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가부터 금남 정맥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속에 간직한 어린 시절의 약속처럼 계속해서 마음을 지배 하고 있었고, 한산 대간 종주기에 유종선님의 “중요하지 않을 것 같지만 중요한 산줄기 -금남 정맥-” 을 읽고 마음을 움직인 것은 나 자신과 약속을 해놓고도 한참 후에나 가능하게 되었다.

대전에서 80년대 초에 고등학교를 다닌 나는 진안이 고향인 친구와 부여가 고향인 친구의 사투리가 비슷하다는 것을 그때 느꼈지만 지금 와서 반추해보면 유종선님의 주장이(금남정맥은 생활권이 정맥을 가른다)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다고 말한다면 너무 비약일까! 

우선 대전에서 시간상으로 금남정맥에 쉽게 다가 설수 있고, (다른 정맥, 대간보다) 내 자신이 금남 정맥 줄기 밑에서 성장 했으므로 조금은, 지리적으로 다른 정맥보다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렇다고 나 자신이  다른 산님들처럼 대간이나 정맥을 마음먹고  타는 산꾼은 아니다.

그저 유명산이나 회사 산악회에 꾸준하게 빠지지 않고 이산 저산 다닐 뿐이지, 어느 분 말씀처럼 껄렁한 산 초보 일뿐이다.

무릎도 안 좋을뿐더러 체력도 약하니 내 몸에 맞게 구간구간 잘게 나누어서 걸어볼 생각이다.


엄두가 나지 않는 산행길이다.

차량회수도 그렇고 시간도 그렇다.

만혼인관계로 이제 7살, 4살인 남매를 두고, 일요일 아님 쉬는 토요일 산에 간다는 것이 쉽지가 않고 거기다 교회에 다니는 집사람 눈치도 있으니...........


 날짜 2월 26일


 제 1구간 모래재에서 피암목재까지

약 18.5Km


 구간별 시간

모래재 휴게소 07시 15분

조약봉 분기점 07시 40분

입봉 ?

보룡 고개 09시 37분

황새목재 10시 05분

연석산 남봉 직전 11시26분

연석산 12시 34분

운장산 서봉 13시50분

활목재 14시 55분

피암목재 15시 24분

총8시간 9분

 

대전 진주간 고속도로 오두재 터널을 지나니 고속도로가 거짓말처럼 젖어 있다.

장수 분기점에서 나와 26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모래재 휴게소에 도착하니 7시 정각이다.

등산화를 갈아 신고 배낭을 메고 출발이다.

모래재 휴게소

  

07시 15분.

비에 약간 젖어 있어 미끄럽다.

터널 오른쪽으로 공원묘지 조성을 위해 동남쪽 사면을 온통 옷을 벗겨 놓아, 벌거니 한게 보기가 흉하다.

곧 바로 능선에 접어들고 표지기가 몇 장 눈에 들어온다.

출발 한지 20여분에 3정맥 분기점봉에 닿고 사진을 몇 장 찍 는다.

3정맥 분기점

  

희 부연한 안무로 인해 가시거리가 짧고 그로 인해 50여m정도 밖에 분간 할 수 없을 것 같다.

조약치 로 내려서다 3~4m정도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내려간다.

낙엽 밑으로 눈이 한낮에 녹은 흙과 함께 얼어, 바지와 배낭을 기가 막히게 염색 버렸다.

낙엽으로 대충 바지와 배낭을 닦고 스틱을 주워들고 다시 걷는다.

그렇게 한참을 가는데 산님 한분이 내 뒤를 따라 오신다.

제자리에 서서...... 얼마 후, 동행을 한다.

모래 재 휴게소에서 능선을 탈 때 짚 형 자가용차가 도착하는 것이 보였는데, 그분이 그 차를 타고 전주에서 오셨다고 하신다.

진안군 부귀면이 고향이시란다.

처음 보아도 고수이시다.

빼빼 마른 몸매, 단출한 배낭, 길들여진 등산화 등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가니 바로 입봉이다.

횐 색 보도 볼록 으로 프로 펠라 모양의 헬기장이다.

사진을 이쪽저쪽 찍고 있으니 전주 고수님은 벌써 저 많 큼 내려가신다.

서둘러서 사진을 찍고 전주 고수님을 따라 내려간다.

얼마쯤 내리막길을 갔을까?

앞서 가던 전주 고수님이 멈추어 서신다.

이 길이 아닌 것 같다.

지도와 나침반을 꺼내 확인을 하니 북쪽으로 가야할 길을 우린 동북쪽으로 가고 있었다.

빽~!

입봉으로 돌아와 확인을 하니 입봉 올라서자마자 바로 90도 좌회전해서 급한 내리막길을 가야하는데 우린 길 좋은 능선을 따라 동북쪽으로 갔으니...........30분정도 까먹은 거다.

급한 내림 길로 가다보니 우측으로 철조망이 근 1Km정도 이어져 있다.

어느 분 산기에 멧돼지 방어용으로 해 놓은 것 같다 해서 전주 고수님에게 말씀 드리니 흑염소를 길렀단다, 마을에서.............

철조망이 끝나고 조금 가니 좌측으로 거대한 이동 통신 중계 탑이 2기나 있다, 높이가 40~50m정도 될 것 같다.

이어서 보룡 고개다.

보룡 고개

  

09시 37분.

중앙분리대를 넘고 절개지 임도를 따라 올라서서 귤을 하나씩 먹으며 잠시 휴식에 취한다.

전주 고수님은 여기서 피암목재까지 3시간이면 되지 않겠냐면서 나를 버리시고 먼저 출발 하신다.

역시 고수시다.

벌목을 해놓아 어지럽게 된, 된비알을 오르면서 우측으로 거대한 버섯 재배 단지를 본다.

속된 표현으로 머리털 나고 이렇게 큰 버섯 재배 단지는 처음 본다

힘들게 올라서서 한숨을 돌리고, 좀 더 진행해 675봉에서 물 한 모금을 마신다.

산죽길을 군데 군데  5곳이나 지난다,고개를 숙이고  읍하면서.........

황새목재 내림 길 전에서 내 엉덩이와 크기가 비슷한 바위에 앉아서, 찰떡 파이을 하나 먹으면서 긴 휴식을 취한다.

황새목재에서 바라보는 오른쪽 긴 골짜기는 무슨 공사를 하는지 포크 레인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역시 벌목으로 나무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힘들게 황새목재 비알을 오르고 (10시17분) 중 궁항에서 올라온 시멘트 포장된 임도를 오른쪽으로 두며 지나고, 몇 번인가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 하며 가니 연석산이 가까이 다가오며 활 처럼 생겻다해서 불리는 궁항리 마을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날씨가 어느새 맑게 개어 기분도 내 몸처럼 높이 올라와 있다.

 

연석산 남봉 오르기 전에 무릎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물을 마신다.

11시26분.

내가 앉아 있는 바위위에 언젠가 영동 마리산 에서 본 것과 같은 회색빛 털이 섞인 동물 배설물이 한 움큼 있다.

그때도 눈에 잘 띄는 바위 위에 있었는데......

후에 출근 하여 나보다 더 고향이 산골인 선배에게 물어본 결과 아마 삵이 아닐까 하는 대답을 들었다.


 

연석산 남봉에서뒤돌아본 걸어온길(오른쪽 봉과 왼쪽봉 사이가 황새목재)

 

연석산 남봉에 올라서니 암릉에 홀로 서 있는 소나무가 멋지고, 그 넘어로 궁항저수지의 푸른 물결이 한밤중 남해 바다 집어등 불빛에 빛나는 은갈치의 배 처럼 바람이 일때 마다  하얗게 부서진다.

 

능선의 소나무


 

궁항리와 궁항 저수지

 

바람에선 능선길을 황홀한 기분으로 걸어서 연석산에 도착했다.

12시34분.

연석산 정상

  

점심으로 인절미와 백설기, 그리고 우유를 마시며 우람하게 서있는 운장산 서봉을 바라본다.

연석산에서 바라본 운장산 서봉

  

집사람이 일이 있어 친정으로(서울)다니러 갔고, 그 틈에 난 산에 올수 있으니....... 아이들 먹을 우유는 내가 먹어야 될 판이라 어쩔 수 없이 이 먼 연석산까지 싸 메고 올수밖에........

긴 휴식 후 다 녹지 않은 얼음길을 따라 운장산 서봉으로 발길을 옮긴다.

특히 서봉 오름길은 북사면이라 눈이 전혀 녹지 않아 미끄럽다.

연석산에서 서봉까지 한 시간이 걸렸다.

운장산 서봉도착, 13시52분.

운장산 서봉(사진 앞쪽 잔디가 묘다)

  

운장산 오늘까지 네번째다.

동봉과 운장산 정상까지 갈까 하다 포기한다.

늘 느끼지만 이 높은 곳에다 왜 묘를 썼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후손들은 성묘하기가 엄청 힘들겟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 높은 곳까지 성묘 할려면 건강 해 지겟다 하는 생각이 든다.

30분정도 휴식과 함께 커피도 한잔 얻어 마시고, 하산길로 내려선다.

빙판 내리막길이 장난이 아니다.

활목재를 지나고 장군봉이 보이는 바위능선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피암목재로 내려서니

15시 24분.

바람부는 피암목재는 먼지만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