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4일 목요일 날씨 아주맑음.
추령 - 유군치 - 장군봉 - 연자봉 - 신선봉 - 까치봉 - 내장사.

유난히도 청명한 올 가알~
큰 녀석 장가보내며 그 바쁜 와중에도
山 생각에 잠 안오던 밤이 몇 날였던고;;
결혼 축하차 미국서 나온 애들 외숙모 델고 수박 겉 핧듯이 댕겨간
내장사의 푸루둥둥하던 단풍들은 딱 열흘만에 놀라운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드뎌,
11월이 오고,,
첫새벽, 간석동까지 나가는 번거러움을 덜고 석바위 동진조명 앞에서 탑승했어요.
벌써 버스안은 산 냄새가 푸울~ 풀 나는듯했죠,

오늘은 아름다운 산악회 창립기념일!
골라 따라 다니는듯, 떡에~ 양말에~ 타월에~ 재삼 또 입이 귀에 걸칩니다 ㅋㅋ.
내장산을 굽어보며 버스는 돌고돌아 추령에 도착,
터줏대감 아줌마들의 올망졸망 농산물 속엔 누런 호박이 젤 먼저 날 반기네요.

이쁜숙녀^^* 자신있게 앞쪽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고 산속으로 들어가는데,,, (10시30분)
한달만에 산을 밟는 발걸음은 무거운 내 몸무게로 인해 순하디 순한 산길임에도 첫 발자욱부터 절 곤욕스럽게하네요.

옴폭한 내장사를 중심 삼아 컴퍼스로 원을 그리듯한 산세,
맞은편엔 서래봉의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있고,,,
오늘 힘에 부친 사람들은 무조건 오른쪽으로 하산하라는 대장님의 말씀이 생각나요.
(왼쪽을루 가믄 삼천포로 빠져서리(백양사쪽) 대장님을 못 만난다네여ㅎㅎ~)
첫 쉼터,
귤을 꺼내 먹는데 다이아님이 땀을 흘리며 올라옵니다.
아침에 이 푸짐한 아짐을 마치 친정엄마 만나는것 맨치로 반가워하던 여인!

"아~ 블루다이아는 땀방울도 다이아처럼 영롱하구나~"

이 숙녀는 저렇게 조르륵, 쪼르륵~;; 흘릴 여유도 읍시
가슴팍이다가 손수건 하나 떡허니 매달고서 콧잔등이 땀 송송나기도 전에 닦아내기 바쁜디,,,
다이안님은 맺혀 흘르도록 가만두니 이삐게 화장헌 얼굴두 고대로 있구낭, 쩝;;

" 에잇;; 나두 담엔 땀방울좀 떨궈봐? ;; "

아서라~ 잔털이 송송한 저 깨끗한 햇 복숭아같은 얼굴에서나 떨어지는 다이안것을,,
두 며늘 거느린 거룩한 이름의 시어머니는 지금 이대로 소녀^^*만으로도 행복인것을,,,

맑은 날씨에 케이블카가 오르내리는 아랫쪽 산은 단풍이 절정에 다달았고,
아저씨들 까치봉서 먹겠다던 족발은 신선봉서 동이나고요,
선두 후미 모두모여 지지굴 재재굴;; 으른덜은 이러구~ 저러구~ ㅋㅋ
아침에 현미가래떡을 물렁하게 쪄온다고 하다가 냄비한개 다 태워 먹었지요.
불내가 나는 현미떡이 그래도 맛있네요.
(냄새 나가라고 뒷문 열어놓고는 깜빡잊고 걍 와서 두어시간 동안
아무도 없는 울집은 활짝 문열려 있었다고,)

까치봉에 올라오니 앉을자리도 없어요.
전에 서래봉 사이로 시작해 백양사까지 종주산행을 했었으니 가는 길을 알고는 있으나
수선 의뢰한 탓에 스틱도없이 산행하려니 무릎도 묵지근하고 발목도 아파와 까치봉서 하산합니다.
삣쭉삣쭉 잔돌들이 박혀 여간 조심을 해야하는게 아니에요.
행여 넘어지면 이쁜얼굴^^* 흠집나기 십상이겠어요.

좀전 신선봉 지나선가,

어떤 아줌씨, 다급한 목소리로  " 아이고;; 죄송해유"  하길래 올려다보는 순간,
시루떡 만한 돌 파편이 나를 향해 휙!! 허니 날러오는게 아닌가,
윽!! 하면서 피할 사이도없이 쭈욱~ 빠진 내 허벅지를^*^ 탁 치고는 툭 떨어진다.
월매나 아프던지,,, 울 냄푠이 봤더라면 많이 안타까워 했을꺼다. (윽, 닭살;;)
상대방이 미안해할까봐 괜찮다고 말하면서 몰래몰래 비벼대며 올라갔지만 참말루 아팠다.

사실은 아픈것도 아픈거지만 몇번 안입은 비싼바지 찢어졌나싶어 월매나 놀랬던지,,,ㅋㅋ
지금사 말이지만, " 거 누구여여, 손들어 봐여 "
집에와서 샤워하다 보니 엄지손톱 두개 합친것만큼 멍 들었단 말이시, ㅉㅉ

고인듯~흐르는듯~ 흘러내리는 금선계곡 물에 발 담그니 아프던 발목이 시원하네요.
산장이 나오고, 이쁜 단풍에 소녀 눈 황홀하고,,,
저, 화장실 옆에 묵은 단풍나무는 어찌 저리도 잘 생겼을꼬,
선운산 도솔암 단풍나무랑 맞대결 시켜보면 아마도 팽팽할드읏~
노오란 단풍을 더 좋아하는 소녀, 이것들 보느라 발길 더디고 가슴 벅차요.

내장사 뜰안엔 사람도 많고요, 단풍도 많고요,,
단풍과 어우러진 저 감나무는 숱한 사람들의 눈놀림 속에 반들반들 닳아 버렸어요.
올망올망 참말루 많이도 달렸네요.
샛 빠알간 단풍 길이 길어도 길어도 지루하지 않은길,
단풍에 묻힌 소녀, 지 얼굴 더 이쁜척 살랑살랑 흔들며 걸어가봅니다.
내장사 앞마당서 만난 울팀 아줌마랑 촌색시같은 단풍엔 번갈아가며 감탄을합니다.

물어물어 찾아간곳 식당에서 후다닥 비빔밥 한그릇 먹고는
욕심에 단감이 사고자퍼 어슬렁 어슬렁 감 차앞을 못 떠납니다.
몇일전 차를 가지고 와서도 못 사갖구 간 감을 사고프니 소녀는 역시 살림꾼이여요. ㅎㅎ~;;
(제 남편는요, 사는거 좋아안해요, 바가지를 쓴다면서요)

그래도 어디 그런가요, 억지로 익힌 감이 아닌것같고, 쫌 싼듯하니

집에가서 두 아들네 한봉투씩 담아 주고픈 맘이 발동을 하는것을,,
호주머니를 만지작 만지작 거리다가 결국 비싼것도 못사고
내딴엔 깎아먹기 괜찮아뵈는 자잘구레한 감을 한박스 만삼천원 주고샀죠,

석바위서 감들고 내려 지하도를 오르내릴 생각을 하니 후회가 막심해요.
만만한 남편을 부를수밖에요.
집에와서 앉자마자 감을 깎아 보니 아주달아요. 다행이에요.
산사랑 언냐들!!
또 거 뉘기여요, 옆이서 거든 아자씨!!
뭐 내감 종류는 맛이 읍다구요? 맛만 좋습디다. 아주 답디다. 왜 사람 쫄게 맹글어유;;

오늘 울 애들아빠  동창회를 오서산 등반대회 한다고 내려가는디
이 단감 사등분해서 아침내 깎아 차에 넣어주고 배낭에 넣어주는디 곰집디다.

근데요, 다음엔 안 사고싶어라~
오늘아침 박스 밑창을 보는순간, 실망햇지라~
찢어진 보로박스 두꺼운 종이를 두케나 깔았스라~ 흐흑!!
남편말이 교훈였쓰라~
암튼,  근사한 제철 내장사 한번 잘 보구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