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을 이틀 남긴 더위가 마지막 모든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이때, 조선 선조가 어버이의 서운함을 달래려 정휘 옹주에게 하사 하시었다는, 그래서 어딘지 옹주의 부드러운 발걸음이 남아 있을 법한 조용한 곳을 찾아 오른 사패산. 한여름에도 이렇게 부드러운 숨결이 출렁이는 곳이 있을 줄이야.. 회룔역에서 10여분, 매표소를 지나 회룡 계곡을 따라 회룡사 입구까지 가는 동안 간간히 보이는 계곡속의 피서객 들. 일주일 전 수락산 계곡의 엄청난 인파를 생각하며, 지금의 행복이 금방 사라질 것 같아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내디다 보니 수 많은 철계단도 어느새 저 밑에 놓이고, 포대 능선에 올라 서니 가슴 속까지 시원한 바람에 어느새 마음은 새패산에 다 주고 만다. 널찍한 정상 바위에서의 가슴을 에리는 눈 앞의 파노라마에 그저 눈을 감을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