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가산(鶴駕山) 882m

위 치 : 경북 안동, 예천
산행코스 : 느리티 - 학가산 - 느리티

산행일자 : 2004년 4월 22일/우리부부

◐산행기록
느리티12:16 - 고사리채취12:44/12:54 - 학가산13:35/14:00- 암벽지대14:35/15:05 - 느리티15:36


◈ 소백산에서 학이 훌쩍 날아와 앉은 학가산
아내와 직장에서 일년에 한번씩하는 건강검진일 입니다.
한나절이면 검진을 마칠수 있으니 서둘러 학가산에나 다녀올 생각으로 부지런을 떨며 등산복차림으로 집을 나섭니다.
옹천쪽에서 정상 바로 아래 통신중계소 까지 찻길이 나있어서 차를 타고는 몇 번 올라 왔던 경험이 있는 산이어서 그런지 등산을 한다는 생각조차 못했기에 가까운 산임에도 이제야 산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설에 의하면 소백산에서 한마리 학이 훌쩍 날아와 앉은 형상이라는 얘기도 있고 날아가는 학을 닮은 모양이라서 학가산이라 불린다는 얘기도 있으니 학을 닮은 모양인 것 만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서둘러 건강검진을 마치고 11시 조금 넘어 아침 겸 점심을 한 후 학가산 산행을 서둘러 봅니다.
예천IC를 빠져 나와 영주방향으로 우래자연휴양림 이정표를 따라 10여분을 가니 우래자연휴양림에 도착합니다.

휴양림 입구에 서있는 등산안내도를 차분히 살펴본후 휴양림 매표소로 천천히 차를 몰고 가니 매표소 직원분께서 5월15일 까지 입산금지라며 못 들어가게 합니다.
휴양림으로 오면서 보니 산 곳곳에 나물 뜯는 사람들로 북적 이고 있고 보문면사무소에도 전화로 등산가능여부를 알아보고 오는 길인데 휴양림에서는 무조건 안 된다는 말 뿐입니다.

그럼 산성리 쪽은 괜찮은지 물어보니 거긴 자연휴양림 관할이 아니라 모르겠답니다.
하는 수 없이 산성리쪽에서 등산을 하기로 하고 휴양림에서 나가다가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 산성리로 차를 몰아 갑니다.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몽진 왔을 때 쌓은 산성이 남아 있다는 산성마을 입구에 들어서며 한참 밭을 일구고 계시는 어르신에게 학가산 길을 물어보니 산성마을 입구에서 좌측 산쪽으로 난 길을 알려주십니다.
좁은 콘크리트 포장 농로길을 따라 1.3KM정도 올라가니 정말 오랜만에 보는 연자방아가 마을 입구에 서있는 느리티 마을에 도착합니다.

10여호 남짓 되는 동네엔 세월의 먼지를 두텁게 쓴 체 힘겹게 버티고 있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낡은 등산표지판과 학가산을 번갈아 쳐다보곤 30여M를 더 올라가니 차5~6대는 충분히 댈수있는 주차장이 있어 거기에 차를 세우고 간단한 준비를 마쳐 봅니다.

등산안내표지판에는 동네에서 학가산 올라가는 길이 있다고 되어있는데 잘 찾을 수가 없어서 물어보니 아주머니께서 동네에서 오르는 길은 없다 하시며 고개 정상쪽에서 올라가는 등산로로 갈 것을 권하십니다.

비록 낡았지만 등산로 안내 표지판이 잘못되지는 않았을 텐데…
내려 올 때는 마을로 내려오리라 생각하며 고개정상으로 올라가니 못자리 준비에 한창인 동네분들이 계셔서 실례를 무릅쓰고 등산로를 물어보니 친절한 안내와 더불어 참시간이 다되었으니 참을 먹고 가라고 하십니다.
정말로 넉넉한 시골인심을 새삼 느끼며 기분 좋은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합니다.

고갯길을 벗어나 본격적인 산행에 오르니 등산로 초입부터 제비꽃, 진달래, 물푸레나무꽃, 붓꽃 등등 이름을 모르는 꽃들까지 앞 다퉈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야생화라고는 이름을 아는 것이 거의 없으니 공부도 할 겸 나름대로 정성을 들여 사진을 찍어봅니다.
그냥 지나치면서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사진을 찍으며 가까이서 보니 그 모습이 더 아름다워 보이고 애착이 갑니다.

몇장의 사진을 찍고 편안한 등산로를 천천히 걸어 오르는 데도 온몸엔 땀이 줄줄줄 흐르기 시작합니다.
소나기라도 한줄기 쏟아질 것 같은 후덥 지근한 날씨에 바람한점 없는 등산로는 완전히 싸우나에 들어온 느낌입니다..

잠시 갈증을 달래고자 물을 마셔보지만 찬 기운이 없어진 물로는 쉽사리 갈증이 해소되질 않으니 시원한 바람이나 불어줬으면, 아니 차라리 한줄기 소나기라도 퍼부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더위에 한껏 늘어난 고무줄처럼 탄력을 잃은 걸음걸이는 남은 등산로를 좀체 줄이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을 도는듯합니다.
그래도 걸음걸이에 진척이 있었는지 느릿한 걸음이 묘지 옆을 지나치는데 꽤 큰 고사리가 눈에 가득 들어오니 시원한 바람이라도 만난 듯 잠시 생기를 찾은 몸은 10여분 만에 고사리를 몇 줌 뜯어냅니다.

비록 소박한 수확물이지만 나름대로 수확도 거두었고 몸도 잠시 쉬었으니 좀 가벼워진 걸음을 기대하며 발걸음을 옮겨보지만 정상을 향해 급히 솟구친 등산로에선 금새 생기를 잃어버립니다.
다리에도 땀이 흐르는 느낌이 들면서 힘에 겨운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습니다.
5분을 걷고 잠시 쉬고, 또 5분을 걷고 잠시 쉬고…

힘들게 능선에 올라서니 키보다 더 큰 진달래가 터널을 이루며 등산로에 가득합니다.
화사하게 웃음짓는 그 모습에 더움도 힘겨움도 잠시 잊고 부지런히 디카를 움직여 보지만 실제로 보는 것 보다 색깔이나 모습이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아쉬움을 가득 품고 조그만 봉우리에 올라 능선을 둘러보니 그만 그만한 암봉들이 줄지어 서있어서 어디가 정상인지 분간이 가지 않습니다.

봉우리마다 차례차례 정상표지석의 유무를 확인하며 지나쳐가니 통신탑 옆에 높이는 잘 모르겠으나 암석의 규모가 가장 큰 봉우리가 서있습니다.
나물 뜯는데 정신이 팔린 아내를 두고 암봉을 오르니 표지석이 있는 정상입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사방 확 트인 조망이 시원스럽습니다.

안동 애봉산악회에서 세운 앙증맞은 정상석이 인상적이고 조금아래엔 차를 타고 몇 번 올랐던 무선안테나가 빼곡히 들어서있는 건물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뿌연 시야탓에 멀리 떨어진 안동, 영주, 풍기, 예천 어느 곳 하나 조망이 되질 않지만 어느새 연초록 녹음이 가득한 산은 보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정상에서의 꿈 같은 시간을 30여분 흘려보내고 느리티쪽 이정표를 보며 아득히 내려다 보이는 마을을 가늠해 가며 방향을 잡아 갑니다.
이따금씩 보이는 산나물도 뜯으며 제법 굵은 더덕도 캐가며….

동네 아주머니께서 올라가는 길을 묻자 길이 없다 하시더니 진짜 등산로는 언제사람이 다녔는지 지나다닌 흔적은 알아볼수 없고 간간히 보이는 낡아빠진 리본과 낙엽만이 수북합니다.
이따금씩 나타나는 갈림길에서는 어느 방향인지 분간하기 어렵고 희미한 등산로도 잠깐씩 흔적을 감추었다 나타났다 하니 대충 감각으로 내려서는 수밖엔 없습니다.

정상을 출발한지 30여분이 흐른 뒤 거대한 암벽군이 있는 지점에 도착하여 까마득한 절벽을 피해 내려가는 길을 찾느라 이리저리 헤매던 중에 앞서가던 아내가 “어머나” 하며 발길을 멈춥니다.
깜짝 놀라 쳐다보니 앞을 가리키며 “석이 버섯이다” 하는 겁니다.

"어디"하며 아내가 가리킨곳을 보니 거대한 바위에서 떨어져 내린 석이버섯이 땅을 시커멓게 뒤덮고 있습니다.
귀한 석이버섯이 많음에 놀라고 손바닥만한 크기에 놀라며 어떻게 해서 이렇게 수북히 떨어졌을까 생각해보지만 이유를 알수가 없습니다.

이유야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니 서둘러 줍기 시작합니다.
배낭을 텅텅 비우고 정신없이 30여분 석이버섯을 줍고 나니 배낭이 두둑합니다.
아직 석이버섯은 많은데 말입니다.
“아이고 아까워서 어쩌노?”
모자를 벗어 담아보지만 몇 개 들어가지 않고 "웃옷을 벗어서 담아갈까?"하는 농담섞인 말도 해보다 뒤에 다녀갈 다른분들을 위해서 아깝지만 그냥 두고 내려가기로 합니다.

도솔봉근처에서 바위에 매달려 석이버섯을 따본 경험이 있기에 얼마나 귀하고 따기가 어려운지 잘 아는 우리로써는 완전히 횡재한 기분입니다.

약간의 아쉬움도 있지만 배낭만큼이나 두둑한 마음으로 내려서는 길에 들뜬 마음 탓인지 느리티 마을로 바로 내려서는 길을 지나쳐 올라가던 길까지 걸어 나와 버렸습니다.
느리티마을 어디에서 등산로가 시작되는지 확인해보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한결 힘이 실린 발걸음으로 느리티 마을에 도착하여 학가산을 쳐다보니 처음보다 암벽이 더큰위용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헤매던 길과 석이버섯을 주운 곳을 대충 헤아려 보고 정감있는 연자방아를 돌아본후 영주로 들어서는데 갑자기 북쪽에서 시커먼 구름이 몰려오더니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시원한 소나기를 뿌리고 있습니다..


학가산 정상의 무선안테나


학가산 정상에서


학가산에서 본 느리티 마을


야생화(각시붓꽃)


야생화(각시붓꽃)


야생화(이름을 몰라서…)


느리티에서 본 학가산


학가산 등산 안내도


정겨운 연자방아1


정겨운 연자방아2



▣ 주왕 - 선생님 정말로 보기 드문 안동의 학가산 산행기 잘 감상했습니다. 정겨운 시골 풍경도 그려 지구요. 저는 21일에 건강검진 받았는데^^. 건강하세요.
▶가까운곳에 있으면서도 아직 등산을 못해서 마음에 걸렸었는데 이제사 다녀오게 되었네요. 소백산 철쭉도 이제 한달 남았는데 그때 볼수있을수도 있겠군요... 건강하시고 추억에 남는 산행이어가시길...

▣ crover - 학가산 가는 길목 (재너머 동네입구) 고지절이라고 하지요 그곳에 저의 증조부 산소가 있어서 해마다 중추절에가는데 산행기에서 보니 새롭네요
▣ crover - 반갑습니다. 늘즐거운 산행 건강한 산행되시길... 주왕님도 고향부근이라 들어왔나봅니다
▶crover님 반갑습니다. 안동 이개리쪽에서 들어오는 마을을 말씀하시는 모양이군요. 얼마전 그리로 한번 다녀봤는데 고개를 몇개넘고 좁은 도로를 한참 달려서야 예천쪽 국도변에 이르더군요. 하지만 좋은 경치에 인심좋은 마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상 안전한산행하시길 바랍니다.

▣ 구자숙 - 산행기 고맙습니다. 저희단골손님 할머님이 치매기가 계시는데 오시면 당신 집이 학가산 아래라고 자주 이야기하셨는데 그할머님 설명이 너무 맞았군요. 고향생각 나실대에는 학가산을 기억한다고 자부님이 말씀 하시던데...오늘 문주님의 산행기로 보는 학가산 너무 아름 답습니다. 부부가 함께 하시는 발걸음에 항상 행복+축복이 넘쳐나시길....
▶구자숙님 감사합니다! 안동,예천,영주의 농촌마을을 거느린 학가산이기에 여러분들의 추억속에 남아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님의 내딛는 걸음 걸음마다 행복과 많은 추억이 깃들길 빌어봅니다.

▣ 이송면 - 오래전 학가산을 다녀왔었습니다. 그때 기억으로는 산세가 참 유순하고 좋다는 느낌이었는데 역시 그렇군요. 사진을 보니... 다만 정상의 방송국 송신탑만 없었으면하는 맘 간절하고요.. 산세 처럼 안동 사람들도 참 좋지요. 몇해전 기억이 다시 나 새삼 스럽습니다.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그렇지않아도 휴양림쪽에서 연수차 오셨다 학가산에 오르신 이송면님의 산행기를 한국의산하에서 보았습니다. 저는 반대편에서 올라 휴양림쪽은 잘모르지만 까마득한 바위들이 절벽은 참 볼만하더군요. 동네분들의 풋풋한 인심도 잘 느꼈습니다. 이송면님도 건강하세요.

▣ 김정길 - 예천군 보문면~산성리~느르치마을주차~산능선길 을 기억하면서 가까운 날 아우님의 족적을 따를겁니다.
▣ 김정길 - 착한 부부에게 산신령이 주신 석이버섯입니다. 느르치마을에서 어떻게 오르고 어떻게 내릴까요?
▶느리치마을까지는 대중교통편이 없기때문에 자가차량을 이용해야하는 그야말로 첩첩산중 오지마을입니다. 그렇기때문에 다른곳으로 내려서면 차량회수에 큰어려움이 있기에 느리치마을로 다시 내려서야 할것같습니다. 얼마 않되는 거리인데 날씨도 덥고 또 저희들 산행실력이 형편없어서 좀오래걸렸지만 형님은 오르고 말고 할것도 없어보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안전한산행 이어가시길....
▣ 산초스 - 석이버섯을 많이 주우심을 축하드립니다. 저는 학가산은 군시절부터 알고있었는데 다른 산행기에서 보면 예쁜 바위봉이 많던데 출입통제라 다른곳으로 오르셔서 그러나 바위봉의 모습이 거의없어 아쉽습니다. 따뜻한 시골인심과 예쁜 야생화 잘 보았습니다.
▣ 이수영 - 부부께서 나물도 캐고 석이버섯도 줍고 하시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솔직히 우리는 산에 가면 어떤것이 먹을 수있는 나물인지 몰라 아예 나물캐는 일이나 버섯 따는 일은 생각치도 않지요. 학교 다닐때 약용식물학을 했는데도 말입니다. 그나저나 석이버섯은 어떻게 생겼으며 맛은 어떻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