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9월 13일 -14일

산행지 : 설악산. ( 설악동- 비선대 - 금강굴- 마등령- 회운각- 중청- 대청봉- 회운각- 천불동-비선대-설악동)

소요시간 : 16시간

누구와 : 나홀로

교통편 : 대중교통

 

지리산이 어머니의 포근함이라면

설악은 화려함 그 자체라고 합니다.

기상대의 예보가 올해들어 대청봉에 첫눈이 내릴거라는 예보가 있고

그렇지 않아도 ...

 

망태기 울러메고

천리길 굽이돌아

설악동에 발길을 내려놓습니다

 

비선대 가는길

웬 인파는 이리도 많은지요

아무리 둘러보아도 비선대를 향하는 사람은 별로보이지 않고 ...

일방통행 역주행하는 무법차량마냥

망태기 울러메고 요리저리 가자니 여간 곤혹스러운건 둘째치고 넘넘 미안합니다.

 

금강굴에서 마등령으로

한방울 한방울 맺힌 석간수 고통의 오름을 이어온 산객의 목을 축입니다.

비선대 옆모퉁이 좁은길 기어올라 마등령 마루금에서 건너 속초를 바라봅니다.

불빛야경이 아름다운 속초를 한껏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이땅 야생의 반달곰이 무지한 밀렵꾼에 의해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그 마등령을 지나갑니다.

다가올 암릉의 고통스러움을 위해...

전장에 나가는 아들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부모의 마음이라고 할까.

마등령의 허리길은 부드럽기만 합니다.

 

공룡의 등을 타고서...

12고개 굽이치고

네발로 기고  오름인가 하면 내림이고...

이제나 저제나 알면서도... 무너미재를 눈에그리며 걷고 또 걷습니다

얼마를 갔는지요

어둠속에서도 우람한 범봉이  그자태를 자랑합니다

당당함과 날렵함 정곡을 찌를듯 날카로움이 공룡의 모든것을 지배하듯 한걸음 저만치 물러서 사열을 하는듯 합니다.

좌 화채 ! 우 용아

화채능선 부채살 아름다움과

용아릉의 우람함은 간데없고 양능선의 하늘금만이 대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공룡의 신선대.

신선대에서 바라보는 설악의 모습은 어둠이 지배하는 지금 그 빛을 잃었고

청정하늘에 떠있는 별빛만이 설악에 젖어듭니다

신선대를 지나 무너미재 회운각에 도착합니다.

회운각은 이미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대청에서의 아침을 맞이하려는 산객들이 가파른 계단길을 오릅니다. 

 

중청으로..

중청산등성을 올라서자 세찬바람은 겨울도 아닌데 왜이리도 을씨년스러운지

아무래도 저멀리 동해바다쪽 검은구름이 예사롭지가 않아보입니다.

중청산장에서 따슷한 커피한잔에 몸을 녹이고(잠시 휴면)

 

대청에서...

일출을 맞으러 중청마루를 나서니

그렇게나 맑고 고왔던 하늘은 어데가고 사나운 초겨울바람이 산객의 온몸을 얼어붙게 합니다

대청에서의 시간은

바람과 안개구름과의 싸움입니다.

 

14일 06시 03분 대청봉 !

행여나 혹시나 하며 기다렸던 일출은 짙은안개 구름에 가려버렸습니다

그러나 어둠의 사이를 헤집고 비치는 대청의 모습에

아침을 기다리던 모든사람들의 얼굴에 환희의 미소가 번집니다.

 

그렇습니다.

하늘은 이곳 모든산객들을 위해

화려한 눈꽃(일반적으로 이렇게 불리고 있으나 정확한 어원은 상고대.또는 설화)

의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거세바람을 타고 안개구름이 한번씩 스쳐갈때마다 작은나무가지 가녀린 풀꽃잎새에 화려한 상고대가  피어납니다. 

이렇게 94 겨울 설악의 상고대는 화려함의 설화로 아침을 맞이합니다. 

(이날 아침 정상에서 프랭카드를 들고서 단체로 야호를 외치던 젊은이들이 있었습니다 조심스럽게 그리고 아주 정중하게 주의의 말씀을 드렸는데 이내 곧 알아차리고 죄송하다는 말씀에 되려 젊은이들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나 하는 마음입니다) 

 

하산길 천불동으로...

굽이굽이 흘러흘러 그 심산계곡으로 빨려들어갑니다.

몇해전 굴러내린 거대한 바위덩어리에

그아름다움이 훼손된 천당폭포 !  언제쯤 저 바위덩어리 물길에 쓸려 원래모습 되찾을수 있을지...?

협곡의 절벽아래 다섯번 굽이쳐 흘러내린 오련폭포 !

마지막 탈진의 순간 고갯마루 오름에 버티어선 귀면암 !

 

설악의 아름다운 댓가를 지불하기엔

두다리의 고통스러움이

안스럽습니다.

 

설악을 뒤로하며

설악동 주변은 온통 북새통이지만 진작

양양으로 향하는 시내뻐스는 썰렁하기만 합니다. 

오늘 난 하늘이 허락하고

설악산신령님이 준비한  94겨울축제에

초대받지않은 산객이였지만 감당할수 없는 감동을 망태기에 담아 왔던길 다시찾아

길을 떠납니다

 

가야할곳 진주로

 

                                                " 덧붙힌 글"

천불동 화려한 단풍은 훌륭한 작품이 이미 본 싸이트에 많이소개된 관계로 생략합니다.

 

중청산장에서 대청으로 오름하는 주변 피어오른 상고대










대청에서...


대청에서 양양방향의 관모산에서 밀려오는 운해


대청에서 양양방향 관모산


대청에서의 여명


대청에서...


대청비탈길에 늘어선 구상나무..


대청에서 중청으로..


대청에서 바라본 중청산장과 중청..
2004-10-16
07:4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