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마야계곡~칠선계곡

1:25.000지형도=사리. 대성. 가흥

2004년 8월 1일 일요일  맑음(22.6~35도)   일출몰05:38~19:32

코스:중산리출발04:30<3.2km>청소년수련원06:20<2.5km>무명폭포07:40<2.5km>중봉샘11:30<3.0km>마폭포13:10<2.3km>대륙폭포14:30<2.6km>선녀탕17:30<3.5km>추성리주차장도착19:00

[도상 19.6km/14시간 반 소요]

중산리에서 추성동까지    중산리에서 추성동까지
 

개요:지리산 천왕봉(1915.4m)에서 남북으로 흘러내린 마야계곡과 칠선계곡은 두 계곡을 연계하면 그 길이만도 장장20km에 달하는 먼 거리이다.

뿐만 아니라 양 쪽 모두가 유명세에 비해 당일산행으론 무리한 코스여서 그동안 일부 마니아들만 찾아드는 곳이었지만 요즘은 제법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곳이기도 하다.

초반부의 마야계곡길    초반부의 마야계곡길
 

초반부의 마야계곡은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에 위치해 있는데, 청소년 수련원까지를 중산리계곡으로 부르고  청소년 수련원에서 발원샘인 중봉샘까지는 중봉골, 용소골, 혹은 마니골로 불려져 오다가 최근에 마야계곡으로 정리가 되었다.

천왕봉에서 본 칠선계곡  천왕봉에서 본 칠선계곡 
 

그러나 천왕봉을 목표로하는 등산인들은 로타리산장 직등길이라던가, 칼바위계곡으로 해서 장터목을 경유하여 천왕봉을 오르기 때문에 마야계곡은 지금껏 외면당하다시피 인식되어 왔다.

마야계곡이란 이름은 석가여래의 어머니이신 마야부인이 머물렀다는 전설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중봉샘에서 본 마야계곡    중봉샘에서 본 마야계곡
 

후반부의 칠선계곡은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에 위치한 지리산 최후의 원시림을 간직한 곳으로 천왕봉에서 북쪽으로 장장 9.7km를 흘러 내리는데 계곡을 낀 산길 또한 험난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코스는 올라가던, 내려가던 반드시 천왕봉을 거쳐야 하므로 또 다른 산행코스를 포함시켜야 한다는데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 하겠다.

두지터마을에서 본 칠선계곡    두지터마을에서 본 칠선계곡
 

이번 코스 남쪽의 중산리계곡물은 덕천강따라 가다가, 진양호에서 칠선계곡물과 만나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그리고, 북쪽의 칠선계곡물은 임천강~경호강~남강~낙동강 따라 유장하게 흐르는데 이물은 진주에서 바로 남해로 빠지질 못하고 낙남정맥에 막혀서 삼랑진으로 휘돌아 남해로 빠져든다.

대륙폭포가는길에 만난 자그마한 칠선계곡물    대륙폭포가는길에 만난 자그마한 칠선계곡물
 

가는길: 마야계곡 초입은 위에서 내려 올 경우엔 천왕봉과 중봉 사이의 안부 시설물이 있는 곳에서 곧장 내려서면 중봉샘을 경유하여 계곡으로 접어들어 계곡길 따라 중산리 주차장까지 쭈욱 내려오면 된다.

 중봉 안부의 마야계곡 초입     중봉 안부의 마야계곡 초입
 

그러나 중산리 주차장에서 올라갈 경우엔, 가장 쉬운 방법은 순두류 길이 끝나는 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 법계사 오름길 삼거리에서 계곡타고 내려와 합수지점에서 시작한다.

아니면 순두류 포장길 끝머리의 화장실에서 계곡길로 내려가, 그냥 계곡타고 계속 계류를 거슬러 올라가도 된다.

중산리에서 본 중산리계곡과 천왕봉    중산리에서 본 중산리계곡과 천왕봉
 

그러나 중산리계곡 맛도 볼려면 아무래도 중산리주차장 근처에서 시작하는 것이 완벽한 마야계곡 종주코스라 하겠다.  

이럴 경우 초반부엔 산길이 없으므로 노련한 등반기술이 있어야 하고, 눈이나 비가 올 경우엔 절대 삼가야 한다.  

 청소년수련원의 시설물들     청소년수련원의 시설물들
 

일단 청소년 수련원에서 계곡을 건너면, 산길은 잠시 호젓한 숲속길 따라 올라가다가 [지리산신제단]앞에 도착한다.

산길은 좌 우 삼거리로 갈리는데, 오른쪽의 다소 희미한 산죽길은 황금능선 느진목재로 오르는 길이므로, 왼쪽의 제법 넓은길을 따라야 한다.

갈림길이 있는 지리산신제단    갈림길이 있는 지리산신제단
 

계곡 넓은 암반을 한번 이리저리 건너 뛰다가 다시 오른쪽 숲길로 붙으면, 지리산 빨치산의 본부로 사용했던 바위틈새의 안방같은 [순두류 아지트]를 만날 수 있다.

이어지는 숲길에서 다시금 계곡을 건너 뛰어, 이번엔 왼쪽의 계류길 따라 올라가야 한다.

순두류아지트 직전의 넓은 계류    순두류아지트 직전의 넓은 계류
 

자칫하면 계곡으로 내려와 헤매이기 십상이지만, 계속해서 왼쪽의 숲길을 더듬어 올라가다가 계곡과는 멀어질정도로 한바탕 급경사를 치오르면, 법계사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 지점부터는 등산로가 뚜렷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왕봉에서 내려와 이 길을 따라 순두류길로 내려서기 때문이다.

일명: 용추폭포   일명: 용추폭포 
 

키작은 산죽 속으로 작은 너덜이 이어지는 이 길을 반시간 정도 진행하면, 일명[용추폭포]로 불려지는 작고 아담한 무명폭포에 당도하게 된다.

여기선 계곡상류로 써리봉이 하늘금을 긋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좀 더 진행하여 올라가면, 시야가 확 틔는 일명 마야독녀탕이 있는 넓은 계곡에 당도하게 되고 계곡 옆으로 산길은 계속 이어진다.

마야독녀탕 위로 써리봉    마야독녀탕 위로 써리봉
 

무성한 활엽수림 아래 [신선너덜길]은 계속 완경사를 이루며 이어지고, 가끔씩 틔는 조망터 오른쪽 틈새론 써리봉이 계속 따라온다.

상류쪽으로 올라 갈수록 물살은 가늘어지며 너덜 속으로 숨었다 드러내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마지막 절벽길에서 수량 적은 폭포로 계곡의 수명을 다한다.

마야계곡의 마지막폭포    마야계곡의 마지막폭포
 

마지막 폭포를 넘어서면 질퍽한 늪지대가 잠시 이어지다가 계곡 직등길과 오른쪽 중봉샘으로 갈리는 삼거리가 나타나는데, 너덜 직등길은 너무 가팔라서 힘이 든다.

그러나 오른쪽 숲길로 접어들면 한동안 완경사로 이어지다가 한차례 급히 치오르면, 바위 틈새에 중봉샘이 있고 바로 곁에는 전망바위와 함께 야영지도 있다.

중봉샘  중봉샘 
 

일단 중봉 안부로 올라서면 왼쪽의 천왕봉에 올랐다가 통천문을 향하다 보면, 정상 바로 아래로 칠선계곡 초입은 열려있고, 초반엔 최근에 가설된 철 사다리가 있어 암벽지대를 쉽게 내려설 수 있다.

능선따라 내려가는 하산길은 가파르긴 해도, 지계곡 합수점에 위치한 마폭포까지는 쉽게 내려 선다.

칠선계곡 초입    칠선계곡 초입
 

설악산의 천불동, 한라산의 탐라계곡과 함께 국내 삼대계곡중의 하나인 칠선계곡은, 1964년 부산의 대륙산악회에서 개척하면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대륙폭포이고, 마지막 폭포에 도착해서 경상도 말로 마, 그냥 폭포라고 하자! 해서 마폭포로 불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칠선계곡 최상단의 마폭포    칠선계곡 최상단의 마폭포
 

해발 1400m지점에 위치한 마폭포까지는 구상나무 등의 침엽수가 주종을 이루고 있고 가끔씩 주목나무도 눈에 띈다.

그리고, 왼쪽의 또다른 지계곡인 삼층폭포에서 흘러내린 물들과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칠선계곡의 상류를 형성하는데, 등산로는 계곡 오른쪽의 숲속으로 이어진다.

계곡으로 내려서면 작은 폭포가 맞이하고...
    계곡으로 내려서면 작은 폭포가 맞이하고...
 

산길에서 내려와 작고 아름다운 폭포를 만나면, 계곡을 이리저리 건너 뛰며 물길따라 내려간다.

폭우 때 상류로부터 내려온 토사와 뿌리째 뽑힌 나무 등걸이 어지러이 흩어진 지역을 통과하면서 오른쪽 절벽틈새로 아슬아슬하게 하산길은 이어지는데, 위험지역엔 안내문과 함께 굵은 로프가 걸려 있다.

넓은 와폭이 갑자기 수직폭포로...   넓은 와폭이 갑자기 수직폭포로... 
 

숲길에서 다시금 계곡의 넓은 암반지대로 나서게 되면, 통바위 위로 흐르던 와폭은 보기에도 아슬아슬하게 수직으로 떨어져 커다란 소를 만들고 있다.

등산로는 그 옆으로 로프잡고 내려서게 되 있어 밑에서도 수직폭포를 올려다 볼 수가 있다.

이단 연속의 아름다운 무명폭포    이단 연속의 아름다운 무명폭포
 

산길은 계속해서 지능선 산자락을 굽이굽이 돌아서 내려간다.

그러다가 오른쪽의 지계곡에서 흘러내려온 합수지점 삼거리에 도착하면, 그 쪽방면 50m위쪽으로 해발 1357m지점에 대륙폭포가 있다는 [천왕봉4km/추성동5.7km]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대륙폭포   대륙폭포 
 

대륙폭포가 있는 계곡의 상층부엔 하봉이 하늘금을 긋고 있는데 이 물은 하봉 서북능선과 초암능선 상층부에서 쏟아진 물들로, 폭포 아래서 쳐다보면 마치 하늘나라에서 떨어지는 착각이 든다.

그 곳을 빠져 나와 계류를 건너 하산길은 왼쪽의 숲길로 이어지다가 만나는 이정표는, 칠선폭포가 바로 아래 있음을 표시하고 있다.

칠선폭포    칠선폭포
 

가파른 비탈길을 일부러 내려가 칠선폭포를 감상하고 원위치하여, 침침할 정도로 무성한 활엽수림지대를 지나서 너덜밭을 내려오면 비선담에 도착한다.

비선담은 그 아래의 시퍼런 계곡물도 보기에 좋지만 통바위 틈새마다 항아리같은 작은 물웅덩이가 형성되어, 그 위를 흘러 넘쳐 내려오는 물살이 보기에 좋다.

비선담   비선담 
 

이제는 거의 다 내려왔나싶어도 해발650m의 옥녀탕에 도착하면, 추성리는 아직도 3.5km나 남았다고 이정표에 적혀있다.

일반인의 출입이 여기까지만 허용되었고, 최근에 가설된 아치형 통나무 사다리가 놓여있어도 이름처럼 그리 예뻐보이지는 않는다.

옥녀탕   옥녀탕
 

옥녀탕 바로 아래엔 선녀탕이 있는데, 지금껏 너무 아름다운 폭포들만 봤던 탓인지, 그냥 밋밋한 계곡으로만 보일 뿐이다.

그렇다면, 개념도상의 청춘홀은 어드메인가? 아마도 대륙폭포 오기전의 수직폭포이거나, 그 아래의 아름다운 이단폭포중의 하나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선녀탕    선녀탕
 

선녀탕을 지나면 계곡과는 멀어져 언덕을 하나 넘어야 하는 산길이 기다리고 있고, 그 길에서 다시금 계곡 출렁다릴 건너서 두지마을까지 올라가야한다.

두지마을에서 칠선계곡을 뒤돌아보면 천왕봉 웅자를 멀리서나마 볼 수 있고, 언덕배기를 넘어 추성동을 향하면 맞은편 벽송산 능선과 오른쪽의 두류봉능선이 클로즈 업 된다.  

종착점을 향하며 본 벽송능선 너머로 법화산    종착점을 향하며 본 벽송능선 너머로 법화산
 

교통: 부산 사상터미널에서 중산리(대원사경유)행 버스는 07:20, 09:00, 10:10, 12:01, 13:03, 16:03, 17:12(막차)가 있다(11,000). 부산∼진주간 차는 오전 5시4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다니고, 진주~중산리는 거의 한시간 간격으로 있다.

추성리~함양간은 막차가19:20, 19:50에 있고, 함양~부산간은 거의 한시간 간격으로 있고 막차는 19:23이지만 그 이후론 심야버스가 계속 다닌다.  

중산리민박집의 진주행 시간표    중산리민박집의 진주행 시간표
 

산행후기: 휴가철로 남해안 고속국도는 꽉꽉 막히기만 해서 18:30에 출발한 버스는, 구 마산길로 돌아 21:00가 넘어서야 진주에 도착해서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중산리행 막차(21:10)에 편승했다.

빼곡한 통로에 잠시 배낭깔고 앉으려는데, 옆자리의 젊은이가 자리를 내어주고는 독서 삼매경으로 빠진다.

이번코스에 가장 흔한 미역취나물꽃    이번코스에 가장 흔한 미역취나물꽃
 

대 이란전 축구 전반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우리는 중산리 민박집 식당의 T.V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2:2라! 와, 전반전엔 정말 재미 있었겠다.

그러나 후반전 막판에 4:3으로 역전패하자 우리는 허탈감에 빠져서, 추가 소주로 선수들을 안주삼아 새벽 한시를 훨씬 넘긴다. 야, 고마~ 잠 쫌, 자자!

초반부의 자주조희풀꽃    초반부의 병조희풀꽃
 

새벽 네시에 기상하여 대강 챙겨들고는 지난 3월 폭설 때 찾아 들었던 지리산방 마당으로 진입하자, 사나운 개들 댓마리 어둠 속에서 큰소리로 짖어 댄다.

우리는 신속하게 숲 속 어둠 속으로 잠입하여, 커다란 호스 따라 계곡 쪽으로 내려와, 희미한 산길을 청소년 수련원까지 이어나간다.

 유난히 많은 모싯대     유난히 많은 모싯대
 

지리산신제단에 도착하자 어둠은 사라지고, 몰려온다던 태풍 기미는 전혀 보이질 않는다. 찬물에 커피 한잔씩 타 마시면서 우리는 하잘없는 실갱이를 벌린다.

지리산. 신제단이 옳다, 지리. 산신. 제단이 맞다. 이 길이 맞다, 아니 저 길이다. 40대를 넘긴 사람들이 동심으로 돌아가 무척 단순해져서 아무런 이유없이 웃고 떠든다.

자주 만나는 노루오줌   자주 만나는 노루오줌 
 

탄흔이 남아있다는 순두류 아지트는 안내문마저 닳았는데, 반세기가 흘러간 지금에 전쟁의 상채기를 찾아보기란 힘들다.

동굴같은 그 속을 한번 들여다보는 걸로 만족하고, 넓은 계곡으로 내려와 서로 길 찾기에 바쁘다. 그리 가면 안돼,  왼 쪽 절벽으로 붙어! 우여곡절 끝에 순두류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 순조롭게 용추폭포에 도착했다.

벌레먹은 박쥐나물    벌레먹은 박쥐나물
 

울창한 수림을 양 쪽으로 쫙 갈라내는 계곡 정수리엔 낯 익은 써리봉이 달랑 매 달려서 우리를 굽어보고 있다.

다들 밥먹고 가자고 아우성이고, 나는 주변 풍경에 심취해 있다. 바나나 하나 꺼내 물자 배낭 무게 줄이겠다며 [시원]이 한 병 뚜껑 떨어져 나간다. 찌르르 하는가 싶더니 속이 다 시원해진다. 한잔 더, 무신 소리!

참나물    참나물
 

신선너덜길엔 야생화가 즐비하다.

병조희풀, 모싯대, 노루오줌, 긴산꼬리풀, 미역취, 박쥐나물, 산수국....! 바위 틈새마다 흰 바위취나물꽃이 현란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흰바위취나물    참바위취나물
 

마야독녀탕에서 써리봉의 전모를 감상하고 또 다시 너덜길을 오르는데, 40대 초반의 여성 산악인과 교차하며 인사 나눈다.

혼자서 이른 아침에 하산을 하고 있다니, 체력이 딸린다며 뒷동산에나 다녀 오겠다던 아내 생각이 겹친다.

신선너덜길의 긴산꼬리풀   신선너덜길의 긴산꼬리풀 
 

아침 식사 이후론 일행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말이 그룹산행이지, 나는 항상 쏠로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팀이 많은 숫자로 내려가고 있다. 한 켠으로 물러 선 나에게 중산리가 멀었냐고 한다. 내가 세시간 넘게 걸렸으니 두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무전기를 착용한 분이 한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

오름길의 말나리꽃    오름길의 말나리꽃
 

8년전에 오고, 3년전에도 왔던 이 길은 낯 설기만 하다. 체력의 저하를 현저히 느끼겠다.

작년만 해도 안 이랬는데...! 평소보다 배낭무게를 더 해서 그런가? 다리만 다 나으면 괜찮아지겠지! 써리봉 위로 흰구름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태풍이 오긴 올라나!

중봉샘 야영장의 동자꽃    중봉샘 야영장의 동자꽃
 

마지막 폭포 위에서 일행이 기다려주고 있다. 단체사진 한 방 눌러주자 다들 사라지고 없다. 까짓거 지름길로 올라가지 뭐, 직등코스 너덜밭을 오르는데 에코가 날아온다.

에이, 도로 내려가자. 중봉샘에서 한 분이 기다려 주고 있다. 마야계곡의 전모를 찍으려는데 난데없는 안개구름이 쫙 깔렸다.

중봉샘의 곰취꽃    중봉샘의 곰취꽃
 

안부로 올라서자 낯선 간이 건물이 들어 서 있다. 호기심에 가까이 가려는데 일행이 가로 막는다. 재수없이 걸리면 어쩔려고...!

천왕봉 오름길 철계단엔 안개빗물이 구상나무에서 한두방울씩 떨어지고 있다. 오늘도 정상에서의 조망은 헛탕이구나, 제발 폭우만큼은 쏟아지지 말아야 할텐데...!

 천왕봉 오름길의 긴꼬리오이풀     천왕봉 오름길의 산오이풀
 

희뿌연 농무속의 천왕봉 정상석은 접근이 어렵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전국에서 몰려든 인파들로 북적거린다. 틀림없이 일행이 기다리고 있을텐데...!

용기를 내어 호각 한 번 길 게 불어본다. 그 소리가 내 소린 줄 알고 헬기장 아래서 화답이 온다. 그네들 귀에는 자주 익은 소리기 때문이다.

천왕봉 아래의 터리풀꽃    천왕봉 아래의 터리풀꽃
 

악천후를 대비해서 빨리 하산하자고 한다. 그제서야 평소엔 안들고 다니던 도시락을 펼쳐든다.

속으론 불만이겠지만 날 주겠다고 남겨놓은 시원도 다시 꺼내 놓는다. 땡큐^^!

대륙폭포아래의 며느리밥풀꽃     대륙폭포아래의 며느리밥풀꽃
 

마폭에 도착하자, 일행은 그제서야 중식을 들며 나를 기다리고 있다. 기념사진 몇 장 찍고, 며느리밥풀꽃이 무더기로 인사하는 숲길을 따라서 다 함께 내려간다.

그리고 그들과는 산행이 다 끝난 후에 추성리 광점식당에 도착해서야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은 그 곳에서 두시간 이상이나 날 기다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폭포가는길의 나도옥잠화 열매    마폭포가는길의 나도옥잠화
 

혼자 가는 발길은 더디기만 하다. 구태여 서두를 필요는 없어 더우면 옷 입은 채로, 그냥 계곡물에 풍덩 뛰어들면 됐다. 그러기 위해서 일부러 경등산화에 쿨맥스를 입고 왔다.

그러나 장거리 산행에 경등산화는 너무 했다고 후회는 하지만, 자주 물 속을 텀벙 텀벙 걸으면 됐다.

고산지대의 송이풀    고산지대의 송이풀
 

수 없이 나타나는 비경지대와, 경탄을 금할 수 없는 폭포를 거치면서 드디어 대륙폭포에 도착했다.

누군가 알탕을 즐기고 있어 에코를 날렸더니, 황급히 옷을 주워 입는다. 무안 해 할 그를 생각해 지근거리에서 폭포만을 촬영하고 돌아서 나오는데, 좀 전의 그 분이 얼른 따라 붙는다.

참취    참취
 

합수점에 나와 서로 통성명을 한다. 이름:이윤희, 나이:37세,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한의학을 공부하는 아직은 총각, 사는 곳: 서울....! 신원확인(?) 후에 먹을 것 다 내 준다. 빵, 바나나, 치즈, 과자...!

그는 이 곳 지리에 어둡기 때문에, 이제부턴 든든한 보디가드 하나 생긴 셈이다^^!

단풍취   단풍취
 

이 총각 어찌나 예절이 바른지, 항상 나를 앞세우고 행동을 함께 한다. 칠선폭포 내려가면 같이 가 주고, 계곡에 몸 담그면 얼른 옷 벗고 뛰어 든다.

여벌 옷을 안 챙겨서 일일이 입고 벗고 하지만, 동작만은 어찌나 빠른지 배낭 내리고 걸치는 사이 등산화 신고 벗기가 나보다 빠르다. 왜 아직 장가를 안 갔냐니까, 아직은 젊지요^^, 한다.

폭포 돌틈새의 용담    폭포 돌틈새의 용담
 

이 친구 덕분에 굴참나무와 황벽나무의 차이점도 알았고, 멀리서 바라보는 누리장나무 판별법도 알았고, 강활과 독활의 구별법도 알았다.

물어보면 대답해주고 먼저 아는 체 하질 않아서, 나중에 훌륭한 인물로 사회에 이바지할 걸 생각하니 마음이 다 흐뭇하다. 산은 우리의 스승이지만 산 속을 찾아오는 스승들도 많구나! 하는 걸 알아서 더욱 기분이 좋다.

두지터의 미나리꽃    두지터의 미나리꽃
 

힘든 줄 모르게 두지터 마을에 도착하여 칠선계곡을 뒤돌아 본다. 왼쪽이 초암능선, 오른쪽이 창암능선, 그 정수리에 구름 걸친 천왕봉....!

추성리 넘어가는 고갯마루를 넘어서자 맞은편으로 벽송능선이 길게 늘어졌고, 산속의 벽송사는 흰점으로 보이는데, 그 뒷편으로 법화산이 산그리메를 드리우고 있다.

하산길의 끌끌이그물버섯   하산길의 끌끌이그물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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