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2004. 7. 21.  ~ 2004. 7. 24.
  
   참가자: 배종철  이미숙부부, 강대경  김영미부부, 오병욱  이선숙부부,
              김덕훈  김영란부부, 김선방, 정말순
        

    (산행기)

    전에 천왕봉 등정 두번과 종주 두번의 멋진 경험이 있었기에

    언제나 지리산 종주를 그리워해왔다.
    재작년엔 대피소 예약까지 끝냈으나 기상특보발효로 노고단까지만 갔다가 돌아왔다.
    그때의 허탈하고 공허함이야 어찌 말로서 표현할수 있으랴!

     이번 여름휴가엔 테니스회원들과 종주하기로하고 첫날밤을 묶을 벽소령대피소를

     예약하고나니 새벽 1시.
     둘째밤을  묶을 장터목대피소의 예약현황을 보니 예사롭지가 않아 다음날 두사람에게

     할당을 주어 밤12시  정각에 예약 에 들어갔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접속되어

     아무리 자판기를 뚜드려도 번번히 실패!
     시간은 흘러 마음은 바빠졌지만 어쩔도리가 없었다.
     밤12시 30분쯤 다른사람들로 예약은 끝났고, 우리는 단 한명도 예약을 못했다.

     너무나 허탈했다.

     일단은 도리가 없어 잠부터 자려고 했으나 여러가지 걱정으로 잠을 설쳤다.

     아침에 일어나 지리산 등산지도를  보고 조금은 무리다 싶었지만 어쩔수 없어

     로타리대피소에 예약을 끝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천왕봉 일출을
     볼수 있다했지만 대피소예약부터가 이렇게 어려울줄 몰랐다.
     아무튼 지리산종주를 할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는 해놨으니 이것만이라도 얼마나

     다행인가하면서 스스로를 위안했다.
     우리가 떠나기 전주는 계속해서 비가 쏟아졌고 지리산에는 기상특보가 발효되었다.

     다행히 우리가 떠나기전에 장마는 끝났고 7월 21일 밤11시에 출발하기로하고

     10시 30분쯤 출발지에 오니  벌써 몇몇 회원들은 출발주를 마시고 있었다.

     밤11시가 되자 10명 전원이 모였고 승용차 2대에 남자 5명 여자 5명이
     나눠타고 출발, 새벽 5시쯤 중산리에 도착하여 필요없는 짐을 정리할 시간도 없이

     예약해 두었던 택시를 타고   성삼재에 도착하니 6시 40분. 짐을 풀어놓으니 가관이었다.

     지리산 종주를 하러온건지 소풍을 온건지 ...
     처음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배낭에 짐을 가득넣고 남은 짐은 비닐에 담아들고 노고단을 향해 출발했다.

     기분은 좋았다. 이렇게 여러명이 함께   더불어 종주하고 날씨도 좋아 좋은 산행이

     될것 같았다. 7시 이전이라 공원입장료는 면제받았다.
     노고단에 도착하여 아침을 해먹고 몇장의 사진을 찍은후 점심을 먹기로한

     연하천대피소를  향해 출발했다.
     돼지령에 못미쳐서 드디어 사고가 발생했다. 밤새 서울에서 중산리까지 운전해온

     영란씨가   발목을 엎질렸다.
     등산화끈을 연결해주는 고리가 끊어져 등산화를 꽉죌수도 없었고 짐도 많아 5명은

     후미에서   쉬엄쉬엄 뒤딸아 갔다.
     나도 밤새 운전을 했고 배낭외에 손에는 비닐에 담은 짐이 많아 피로가 점점 누적되었다.

     궁리끝에 손에든 짐을 배낭에  매달았다.

     훨씬 낳았지만 걸을때마다 왔따리 갔따리하는 짐 때문에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임걸령샘터에 도착하여 물을 마시니 물이 꿀맛같다. 모두들 물맛이 너무 좋다고 한다.

     화개재에 다다르자 모두들  지쳤다.. 마실물도 떨어졌고 지쳐서 잠시 짐을 풀고 쉬기로했다.

     영란씨만 남겨두고 0.2km 내리막길에 있는  뱀사골대피소에서 물을 보충하기로 했다.

     다행히 대피소에서는 캔맥주를 팔아 나와 집사람은 한캔씩 마셨고 쉬고있는  
     영란씨를 위해 1캔을 가져왔다.  워낙 맥주를 좋아하는 영란씨는 한캔을 마신후

     힘이 쏟는다고 한다.

     잠도 못잤고, 짐은 무겁고 내 페이스대로 산행을 못해서인지 연하천은 왜이리 먼지?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다시 오르고 내리기를 몇번하자 선발대로 먼저갔던 강사장과 김선생이 마중나왔다.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강사장은 부인인 영미씨의 배낭을, 김선생은 나의 짐을 나는 영란씨의 배낭을 바꿔지니

     몸은 한결 가벼웠다.
     연하천에 짐을 내려 놓으면서 꼭 필요한것외에는 두고가자고하니 강사장이 적극 반대다.

     산에서는 많이 먹어야 하고
     고생해서 여기까지 가져왔는데 무슨 말이냐고! 점심도 먹고, 맥주도 마시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서인지 숙박을 하기로한 벽소령까지는 여유롭게 사진도 찍고

     조망을 즐기면서 산행을 했다.


     저녁을 먹고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니 주위에서는 모두 부러워하는 눈치다.

     몇잔을 마시자 잠이 엄습해왔다.
     대원들에게 먼저 들어가 자겠다하고 누우니 정신없이 잠에 떨어졌다.

     아침에 잠을 깨니 식사준비가 다되어있었다. 그런데, 이 무슨 일인가!
     이틀밤에 걸쳐 마실 술로 1.8리터 소주 두병과 고량주 두병을 준비했는데 하루밤에

     다마셔버렸으니....
     기가 찼다. 다 내 잘못이다. 산악대장으로써 한병은 잠자리에 들때 챙겼어야 했는데..... 

     짐도 줄었고 잠을 푹자서인지 날아갈겄만 같았다. 물이 풍부한 세석대피소에서 점심을

     해먹고 장터목을 향했다.
     날이 너무 맑은게 흠이다. 지리산 종주의 백미는 신선이 되어 구름과 함께 노는것인데

     하늘엔 구름 한점없다.
     그러나 세석평전에서 장터목까지의 멋진 풍경을 대원들과 함께 카메라에 담았으니....  

     장터목대피소에서 잠시 쉰후 마지막 고지인 천왕봉 정상을 향했다.

     다소 가파랬지만 조망이 좋아 틈틈이 사진을
     찍으며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가슴이 흐뭇했다. 집사람과는 많은 산행을 했지만

     지리산 종주는 처음이라 더   감흥이 깊었다. 10명 전원이 별사고없이 정상에 도착했고

    구름도 조금씩 나타나 기념사진을 많이 찍었다.
     종주내내 휴대폰이 터지지 않아 세속과 단절되었으나 정상에 이르자 또렸이 들려

     회사와 집에 연락해 궁금증을 풀었다.

     정상에서의 조망을 더 즐기고자 선발대 2명을 먼저 로타리대피소로 보내면서

     숙박확인을 당부했다.
     잠시후 하산을 시작했고 몇명은 급경사에다 피로에 지쳐 몹씨 힘들어 했다.

     날은 점점 어두어져 걱정되었는데    로타리대피소에 이르자 선발대는 대피소에서

     술을 팔지않는다고 중산리까지 내려가자고 우긴다.
     캔맥주는 팔줄 알았는데 공단에서 직영하는곳이라 음료수밖에 없었다.

     지친 대원들의 상태를 감안하여 로타리에서   숙박하기로 결정하자 선발대 두명은

     몹시 실망스러워하면서 중산리까지 내려가 술을 사가지고 오겠다하여 다른 대원들
     을 위해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선발대가 내려간후 대피소에 숙박확인을 하자 오후 7시까지 아무 연락이 없어 예약이

     취소되었다한다.
     앞이 캄캄했다. 선발대는 중산리에 내려가 샤워도하고 술을 마실 작정으로 숙박확인을

     하지 않았던것이다.
     사정사정하여 시원한 1층자리는 다른 사람에게 뺏기고 찜통인 2층에서 여자들과

     함께 잠을 자기로하고   계곡에서 몸을 씻고나오니 중산리로 내려간 선발대는

     야간 산행이 금지되어 자고 내일 새벽에 올라오겠다는  전갈이 왔다.
     맥이 빠졌지만 다행히 오지점장이 하산하는 사람에게 구걸하여 캔맥주하나와

     작은 소주 한병을 구해왔다.
     조금씩 잔에 나누고 사이다를 가득 부워 마시면서 서로를 위안했다.  

     더위로 새벽 1시 반쯤 잠이 깨 1층으로 내려오니 그렇게 시원할수가 없었다.
     밖에 나오니 별이 바로 눈앞에 초롱초롱했다.
     다시 천왕봉에 오르면 멋진 일출을 볼수 있을것 같아 4시쯤 일어나 오르기로 마음을  먹었다.

     잠시후 김장로도 밖으로 나와  새벽에 일출보러 천왕봉에 다시가자고 했으나  답이없다.
     1층 빈자리에 누우니 시원했지만  쉽게 잠이들지 않았다. 갑자기 소란스러워 눈을 떠니

     밑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일출을 보기위해 짐을 꾸리고 있었다.

     잠을 제대로 자지못해 올라가야할지  더 자야할지  갈등이  수없이   일기 시작했다.

     원래의 계획에도 두번 천왕봉을 오르려했었고 원체 부지런한 성격상  이런 갈등은

     내모습이 아니었는데...
     그러나  어쩐일인지 중산리에서 다시 서울까지 운전을 할려면 다른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 잠을 더 자야한다고   핑계를 대면서  다시 잠을 청했다.

     아침을 먹고나자 정상에서 일출을 볼려고 올라간 사람들이 내려오면서
     이구동성으로 오늘 일출은 정말 장관이었다고한다.

     꾀를 부린 나자신이 부끄러웠다. 다시는 나태해지지않기로 다짐하면서 하산했다.
     중산리에 도착하여 하산주로 맥주를 마시니 그렇게 맛있을수가 없었다.
     별 탈없이 종주를 끝내준 대원들이 대견스러웠다. 서울에 도착하면 테니스를 하고

     해단주를  마시기로 했다. 막상 서울에 도착하자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것이

     번거러워 테니스는 포기하고 우리의 아지트인 호프집에서 생맥주를 마음껏 마셨다.

     바로 이맛이었다. 흠뻑 땀흘린후 마시는 첫잔의 생맥주맛!
     종주중 겪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모두들 즐거워했다.  새벽까지 그렇게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다.
     조금은 힘들었지만 꿈같은 종주였고 휴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