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명산 울산 신불, 간월산 산행기  

▲산행일 : 2004. 7. 31(土). 맑음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간월산장 밑 무료 주차장 (10:28)
☞다리 건너자마자 갈림길 (10:36)
☞홍류폭포 (10:45~10:51)
☞홍류폭포 상단부 (10:57)
☞와폭 (11:10~11:23)
☞홍류폭 상단부 (11:32)
☞능선 (12:32~12:50. 점심)
☞신불릿지 칼바위 (13:33)
☞신불산 정상 (14:22~14:39)
☞간월재 (15:15~15:23)
☞간월산 (15:50~16:13. 간식 및 휴식)
☞간월재 (16:28)
☞노송있는 묘 (17:02. 해발 약590m)
☞작은약수터 (17:10~17:13. 해발 약490m)
☞물 건너는 계곡 (17:18~17:28)
☞홍류폭 3거리 (17:32)
☞다리 (17:35)
☞간월산장 주차장 (17:45)
▲총 산행시간 : 7시간 17분
▲구간별 거리 :
주차장→(0.4km?)→다리건너갈림길→(0.3km?)→홍류폭포→(0.2km?)→홍류폭상단부→(0.5km?)→와폭→(0.5km?)→홍류폭상단부→(1.2km?)→칼바위→(0.8km?)→신불산정상→(1.5km)→간월재→(0.8km)→간월산→(0.8km)→간월재→(2.8km)→간월산장 주차장
(거리 뒤에 ?가 있는 구간은 이정표가 없어서 본인의 짐작으로 잡은 거리이기 때문에 정확한 거리가 아님을 밝혀두는 바임)
▲총 산행거리 : 약9.8km
▲산행안내도



▲산행기
   그동안 미뤄두었던 울산의 신불산과 천성산에 가려고 새벽같이 일어나 곤히 자는 아들 녀석의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깨우기가 안쓰러워서 그냥 현관문을 나선다.
  부산쪽으로 갈수록 부산을 빠져나오는 피서차량들로 남해고속도로는 대형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행을 하고 있다.

  통도사를 지나면서 왼쪽으로 보이는 영축산이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다음에 올라갈게. 오늘은 신불산이 목표산이거든.’
아직 공사가 덜 끝난 등억온천단지를 지나 간월재가 한 눈에 들어오는 간월산장 밑 무료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산행을 시작한다.  입장료도 없다.

주차장에서 보이는 간월재

  작은 철다리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갈림길이 나온다. 혹시 홍류폭포로 가는 길이 아닌가해서 다리옆 노점상 아줌마에게 물어보니 홍류폭 가는 길이 맞단다.

다리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홍류폭 오르는 길이 보인다. 이정표는 없다.


홍류폭 오르는 길

향기로운 칡꽃 내음을 맡으며 십분쯤 올랐을까 거대한 수직암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飛流直下 三千尺.  
높이 33m의 홍류폭포다. 가뭄으로 물이 줄어 기대치를 훨씬 밑돈다.
나보다 몇 분 늦게 도착한 중년의 아주머니에게 여기가 홍류폭포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사진찍는게 취미신가 보죠?”
“아뇨. 산행기에 올리려고요.”
“저 위에 와폭도 있는데 한 번 가볼만 합니다.“
“멀어요?”
“조금만 올라가면 되는데, 아는 사람만 올라가거든예. 울산사람들도 잘 몰라예”
위쪽에 폭포가 또 하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실은 제가 폭포를 무지 좋아하거든요.)
“어디서 오셨어요?”
“순천요.”
“네에? 그렇게 먼데서예?”
아줌마는 강원도 춘천으로 잘못 알아들었는가 보다.
“춘천이 아니고 순천요. 전남 순천.”
“아, 네에.”
울산아줌마는 위로 올라가고, 폭포 왼쪽에 있는 시원한 석간수 약수를 탁배기 마시듯 한 모금 걸쭉하게 들이킨 후 뒤따라 오른다.

홍류폭포


홍류폭포 왼쪽에 있는 석간수. 물맛 기가 막힙니다.

  등로 오른쪽으로 가는 샛길 쪽에서 울산아줌마가 기를 모아 소리를 지른다. 와폭생각에 그 길로 들어가니 홍류폭포상단부다. 사진을 찍고 나서 와폭에 가실 거냐고 물어보니 거기까지만 올라갈 거란다.
물이 마른 계곡 왼쪽의 희미한 길을 따라 오르다 때론 계곡을 가로지르기도하면서 부지런히 아주머니 뒤를 따라 가는데, 도저히 따라 잡지를 못하고 간격이 자꾸만 벌어진다. 남자체면이 말이 아니다.
중심 잡기도 힘든 계곡의 큰 바위들만 타고 오르기를 십여분.
와폭의 모습이 보이는데 여기도 물이 말라 크게 실망을 한다.  비온 직후에 오면 장관을 연출할 것이 분명하지만 오늘은 그 장엄한 모습을 보여주질 않는다. 울산아주머니가 미안해하며 더 아쉬워한다.

홍류폭포 상단부에서 내려다 본 홍류폭포


번개같이 올라가시는 울산 아줌마.


와폭포

  그늘에 자리를 잡고 청사과 한 개씩을 깎아 먹으며 산 이야기로 잠시 무더위를 식힌다. 아무도 없는 깊은 산중에 방금 전까지 남남이던 중년의 남녀가 산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놓고 신이 나서 이야기를 나눈다. 역시 산은 좋은 것이여.
산을 무척 좋아하시고 전국의 웬만한 산은 거의 다 올랐을 정도로 산에 대한 지식과 경륜이 풍부한 이름도 모르는 베테랑 산꾼 울산아줌마 덕분에 즐겁고 유쾌한 산행을 잠시나마 가질 수 있었다. 음~~ 멋진 데이트였었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 아쉽지만 이별을 해야만 한다.
홍류폭포 상단부로 다시 내려와 계곡의 일행들에게로 내려가는 그녀와 헤어져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그다지 경사가 급하지도 않은 등로인데 왜이리 힘이 드는지 가다 쉬다를 반복하다보니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간다.

아쉬운 이별

능선에 올라서서 쉴만한 데를 찾아 김밥을 먹고 있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두 쌍의 젊은이들이 스쳐 지나간다. 신불산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유일하게 만난 등산객들이다.  
간월재가 잘 보이는 전망좋은곳에서 그들이 산상 성찬을 펼쳐놓으며 지나는 이를 붙잡는다. 금방 김밥을 먹은 터라 먹음직스럽지만 사양을 하고 잠시 간월재와 간월산을 바라보다 다시 오른다.

간월재와 간월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학생들이 커다란 양푼에 먹음직스런 비빔밥을 만들고 있다. 산에서 산낙지 먹는 격이다.

  로프가 매달린 작은 릿지 몇 개를 지나니 드디어 그 유명한 신불릿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칼바위인 듯한 릿지 초입에 “위험하니 우회하라”는 삼남면장의 경고판이 매달려 있다.
순진하게 우회를 하여 릿지 남쪽 사면을 따라 계속 오르다보니 한 때는 길을 잃고 희미한 산죽 길을 헤매다가 정상 등로로 다시 올라서기도하고.....
이렇게 오르다간 릿지에 올라서지도 못하고 정상으로 갈 것 같다. 미끄럼틀 같은 바위가 있기에 무작정 그리로 올라 릿지에 올라선다. 시원한 강풍이 북쪽에서 몰아친다. 약간 한기를 느낄 만큼 시원한 바람이다. 으~~ 바로 이거야. 이렇게 시원할 수가 있나. 저 아래 세상 사람들은 이 삼복더위에 어떻게 지내나.

제법 경사가 급한 릿지. 맨손으로도 오를 수가 있다. 비오거나 눈이 쌓였을 경우엔 로프를 이용해 올라야만 하겠죠.


신불릿지 초입 칼바위. 우회하라는 경고문이 보인다.

아래쪽 릿지를 보니 세상에 이럴 수가!
릿지 상단부 중앙에 사람이 다닌 흔적이 반질반질하게 나있는게 아닌가. 으이고 저 멋진 길을 놔두고 경치도 좋지 않은 우회길로만 오다니 분하다. 다시 돌아서 오르기도 뭐하고. 잠깐이지만 그래도 릿지를 타고 오른다.
 
신불릿지 중간쯤에서 내려다 본 등억 온천지구


신불릿지 중간쯤에서 내려다 본 신불릿지


신불산 정상이 보인다.

신불 정상에 오르니 사방이 확 트인 게 지리의 한 능선에 올라선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고산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남으로 신불평원과 영취산, 취서산, 시살등의 능선이 이어지고, 북으로 운문, 가지산능선이 병풍을 두른 듯하고, 서쪽으로 천황산과 재약산이 손에 잡힐 듯 우뚝 솟아 있다. 남동쪽으로 내일 오를 천성산이 자리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영남 알프스가 한 눈에 다 들어오는 절경이다.
  정상 돌탑 한쪽에선 미숫가루, 커피 등을 파는 아줌마가 있어서 목마른 자들의 샘이 되고 있다.
얼음이 둥둥 뜬 달콤하고 시원한 미숫가루(이천원)를 먹으며 언양시가지, 신불릿지, 가지산을 바라본다. 경승이로고.

신불산 정상


정상(1209m). 뒤로 운문산과 가지산이 보인다.


정상의 돌탑


남쪽 조망. 신불평원과 영축산


남동쪽 조망. 멀리 천성산과 바로 앞 신불평원이 보인다.


동쪽 신불릿지


신불산 정상의 태극기


정상에서 미숫가루, 커피등을 파는 아줌마


얼음이 동동 떠있는 시원한 미숫가루. 양이 조금만 더 많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정상일대에서부터 간월재, 간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주변은 큰 나무가 없고 작은 철쭉류와 억새 그리고 원추리꽃으로 대 구릉을 이루고 있다.
간월재 양쪽 동서로 임간도로가 나있어서 차들이 거기까지 올라와서 장사를 하고 있다.

간월재 내려가다가 되돌아본 신불산 정상


간월재 내려가다가 찍은 재약, 천황산


원추리꽃이 지천에 피어있다.


간월재 내려가다가 올려다본 신불산 정상


간월재 내려가다가 본 신불릿지 북쪽면


간월재와 간월산이 지척에 있고 멀리 운문, 가지산 능선이 병풍처럼 둘러처져있다.


간월재 내려가는 길이 훼손이 심해 등산로 한군데로만 오르도록 공사 중 이다.


간월재와 간월산


간월재


간월재에서 내려다 본 등억온천지구


간월재


간월재의 넘어진 등산안내도

  간월재에서 간월산으로 올라가면서 다시 힘든 산행이 시작된다. 여기도 그다지 힘든 급경사가 아닌데 왜이리 힘이 든단 말인가? 오늘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여기가 간월산 정상인가 하고 오르니 저만치 진짜 간월산이 있다. 정상석이 두개나 있다. 황석산에도 두개가 있던데..... 변변찮은 간월산 정상에서 사진만 몇 장 찍고 서둘러 되돌아 내려온다.
몸이 안 좋아 그늘을 찾아 앉아서 간식을 배불리 먹으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간월재로 내려간다.

간월산 오르는 초입의 기암.


저기가 간월산 정상(1083m)


간월산 정상


간월산에서 본 영축산 주능선


간월산에서 본 천황산


간월산에서 본 가지산


간월산에서 본 신불산. 왼쪽에 신불릿지, 가운데가 신불산 정상


간월산에서 내려가다가 내려다 본 간월재와 신불산


등억온천지구쪽(간월산장)으로 하산하는 임도.

  간월재에서 간월산장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시멘트포장 임도라 땡볕이 더욱 따갑기만하다.
중간에 임도를 가로지르는 지름길이 계속 나있어서 임도를 조금만 밟고 내려갈 수가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임도와 이별을 하고 본격적인 산행길로 접어든다. 꽤나 내려온 것 같은데도 계곡이 나타나지 않고 어쩌다 지나는 계곡은 물이 말라 흐르질 않는다. 산 높이에 비해 물이 귀한 산이다.
물이 흐르는 계곡을 건너다가 배낭을 내려놓고 등산화 끈을 풀어 주인 잘못 만나 고생만 하는 못생긴 발을 꺼내 놓는다.
“탁족”
발이 시리다. 이대로 잠들고 싶다.

임도


잘 생긴 노송이 있는 무덤


반가운 샘

홍류폭으로가는 삼거리가 나오고, 아까 올랐던 삼거리가 나오고 뒤이어 다리, 간월산장, 주차장.

이정표가 있는 홍류폭 갈림길


주차장옆 계곡

  일요일(8월 1일) 아침 여섯시.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
천성산 내원사계곡 매표소 앞에 차들이 줄지어 서 있을 뿐 십여 분이 지나도 차가 꼼짝을 않는다. 차에서 내려 매표소에 가보니, 세상에나 매표소 직원은 출근도 안했는지 매표소는 굳게 잠겨있고, 길 가운데에는 바리케이드가 쳐져있어 차들이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주차장은 다리 건너 안에 있는데 어쩌란 말인가?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태풍이 본격적으로 오는 모양이다.
산행 중에 비가 오면 어쩔 수 없지만 산행 전에 비가 오면 산행을 하지 않는 게 나의 개똥철학. 게다가 이번엔 태풍이다.
얼른 차에 올라 차를 돌린다.

  부산을 지나면서 이두영 회장님께 전화를 할까 하다가 그냥 지나가면서 전화만 하면 괜히 섭섭해 하실까봐 붙임성 부족한 나의 마음은 그냥 부산을 통과한다.
김해를 지나면서 빗방울이 가늘어지기 시작하더니 파란 하늘까지 보이기 시작한다.
그날(일요일) 순천에는 비 한 방울 오지 않고 하루 종일 땡볕만 내리 쬐었다.
그리고 혼자 산에 갔다 온 죄로 온 식구를 모시고(?) 백운산 동곡계곡 용소에서 아이들과 물장난을 쳐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