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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처남과 함께 남양주의 천마산에 다녀왔습니다.

 

등산하러 갔다기 보다는 천마산의 등산지도를 만들기 위해 지형조사를 갔지요.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처남과 함께 학생 야영장까지는 함께 올라갔고, 그 이후에는 코스를 달리하여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다른 코스를 GPS 단말기에 기록해야 했기 때문에 각자 따로 산행을 한 것입니다.

 

저와 처남의 원활한 통신을 위하여 아침에 생활무전기 한쌍을 가지고 가려했으나 하나가 고장이었고, 제 HAM용 핸디 무전기도 배터리가 방전되어 있어 그냥 휴대폰으로 서로 연락하기로 했습니다.

 

혹시 몰라 랜턴도 두 개를 챙기려고 하였으나 하나 밖에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오후 3시가 넘은 늦은 시각에 등산을 시작하였는데 처남은 비교적 짧은 코스인 능선을 따라 올라가기 때문에 천마산 정상에서 제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일러주고 한 개의 랜턴도 챙겨주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정상에 조금 못미쳤을 때 갑자기 천둥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배낭의 커버를 씌우고 재방사 안테나에도 비닐을 씌우고 계속 산행을 하여 정상에 다다랐습니다.

 

그런데 처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정상에 도착했기 때문에 처남이 먼저 내려갔을 것으로 생각하고, 운무가 깔려있는 멋있는 풍경을 감상하고는 저도 바로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하산 중간에 처남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처남 왈 "여기 매표소인데 올라갈 때 매표소가 아닌 것 같아요. 어딘지 모르겠어요!"

 

산중이라 휴대폰은 자꾸 끊겨 대화가 어려웠습니다.

 

겨우겨우 처남에게 GPS 단말기의 조작법을 일러주어 주차장(Waypoint)까지의 거리와 방향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라고 했습니다.

 

상당히 먼 거리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조작법을 일러주어 처남이 위치한 곳의 좌표값을 불러보라고 했습니다.

 

그 좌표값을 PDA(조합 GPS)에 입력해 지형도 상에서 위치를 확인해 보니 이 놈이 반대편으로 내려가 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된 사연인 즉, 천마산 정상에 도착하여 제가 올 때까지 휴대폰의 MP3 음악을 들으며 드러누워 있었는데 갑자기 낙뢰가 엄청난 소리와 함께 눈 앞을 지나가더라는 것입니다.

 

화들짝 놀란 처남은 구석진 곳으로 몸을 날려 숨었다고 하는데 그 때 생긴 팔뚝의 상처가 그 상황을 대변해 주었습니다.

 

이 놈 해병대 나왔지만 그 때에는 간이 콩알만 해졌을 것입니다.

 

얼마전 휴대폰 사용 중에 낙뢰를 맞아 사망한 사건을 알고 있던 터라 휴대폰을 얼른 감춘 후, 쏟아지는 폭우속을 뚫고 허겁지접 줄행랑을 쳤다는군요!

 

이 놈이 얼마나 정신이 없었던지 GPS 단말기에 기록된 ACTIVE LOG만 제대로 확인했어도 올라왔던 길을 그대로 찾아갈 수 있었을텐데 운무속에서 정신없이 내려가다보니 낯선 곳이 나타나더라는 것입니다.

 

저희 처남을 소개하자면 얼마전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9개월간 다녀왔었는데 영국으로 가기전에 제가 GPS 단말기와 사용설명서를 주며, 외국에서 유용하게 사용해 보라고 주었습니다.

 

어학연수를 다녀온 후, GPS 단말기를 받아 최후에 기록된 좌표값을 확인해 보니 N37도.../E127도... 이었습니다.

 

즉,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각설하고 처남이 하산한 지점으로 차를 몰고 가기 위해 PDA(조합 GPS)에서 Route를 작성하고, 어두워진 도로를 달려 해당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비에 쫄딱맞고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이 애처롭게까지 보였습니다.

 

좌표값만 불러줬을 뿐인데 정확하게 찾아온 것에 내심 GPS의 위력을 실감하는 것 같더군요!

 

이로써 처남 구조 작전은 무사히 종료되었습니다.

 

이 기회에 처남이 GPS를 제대로 배워보길 바라며 한바탕 해프닝 후기를 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