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 수락산 종주산행기

 

                                   *산행일자:2004. 8.29일
                                   *소재지  :서울 노원/경기 의정부/경기 남양주
                                   *산높이  :불암산 508미터/수락산 637미터
                                   *산행코스:학도암 진입로-불암산-수락산-도정봉-장암동약수터
                                   *산행시간:10시1분-17시20분(7시간19분)

 

어느새 여름의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사흘 후면 9월이 시작되기에 이 여름이 가기 전에 그동안 쉬었던 서울의 5대 명산 종주를 다시 이어 가고자 어제(2004.8.29일)는

불암산-수락산을 연이어 오르내렸습니다.

 

요즈음 수도이전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 산을 즐겨 찾는 저는 무엇보다도 뭇 시민들에 건강과 휴식의 공간을 훌륭하게 제공하고

있는 명산을 5개씩이나 거느리고 있는 서울 만한 도읍지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5대 명산의

진면목을 다시 보고 산행기도 한번 새롭게 써볼 겸해서 지난 4월 11일 북한산을 시작으로 서울에 바로 인접한 5대 명산의 종주 길에

나섰습니다. 지난 4월 15일 청계산을, 그리고 5월 1일 관악산-삼성산을 연속해 오른 후 한북정맥 종주로 짬을 내지 못해  중단

했었는데, 8월 21일 한북정맥 종주를 성공리에 마쳤기에 어제 다시 종주 길에 나선 것입니다.

 

중계역에서  택시로 옮겨 10시1분 학도암으로 이어지는 시멘트 길로 들어서 불암산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태풍 매미호의 잔흔을

씻어내는 도로보수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학도암까지 올라갈 수 없다며 죄송해하는 기사 분에게서 서비스의 참모습을

보았습니다.

 

10시 13분 학도암에 바로 못 미쳐서 우측으로 난 능선 길로 올랐습니다.

"수능시험 고득점성취 관음백일기도"를 알리는 플래카드를 보고 앞으로 수능시험 성적을 점수로 공개하지 않고 9등급으로 나누어

등급만 알려준다기에 그때는 플래카드의 내용이 어떻게든 바뀔 것이 틀림없을 진데, 이렇게 세속의 현실적 이슈를 쫓는 것이

스님들이 할 일 인가하는 회의가 들었습니다만, 제가 몸담고 있는 카톨릭에서도 이와 유사한 기도회가 있는 것으로 보아 신자들의

강력한 요망을 차마 저버릴 수 없어 불가피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주 능선에 위치한 헬기장까지는  바위산답지 않게 흙 길이어서 편안하게 걸어서 올랐습니다. 10시 48분 불암산 정상을 940미터

남겨둔 헬기장에 올라 아이스케크를 사 먹으며 10여분간 땀을 식혔습니다.

 

11시25분 해발 508미터의 불암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헬기장에서 정상까지는 바위 길이어서 신경이 쓰였는데 지난 7월에 한번 오른 길이어서  한결 수월했습니다. 정상은 더위를

무릅쓰고 땀흘리며 올라선 선남선녀들로 북적대 오래 머무르는 것이 예의가 아닐 것 같아 바로 하산하여 덕능고개로 내달렸습니다.

이번에는 지난 7월에 그냥 지나친 석장봉을 올라 도봉산과 수락산을 카메라에 옮겨 실었습니다.

 

11시 55분 540봉을 우측으로 트레파스하여 덕능고개 길에 제대로 들어섰습니다.
길만 제대로 들어서면 이리도 편안하게  종주산행을 할 수 있는 것을 지난 7월에는 길을 잘 못 들어 종주를 포기하고 배 밭으로

내려가 덕능삼거리에서 산행을 끝내야 했습니다. 12시20분 수락산과 불암산을 잇는 덕능고개 다리를 건너 수락산에 발을

들였습니다. 선답자 분들의 산행기에는 덕능고개에서 군부대안으로 들어가 알바를 많이 한 것으로 쓰여져 있는데 그 분들은 아마도

이 다리가 놓여지기 전에 산행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산짐승들의 교통로로 세워졌을 이 다리를 아마도 사람들이 더 많이 건너지

않겠나 싶어 이 다리의 주인공인 산짐승들에 미안했습니다.

 

12시 30분 갈림길에서  3-4분 내려서다가, 덕능고개 조금 못 미쳐서 동행을 해온 선생님 한 분이 몇 번이고 이 길로 수락산을 오르

내린 바 있어 바로 길을 잘못 들어섰음을  알아채고 다시 올라와 제 길을 확인한 후 잠시 짐을 풀고 목을 추겼습니다.

 

12시 41분 마치 한북정맥을 옮겨 놓은 듯 또다시 군부대의 울타리를 따라 산 오름을 계속했습니다. 이 길을 오르며 선생님과 함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도 1970년대에 경기도의 중 고등학교에서 약 5년간을 교직에 몸담았었기에 현직 교사

분과의 대화를 이어나가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아직도 풀지 못한 해묵은 과제는 학력신장과 인성고양을 어느 한쪽의 희생

없이 어떻게 모두 이루느냐 인 듯 싶은데 결국은 제도상의 문제이기 보다 교육의 주체인 선생님들이 얼마나 열정을 갖고 노력하고,

또 그리 할 수 있도록 당국이 제대로 지원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13시 22분 시야가 탁 트여 전망이 일품인 큰 바위에서 김밥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반시간이 넘는 긴 시간을 머무르며 피로를 떨구고 원기를 되찾았습니다. 도토리를 많이 주운 옆자리 어느 분의 성공담이

그리 곱게 들리지 않는 것은 산짐승들의 겨울 식량을 축내는 사람들의 소행이 결코 칭찬을 받을 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13시 56분 오랜 쉼을 끝내고 수락산 정상을 향해 다시 오름 길에 나섰습니다.
출발 30분 후에 수락계곡으로 하산하는 갈림길을 지났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지난 4월 서울대 AFB 산악회의 회원들과 함께 걸은

길이어서 눈에 익어 반가웠습니다. 남근 바위를 지나 정상에 도착하기까지 간간이 바위 길이 이어져  산행의 재미가 더해졌습니다.

 

14시 52분 해발 637미터의 수락산 정상에 섰습니다.
오른 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촌이 작년에 회사의 대리점을 개설했다 올해 접은 청학동이라 합니다. 청학동의 아파트촌을

내려다보니 규모로 보아 애당초 대리점을 내지 말아야 했는데 무리하게 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5시 10분 의정부시의 회룡역 방향으로 하산하고자 정상을 출발하여 524봉으로 향했습니다.
출발 20분 후에 일명 기차바위로 불리는 홈통바위를 내려갔습니다. 인수봉의 대 슬라브코스를  연상하게 하는 큰 슬라브 바위

한가운데 거의 수직으로 난 크랙이 홈통 같다하여 붙여진 이 코스에 설치된 로프를 붙잡고 약 50미터의 바위 위를 걸어서

내려갔습니다. 제게는 불암-수락의 종주코스 중 이 홈통바위가 가장 일품으로 보였기에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16시 정각 해발 524미터의 도정봉의 널 다란 바위에서 숨을 골랐습니다.
전망은 수락산 정상에 결코 뒤쳐지지 않을 정도여서 카메라에 담을 만한 정경이 많았습니다. 경제사범이 머문다는 의정부교도소도

그 건물만은 밉지 않기에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16시 12분 509봉을 얼마 안 남겨 놓은 안부에서 골바람에 온 몸을 맡기고, 선생님이 준비해온 참외를 맛있게 들었습니다.  지난 8월

1일 지리산을 종주할 때에 형제봉에서 만난 시원한 바람이 바로 이 골바람이었습니다. 양쪽의 골짜기 밑에서 불어오는 이 시원한

자연의 바람을 맞기 위해 많은 분들이 이곳 안부에서 잠시 머물렀다 가나봅니다.

 

16시28분 불암-수락 종주코스 중  마지막 500미터대의 봉우리인 509봉을 올랐습니다.
더 가깝게 보이는 도봉산은 물론하고, 먼발치에 지난 7월에 오르내린 불곡산-호명산-한강봉-챌봉의 연봉들을 잇는 한북정맥이

한 눈에 들어와 이 모두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땀흘려 어렵게 오른 봉우리들이기에 반갑고 정이 갔습니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하산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리 급하지 않은 내리막 길을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서 요 몇 년 사이에 불거진 청년실업에 대해 선생님과 함께 염려를 나누었

습니다. 50대의 저희들은 나름대로 이 나라의 경제발전에 기여해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막상 내 자식들에 일자리를 만들어

주지 못해 안타깝고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그러기에 오늘을 끌고 가는 주류세력들에 다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써 달라는 것이 미취업 졸업생을 자식으로 둔 50대 부모들의 간절한 소망임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17시20분 상계동-의정부 국도변의 약수터에 도착, 산행 시작 7시간 20분만에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굴다리를 건너 채소밭을

지나 장암동의 아파트단지로 들어섰습니다. 이번 종주산행을 쉽게 한 선생님의 동행에 감사드리고자 단지 안의 치킨 집에 들러

생맥주를 같이 하면서 서로 통성명을 했습니다.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교육에 임하시는 선생님의 교육적 노력이 결실있기를

기원하면서 자리를파했습니다.

 

산은 폐부를 씻어 낼 맑은 공기가 있고, 땀흘리며 오를 깔딱고개가 있으며, 한번 오르면 어느 곳이고 조감할 수 있는 정상이 있어

좋습니다. 그리고 생각의 깊이를 더 할 수 있는 정맥길이 있어 좋고, 흘린 땀을 씻어 낼 산 속 깊은 곳의 계곡의 물 또한 고맙기

이를데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이 더욱 빛날 수 있는 것은 산은 산을 찾는 모든 이들을 보듬고 어루만져 품안에 담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산을 찾는 모든 이들이 가슴을 열고 사람들을 대하는 듯 싶습니다. 긴 시간 산행을 같이 하며 도움을 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산행기를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