계단을 놓아야 할 곳에 로프를 걸어놓은 것으로 보아 홍수로 떠내려간 구조물들을 복구할 뜻이 없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로프가 걸린 바위 길과 철제난간을 번갈아 지나 제1용소에 다다랐습니다. 그리 높지 않은 폭포가 무슨 힘으로 저렇게 넓은 소를 만들었을까 궁금했습니다. 초록색 물이 그리 차지 않다며 물위를 유영하는 한 젊은이를 보자 선남의 옷가지를 숨겨놓고 결혼을 청하는 나물꾼 아가씨로 선녀와 나무꾼을 바꾸는 것이 오늘의 세태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제1용소는 앞서 본 2개의 용소보다 규모도 컸고 깊이도 제2용소와 같이 40m가량 된다합니다. 조금만 아래로 내려가도 바위에 가려 소가 보이지 않을 만큼 그윽한 곳에 자리해 하늘나라 선녀들이 은밀하게 목욕을 하기에는 최적지로 보였습니다. 제1용소를 지나서부터는 철제난간과 계단 길이 하산을 도왔습니다. 흙과 돌을 채운 좁은 시멘트수로(?)를 따라 내려가 문지골 합수점에 다다른 시각은 17시39분이었습니다. 길에서 멀리 떨어진 합수점 개천의 한 가운데는 가슴 높이 찰 정도로 깊었고 수온도 높았으며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아 알탕을 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따뜻한 물속에 몇 분 동안 몸을 담그고 나자 온몸에 찌든 땀 냄새가 하루 피로와 함께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길로 올라서 7-8분을 내려가 이번 산행의 끝점인 덕풍마을에 도착해 10시간반동안의 긴 시간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넉넉잡고 9시간이면 족하리라 생각했던 산행시간이 예상보다 시간 반이 더 걸려 집에 돌아갈 길이 바빴습니다. 2천원을 내고 덕풍마을-풍곡매표소를 오가는 트럭에 올라타 덕풍계곡 길을 지났습니다. 버스가 다니기에는 턱없이 길이 좁아 6Km남짓한 이 길을 순번을 기다렸다가 트럭을 타고 지났습니다. 어느 한 분이 지적한 대로 덕풍계곡물이 용소골물보다 훨씬 맑다면 이는 용소골이 덕풍계곡보다 경사가 더 완만해 물 흐름이 더뎌서 그럴 것입니다. 풍곡매표소에서 태백 가는 버스시간을 확인한 즉 막차가 저녁 5시10분에 끝났다하여 풍곡분교앞 정류장으로 옮겨 7시25분에 원덕가는 마지막 버스를 기다리기는 했지만 정말 난감했습니다. 원덕을 거쳐 호산으로 나가보아야 서울가는 마지막 버스가 끝날 것이고 그러면 삼척으로 나가 심야버스를 타야한다고 생각하자 잊었던 피로가 다시 엄습해왔습니다. 26Km 떨어진 태백까지 택시로 가면 어떨까 싶어 태백의 택시회사에 전화를 걸어 요금을 알아보고 있는 중 제 앞에 승합차 한 대가 멈춰 섰습니다. 정상에서 만나 제3용소까지 같이 산행한 산사랑산악회 대장 분이 저를 보고 태백시 입구까지 같이 타고가자고 해 너무 고마웠습니다. 시내입구 삼거리에서 하차하여 10번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 태백역에 도착한 시각이 저녁 8시 반경으로 4시간을 기다렸다가 0시25분에 태백역을 출발하는 청량리행 기차에 올랐습니다.


 

 용소골의 계곡산행이 비오는 날에는 매우 위험하니 절대 하지 말라는 산행기를 수편 읽었습니다. 안전산행이 최우선이므로 비오는 날과 거의 사람들이 오르내리지 않는 주중 산행은 피하고 해떨어지기 전에 계곡을 빠져나가야 한다고 전제를 달자 산행날짜를 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해가 긴 여름 날 비가 안 오는 주말을 기다리느라 이제껏 미뤄오다가 이번 일요일이 찬스다 싶어 응봉산 산행을 감행했습니다. 산행을 끝낸 제 소감은 깊은 계곡은 또 하나의 산 세계(山 世界)라는 것입니다. 같은 바위라도 능선 길 바위와 계곡 길 바위는 사뭇 달랐습니다. 능선 길 바위가 온몸으로 풍화를 늦추고자 애쓰고 있다면 계곡의 바위들은 계류에 몸을 맡겨 서서히 살이 닳아 없어지는 것을 감수하는 듯 했습니다. 산속의 새들은 사람들을 보자마자 숲 속으로 몸을 숨기기가 바쁜데 깊은 골짜기 물고기들은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이 신기한 듯 겁 없이 모여들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할 일은 계곡산행을 통해 또 하나의 산 세계에 익숙해지고 그래서 물고기와 바위들을 새롭게 산식구로 맞는 일이기에 짬나는 대로 명산탐방을 이어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