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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한달내내 이친구와 동반산행을 하더니  오늘은 이친구의 친구한명을

대동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8:00  불광역

어디서 “형님”하는 소리가 들려 옆을 보니 개찰구를 통과하는 승객들 틈에서

싱글거리며 손을 드는 김소장의 모습이 보인다.

사실 내가 이친구보다 너댓살 더 먹었는데  내가 부르는 호칭은 ‘김소장’이고

이 친구는 선배님, 나소장님, 형님.  기분따라 달라진다.  특히

술한잔하며 산이야기가 나오면  그냥 바로 ‘형‘이다

  

동행한 친구분과 수인사를 나누니  “선배님이 상당히 젊어 보이시네요”

하여  “예. 보시는것처럼  나이 그렇게 많지 않읍니다.”하고 받았는데

원래 뜻은 “예. 제가 보기보다는 나이가 좀 됩니다.”이다.

  

레몬전사님의 북한산산행기를 참고로하여  8번출구로 나와  대호아파트옆

농협건물을 찾아 가니 벌써 한팀이 모여있다.  산행들머리 찾는 수고는 일단

접어도 될 것 같다.

  

매표소를 조금 지나니  바로  암릉이 시작된다.   그래도 내가 제일 연장인데

뒤처지면 안되지 하는 생각에  다리의 컨디션을 가늠해보며 열심히  두산꾼의

뒤를 따른다.

먼저 쉬었다가자는 이야기도 못하고 뒤를 따르니  조금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들지만  비록 동네산이지만  산과 함께 산다는 내가 아닌가.


 

두어번 쉬고 오르니  어느새 족두리봉 정상이다.

우리가 가야할 비봉능선의 봉우리들이 눈앞에 펼쳐지며 북한산의 장중한 산세가 느껴진다. 

 도봉산 매니아들께는  미안하지만 역시 북한산이구나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족두리봉 내려서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쇠사슬을 붙들고 옆으로 돌아서기 까지 했으나

그 다음이 영 자신이 없다.  뒤로돌아 내려서는데 아무래도 미끄러질것만 같다.

먼저 내려선 김소장을 불러  발밑을 받치게 하고 간신히 내려서니  휴~~~~~


 

향로봉을 향하여 선두로 나서며 잔머리를 굴려본다.   그래야 나의 페이스대로 걸으며

내가 쉬고 싶을때 멈추면 지들도 쉴 수밖에 없겠지하는.....ㅋㅋㅋㅋ


 

얼마를 걷는데 뒤에서 김소장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저만치 뒤에서 둘이 앉아 있는데 가서보니 같이온 친구의 얼굴이 하얀게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는다.  어제부터 몸이 좀 안좋았는데 아무래도 오늘 동행이 힘들 것

같다고 한다.  코스를 짧게 변경하고 봉우리는 우회하면서 쉬엄쉬엄 하면 그것도

한 산행일텐데 그냥 여기서 하산하는 것이 마음 편하겠다고 한다.


 

김소장도 동의하여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그친구와 헤어지고  둘이서만의 산행을

계속한다.  아무래도 몸상태가 안좋은데다  족두리봉을 오르면서  무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향로봉에 도달하니 위험구간 표지판과 함께 철조망이 쳐있다. 위를 쳐다보니 조금전

족두리봉에서의 생각도 나고 도무지 오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데  김소장은

벌써 저만치 오르고 있다. 별 도리없이 나도 바위를 끌어안고 힘을 쓰는데 그만

잡은손이 미끄러지며 철조망 밑으로 떨어진다.

  

다행이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이친구 미끄러지는 소리를 듣고 얼른 돌아와

한다는 소리가 “형님. 제가 저번주에 이미 답사를 했는데요. 올라서기만 하면

형정도면 충분히갈수 있어요“ 한다.

“아니 자네는 산에 다닌지 얼마 되지도 않은데 어쩜 그렇게 바위를 잘타나.  정말

한 암벽 하네“

그러나 속으로는 바위욕심 많은 이친구와 계속 산행을 하려면 생명보험이라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향로봉을 넘어 비봉이다.

비봉은 나도 한번 오른 경험이 있고 족두리봉 향로봉도 해낸터라 큰 무리없이

비봉을 올라선다.


 

비봉위에서 지도를 펼쳐들고 가야할 봉우리들을 가늠해보는데  옆에  중년의

홀로 산님이 다가와  잠시 지도를 좀 봐도 되겠냐고 한다.

산에서는 홀로 산님들을 주목해야 된다. 이들중에 진정한 산행고수들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산님 역시 단단한 몸매에 풍기는 풍모가 예사롭지 않다.


 

오늘산행코스를 여쭤보니 비봉능선, 의상능선, 대서문거쳐 다시 원효봉, 염초봉으로..

나도 모르게 ‘아'소리가 절로 나온다.  내 예상대로 역시 대단한 산님을 만난것이다.


 

당초 우리의 산행계획은 비봉능선, 대남문 산성길따라 위문 백운대 도선사 였는데

이 산님의 의상능선에 마음이 끌린다. 

의상능선이라면 산하에서  숱한 산님들이 감탄하던 그곳이 아닌가.


 

대단한 산님께 의상능선 동행을 여쭤보니  자기도 초행이라 안내는 힘들겠다고 하신다.

의상능선이 초행이라 해도 길을 몰라 못가는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우리들의

산행속도, 실력이  이분에게는  불편한 산행이 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당초 계획대로 하기로 하고  좋은 산행되시기를 바라며 대단한산님과 헤어지니

그산님은 벌써 저만치 비봉을 내려서고 있다.

 

사모바위, 승가봉을 거쳐 문수봉을 향해 전진한다.

불암산님의 마음을 끈 나의 산행기 제목 ‘산의 음악에 취해 능선과 춤을’... 

어찌 보면  좀 오버한 표현 같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사실적 표현이다


 

산에서 나는 귀에 이어폰을 달고 다닌다.  홀로 산행하며 들인 습관인데 산행전날

배낭에는 적당히 채우고  MP3에는 가득 채운다. 

능선을 따라 음악에 젖어 걷다 보면  모든 잡념은 사라지고 진정 자연과 하나되는

느낌이 들곤 한다.


 

또하나  음악에 취해 걷다보면  나도모르게 발걸음에 리듬이 생겨  어떤때는

내가 걷는 것이 아니라  스텝을 밟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오늘은 동행이 있어 볼륨을 약하게 해 놓으니  대화에는 별 지장이 없다.

가끔 김소장이 하는 소리가  잘 파악이 안될때도 있는데  그때는  그냥

“맞어. 맞어” 해준다.


 

문수봉에 올라  사방을 조망하니  또한번의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오늘 산행이

끝날때까지 몇번의  감탄사를 토해내야 할까.   오늘의 북한산행으로 행복함이

가슴에 가득 차오른다.


 

문수봉에서 산성길과 의상능선을 동시에 바라보니  또다시 의상능선으로

마음이 기운다.   김소장과 상의하니  김소장도 의상능선에 찬성이다.

한가지 문제는 물이다.  산성길로는 중간 대피소에서 물보충을 할수 있는데

의상능선에서는 모르겠다.  옆의 산님께 물어보니  대서문 까지 가야 한단다


 

남아 있는 물을 보니 김소장은 1리터짜리 페트병 3분의2,  나도 비슷하다.

둘다 물소비가 많은편은 아니어서 좀 망설여지지만  그냥 의상능선으로

방향을 잡는다.


 

비봉능선의 암봉들을 거치고 의상능선으로 접어드니  이곳은 비봉의 암벽을

오르는 재미와 달리 조망이 환상적이다.   아 !  또한번의 감탄사.

의상능선으로 방향을 바꾸지 않았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사실 오지 않았으면 모를테고 모르면 후회할 일도 없을텐데 말이다.


 

나한봉에 오르니 이곳은  의상능선의  중간휴게소 분위기다. 이곳 저곳에

여러 산님들이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신다.  수락산이라면 나의 전용식당이

몇군데 있지만  북한산은 손님같은 느낌이라  또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는데

소비할 여력도 없고해서  우리도 산님들 옆에  자리를 잡는다.


 

산에서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모두  하나가 된다.  아마도 산의 힘인 것 같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산악회를 만들곤 하던데 이런 이유일까.

우리의 정치현실도 산을 닮았으면..........


 

나는 달랑 김밥 두줄인데  김소장은 밥2인분에 반찬에  떡과 과일까지.

이친구 먹는 것 하나는 확실히 챙긴다. 

막걸리까지 한통 나눠서 비우고났더니 약간의 포만감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물이 신경쓰인다.  남은 물은 종이컵으로 2-3잔정도.


 

나월봉을 우회하고  용혈봉, 용출봉, 의상봉을 향하여 조망에 감탄하며

귓가에는 음악이 흐르고 발걸음은 리듬을 타며  걸어간다.


 

용혈봉을 내려섰는데  뒤에서 누군가 “또 뵙네요”한다.  돌아보니 

아까 그 대단한산님이시다.  반가운 마음에 “예. 여기서 또 뵙는군요”하자

“강아지바위 보셨나요. TV에도 나왔는데” 하며  안내를 하신다.


 

저 건너편 바위를 가리키며  “저기 강아지바위, 그 옆에 두꺼비바위”하는데

안경을 갖고 오지 않아서 확실하지가 않다. 뚜렷하지는 않지만 어떻게

보면 강아지가 옆으로 서있는 모습 같기도 하다.  김소장이 다가와

자기도 TV에서 봤다며 감탄을 한다.


 

아니 뭐 저정도 바위가 TV까지 나왔을까.  도봉산,북한산에 널려 있는 것이

기암이고 괴석인데...    나중에 실물을 보고도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제가

운해님의 산행기 사진을 보고 비로소 뒤늦은 감탄을 하고 말았읍니다.

항상 운해님께 감사합니다.......... _()_ 


 

용출봉을 넘어 의상봉으로 향하는데 김소장이 옆에서  “형님 저 밑에 저 절”한다.

설악산 신흥사에 모신 것과 비슷한 그런 대불이 자리를 잡고 북한산에 또다른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형. 저 대불도 대불이지만  저기 가면 물이 있지 않을까”

이미 물이 바닥이 난 상태라 그 말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든다.

“맞어 절에 물이 없을 리가 없지. 저기 가서 물한번 배터지게 먹어보면 원이 없겠다.“


 

절이름이 국녕사 이던가.  우리는 대불에 대한 감탄은 잠시 미루고

물부터 찾았다.  몇몇 산님들이 앉아 계시는데  “물 찾으시나요”하면서

스텐주전자를 건넨다.  “물보충을 하려고 하는데요” 하자   “물은 저쪽에서

채우시고 마시는 물은 이 물로 하세요.  얼음물이라  시원할 겁니다.“


 

어째서 산에 다니시는 분들은 하나 같이 마음씨가 비단결일까.

갈증을 참았다가  따뜻한 마음을 담아 건네주는 시원한 얼음물의 맛이란.

크~~~~아~~~~~~~~


 

김소장이 “백운대까지 가야 하는데 의상봉은 그냥 놔두고 이 길로 그냥

내려가서 위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어떨까.“한다

체력이나 실력이나 나보다 앞서는 김소장이 하는 말인데 내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


 

아래로 내려가니 음식점에 주차장에  속세의 분위가 풍기기 시작한다.


 

다시 위문을 향하여 오르며  마음자세를 가다듬는다.

위문까지의 너덜 오름길. 사랑하는 나의 두다리가 버텨주길 바라며

한발 한발 정상을 앞에두고 에베레스트에 깃발을 꽂기위해  전진하는

기분으로 오른다.


 

드디어 위문이다.

계단을 오르고 나니 머리위로 백운대가 보인다.

혹시 바위 좋아하는 김소장이 쇠줄타지 않고 바위로 오르려고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얼핏 든다.


 

“김소장. 내가 경험에서 하는 말인데 바위도 다리에 힘이 있어야 미끄러지지

않는데 만에 하나라는 것도 있고 오늘은 산행도 길게 하고 했으니

백운대는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쇠줄잡고 오르세“하자  김소장도 이미

바위탈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다.


 

백운대에 오르니 많은 산님들이 여기저기 앉고 눕고 그야말로 정상에

자리잡은 암반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광장이다.


 

우리는 밑에 커다란 바위 지붕아래 한적한 자리로 내려서 배낭을 내려놓고

등산화 끈을 푼다.

시간은 오후 4시 반. 이곳까지 대략 8시간 정도 산행한 것 같다. 나로서는

근래에 처음으로 장시간 산행이다.


 

배낭에서 남아있는 먹거리를 찾으니 따지 않은 막걸리 한통, 떡 몇조각, 양갱 하나.


 


 

김소장과 정상주를 나누며  10월초 공룡능선을 그린다.   끝.


 


 


 


 

사진한장 없는 지루한 글에   또 산행기 올리는 과정에서

여러모로 죄송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