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목   설악 귀때기청봉
글쓴이    빈자리    글쓴날짜  2004.08.30  (211.210.234.217)

타는 목마름을 덜어내며....(설악 귀때기청봉,1577.6m)

◈산행일자 ; 04년8월29일 일요일

◈산행코스 ;한계령휴게소-설악루-서북능 한계삼거리(대승령과 대청봉의 갈림길)-귀청-한계삼거리-한계령

◈산행인원 ;남편직장동료부부(7명)


이른 아침,가볍게 이는 흥분을 잠재우며 속초 숙소를 떠나 한계령으로 향합니다
산은 언제나 감춰둔 연인처럼 가슴 한켠에 있지만 찜통같은 무더위속에서 그 연인을 만나러 갈 엄두도 못내고 하릴없이 8월을 보냈습니다
이제야 이 타는 목마름,그 그리움의 실체를 향해 게으른 아낙이 길을 나섭니다

목적지는 점봉산, 당일산행으론 무리일것같아 어제 오후 속초엘 왔었지요
구비구비 한계령을 오르다 필례약수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귀둔리 곰배골을 향해...
차창너머로 보이는 주전골쪽 암봉들은 언제나 탄성을 자아내고 설악의 바람은 그 맛도 다르단 속생각을 하며 이름도 고운 은비령을 넘었었지요
곰배령 아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매표소엘 당도하니 아뿔싸 출입통제라네요
이곳저곳에 점봉산이나 곰배령등의 산행기가 올라오기에 한계령에서 시작되는 등로만 휴식년제가 시행중인걸로 알았고 곰배령에선 산행이 가능한줄로만 알았었는데....
얼마나 오고팠는데,곰배령능선 그 천상의 화원 야생화가 무리지은 그 길을 얼마나 꿈꾸어 왔는데...산행지를 제가 정했으니 일행들께 미안하기도 하구요
이러니 어리버리가이드(?)란 딱지는 떼기 힘들겠지요?^^*

그러나 이 곳이 어딥니까?
한계령이 멀지않은 설악의 변방인데...
귀청을 생각하며 속으론 "아싸!! 가오리~~"를 외칩니다
일행분들의 의견을 묻고(예의상^^) 한치 망설임도없이 오던길을 돌려 한계령을 향해 갑니다

운무 가득한 휴게소에서 짧은 준비를 끝낸 후, 일행들보다 한 발 앞서 설악루를 향한건 앞서가기 위함이 아니고 제 상태를 가늠해보기 위해서 였는데 덥다고 꼼짝 안하며 지낸 지난 한달의 무게가 묵직하게 두발에 실려옴을 느끼며 낭패감이 들었었지요
그로부터 서북능이 건너다 보이는 첫번째 조망지점까지 내내 거북이와 경주해도 될만큼 걸었었구요 그곳부터 망가진 샘터를 지나 귀청으로 향하는 길은 달팽이와 동행이라도하듯 기었었지요^^

그래도 좋았습니다
기어가도,굴러가도 설악의 품에 들어 넘 넘 행복했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일행과 걸음을 맞춘 소청으로 간다던 설악매니아 한분이 가을 단풍 들 때 와 보라며 그 땐 환장하게 좋단 말씀을 건네더군요
미치도록,환장하게..등등 이런 단어는 감성은 넘치는데 문장이 서툰 제가 즐겨 쓰던 말인데 준수하게 생기신 분이 그런 표현을 하시다니요?ㅎㅎ(이 분과는 한계삼거리에서 헤어졌지요)

이름으로만 듣던 너덜길이 시작됩니다
대청,중청,소청이 한눈에 보이고 오늘의 목적지였던 운해 가득한 점봉산의 모습도 보입니다 가리봉과 주걱봉도 건너보이고 발아래론 내설악의 암봉들이 운해에 잠긴 채 모습을 간간히 들어내 주었었지요
발아래로 펼쳐지는 그 풍경들이 꿈인 듯 하여 자주 눈을 깜빡이며 이 능선 저 골짜기를 가슴에 새깁니다
"내가 산을 오르는 까닭은 아직 산만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음이며,내가 아직 산만한 사람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동행한 분이 들려주던 그 말을 기억하면서요

산을 차츰 잠식해 오는 운무덕에 하산길은 오리무중 시계가 좁아졌고 습기를 머금은 나뭇가지는 가끔씩 물기를 떨궈냈지만

설악을 가슴에 품고 돌아가는 길은 그간의 갈증은 충분히 가셔주고도 남을 행복한 길이었습니다
꿩대신 닭으로 선택한 곳이었지만 그 꿩과는 비교가 안되는 너무 근사한 산행이었지요

◈식사중에 에피소드
속초에 갈때마다 들리는 유명한 산채음식점을 어제도 들렸었지요
갖가지 진귀한 산채를 맛볼수있어 즐겨 찾는데 작년 공룡산행후엔 송이를 먹었더니 능이,먹버섯,곰버섯등 처음 보는 버섯을 서비스로 듬뿍주어 맛보았었거든요
그 맛을 잊지못해 버섯이야기를 꺼냈더니 열흘후쯤에나 맛볼수 있다면서 그땐 노루궁뎅이버섯도 맛볼수 있다고 주인이 이야기를 하셨었지요
일행들은 이름도 처음인 그 버섯을 저는 사진으로 보고 효능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기에 짧은 설명을 했었었는데...
산행중 점심을 먹을때 일행 한 분이 꽤 멀리 떨어진 나무에 묘한것이 있단 말씀을 하셔서 보니 바로 그 노루궁뎅이버섯일꺼란 생각이 들더군요
식사 후 처음 본 그 분과 남편이 숲으로 들어가 그 버섯을 따 왔는데 사진으로만 본 바로 그 버섯이었답니다 하얗고 복실복실해 마치 노루궁뎅이를 닮은 듯 한...
그런데 이 버섯은 누가 먹어야 할까요?


1.처음 발견한 그 분
2.그 버섯의 생김새와 효능에 대해 알고있던 저(제가 확인해주지 않았으면 무용지물이니까..)
3.쉽게 떼어내지 못해 숲으로 과도를 갖다주며 일조한분
4.여자도 젊은이(?)도 먹으면 안된다고 주장하시는 우리팀에 최고령자(?)

암튼 눈치빠른 제 산친구가 자기배낭에 넣어 그 버섯은 지금 우리집 냉장고에 있습니다 ㅎㅎ

 

 

서북능선

가야할 길(귀때기청봉)

건너에 보이는 가리봉과 주걱봉

내설악

점봉산쪽

대청,중청,소청이 한눈에...

내설악2

점봉산2

내설악3

점봉산3

점봉산4

너덜길

고지가 저긴줄 알았죠(뒤에 그만큼 높이로 숨어 있었어요)

 

풍경1

 

오늘의 목적지 귀청

풍경2

 

풍경3

 

풍경4

 

풍경5

 

풍경6

 

산삼보다 귀하다는 노루궁뎅이버섯(항암,치매에 좋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