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12 삼도봉(1,550m), 반야봉(1,732m), 중봉(1,732m)

산 행 일 : 2004년 2월 29일 일요일
산행횟수 : 지리산 32회차
산의날씨 : 맑음
동 행 인 : 김정수
산행시간 : 8시간 42분 (식사 휴식 1시간 42분포함)

와운교 <1:04> 무지개다리 <1:05> 뱀사골대피소 <0:06> 화개재 <0:27> 삼도봉 <0:48> 반야봉
<0:10> 중봉 <0:31> 묘향대 <1:23> 이끼폭포 <0:31> 제승교 <0:55> 와운교

묘향대와 이끼폭포를 탐방하기로 작정하자 기대 반 걱정 반이어서 뱀사골 산행기를 찾아보니 공
교롭게도 '99년 2월 28일 일요일로 만 5년 전 일이다.
오룡소와 근접한 반야교가 지리산 폭우로 떠내려가 다리를 새로 세우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다리를 건너야 와운마을로 오르게 된다.
사정상 왕복 1시간쯤 벌려면 와운마을 입구까지 차를 이용해야 하나 가능할지 모르겠고 다행히
비가 그쳐 날씨는 협조해주나 심심산골에서 헤매지 않고 순조로운 산행을 하게될지는 미지수다.

시암재에서 성삼재로 이르는 고갯길에는 아직도 안 녹은 눈 얼음덩이가 주의를 요했으며 반선으
로 내려가는 길에서는 입산통제시기가 임박한 가운데 맞은 연휴를 뜻 있게 보내려고 그런지 차들
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전적기념관 쪽으로 들어서면서 매표소를 바라보니 만류하지 안했고 내친김에 계속 진행했으나 어
젯밤에 내린 비로 인하여 물이 고이고 질펀한 길이 엉망인데다 차가 아무 곳에서나 교행할 수 없
는 여건이어서 전방에 나타나는 차를 잘 살펴야했고 공간이 있는 곳에 이른 차가 먼저 기다려 주
어야 하는데 두 차례나 그런 일을 하였다.

반야교 앞에 이르자 공원관리공단 직원들과 고로쇠 물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직원에게 양해를 얻어 와운마을로 오르는 급경사 넓은 지점 가장자리에 차를 세우고 뒷바퀴에 돌
도 괴고 '반선 와운마을 간 도로에 주차시 과태료 부과' 팻말도 보았다.
'98. 12∼'99. 6 에 걸쳐 완공한 다리 이름은 반야교가 아닌 와운교로 바뀌었고 등산로 초입에는
입산통제소와 등산로 안내도가 세워졌다.

09 : 53 입산통제소 위 나무계단을 타고 출발.
푸르다 못해 비취색이 나는 물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곡을 오른쪽으로 끼고 오른다.
뱀사골대피소 까지는 부지런히 걷기로 하였다.

09 : 58 용이 떨어졌다는 탁룡소
10 : 07 금포교로 계곡 오른쪽으로 건너면 잠시 숲길이 이어지고 차돌이 깔린 곳도 지난다.
10 : 20 병 모양의 병소와 약 20m 앞에 있는 병풍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10 : 30 병풍 같은 바위 사이사이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병풍소. -반선 4.0km * 대피소 5.0km-
10 : 33 명선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곧 이어 옥류교에서 다시 왼쪽으로
10 : 40 대웅교
10 : 44 소림사 고승이 불자들의 애환을 달래기 위해 제를 올렸다는 제승대를 지나 계곡과 잇닿
은 왼쪽 사면으로 설치된 100m는 족히 되고도 남을 나무다리를 따라 걷는다.

10 : 50 제승교를 건너 계곡 오른쪽을 오르면서 이끼폭포로 갈 수 있는 길을 자세히 살폈는데 '등
산로 아님' 팻말이 보였다.
오가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 친구에게 눈으로 얘길 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10 : 55 계곡이 Y자로 갈리는 오른쪽 무명철교를 건너면서 이끼폭포가 있는 골짜기임을 직감적으
로 느끼게 되었다.

10 : 57 무지개다리 앞에 이르러 등산시간 한 시간 밖에 안되었고 갈 길이 바쁜데 친구 때문에
쉬어갈 수밖에 없었다.
11 : 05 다리를 건너자 현위치 번호 지북17-12 팻말이 있고 곧 이어 '반선 6.5km * 대피소
2.5km' 이정표가 나오고 계곡 바닥이 내려다보이는 현수교 모양의 철교를 건너 보부상들이 하동
에서 부터 소금을 짊어지고 화개재를 넘어 뱀사골로 내려서다 물에 빠지는 바람에 간장처럼 색깔
이 변했다는 간장소를 지나게 되는데 가파른 돌길이 잠시 이어진다.

11 : 16 유유교
11 : 40 계단 있는 연화교를 건너면 대피소가 1km전방이라는 이정표가 있다.
11 : 48 선봉교
11 : 54 화개교, 막차 부근 왼편 사면으로부터 흘러내린 물이 등산로를 따라 길게 얼어 가장자리
를 이용해서 조심스럽게 걸었다.

12 : 10 뱀사골대피소. 두 개의 건물 주변 식탁(?)은 물론 곳곳에 수많은 사람들이 진을 쳤다.
12 : 28 옆구리가 터져 버린 붕어 아이스크림과 귤로 대충 요기하고 반야봉까지 가기로 했다.
12 : 34 200m의 나무계단을 가다 서다를 반복하여 화개재로 올라 전망대로 가 보니 지리산 남쪽
조망이 환상적이나 이내 돌아섰다.
'99년에 설치한 길이 240m 폭 1.5m의 '화개 삼도봉 구간 목제 데크' 오름길 또한 만만치 않아 그
냥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13 : 05 악으로 삼도봉까지 오르고 눈이 얼어 미끄러운 길을 따르다
13 : 13 노루목과 반야봉으로 길이 갈리는 지점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부지런히 걸었다.
14 : 07 반야봉에도 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메모를 하면서 중봉으로 갈 수 있는 길을 곁눈질하는데 길목 바위에 걸터앉은 건장한 한 사람이
나를 유심히 바라보자 망설이게 되었고 결국은 무슨 죄를 지은 사람 마냥 소리도 내지 않고 슬그
머니 숲속으로 들어갔고 철망 끝을 지나 전부터 엎어져 있는 표지판 위에 자리 잡았다.
반야봉에서의 조망은 한 두 번이 아니므로 생략하고 묘향대를 거쳐 이끼폭포로 무사히 내려가게
되길 바랬다.

14 : 45 출발. 헬기장으로 내려서니 출입금지 표지가 있으나 오르막 눈길에 언제 지났는지 모르는
발자국이 찍혔다.
14 : 55 중봉. '달궁 6.1km * 반야봉 0.4km' 묘향대나 이끼폭포 표시는 없다.
"이제 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친구와 다짐하고 달궁 쪽이 아닌 무덤 북쪽으로 들어섰다.
이따금 리본이 보였지만 온통 눈밭이다 보니 발자국이 없다면 섣불리 들어설 수 없었는데 오히려
희미한 길에서 방황하지 않게 되었다.

방안에 군불을 지피는지 오른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암자 굴뚝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났고 묘향대
라 쓴 조그마한 팻말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15 : 26 깊은 산 속에서 수도 정진하는 스님에게 털끝 만한 누라도 끼치지 않으려고 발소리를 죽
여가며 마당을 지나 절벽 밑에 있는 샘물을 맛보고 마당 끝 계단 앞 바위에 놓인 쌀을 보니 얼마
전 KBS에서 방영한 반돌이 생각이 났다.
암자 주위를 맴돌다 방문을 부수고 들어가 설탕도 훔쳐먹고 샘가에 둔 김치도 먹어 치웠는데 반돌
이가 부셔버린 문짝은 비닐로 씌어 놓았다.

마루문을 열고 나온 스님이 합장하자 민망스러워 얼른 합장하고 사양했지만 토마토 생 주스를 마
루에 올려 두고 돌아서려고 하자 "여기까지 오셨으니 물맛이나 보고 가십시오. 모 대통령도 마셨
던 물입니다" 앞장서자 "조금 전에 마셨습니다" 말하면서도 무엇에 이끌리듯 졸졸 따라가 물을
마시고 아예 물병의 물도 바꿨다.
"진묵스님 존함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속세를 벗어나 일부러 깊은 산중으로 들어왔는데 세간에 이름이 회자되고 있다니 곤혹스럽습니
다. 가끔 여기를 지나는 분들도 있으나 일부러 모른 체 하는데 나이든 처사님들을 보니 마음이
끌렸나 봅니다"

15 : 41 화엄사골 연기암과 연기조사가 화두가 돼 얘기가 길어지자 "잠시나마 안으로 드시지요"
하는 스님의 청을 정중하게 사양하고 발길을 돌렸으나 콧수염과 턱수염을 약간 기른 모습이 그렇
게 평안하고 포근할 수가 없었다.
묘향대를 산행지로 삼았으면서도 쌀 한톨 갖고 오지 못한 것이 영 맘에 걸렸다.

돌은 물론 죽어 길을 막은 나무도, 살아있는 나무도 이끼 투성이고 짧은 밧줄을 이용하여 쓰러진
나무를 타고 내려서 자칫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얼음과 너덜이 범벅된 길을 엉금엉금 기다시피
걸어 산죽이 우거진 능선으로 오르자 또 다른 너덜이 한없이 이어졌다.

16 : 38 바람소리인지 물소리인지 가느다랗게 들려오면서 몹시 가파른 너덜 길은 계속 되었고
계곡에 다다르자 다리가 휘청거렸다.
16 : 44 계곡 물을 코 박고 마시고 출발.
16 : 55 계곡을 왼쪽, 오른쪽, 다시 왼쪽으로 건너자 작은 폭포가 나왔는데 이끼가 안보였고 두
번째 폭포와 그것들 보다 훨씬 크고 근사한 폭포도 있으나 역시 이끼폭포는 아니었다.

17 : 04 오른쪽 산사태 지점을 조심스럽게 통과하여 조금 내려가니 아∼ 이끼 폭포가 아닌가.
가로 20m는 조금 모자랄 것 같고 높이는 약 10여m? 계곡 왼편 산으로부터 뻗은 지계곡에서 수
량은 적으나 파랗게 자란 이끼를 쓰다듬고 혹은 때리기도 하면서 흘러내리는 물줄기, 오늘 내가
이 모습을 보려고 벼르고 벼른 끝에 힘든 산행을 한 것이 아닌가.
여름에 다시 한 번 찾으리라.

17 : 09 시간상 오래 머물지 못하고 직벽 밑 틈새를 비집고 올라 뱀사골 본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헷갈리기도 하지만 설사 길이 없더라도 골짜기만 타고 가도 아무런 지장이 없겠다.

17 : 35 등산때 봐 두었던, 제승교와 무명철교 사이 '등산로 아님' 표지가 있는 곳으로 내려섰는
데 다행히 지나는 이가 없어 마음이 편했다.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조금은 허탈해지는가?
발걸음이 무겁고 지루하기 짝이 없다.

18 : 35 와운교로 내려서자 금새 땅거미가 지고 불을 밝히고 운행해야했다.
"밥 먹고 가자" 달궁 불빛이 보이자 갑자기 배가 고파짐을 느꼈다.


▣ 김정길 - 지금 시기에 저 같으면 엄두도 못 낼 코스를,, 대단한 강행군이십니다. 노련 하시겠지만 그래도 나이도 있으신데 상당히 조마조마하며 읽었답니다. 무사하시어 다행입니다. 해 내시어 뿌듯 하시겠어요. 이 산행기 대로 다음에 한번 돌아 보렵니다. 감사합니다.
* 산행기록을 거의 반 이상으로 줄여서 올리다보니 설명이 미흡합니다. 이끼폭포로 돌았다면 아마 밤중에 하산했을지도 모르나 보람있었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감사드립니다.

▣ 김현호 - "한국의산하 남도 지부"가 있으면 최선호님을 지부장으로 임명하고싶네요!! 여기서는 먼~곳의 산 소식 님 덕택에 잘 보고,느끼고 있답니다 늘 건강하시길..
* 요즘 님의 글이 없어 궁금하던차 매우 반갑습니다. 볼거리가 없는 글을 보신다니 고맙고...
안전산행 기원합니다.

▣ 구절초 - 같은 날 한시간 차이로 님의 뒤를 밟고 왔나봅니다.묘향대와 이끼폭포는 초행길이었지만 조금은 힘들었던 산행으로 기억에 남을것 같습니다.묘향암에서 계곡까지의 가파른 내리막길과 폭포에서부터 합수점까지의 지그재그 계곡길을 무릎부상자가있어서 무척이나 힘들었답니다,쉬운코스는 아닌듯하니 참고하시어 안전산행 하시길 바랍니다.
* 와운교 화장실 앞에 부 둔이 있는걸 봤는데 혹 일행이 아니었는지요? 한 시간 차이라면 어두운 길을 걸었을테고 더우기 부상자까지 계셔 수고 많으셨겠습니다. 즐거운 산행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