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친구ⅠⅡⅢ와 함께한 순천 조계산 산행

 

산행일 : 2004. 8. 29(日). 맑음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선암사 매표소 (12:33)

 ☞선암사입구 삼거리 (12:53~13:05)

 ☞비석 삼거리 (13:07)

 ☞작은굴목재와 비로암으로 하산하는 T자형 삼거리 (14:30)

 ☞작은 굴목이재 (14:38~15:13) 

 ☞배바위 (15:39~15:46) 

 ☞장군봉 (16:00~16:19, 844m) 

 ☞장박(밭)골 몬당 (16:35~16:37)

 ☞장박골 삼거리 (16:52)

 ☞첫 번째 물 건너는 곳 (17:08. 조금 더 내려가다가 계곡에서 탁족과 휴식 17:15~17:43)

 ☞작은 굴목이재 (17:59~18:14)

 ☞선암사입구 삼거리 (19:00)

 ☞선암사 매표소 (19:16)

총 산행시간 : 6시간 43분 (정상적인 산행을 하면 시간을 반으로 줄일 수도 있음) 

구간별 거리 :

 선암사매표소→(0.7km)→선암사입구삼거리→(2.3km)→작은굴목재→(0.8km)→장군봉→(1.8km)→장박골삼거리→ (1.7km)→작은굴목재→(2.3km)→ 선암사→(1.0km)→ 매표소

산행거리 : 10.9km

산행지도


 

산행기

  먼저 산행기와 별로 상관이 없는 필명을 바꾼 이유부터 설명해야겠다.

본인의 의도(브리스리, 이소룡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대학 때 친구들이 지어준 별명)와는 너무 동떨어진

불루스라는 춤과 연관짓는(춤은 고고, 디스코춤 밖에 출줄 모른다.) 뭇사람들의 이상야릇한 시선(제비족?)과,

처음 만나는 사람마다 닉네임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 주어야하는 번거로움,

그리고 뉘앙스에서 풍기는 약간 바람기 있을 것 같은(아내 생각) 느낌,

그리고 우리말이 아닌 영어,

이런 복합적인 문제 때문에 그동안 많은 고민을 하다가 며칠 전에 결단을 내리고 식물도감 4권, 산과 나무와 야생초에 관한 서적 5권을 갖다놓고 좋은 필명 찾기에 몰두한 끝에 최종 6개의 예비 필명 중에 나와 아내의 맘에 드는 것이 히어리였다.

 

  히어리, 순수 우리말로 하얀하리, 하야리, 허여리 같은 말이 히어리로 변형된 하얗다는 뜻을 가진 나무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나무이니 더더욱 마음에 든다. 발음뒤의 뒷 여운 또한 일품이다.

게다가 이 나무가 최초로 발견된 지역이 다름 아닌 우리 동네 조계산이니 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나 나와 맞아 떨어지니 이놈의 이름에 홀딱 빠져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조계산과 백운산 산행시에 이 나무를 분명히 본 기억이 난다. 그때에는 나무 이름도 모르고 그냥 특이하고 예쁜 꽃을 가진 나무로만 기억했을 뿐이지 특별히 관심을 가진 나무는 아니었다.

양창순님의 우리꽃에서도 본 기억이 난다.

그런 히어리가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찾아온 것이다.


 다음은 인터넷에서 발췌한 히어리에 대한 내용이다.

일명 납판화(蠟板花)라고도 불리우는 히어리(Corylopsis coreana)는 학명이 의미하듯이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멸종위기의 희귀특산 식물로 환경부 보호식물 52종 가운데 한 종이다.

히어리는 초롱 모양으로 땅을 향해 거꾸로 매달려 늘어지는 포도송이 같은 노란 꽃들이 아름다워 관상수로서도 활용가치가 높으나 남해도, 지리산, 수원 광교산, 경기 포천 등 4군데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나무를 보거나 이름을 들어 본 사람은 아주 드물다. 그러나 순수 우리나무다. 이름이 낯설어서 혹시 영어 이름이 아닌가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히어리도 나리. 참나리, 개나리, 원추리, 싸리, 고사리, 미나리, 수수꽃다리, 구실사리, 윤노리, 솜다리 등 많은 ‘리’자로 끝나는 우리 식물 중의 하나이다.

 

히어리는 이른 봄 잎이 나기도 전에 노란 꽃닢이 너무도 순결하여 푸른빛까지 도는 듯한 작은 꽃들이 포도송이처럼 한데 모여 초롱 모양으로 땅을 향해 거꾸로 매달려 늘어지는 아주 귀엽고 흥미 있는 꽃차례를 만든다.아름다운 히어리 꽃송이가 수백, 수천 개씩 함께 화사하게 매달려 있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예전에는 이 나무를 송광납판화(松光蠟板花), 송광꽃나무, 납판나무 등으로 불렀는데, ‘송광’은 전남 조계산에 있는 송광사 근처에서 이 나무가 처음 발견되어 붙여진 것이고, ‘납판화’‘꽃닢이 두터워서 마치 밀납으로 만든 것 같다’는 뜻이라 한다.

  

히어리의 영어 이름 Korean winter hazel는 ‘한국 겨울 개암나무’라는 뜻인데 히어리의 잎이 개암나무 잎을 닮은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학명 Corylopsis coreana의 Corylopsis(코리롭시스)란 역시 ‘개암나무를 닮았다’는 뜻이라 한다. 어린아이 손바닥만한 히어리 잎은 잎맥이 힘차고 질서정연하게 나 있고, 표면이 연한 초록색이라 보기도 좋고 싱그럽다.

 

히어리가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나무라는 것은

1924년에 일본인 식물학자 우에키에가 우리나라 조계산에서 처음 발견하여 학계에 등록하였고,

 그 후 백운산, 지리산 등 내륙과 남해의 섬에서 발견되어 남쪽지방에서만 살 수 있는 나무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중부지방인 경기도 수원, 용인, 성남의 지경인 광교산에서 자생하는 히어리 군락이 유일하게 발견되자 많은 의문을 가져 왔으나

● 최근에 이보다 더 북쪽인 경기-강원 지방의 백운산에서도 약 0.5헥트알에 자리잡고 있는 히어리 군락지가 발견되어 중부지방에서도 자랄 수 있는 나무로 확인되었다.】

 히어리꽃

  

 그런 이유로 오늘은 아이들과 필명 개명 기념으로 뜻 깊은 조계산을 오랜만에 찾게 되었다.

주차요금이 100%인상되어 2천원이다. 그래도 다른 지역에 비해 싸다.

오늘도 여지없이 게으른 산행이다.

새벽까지 올림픽중계방송을 보다가 10시에 일어나 11시에 아침밥을 먹었으니 출발이 늦어질 수밖에.....


  승선교가 보수를 끝내고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선암사 입구 삼거리를 지나 대각암가는 삼거리 화장실옆 벤치에서 바나나로 원기를 보충한다.

오랜만에 세녀석 모두 데리고 나서니 마음이 든든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고 작은 행복감에 젖어든다.

녀석들아 공부 못해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선암사 가는 길

 

얼마 전에 보수공사가 끝난 보물 400호 승선교.

 

퇴역한 예비역 승선교 석재들. 노후, 부식등으로 강도가 저하되어 재사용이 불가능한 석재 30개를 전시하였다.

 

 

승선루

  

삼인당

  

 비석 삼거리에서 작은 굴목이재로 오르는 코스는 오늘이 처음인데, 계곡 바로 옆으로 등로가 이어져서 선암굴목이재로 오르는 것보다 경치가 더 좋다. 물 건너는 곳마다 앉아서 손을 담가도 보고, 얼굴을 씻기도 하고, 스카프에 물을 적셔 목에 두르며 시원해하는 아이들이다.

하늘이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는지 무지 덥다.

다른 때와 반대로 첫째와 셋째가 힘들어하고, 가장 약골인 둘째 녀석이 제일 잘 올라간다.

첫째 녀석은 몸이 뒤늦게 풀리더니만 작은 굴목이재에서부터 선두에 서서 우리 가족을 이끌기 시작한다.

비석 삼거리. 윗쪽에 부도전이 보인다. 이길로 올라가면 작은 굴목재로 갈 수 있다.

 

비석삼거리 바로 위에 있는 선암사 서부도전

  

삼나무와 대나무

 

물건너는 곳만 나오면 물장난을 치느라 정신이 없다.

 

삼거리. 오른쪽으로 가면 비로암 10분, 선암사 40분, 왼쪽으로 가면 작은굴목이재 7분.

 

  작은 굴목이재에서 고구마와 사과, 음료수로 점심을 대신하고 장군봉으로 향한다.

지금까지 지나치기만 했던 배바위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니 조망이 훌륭하다. 어찌 보면 정상인 장군봉에서의 조망보다 더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은 듯 하다. 왜냐하면 장군봉 동쪽 조망은 잡목 때문에 잘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따라 올라오려던 첫째와 둘째에게 못 올라오게 단단히 단도리를 하고서야 배바위에 올라갈 수가 있었다. 사실 첫째 녀석 실력이면 이런 낮은 암벽은 올라 갈 수도 있겠지만 만에 하나를 생각해서 못 올라가게 하였더니 녀석 되게 섭섭했던 모양이다.

작은 굴목이재

 

고구마로 점심을 대신한다.

 

배바위에서 바라본 연산봉

 

배바위에서 바라본 장군봉

  

배바위에서 바라 본 선암사와 주암호

 

배바위(배바우, 배바구). 바위가 귀한 육산인 조계산에서 보기드문 거대한 바위이다. 아주 오랜 옛날 이 곳에 배를 묶어 두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옛날에 노아의 방주가 있었던 모양이다.

 

 곧이어 올라선 장군봉. 몇 번째 올라선 것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일곱 번 아니면 여덟 번? 좌우지간 열 번은 넘지 않는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그다지 많이 오르지 않은 산이다.

약간 늦은 시간이라서인지 아무도 없다. 아무리 기다려도 올라오는 이가 없어서 우리가족 전체사진은 찍을 수가 없었다. 간식을 먹고 장박골 쪽으로 하산을 한다.

조계산 정상인 장군봉

  

 산사랑방님이 좋아하는 멋진 산죽능선길을 지나 장박골 삼거리에서 장박골로 내려선다. 잡초가 덮여있어 길이 별로 안 좋지만 그것도 잠시이고, 곧이어 좋은 길이 나타난다.

그리고 넓은 습지가 나타나 잘못하면 발이 수렁에 빠질 정도로 개펄이다. 조계산에도 습지가 있다니 전문가가 나서서 연구해보아야하지 않을까?

장박골 몬당

  

여수해양경찰서 요산인들이 세운 장박골에 대한 설명.

  

산사랑방님이 제일 좋아하는 산죽(조릿대). 능선상에 산죽이 길게 이어져 있어서 산행길을 방해하는 다른 산들의 산죽과 달리 운치있고 정감있는 길이다.

 

 북쪽 능선에서 바라본 장군봉

 

장박골 삼거리. 능선길을 계속 가면 연산봉과 송광사로 갈 수 있고, 왼쪽 풀섶으로 내려가면 보리밥집과 작은굴목재로 바로 갈 수가 있다. 

  

장박골 습지. 상당히 넓은 습지라서 하루속히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평지와도 같은 넓고 좋은 길을 속보로 걷다보니 작은 개울을 건너고 조금 지나니 오른쪽으로 수려한 계곡이 나타난다. 조계산 최고의 계곡 장박골이다.

계곡으로 내려가 산친구들을 풀어놓고 물장난하는걸 지켜본다. 녀석들 좋아서 난리다.

날씨도 무덥고, 산님들이 잘 다니지 않는 코스에다가 늦은 시간(5시 30분 전후) 어두컴컴한 계곡 후미진곳을 누가 볼 사람도 없겠다 싶어 웃통 벗어젖히고 들어가라고 하니 녀석들 바로 훌러덩이다.

안돼!~~~~. 본인의 누드사진을 한사코 거부하다가 찍힌 산친구

  

  탁족을 하며 물에 대해 생각해본다.

물, 저 물이 없으면 이 땅의 생명체가 살아갈 수가 없으니 물은 곧 생명이요 최고의 자원이다. 산은 저 물을 많이 머금고 있으면서 서서히 아래로 내려 보내고 있다. 저 생명의 자원이 흘러 흘러 바다로 가고 있다.

  

  물이 너무 시원해서 탁족을 오래할 수도 없다.

조금 더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겨우 달래서 옷 입히고, 신발을 신기우고 다시 출발을 한다. 가끔은 이런 재미도 있어야 산에 잘 따라다닐 것 같아서 처음으로 써먹은 방법인데 효과 만점이다. 아무도 우리의 놀이를 본 사람은 없었다. 완전범죄다. 그만큼 늦은 시간이었다.

장박골의 수려한 모습

 

작은 굴목재와 보리밥집으로 갈라지는 삼거리

 

  다시 작은 굴목재로 올라서니 아이들이 “어~ 아까 거기네.” 이구동성이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하산길, 그래도 아직 헤드렌턴을 써야할 정도는 아니라 내려갈만하다. 아이들도 넘어지지 않고 잘도 내려간다. 고마운 녀석들.  

배고프다는 아이들에게 작은 굴목이재에서 마지막으로 간식을 실컷 먹였다.

 

저만치 매표소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일 모레가 보름인지 오늘따라 달도 유난히 밝고 크게 보인다.

벌초도 해야 할 텐데…….

선암사 매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