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지 : 월출산(月出山, 809m) 전남 영암, 강진

2. 산행일시 : 2004. 11. 21(일) 11:55 - 16:38

3. 산행자 : 산곰부부, 초이스부부

4. 산행코스

11:55. 도갑사 → 미왕재 → 12:51. 억새평원(중식) → 향로봉 → 13:53. 구정봉 → 14:50. 천황봉 → 15:57. 구름다리 → 16:38. 천황사 주차장

***산행시간 : 약 4시간 43분(중식 및 휴식시간 등 포함)

***산행거리 : 도갑사 → 2.6km ← 억새평원 → 1.5km ← 향로봉 → 0.1km ← 구정봉 → 0.5km ← 바람재 → 1.1km ← 천황봉 → 1.8km ← 구름다리 → 2.0km ← 천황사 주차장 【약 9.6km 】


▶▶▶月出山은 전라남도 영암군(靈巖郡) 영암읍과 강진군(康津郡) 성전면(城田面) 경계에 있는 있는 산으로 "남한의 금강산"으로 불리 울 정도로 아름다워서 지리산, 내장산, 천관산, 변산 등과 더불어 "호남의 5대 명산"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1988년 6월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면적은 약 42Km2 로 국립고원으로는 가장 작고, 최고봉인 천황봉(809m)을 중심으로 구정봉, 사자봉, 장군봉, 향로봉, 주지봉, 국사봉을 거느리고 있다.

구정봉 가까이에는 거대한 월출산마애여래좌상(月出山磨崖如來坐像. 국보 144호)이 큰 암벽에 조각되어 있고, 그 동·서사면으로는 구절폭포(九折瀑布)·용추목포(龍湫瀑布) 등이 있다.

도갑사는 신라 말에 도선(道詵)이 창건한 고찰로, 해탈문(解脫門, 국보 50호)·석조여래좌상(보물 89호)·도선수미비(道詵守眉碑;전라남도유형문화재 38호) 등이 있다.


♠♠♠ 산행기 들머리

지난 번 아내와 내장산 가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어느새 이 가을이 다 지나가 버렸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그 미안함을 월출산 가는 것으로 대신하고 싶었다.

월출산은 초행길이고 멀다보니 안내산악회를 따라 가는 것이 자가운전으로 가는 것보다 훨씬 수월할 것만 같아서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

06:40. 친구『산곰부부』를 천호동에서 만나서 함께 가기로 한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서산 휴게소」에서 잠시 쉬는데 벌써 나들이 차량들로 주차장이 만원을 이루고 있다.

11:50. 약 5시간을 달려온 버스는 드디어 따뜻한 남쪽나라 전라남도 영암 도갑사에 도착했다.
잠시 신발 끈 조이고 차림새 좀 가다듬다 보니 우리 일행만 남고 모두 보이질 않는다.

산행대장이 목적지인 천황사 주차장에 17:00까지는 꼭 도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당부를 여러 번 하더니만 모두 꽁무니가 빠져라 달아나 버렸나 보다.

언젠가 무박으로 백두대간 코스를 따라 갔을 때에도 일행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더니만...

도갑사 입구에는 오래된 보호수 한 그루가 기묘하고 멋진 모습으로 서 있었다.
다만 그 터가 길보다 낮아서 아래로 움푹 들어가 있으며 옆에 있는 가옥이 너무 가깝게 붙어 있고 천막까지 늘어져 있어 보기에 어수선한 것이 흠이였다.

도갑사는 과거에는 제법 큰 사찰이었던 것 같다. 절 뒤쪽에 옛 터를 알려주는 주춧돌이 많이 드러나 있는데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다. 다만 지금은 대웅전과 명부전 그리고 몇 채의 요사채 만 보인다.

들머리를 지나 돌이 많은 등산로를 따라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다.
아내가 너무 걸음이 빨라 힘이 든다고 한다. 나도 모르게 앞서 간 이들을 따라 잡겠다고 속도를 내었나 보다.

땀이 많이 쏟아진다.
지난 주 포천 국망봉에 갔을 때하고는 기온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 그때는 하얗게 솟아오른 서릿발과 나뭇가지에 핀 눈꽃까지 보았는데 오늘은 이마는 물론이고 어깨에서부터 옷이 젖어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오늘 날씨가 더욱 화창하고 기온이 높아 그럴 테지만 여기가 서울보다 남쪽나라(?)라서 더 따뜻할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단풍도 다 지고 앙상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군데군데 초록색 동백나무 군락이 보인다.
동백나무 숲은 여수 오동도에서만 본 기억이 나는데, 여기가 역시 남쪽지방이라는 실감이 간다.

12:51. 억새평전에 도착.
이미 억새꽃은 다 져버리고 마른 억새줄기만이 파도처럼 바람에 물결치고 있다.

약간 바위 아래쪽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으려는데 의외로 바람이 거세 배낭에서 조끼를 꺼내 입었다.
평소보다 점심시간이 늦어서 모두들 배가 많이 고팠었나 보다.
『산곰』친구가 정성들여 준비해 온 해물파전과 막초를 곁들여 먹으니 그렇지 않아도 맛난 점심이 정말 꿀맛 같다.

저 멀리 가야할 구정봉 능선이 보인다. 기묘한 바위들이 늘어서고 올라앉아 어서 오라고 우리를 부른다.

구정봉은 향로봉에서 약 100m 정도 떨어져 있었다. 구정봉에서 약 500m 아래쪽에는 마애여래좌상이 있다고 하는데 내려가서 직접보고 싶었으나 발길을 그냥 돌려야 했다.

바람재 오는 길에 바라보니 건너편 구정봉 아래에 커다란 바위굴(베틀굴)이 보인다. 이쪽으로 오는 갈림길이 있는 걸 진작 알았으면 저 굴까지 갔다가 오는 것인데 후회가 된다. 쩝...

우뚝 솟은 천황봉 정상은 경사가 가파르게 깔딱을 이루고 이어진다. 깔딱 깔딱...
반대편 천황사쪽에서 올라 온 등산객들이 내려오고 우리들은 올라가려다 보니 좁은 등로가 더욱 더 지체가 된다.

시끌벅적 떠드는 소리를 들어보니 경상도에서도 등산객들이 많이 오신 것 같다.
하기야 여기가 같은 남부이다 보니 오고 가기에 그리 멀지 않으리라.

그러나 내게는 이 곳이 먼 발걸음이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이 곳 전남 땅에 밟아 본 것이 너 댓 번 밖에 되지 않은 것 같다.
10여 년 전 광주에 출장 왔을 때 목포까지 한 번 가 보았고, 여수 오동도와, 지리산 성삼재 가는 길에 구례, 그리고 몇 년 전 혼자서 전국 일주할 때 해안 길 따라 지나 가 본 기억 밖에 없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세계지도를 펴놓고 우리나라가 참 작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땅 덩어리가 큰 나라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보니 그렇게 작다고 생각했던 우리 땅덩어리도 아직 못 가본 곳이 더 많으니...

이 나이 먹도록 어쩌면 우물안 개구리로 살아 온 것만 같다.
외국에는 나가 보았어도 서울에서 가까운 인천 앞 바다에는 아직 가보지 못했다면 사람들이 믿을까?

정저지와(井底之蛙)!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바닥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의 크기가 딱 우물만하게 보인다고 한다.
또, 둥근 우물에 빠진 개구리는 하늘이 둥글다고 믿고, 네모난 우물속 개구리는 하늘이 네모나게 생겼다고 믿는다는데, 견문이 좁아 세상 형편을 모르는 사람을 가리키는 이 말이 어쩌면 나를 두고 한 말은 아닐런지.

지금까지는 남녘의 산에 올라가 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가능하면 시간을 내어 전라도와 경상도지방의 좋은 산을 많이 올라보고 싶다.

나는 육산에서는 종종걸음으로 다니는 편인데 이곳 월출산에서는 좀처럼 빨리 갈 수가 없다. 우선 돌이 많고 등로가 좁은데다 교행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내 산행방법이 속보에 길들여진 탓인지? 아니면 성질이 급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수양이 덜 돼서...

특히 철계단을 오르면서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는 사람이 다섯 칸씩 오르기를 하는 어느 여인네들을 보면서 왜? 웃음이 나오지 않지?

아무튼 나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산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시끄럽고 좁은 길목과 철계단 등에서 비켜서느라 정체가 되는 것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리 넓지 않는 바위 봉우리인 천황봉 정상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과 음식을 먹는 사람들로 시장바닥처럼 붐비고 음식냄새까지 진동을 한다.

조금만 내려가면 조용하고 아늑한 장소도 많으련만 굳이 이 비좁은 정상에서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월출산 산행은 이렇게 단풍이 다 지고 난 늦가을보다는 신록이 푸른빛을 띄는 봄철에 오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검은 색 바위와 초록색 나무와 풀이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 여름에는 나무그늘이 별로 없어 산행하기에 무척 더울 것만 같다.

월출산은 규모는 작아도 그 아름다운 자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어쩌면 "작지만 단단한 놈" 이었다.
설악산에서 느낄 수 있는 암릉미와 지리산에서 느낄 수 있는 툭 터진 조망까지를 모두 갖고 있는 멋진 산이다.

산행을 거의 마칠 무렵 조각공원이 나타났다.
나는 조각품을 바라보는 예술적 안목이나 소양이 없어서 조각가가 나타내려고 하는 의미를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말없이 서서 조각품을 바라보노라면 잠시 여러 가지 행복한 생각에 잠길 수 있어 좋다.

여기에 이렇게 좋은 작품들을 전시 해 놓은 분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16:38. 주차장에 도착했다.

산악회에서 마련해 준 순두부 한 그릇과 하산주 한 잔으로 부른 배를 두드리며 따뜻한 남쪽나라의 월출산 산행을 마무리 한다.



<↑ 산행지도 1>

<↑ 도갑사 아래 보호수>

<↑ 월출산 도갑사 일주문 >

<↑ 도갑사 대웅전>

<↑ 단풍>
모처럼 예쁜 단풍을 보았다.

<↑ 이정표 1>

<↑ 도선국사 비와 비각>

<↑ 동백꽃>

<↑ 억새밭>

<↑ 초이스 부부 >

<↑ 가야 할 향로봉 방향>

<↑ 거북이를 닮은 바위>

<↑ 이정표 2>
천황봉 1.7km전

<↑ 바위 1>

<↑ 구성봉에서 바라 본 천황봉>

<↑ 기도하는 소년 바위(?)>
바위의 모습이 마치 기도하는 사람의 옆모습같이 보인다.

<↑ 베틀굴? 입구>
구성봉 아래에 있는 굴입구가 보인다.(아래쪽 흰 안내판 옆)

<↑ 바위 능선 1>
그림자 드리운 산 방향으로 사진을 찍다보니 검게 보인다.

<↑ 능선 2>

<↑ 열매>

<↑ 산곰부부>
<↑ 검색대?>
날씬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다?

<↑ 능선 3>

<↑ 능선의 바위 >

<↑ 천황봉 정상에서>

<↑ 능선 4>
천황봉 정상에서 바라 본 연실봉, 매봉 방향

<↑ 천황봉에서 내려다 본 영암읍 전경>

<↑ 월출산 통천문>
명산에는 꼭 통천문이 있었다.

<↑ 석양에 비친 암벽>

<↑ 주차장>
산 아래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 구름다리에서 위쪽에서 바라 본 암봉>

<↑ 철사다리>
철 사다리가 연이어 놓여 있다.

<↑ 구름다리 1>

<↑ 구름다리 아래 하산 길>
계단 또 그리고 계단

<↑ 구름다리 2>

<↑ 구름다리 3>
사람들이 줄지어 다리를 건너고 있다.

<↑ 조각품 1>
많은 사람들이 조각품 심벌을 만져서(?) 손때가 시커멓게 타 있었다.
"손 대지 마세요. 성질나면 무섭습니다???" 라고 써 붙여야 하지 않을까?

<↑ 조각품 2>
사랑을 많이 먹어 부른 배일까? 밥을 많이 먹어 나온 배일까?

<↑ 마지막 불타는 단풍>
이것이 올해 볼 수 있는 마지막 단풍이 되리라.

***오늘 산행 끝***


▶▶▶산행기 날머리

따뜻한 남쪽나라에도 가을은 어김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차창 밖으로 황토 땅을 보았다.
예전에 전북 고창에서 보았던 그 붉은 황토를 다시 볼 수 있다니...

저 붉은 황토 위에 황토벽돌로 오두막 한 칸 짓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매일 산이나 찾으며 살 수만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리오?

하루 하루를 콘크리트 속에서 살아가는 일상에서 한 번쯤 꾸어보고 싶은 꿈이 아닌가 싶다.

여기는 무덤들이 하나같이 커다란 모습을 하고 있다. 마치 옛날 대갓집 묘처럼 다른 지역의 두 배는 족히 될 정도로 큰 모습이다.
그 봉분들을 바라보면서 같은 나라 속에서도 지역에 따라 이렇게 다른 것이 있구나 하고 생각해 보았다.

'무덤은 죽은 자가 편히 쉬는 집'이라고 했는데 저렇게 큰 무덤 속의 주인공은 추운 겨울밤을 더 따뜻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이 없어 밥 한 그릇도 사 먹지 못하고 돌아왔지만 추수가 끝난 너른 들녘을 바라보면서 넉넉한 남도의 인심을 그려보았다.

♪♩ ∼
사무친 그리움에 가슴 태우며 임 계신 서울하늘 찾아왔건만

동서남북 찾아봐도 당신은 없네

초가지붕 달이 뜨는 내 고향으로

울면서 울면서 돌아갑니다. ∼ ♬



월출산 천황봉에 보름달이 뜨면 웃으며 다시 찾고 싶은 곳,
영암은 진산「월출산」과 「영암아리랑」으로 더욱 빛이 나고 있었다.



Enrico Macias - Solenzara (추억의 솔렌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