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이기도 한 5월 1일(금요일), 7시 30분경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매표소에 도착해서 7시 50분발 제천행 티켓을 끊는다. 제천행 고속버스는 우등이 대부분이지만 이 시각은 일반으로 운임은 8900원. 정시에 출발한 고속버스는 휴무를 즐기려는 차량들의 행렬로 미어터진 고속도로를 중간에서 벗어나 일반국도로 달리기도 하다가 소요예정시간인 2시간 10분보다 10분 가까이 늦은, 10시 10분이 다 된 시각에 제천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왕복 2차선의 좁은 차도 사거리에서 시외버스터미널과 대각선 방향으로 마주 보고 있는 고속버스터미널을 빠져나오니 택시 운전기사들이 성가시게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동양증권 앞의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서 느긋하게 청풍행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니 금용아파트 앞의 기점에서 10시 20분에 출발한 90번 시내버스가 10시 33분경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 승차하여 11시 7분경 무암사 입구의 성내리에서 하차한다.

일단 버스정류장의 아래쪽에 있는, 노파의 신비로운 전설이 전해지는 봉명암을 구경하다가 임도를 따라 오르니 곳곳에 5월 15일까지 산림 보호 및 산불 예방을 위해 입산 통제를 한다는 경고판이 설치돼 있는데 충청도를 관할하는 중부지방산림청의 입산통제 공고를 몇 번이나 확인한 후에 왔는데 이런 경고판들을 보니 산행객들을 우롱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산행 후에 제천시청의 입산 통제 공고를 확인해 봐도 이 기간 중의 입산 통제 공고는 아예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

무암저수지와 SBS부속촬영소를 지나니 애기바위로 오르는 길과 장군바위로 오르는 길이 차례대로 나타나고 성내리 버스정류장에서 2.6 킬로미터를 45분 만에 걸어서 무암사 표지석이 있는, 동산과 작성산의 나들목에 닿는다.

나들목에서 처음 밟게 되는 등로를 잠시 걸으면 소부도골의 징검다리를 건너게 되고 땀으로 축축해진 얼굴을 차디찬 계류에 씻으며 계곡에 앉아 쉬다가 징검다리를 건넌 직후에 나오는 삼거리에서 남근석을 거쳐 동산으로 오르는 오른쪽 길로 올라선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10분 남짓 오르면 로프지대가 나타나고 로프지대에서는 작성산의 단단한 암봉 밑으로 무암사가 조그맣게 내려다보인다. 그리고 오르는 방향의 오른쪽에는 장군바위가 자리 잡고 있고 그 앞으로는 장군바위능선의 지능선이 뻗어내려 있는데 지정된 등로는 아니지만 올라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봉명암(鳳鳴巖). 
 


성내리의 무암사 입구. 
 


봉명암의 명칭 유래를 알려주는 마을자랑비. 
 


동산과 작성산의 나들목인 소부도골 입구. 
 


징검다리를 건너면 작성산이나 새목재로 가는 왼쪽 길과 남근석을 거쳐 동산으로 가는 오른쪽 길이 갈라지고... 
 


소부도골의 정경. 
 


남근석능선으로 오르게 되는 동산 들머리. 
 


내려다본 로프지대. 
 


남근석 오름길에 줌으로 당겨 잡은 장군바위. 
 

로프를 잡고 험한 암릉길을 계속 오르니 머리 위의 암릉에서 남근석의 귀두로 보이는 부분이 언뜻 보여서 이 위가 남근석이라고 직감하는데 직등하는 로프는 가파른 암릉 위의 직벽에 매달려 있어서 위험해 보여 등로로 좀 더 나아가니 비교적 안전한 곳에 로프가 하나 더 설치돼 있다.

앞으로 오르게 될 준수한 암릉과 작성산 밑의 무암사가 잘 조망되고 동산의 장군바위능선과 청풍호도 잘 조망되는 남근석에서 숨을 고르며 멋진 조망을 즐기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암릉길을 오른다.

자연이 빚은 걸작인 남근석과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몇 번이나 돌아보는 남근석이 조금씩 작아지기 시작하면서 쏟아질 듯이 가파른 암릉지대가 어떻게 저런 곳을 통과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지만 긴장한 채로 침착하게 벼랑에 주의하여 바위를 붙잡거나 로프를 잡고 오르면 길은 어느덧 평이해지고 애기바위능선과 장군바위능선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동산의 주능선에 이르게 된다. 
 


남근석 위에서 바라본 무암사와 작성산의 한 암봉. 
 


절벽 쪽에서 본 남근석. 
 


남근석의 전경. 
 


그림 같은 암릉길. 
 


험준한 암릉지대. 
 


뒤돌아본 남근석과 작성산의 한 암봉. 
 


암릉길의 기암. 
 


쏟아질 듯 가파른 암릉. 
 


무암저수지와 장군바위능선 뒤로는 청풍호가 꿈결 같고... 
 


장군바위능선과 그 앞의, 장군바위능선의 지능선. 
 

눈앞에 우뚝 솟은 성봉을 바라보다가 바위들이 울퉁불퉁 튀어 나와 있는 길을 오르면 돌탑과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해발 825 미터의 성봉에 이른다. 성봉의 방향표지판에만 남쪽의 학현리에서 오르는 길이 표기돼 있는 걸로 봐서 작은동산에서 모래재를 거쳐 동산으로 연결되는 길이 동산의 남쪽 지능선인 이 성봉능선인 듯하다.

성봉에 앉아서 얼굴에 흐르는 땀을 식히며 쉬는데 까마귀 한 마리가 주변을 선회하며 음산하게 울면서 성가시게 휴식을 방해한다. 애써 무시하고 충분히 쉬다가 쌍스틱을 펴 짚는데 길이 계속 험해 스틱을 짚고 걷는 게 귀찮아져서 험로를 다 지난 후에 스틱을 펴지 않은 게 후회스러워진다.

몇 분쯤 암릉길을 오르내리니 투박하게 쌓은 돌탑이 있는 암봉에 닿는데 성봉보다 수십 미터쯤 더 높아 보인다. 바위전망대가 있는 이 암봉에서 조망이 시원하게 뚫린 남쪽을 바라보니 작년 봄에 올랐었던 미인봉(저승봉)과 족가리봉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 왼쪽에 이어져 있는 신선봉과 학봉 뒤로는 미답의 금수산과 망덕봉이 우뚝 서 있으며 족가리봉의 앞으로는 작은동산과 함께 작은동산으로 이어지는 동산의 성봉능선이 무성한 수풀 속에 단단한 근육질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북쪽으로는 작성산의 주능선이 거의 일자로 유순한 산세를 보여주고 있고 가야 할 방향으로는 동산의 중봉이 무성한 수풀 사이로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애기바위능선과 장군바위능선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동산의 주능선. 
 


성봉. 
 


성봉의 전경. 
 


성봉 정상의 돌탑 - 해발 825 미터. 
 


돌탑이 있는 암봉. 
 


돌탑이 있는 암봉의 바위전망대. 
 


돌탑이 있는 암봉의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미인봉(저승봉)과 족가리봉. 
 


작은동산과 모래재에서 작은동산으로 이어지는 성봉능선. 
 


신선봉과 학봉 뒤로 보이는 금수산과 망덕봉. 
 


작성산. 
 


중봉. 
 

성봉보다 높은 두 번째 암봉은 오르지 않고 우회하는 길이 있지만 바위를 붙잡고 올라보니 정상부분은 평이한 모습이다. 이 두 번째 암봉을 내려선 이후로 동산의 등로는 급격히 육산의 분위기를 띠기 시작한다.

완만한 오르내림의 유순한 육산 같은 길을 걷다 보면 돌탑이 있는 해발 885.6 미터의 중봉에 이르고 여기서 몇 분쯤 내려가면 무암사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를 지나게 되고 다시 몇 분쯤 더 나아가면 새목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는, 둔덕 같은 봉우리에 닿는다.

여기서 7분쯤 완만한 길을 나아가면 삼각점과 정상표지석,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해발 896.2 미터의 동산 정상이다. 정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삼거리가 있는 봉우리로 되돌아와서 앉아 쉬는데 오늘의 산행 중 네 번째로 산행팀을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이 이후로는 무암사에 들를 때까지 한 사람도 보지 못하게 된다.

삼거리봉에서 20분 만에 동산 날머리이자 작성산 들머리인 새목재로 내려선다. 작성산을 오르지 않고 소부도골을 거쳐 성내리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인 새목재에서 직진하여 삼거리봉에서 새목재로 내려설 때 까마득히 올려다보이던 작성산의 한 암봉을 향해 오르기 시작하면 숨이 차오르고 험한 바위지대를 올라서 내려온 동산의 주능선이 눈높이와 거의 일치하게 되는 작성산의 주능선에 오르면 어느새 그 암봉을 바위가 많은 비탈로 우회하여 오르게 된 것을 깨닫게 된다. 
 


성봉보다 높은 두 번째 암봉. 
 


성봉보다 높은 두 번째 암봉의 정상부분. 
 


성봉보다 높은 두 개의 암봉을 지나면 동산의 등로는 급격히 육산의 분위기를 띠게 되고... 
 


중봉의 전경 - 해발 885.6 미터. 
 


무암사 갈림길. 
 


새목재 갈림길이 있는 봉우리. 
 


삼각점과 정상표지석, 방향표지판이 있는 동산 정상 - 해발 896.2 미터. 
 


삼거리봉에서 새목재로 내려가면서 바라본 작성산의 한 암봉. 
 


동산 날머리이자 작성산 들머리인 새목재. 
 

주능선의 오른쪽으로 꺾어져 우회한 암봉을 올라가 보려고 시도하다가 정상부분이 꽤 험준하고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음을 알고 다시 낭떠러지에 조심하며 되돌아와서 오르던 길에서 왼쪽으로 꺾어져 대체로 평이한 육산의 길이지만 가끔 험한 바위지대가 앞을 가로막는 길을 지나면 마침내 새목재에서 40분 남짓 걸려 정상표지석과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해발 848 미터의 작성산 정상에 닿는다.

동산의 주능선이 일목요연하게 보이는 작성산 정상에서 쉬다가 평지 같은 능선길을 5분쯤 나아가면 정상표지석과 작은 돌탑,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두 번째 작성산 정상이 나오는데 이곳의 정상표지석에 표기된 해발 771 미터라면 5분간 70 미터 이상을 내려왔다는 것인데 방향표지판에는 해발 834 미터라고 다르게 표기돼 있다. 자신의 감각이 맞다면 이 방향표지판에 표기된 높이가 더 정확할 듯하다.

두 번째 작성산 정상에서 2분쯤 내려서면 오른쪽에 중전리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나 있는데 이 길은 처음에는 무암사로 내려가는 길과 거의 평행하게 나 있다가 방향을 북쪽으로 틀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작성산 정상에서 내리막길을 가다가 안부에서 잠시 오르면 삼각점과 나지막한 돌탑이 설치돼 있는 봉우리에 이르는데 이 봉우리가 해발 771 미터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다시 나아가서 쓰러진 고목이 등로를 가로막고 있는 곳을 지나면 삼각점봉에서 10분 만에 오른쪽으로 꺾어져 내려가면 SBS촬영소로 하산하게 되는 갈림길이 있는,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삼거리에 이르고 여기서 무암사 쪽으로 직진하다가 다시 양쪽에 리본이 설치돼 있는 갈림길을 만나게 되어 왼쪽을 택해 내려간다. 
 


작성산 정상에서 바라본 동산과 삼거리봉, 중봉. 
 


작성산 정상에서 바라본, 성봉보다 높은 두 개의 암봉과 성봉. 
 


작성산 정상의 정상표지석 - 해발 848 미터. 
 


돌탑이 있는 두 번째 작성산 정상 - 정상표지석에 표기된 해발 771 미터가 아니라 방향표지판에 표기된 해발 834 미터가 더 정확할 듯하다. 
 


중전리, 포전리로 하산하게 되는 갈림길. 
 


돌탑과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 - 이곳이 해발 771 미터가 아닐까? 
 


쓰러진 고목이 등로를 가로막고 있는 곳. 
 

삼각점봉에서 40분 만에 소뿔바위에 이르고 맞은편에 있는 동산의 험준한 산세가 웅장하게 다가오는 소뿔바위에서 버팀목으로 등로의 흙의 유실을 방지한 내리막을 비롯한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오면 의상대사가 무암사를 지을 때 홀연히 나타나 일을 도와주고 죽은 소를 화장해서 나온 사리를 모신 소부도가 스님의 부도 옆에 애처롭게 세워져 있다.

소부도 앞에서 몇 분쯤 더 내려와서 돌계단을 내려서면 소부도골과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오늘의 작성산 날머리다. 동산과 작성산 사이에 깊고 좁게 패여서 햇볕을 거의 받지 못하고 사람들의 때도 덜 타서 그런지 소부도골의 시리디 시려서 발을 오래 담그고 있으면 동상에 걸릴 듯한 차디찬 계류에 땀에 젖은 얼굴과 하루 종일 시달린 발을 씻고 다시 동산과 작성산의 나들목으로 원점회귀하여 임도에서 이어지는 무암사로 올라본다. 무암사의 극락보전으로 오르기 전의 돌계단 밑에 나 있는 동굴 안에는 치성터와 샘터가 있는데 바위틈에서 방울방울 떨어지는 석간수(石間水)가 웅덩이에 고여 있다.

무암사의 극락보전이 있는 앞뜰로 올라가니 여기에도 샘터가 있고 석탄일을 하루 앞둔 절은 색색의 연등이 예쁘게 걸려 있고 석탄일 준비로 꽤 바쁜 모습이다.

무암사를 둘러보고 나서 땅거미가 밀려오는 길을 내려간다. 성내리의 버스정류장이 가까워지자 임도 옆에 열을 지어 불을 밝힌 연등들이 휘황찬란하다.

19시 40분이 다 되어 성내리의 버스정류장까지 내려오는데 청풍에서 19시 45분에 출발한 버스가 정확히 10분 만인 19시 55분에 성내리에 도착해서 완전히 어두워진 길을 달려 20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각에 동양증권 앞에 도착한다. 버스 요금은 1100원.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의 식당에서 도토리묵밥 한 그릇을 급히 시켜 먹고 21시발 동서울행 시외버스 막차를 탄다. 운임은 9800원.

오늘의 산행에는 8시간 30분이 걸렸는데 이 중에서 휴식시간인 2시간 30분을 제외하면 순수산행시간은 6시간이었고 여기서 또 성내리 버스정류장과 소부도골의 동산, 작성산 나들목을 왕복한 시간인, 기나긴 임도를 걸은 1시간 20분을 제외한 순수한 등로의 산행에는 4시간 40분이 걸렸다.

솔직히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읽고 남근석능선이 얼마나 위험할지 걱정됐었는데 굳이 난이도를 따져본다면 수락산의 홈통바위보다는 두 단계 정도 낮고 도봉산의 Y계곡보다는 한 단계 정도 낮은 난이도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낭떠러지 옆을 주의해서 지나쳐야 하는 위험한 구간도 몇 군데 있었다.

산행 전에 인터넷에 올려진 산행기들을 읽고 어떤 산이 자신의 산행 경력과 수준에 적합한 것인지 가늠해 볼 필요가 있는데 모두 객관적인 입장에 서려고 노력하면서 결국은 주관적인 판단으로 글을 쓰겠지만 미답자에게 겁을 주는 산행기보다는 격려를 주는 산행기가 좀 더 낫다고 본다. 위험한 길을 쉽다고 유혹해서 서투른 산행객을 위험으로 내모는 산행기나 조금 주의하면 그리 위험하지 않은 길을 아주 위험한 것처럼 서술하는 산행기는 부정확하고 형평을 잃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서술하는 자신도 객관적이려고 애쓰는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자신의 글을 읽는 불특정다수에게 어떤 도움이나 해로움을 줄지 적지 않게 우려된다. 그 형평성과 객관성이라는 게 애매하기 짝이 없어서 천차만별의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소뿔바위. 
 


소부도(왼쪽). 
 


소부도골과 만나는 작성산 날머리. 
 


무암사의 전경. 
 


석간수가 흘러내리는 샘터와 치성터가 있는 동굴. 
 


동굴 안의 샘터.

 

무암사 앞뜰의 샘터. 
 


석탄일을 하루 앞두고 연등이 예쁘게 걸려 있는 무암사의 앞뜰. 
 


오늘의 산행로 - 약 12.5 킬로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