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언양골~엔골

1:25,000지형도=덕동. 연파

2004년8월29일 일요일 흐림(22~31도) 일출몰06:01~19:01

코스:달궁교11:30<3.5km>정령치13:30<5.2km차량이동>선유폭포14:00<2.0km>다름재15:00<3.5km>엔골경유월계마을17:00

       [도상14.2km/ 5시간 반소요]

개념도 개념도
 

개요: 지리산국립공원의 달궁계곡은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의 골짝물을 다 끌어모으고 있다.

이 중에서 시천면과의 경계선상에 있는 정령치 휴게소에서 발원한 골물이 흘러 고리봉쪽의 골물과 함께 달궁교 아래로 빠지는 계곡을, 지형도상엔 이름이 없지만 현지인들은 언양골로 부르고 있다.

달궁교에서 본 고리봉과 언양골 달궁교에서 본 고리봉과 언양골 
 

초반부엔 언양골로 올라 정령치고개를 넘어 선유폭포를 감상하고, 바로 옆의 이름없는 계곡따라 산내면과 전라남도 산동면이 경계를 이루는 다름재로 올라선다.

시간이 나면 바로 이웃한 요강바위를 들렀다가 엔골로 하산하는 이번 구간은 원시성이 그대로 살아있는 계곡 세군데를 섭렵하지만, 도상거리에 비해서 비교적 산행을 빨리 끝낼 수가 있고, 미로를 이어가는 재미가 쏠쏠해서 계곡산행으론 최적의 코스라 하겠다.

선유폭포 선유폭포
 

힘에 부치는 분들은 정령치까지 차량 이동하여 만복대(1433.4m)를 경유하여 다름재로 내려서거나 아니면, 선유폭포까지 차량 편승해서 다름재로 올라서도 무방하지만 독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번 코스 전반부의 달궁계곡물은 임천강 따라 진양호로 흘러들어 낙동강으로 변하고, 후반부의 엔골물은 섬진강이 되어 광양만으로 빠진다.

엔골물을 가둬놓은 저수지 엔골물을 가둬놓은 저수지
 

가는길: 달궁교 다리위에서 서북쪽 하늘금에 있는 백두 대간이 지리산을 벗어나는 지점의, 고리봉(1304.5m)을 바라보며 달궁마을회관앞으로 들어선다.

진입로는 회관 뒤편으로 나 있는데, 계곡 초입에는 고리봉쪽 등산로가 내를 건너 뚜렷하게 나 있지만, 그냥 계곡옆길 따라 쭈욱 올라간다.

시발점 달궁교 시발점 달궁교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드는 초입엔 진입을 막고 있는 대문같은 문설주가 자물통을 달고 있어도 쉽사리 넘나들 수 있다.

때로는 질퍽한 습지를 건너기도 하고 으름나무 정글이 하늘을 가리는 덩굴지역을 통과하기도 하면서, 296도 방향으로 계속 올라치면 절벽지대에서 계곡을 건너가야 한다.

건너야 할 계곡 건너야 할 계곡
 

이어지는 오름길은 계곡과는 멀어지면서 굴참나무 무성한 활엽수림으로 접어들게 되고, 이따금씩 산죽밭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참 올라쳐서 너덜지대 위로 흘러내리는 지계곡을 만나면, 지금껏 잘 나 있던 등산로는 숲 속 어딘기로 사라지고 없다. 그러나 계속 290도 방향을 유지하면서 너덜겅 계곡을 끝까지 올라가면 정령치에서 고리봉으로 연결되는 옛 등산로를 만나게 된다.

등로는 없어도, 계속 지계곡을 따라야... 등로는 없어도, 계속 지계곡을 따라야...
 

왼쪽의 정령치로 가는 소롯길은 제법 뚜렷하게 이어지는데, 갑자기 나타나는 무성한 억새밭을 올라서서 만나는 해묵은 무덤주위론 키큰나무가 없어 정령치 휴게소가 바로 앞에 있다.

맞은편으론 반야봉(1732m)을 비롯한 지리 주능과 왼쪽으로 길게 늘어진 삼정산능선이, 그 끝자락을 임천강에 빠뜨리고 있는 모습이 확연하다.

무덤에서 본 반야봉 무덤에서 본 반야봉
 

한차례 더 잣나무숲 정글을 빠져 나오면 정령치 휴게소 화장실 뒤안으로 뚝 떨어져서, 언양골을 역순으로 탄다면 화장실 뒤편이 초입이 되겠다.

동절기엔 문을 꼭 꼭 걸어 잠그지만 하절기엔 먹거리가 풍성해서, 도시락이 필요없는 정령치에서의 조망은 훌륭하다. 여기선 고개넘어 선유동폭포로 향한다.

정령치에서 내려다 본 언양골과 삼정산능선 정령치에서 내려다 본 언양골과 삼정산능선
 

도로변에 안내문이 내걸린 선유폭포를 감상하고, 바로 아래 오분거리에 있는 다름재로 올라가는 무명계곡길은 초입을 잘 살펴야 한다.

계곡으로 내려서게 되면 자칫 능선길을 타게 되므로 계곡으로 들어서지 말고, 초입 오른쪽으로 희미한 수풀길이 나 있는 길을 따라야 한다.

다름재 오름길 초입 다름재 오름길 초입
 

잘 나가던 오솔길이 빗물에 패어져 나간 너덜길로 변하고, 이 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산죽속으로 사라진다.

이 때 주의할 점은, 계속해서 222도방향을 고수해야만 끊어졌던 등산로를 이어갈 수가 있다. 혹여 산죽속이거나, 넝쿨지역으로 빠지면 오른쪽의 침엽수림지대로 재빨리 빠져 나와야 한다.

다름재에서 내려다 본 엔골 다름재에서 내려다 본 엔골
 

해매지만 않으면 다름재엔 쉽게 올라 설 수 있는데, 엔골 서쪽의 봉우리에다 다름재 표기를 해 놓아서 지형도상의 위치선정이 잘못 돼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엔골은 등산로가 너무 뚜렷해서 식상할 정도지만 울창한 수림과 후반부의 넝쿨지역, 그리고 정수장이 들어선 저수지, 풀밭 초원길과 밤밭은 서정적인 분위기를 돋구어서 나름대로 정겨운 코스라 하겠다.

날머리서 돌아본 엔골 후반부 날머리서 돌아본 엔골 후반부
 

산행후기: 2002년 9월8일 만복대 동릉 내림길에서 한번 발길 담갔던 언양골을, 밑에서부터 치오르기로 하고 달궁마을회관 뒤편으로 돌아서 들어섰다.

그 때나 지금이나 언양골엔 으름이 지천이다. 넝쿨지역 정글을 지나치노라면 이마에 탁 탁 받칠정도로 으름이 많이 열려서, 여기가 정말 지리산의 오지임을 실감할 수가 있다.

어름, 그 곳에 있어 더욱 보기에 좋다 으름, 그 곳에 있어 더욱 보기에 좋다
 

계곡 상단을 건너 갈 무렵, 젊은부부와 친구와 아들이 바위에서 쉬고 앉았다가 요 위에서 건너가라 한다.

나중에, 그를 알아보는 일행이 있어 물어 봤더니 지리산만 구석구석 찾아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누구시라고 한다. 그럴 줄 알았더면 산행방식이 서로 다른 우리끼리 인사라도 나누었을텐데...!

 초반 숲지대의 파리꽃 초반 숲지대의 산박하

단축코스팀을 만복대로 향하게 하고, 우리끼리만 진행하는데도 선두는 정령치에 도착해서야 만날 수가 있으니 원, 믿을 거라곤 지도와 나침반 뿐이다.

어쨌던, 계곡 상단의 너덜지역을 지계곡따라 올라가는데, 장애물을 자주 만난다. 그럴 때마다 살짝 우회를 하면 더덕향이 코를 찔러, 줄기 몇 개 뜯어 목에 감고 올라가니 고약한 땀냄새가 사라져 분위기 좋다.

오름길의 꽃흰목이 오름길의 꽃흰목이
 

정령치에 도착하자 일행들이 기다려주고 있다. 차량이동이 아니라면 이들은 벌써 도망가고 없었을 것이다.

선유폭포는 잠깐 들여다보는 걸로 만족하고 도로따라 내려가는데 아주 오래된 선유교가 눈에 띄어 그 다리위로 올라서는 순간, 토종꿀벌 한 마리 날아와 눈 밑을 톡 쏜다. 앗, 따거라! 그 다리위엔 벌통들이 가지런히 놓였고 여러마리가 나를 향하고 있다.

요새는 귀해진 싸리버섯 요새는 귀해진 싸리버섯
 

부리나케 도망쳐서 일행께 보였더니 벌침을 뽑아내 보여준다. 갑자기 욱씬거리길레 급히 소변을 받아서 문질렀더니 거짓말처럼 통증은 멈추었다.

그사이 선두팀은 다름재 올라가는 계곡초입에서 엉뚱한 길로 올라 능선을 향하고 있어, 급히 그들을 제지시켜 다시 초입으로 돌아나왔다.

나도미꾸리낚시 나도미꾸리낚시
 

미심쩍어하는 일행들을 제 길로 밀어넣고 천천히 그들 뒤를 따른다. 한동안 잘 올라가던 선두팀은 또 다시 산죽 속에서 해매이다가 능선을 치고오른다.

또다시 제동을 걸어 한곳으로 모으고 빤히 바라보이는 다름재를 가리키며, 넝쿨지대를 벗어나 저 아래 침엽수림지대로 들어서면 등로는 살아난다고 설명해도 선뜻 나서기를 주저한다.

가을의 상징, 쑥부쟁이 가을의 상징, 쑥부쟁이
 

그사이 두명은 사라지고 없다. 일단 능선을 타고가면 수월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고, 지금 일행들도 같은 생각이다.

키 작은 내가 앞장서서 정글을 헤쳐나가기 시작한다. 얼마 안되는 거리인데도 온 몸을 칭칭 휘감는 넝쿨지역을 빠져나가기란 정말 고역이다. 그러나 부쉬워킹엔 이골이 난 몸인지라 어렵사리 침엽수림지역으로 빠져 나오니 등산로는 뚜렷이 살아있다.

능선상의 큰갓버섯 능선상의 큰갓버섯
 

팥죽같이 흘린 땀방울로 눈아래 발랐던 암모니아수(?)는 다 씻겨졌다. 이후론 수월하게 다름재로 올라섰지만 앞서간 두분의 행방이 묘연하다.

한분은 어찌 어찌 통화끝에 합류하였지만 또 한 분은 한참을 기다려서야 온 몸이 축축히 젖은 상태에서 환한 얼굴로 나타난다. 결국엔 수월하다고 생각했던 능선길을 한참을 에돌아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엔골초입의 송장풀과 이삭여뀌 엔골초입의 송장풀과 이삭여뀌
 

단축코스팀과의 격차를 생각해서 요강바위는 포기를 하고 엔골로 내려간다. 그러나 그 길은 너무 빤질빤질해서, 차라리 조금 늦더라도 요강바위를 경유하여 지능선을 타고 내려갈 걸 하고 후회도 해 본다.

월계마을 저수지는 의외로 커서 그 뒷편으로 돌아나가는 우회로를 지루할 정도로 한참 내려가, 팬션 뒤편의 계곡에 풍덩 뛰어들었다.

저수지 울타리에 핀 여우팥 저수지 울타리에 핀 여우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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