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인가요? 당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제가 이번에 평양을 다녀 왔습니다”라는 7.4공동성명에 버금갈만한 선언을 하렵니다. “제가 이번에 한라산을 종주하고 돌아 왔습니다”. 3달전 설날 연휴 폭설로 근처만 맴돌던 실패담을 가슴에 안고 4/23일(금요일) 중문 신라호텔에서 모임이 있어 제주행을 겁 없이 감행한 것입니다. 호텔 1박 공짜도 버릴 수 없는 기회였구요. 당일 오전 바삐 서둔 덕에 11시 20분 김해 발 비행기-12시 10분 제주 착-12시 50분에 어리목 매표소(1000고지)에 달랑 김밥 두 줄에 물 한 병 들고 섰다. 입산통제시간이 임박한 지라 오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단독산행이다. 매표소에서 주차장 가로질러 1시 방향으로 난 산길로 접어든다. 어리목 계곡은 말라있으나 물 흘렀던 흔적이 대단하다. 한라산 등반 좋은 점 한 가지. 가이드가 전혀 필요 없답니다. 평소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을 좋아합니다만 숲 속에 두 길이 난 경우는 없습니다. 오로지 한 길입니다. The Road Untakable입니다. 길 끝에서 다른 길을 선택했었으면 하는 후회할 일도 없습니다. And That has made ALL difference가 아니라 ALL THE SAME입니다. 그야말로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입니다. 2m정도의 넓은 등산로 옆으로 물건 이동용 삭도가 끝까지 같이 한답니다. 무조건 오르막길 오르면 됩니다. 능선도 없고 기복도 없는 순진무구 단순명료하답니다. 빠른 걸음으로 교목사이 자갈길로 이동식김밥(등산용은 자르지 않습니다)을 먹으며, 또 산죽사이길 1시간 오르면 해발 1400지점 갑자기 앞이 툭 트인 사제비동산 입니다. 죽은 제비는 커녕 手제비, 足제비, 삐제비 하나 안보입니다. 여기서부터 각목으로 길을 깔아 밝는 감촉이 아주 좋습니다. 새집증후군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된 아파트족이라면 나무집을 지을지니... 낙엽. 흙길이야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 보았지만 나무길은 발길도 상쾌하답니다. 바람이 시작된다. 까만 산까마귀가 울어대고... 키작은 산죽이 거센 바람 앞에 숨을 죽이고 앉았다. 중로 사제비약수는 어제 비 때문인지 수량이 제법 풍부하다. 1600고지에 오르면 광활한 만세동산이다. 바람은 더더욱 거세지고 바람 앞엔 아무것도 없다. 잦은 바람 앞에 뭔들 온전하랴? 인간사도 그럴진대....고개를 들면 1743고지 윗세오름이 보인다. 여전히 바람바람바람....여기는 아직 봄의 ‘ㅂ’ 자도 아니다. 굳이 王召君을 보낸 元帝의 “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이 아니라도 진달래는 움조차 트지 않았다. 5월말에나 진달래 철쭉이 핀대나? 2시간만에 윗세오름대피소에 오르니 아! 살 것 같다. 일단 바람을 피하니.... 단단히 겨울 방풍복까지 준비한 덕에 추위에 떨진 않았지만 소풍삼아 올라온 몇 명 여인네는 수건이며 스카프며 두를 수 있는 건 죄다 얼굴을 가렸다. 눈만 빼꼼 내 놓으니 회교원리주의자 복장이다. 대피소엔 태양 전지판으로 뜨거운 컵라면에 전화, TV가 빵빵하다. 윗세오름으로의 백록담 서벽 등반은 통제되어 영실로 하산길이다. 여기도 각목길이 죽 뻗어 보기 좋다. 20여분 동산길을 걸으면 마지막 노루샘 약수가 쫄쫄거린다. 이후 키 높이 주목 사이길 아래로 병풍바위와 500 나한상이 보인다. 간간히 진달래 움트는 소리를 들으며 오로지 내리막이다. 영실 휴게소까지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고 영실입구차길(1100고지 길)까지 1시간 반은 족히 걸어야 하는 지루한 포장길을 걷자니 심심하다. 뒤에서 차 소리가 나 꾸벅 절하고 히치 하이킹(thumb a ride)을 한다. 마음 좋은 제주의 자유인(오션밸리 리조트 양인호 이사)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가뜩이나 시간이 촉박한데 본인은 제주 가는 길이라면서도 중문까지 반대길을 가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으신다. 호탕한 웃음에 중문단지 한바퀴 보너스도 좋다. 빚 받으러 부산 오시라 하니 다른 사람에게나 태워 주시라 부탁이다. 그래 자연이 아무리 이쁜들 사람만 하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인생은 이리도 아름다운데... 호텔 5시 반 도착. 6시 모임까진 아직도 30분의 여유가 있어 호텔 정원길을 소요하는 여유를 만끽하였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샤워 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음날 성판악에서 백록담 거쳐 관음사까지 남북종주 길 이어집니다. 근데 시간은 8시간여 걸렸어도 별로 쓸 게 없네요? 그저 올라갔다 내려 온 것밖에... 호텔서 이른 아침 마치고 서귀포까지 셔틀버스로 이동하여 김밥 두 줄 사고 물 채우고 택시로 성판악 매표소(해발 750)에 도착. 아침시간이라 관광객이 제법 많다. 중국인들도 그냥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도 많다. 여긴 트래킹수준이다. 주간 당일 회귀 일정이어 아무나 오르나 보다. 곳곳에 진달래대피소 12시 정상 등반 통제 팻말이 있어 사람들은 앞만 보고 죽으라 걷는다. 가도가도 끝이 없다. 인간 중 가장 현명하고 신중하다는 시지프스를 아십니까? 신에게 잔머리 굴리다 끝없는 시간동안 가없는 높이까지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업보를 진 사내 말입니다. 여기선 모두 시지프스 신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입니다. 말도 없구요. 그저 외길로 꾸역꾸역 오르기만 합니다. 1150 고지 사리악 약수와 무인대피소가 있지만 별로 쉬고 싶지 않나 봅니다. 12시 통제 팻말을 보았기 때문인 게지요. 아직은 키 큰 나무사이로 그늘이 좋지만 2시간여 만에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하니 이제사 전부 퍼져 이른 점심 까먹기에 바쁘다. 10-20% 정도는 정상에 도전하나 보다. 나는 별로 먹을 게 없다. 물 한잔에 또 산죽사이 주목그늘 현무암 계단 길로 접어든다. 여기서 잠깐!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주목이 한라산에선 영 볼 품이 없답니다. 일전에 항암제 택솔이 축출된다 해서 주목을 받은 그 나무입니다. 그래서 주목인가? 아스피린은 버드나무라면서요? 글쎄... 1800고지에 들어서면 앞은 황량한 오르막 벌판에 나무 계단 길 땡볕이다. 성판악은 그래도 난대지방 봄이지만 진달래 대피소 온대를 거쳐 이미 냉대 한대 지방에 들어선지 오래네요. 역시 바람이 대단한 위세입니다. 길가 버팀목을 잡지 않으면 몸을 가누기도 어렵구요. 옷은 일단 있는대로 껴 입어야죠. 귀 덮개에 마스크까지 준비했걸랑. 난 안 춥지롱. 먹을 건 없어도 옷은 충분하다. 바람복에 비옷까지 준비했는데...유비무환이라지만 배낭이 넘 무겁다. 1시 정각에 백록담에 이른다. 삼대를 공양했는지 날씨가 아주 좋아 얼마 남지 않은 물이라도 푸르게 보니 좋다. 그리 큰 감명은 아니네요. 나이들면서 서운한 일은 별로 감동받을 일 없이 밋밋하네요. 내가 보는 사물이야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이지만 마음이 굳어져 감을 느낀답니다. 입만 내밀고 김밥 두 줄에 시장기만 속여두고...소찬이지만 一饑(배고플때)에 만족하고 관음사길로 하산이다. 고사목 사이로 가파른 계단길로 오로지 내려가기만 한다. 한라산은 확실하다 오르막이면 오르고 내리막이면 내려가면 그만이다. 융단처럼 깔린 산죽이 바람에 끝만 흔들리니 마치 움직이는 그라운드 같다. 한라산 산죽에 오로지 바람뿐이다. 바람아 멈추어 다오..... 외길 하산은 약 4시간 걸린다. 끝/ 제주도 똥돼지 먹고 비행기타고 내려 사우나하고 집에 들면 12시 이전이죠? 참 김해공항 주차요금입니다. 소형/대형//주중/주말 5시간이상-하루 기준입니다. 7000/9000//10000/13000원. 인근 주차장은 하루 소/대형 6000원 동일합니다. 여기서 한라산 등산 TIP! 한라산은 현재 서편 어리목-윗세오름-영실 종주 코스와 동북편 성판악-백록담-관음사 길만 개방되어있다. 윗세오름에서 백록담까지 서벽코스와 돈네코에서 백록담까지 남벽 코스는 자연 휴식년제로 통제 되어 있다. 한나절이면 영실, 어리목이 좋고, 성판악, 관음사 코스 무조건 하루 걸린다. 아래에 등산 통제시간을 적으니 꼭 참조하시라. 제주시에서 어리목까지는 택시로 30여분 11,000원 나오고 서귀포에서 성판악까진 12,000원인데 10-20% 정도 팁을 주자. 관음사에서 신제주까진 버스편이 없어 택시 무조건 15,000원 달란다. 기분이 좀 상하지만 어쩌노? 그리고 영실, 어리목 방면 1100고지 제2횡단로엔 1시간여 간격으로 버스기 있다. 성판악 가는 5.16도로는 그보다 자주 차편이 있다. 입장료는 공히 대인 개인 1300원이고 어느 등산코스나 약 250미터 간격으로 구조표지판이 있다. 지겨우니 이거나 세는 재미로 걸어야 한다. 아무 낙이 없으니 말이다. 1번 등산로; 어리목-윗세오름; 표지 1/0에서 1/18까지 4.7키로, 약 9500보(보폭 70cm) 2번등산로는 안 가봐서 모르겠다. 윗세에서 백록담인지, 돈네코 코스 인지??? 3번 등산로; 윗세오름-영실; 표지 3/14-3/00까지 약 3.7키로 약 8000보 4번 등산로; 성판악-백록담; 표지 4/00-4/36까지 약 9.7키로 약 18,000보, 5번 등산로; 백록담-관음사; 표지 5/34-5/00까지 약 8.7키로 약 17,000보 그리고 게으른 팬을 위한 단 코스 하나 보너스로... 어리목에서 어승생악까지 1.3키로, 왕복 1시간이면 충분하다. 시간 핑계대기 없기. 맘이 문제지. 물은 비 온 다음이면 어리목-영실코스엔 사제비(1400고지). 만세동산(1600고지)에 약수가 있고 영실엔 노루샘(1700고지)이 있다. 성판악엔 사리악약수(1150고지) 한군데가 있고 관음사하산길엔 용진각(1600고지)이 있다. 참고하시라. 표준 산행시간은 어리목-2시간-윗세오름대피소-1시간 반-영실휴게소-1시간 반-영실입구 1100도로. 성판악매표소-2시간-진달래대피소-2시간-백록담, 백록담-4시간-관음사 정도입니다. 나는 전문가도 아니고 초보도 아녀서 표준으로 삼을만 합니다. 조금 서둘면 성판악서 백록담까지 3시간 충분하답니다. 먼저 죽을려고 그리 빨리 간대니 그냥 놔 두십시다요. 그리고 한라산 등반은 가이드가 필요 없답니다. 단체 관광객 안내인들도 매표소에서 “갔다오이소”가 안내의 전부랍니다. 안 오면 차가 못 떠나니까? 그래서 혼져 옵서에? 인가???? 국립공원관리가 참 잘 된 곳입니다. 쓰레기는 무조건 자신이 갖고 내려와야 합니다. 수익자분담금원칙? 이거 최곱니다. 야간산행이 안되고 입산시간을 철저히 통제합니다. 깔끔하고 산뜻합니다. 군말이 필요없구요. 그러나 아기자기한 맛은 덜하죠. 근데 그럴 시간도 없답니다. 산사도 없고 오뎅, 막걸리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마세요. 대피소나 휴게소에도 컵라면이 전부랍니다. ▣ 한라산 - 눈이 아파서 읽을수가 ...... ▣ 미미하니 - 짜투리시간에 바쁜산행 하셨네요. 초행자에게는 산행계획에 많은 참고가 되네요. 감사 합니다. 이후도 즐겁고 안전한 산행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