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잊지못할 비로봉의 일몰

제2부: 구인사까지의 머나먼 여정



산행지: 소백산 국립공원
일시: 2004. 8.2-8.3

코스: 죽령-->연화봉-->비로봉-->천동야영장(1박)

         천동야영장-->비로봉-->국망봉-->상월봉-->신선봉-->민봉-->구인사

산행시간 및 거리:총15시간(휴식포함), 35km

산행인원: 나와 형님





어느덧 방학도 이제 중반을 지나 개강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반가운 소식을 날아듭니다.

1학기 성적이 4점을 넘는 좋은결과가 나와 장학수혜자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복학후 정신없이 한 학기를 마쳤는데 산신령께서 기특하다며 선물을 주셨는지 난생 처음 받아

보는 금일봉에 감개무량 하기만 합니다.



이 기쁜소식을 어디에 전할꼬?? 누차 생각하다가 소백산에서 나름대로 이 기쁨을 승화시켜야 겠다 생각을 하고 봇짐을 꾸려 한여름 야생화가 그렇게도 아름답다던 소백산으로 떠납니다.



형님의 애마를 이용하여 단양에 주차를 한 후 12:55분 죽령행 시내버스에 몸을 실어 굽이굽이

죽령 고갯길을 올라 드디어 이번 산행의 출발지인 죽령에 도착!!



물 한모금으로 목을 축인 후 작열하는 태양속으로 과감히 몸을 던집니다.



14:00 죽령출발

15:55 중계탑 전망대

16:35 천문대

19:00 비로봉



헉헉 거리며 죽령오름길을 오릅니다. 오름길 중간에 도마뱀 한마리가 길을 횡단하다가 더위에 탈진을 했는지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형님은 뜨거운 콘크리트 열기에 이놈이 진퇴양난에 빠졌다며

도마뱀을 멋지게 구출해 줍니다.



후일에 이 도마뱀이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었는지  줄곧 잠자리들의 호위(?)를 받으며 우리몸엔 그 흔한 날파리 조차 날아들지 않았답니다. ^^



약 두시간에 걸친 오름끝에 첫번째 목적지인 중계탑에 도착합니다.



오늘의 가시거리는 상당합니다. 월악산 영봉이 눈에 확연히 들어오고 제1연화봉 오름길의 하얀색

표지판도 눈에 띕니다. 형님 말로는 30km는 족히 된다네요..



오늘 목표는 비로봉의 일몰이기에 그렇게 서두를 것이 없습니다. 여유있게 소백산을 즐기면 됩니다.  천문대로 향하는 도중 오른쪽에 샘터가 있는데 대장균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어 식수로는 음용할 수 없다고 나옵니다.(참고하세요)



천문대에 도착하니 몇몇 산우님들이 계십니다. 자판기에서 1000원짜리 음료수를 뽑아 단번에 들이킨 후 이제 부턴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듭니다.



제1연화봉 오름길에서 다시 한 번 조망에 놀랍니다. 풍기는 몰론 영주, 봉화까지 확연히 보입니다.

소백산 비로봉에 사람가는것 까지 보일 정도입니다.



형님과 난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인가 봅니다.



비로봉가는 길목 곳곳에 야생화가 멋지게 피어있습니다. 야생화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지라 뭐가 뭔지는 모르지만 외국의 장미 백합 튤립 이런것보단 훨씬 더 초연하고 강해보입니다.



여기서 느낀 철학은 모든 만물은 자신의 본연의 위치에 있을때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느낍니다.

얼마전 동물원에 갔을때 호랑이가 운동부족으로 몸관리를 잘 못했는지 위용이 한 풀꺽여있는 듯한 모습에 상당히 실망 했던 기억이 납니다.



주목관리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배낭을 벗어놓고 비로봉의 일몰을 감상하러 오릅니다.



19:37분이 되서야 해는 완전히 넘어가고 동시에 봉화쪽에서 검은 먹구름이 드리워지더니 소백산

능선쪽으로 조금씩 올라오는게 보입니다.



오늘은 텐트에서 자야하기 때문에 속으로 비야 오지 마라를 외치며 렌턴을 켜고 천동야영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야영장에 도착하니 관리인은 퇴근했는지 없고 텐트 두동만이 썰렁한 야영장을 지켜 그나마 야영장이라는 체면이라도 유지하게 해줍니다.



단양에 차가 그렇게 밀리더니 여기 까지 올라온 사람은 없나 봅니다.



텐트를 설치한 후 늦은 저녁으로 한 숨 돌린후 22:00시가 넘어서야 간신히 잠자리에 듭니다.........





제2부: 구인사까지의 머나먼 여정



04:18분 기상

06:55분 천동야영장 출발

08:00분 주목관리소

08:10분 비로봉 08:30분 출발

09:50분 국망봉 10:15분 출발

11:00분 구인사, 대간 갈림길 11:15분 출발

11:40분 신선봉부근(비로봉6.1km, 구인사7km 지점) 12:10분 출발

12:50분 민봉 13:20분 출발

15:00분 여생문안이골 임도 갈림길

15:30분 구인사 적멸궁

16:20분 구인사 주차장(버스터미널)



달빛이 얼마나 밝던지 벌써 해가 떳는줄 알고 밖에 나오니 아직 한밤중입니다. 달과 별들이

너무도 아름다워 도무지 잠을 이룰수 없습니다.



현재시간이 4:00분 이니 아직 해가뜰려면 한시간 이상 남았네요.



어차피 잠은 다 달아났고 슬슬 아침을 맞이 합니다.



오늘은 구인사까지 가는 날입니다. 비로봉에서도 꽤 먼거리인데 야영장에서 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픕니다. 어차피 내 발로 찾아온것 끝장은 봐야겠죠??



오늘은 물과의 전쟁이 예상되므로 쓰레기통에서 1.5리터 짜리 페트병 하나 꺼내어 물을 한가득 담아봅니다. 형님은 포탄하나를 구인사까지 지고 가야 한다며 걱정이십니다.



그러는 전 집을 들고 다니는데 오죽하겠냐며 맞장구를 칩니다. 그것도 이슬에 물먹은 집을....



초반 오름길부턴 아주 고전입니다. 모든걸 팽개치고 집에 가고 싶어지는 맘을 간신히 억누릅니다.



몸과 맘이 따로 놉니다. 그래도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니 정신이 몸을 지배하여 힘든 오름길을 계속 걷습니다.



비로봉이 보일쯤 구름이 삽시간에 천지를 뒤덮습니다. 일시적이려니 했던걱정이 민봉까지 구름속을 걸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오늘 경치가 하이라이트인데.....



비로봉을 지나고 부턴 예상대로 몸도 한결 가볍습니다. 국망봉가는길은 어제의 길과는 달리 길이

좁습니다.야생화 군락을 지나 초암사갈림길에 다다릅니다.  이곳에서 300m를 진행하면 국망봉에

다다릅니다.



국망봉 3개의 전설이 있는데 그 중 맨위에 써있던 전설중 경순왕이 망국을 한을 안고

엄동설한에 베옷만을 입은채 국망봉에 올라 경주를 바라보며 통곡했다는 구절에 모든 전설이 대부분 그렇듯 경순왕은 분명 엄청난 털보였거나 설인에 버금가는 털을 가지고 있던게 아니었냐고

형에게 농을 건냅니다.



국망봉에서 600m 거리에 있는 상월봉까지는 야생화의 천국입니다. 맑은날 이곳에 온다면 정말

영화속의 한장면을 걷는 기분이 들거라 믿어 의심치 않을 정도로 야생화가 지천에 널려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구름속에서 어제 가시거리 30km는 아니더라도 30m앞이라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도마뱀이 어제 잠자리 호위대 초빙으로 너무 무리를 해서 오늘은 도와주지 못하나 봅니다.



상월봉을 우회하며 늦은맥이 까지는 이렇다할 특징이 없는 원시림 속을 걷게됩니다.



풀도 제법무성하여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곳이란걸 알 수가 있습니다.



늦은맥이로 가는 도중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저씨 한분을 만납니다. 그분은 구인사에서 출발했는데 초입에서 3시간동안 해맷다고 하시며 비로봉까지 시간을 묻습니다. 서로 인사를 주고받은 후 각자의 길로 다시 출발합니다.



구인사, 대간갈림길에 도착합니다. 이곳부터는 소백산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분들도 왕래가 힘든지 이정표는 부서지고 떨어지고 비참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정표 두개를 합쳐야 글씨를 알아볼 정도이니. 행여나 비바람에 이것마저도 없어진다면.. 걱정이 앞섭니다.



행여나 여러분중에 대간과 구인사갈림길(이정표상엔 신선봉갈림길)에 도착하시면 표식이 많은 쪽이 대간(오른쪽)이며 표식이 적은쪽(직진)이 구인사 입니다.



이곳부터 민봉을 지나 임도까지는 줄곧 외길입니다. 이곳부턴 오르내리막이 많아 몸이 쉬이 피곤해 집니다. 마지막 민봉오름길에서 힘을 쏟아낸후 야생화와 잠자리의 천국 민봉에 도착합니다.



구름이 많이 걷혔습니다. 국망봉과 비로봉 정상부근만 구름속에 있고 나머지는 조망이 됩니다.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신선봉오름길을 놓쳐 신선봉 바둑판바위에서 바둑은 아니라도 알까기라도 하려던 우리의 바램이 물거품이 된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다음엔 꼭 이곳에서 소백산컵 알까기를.....



형님은 이곳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10년전 형님이 이곳 소백산을 홀로 찾았을무렵..

국망봉부근에서 쌀가마니를 지고계신분을 만나셨답니다. 너무도 기이하여 그분께 여쭈어 보니 영주에서 구인사로 공양을 가기위해 그힘든길을 쌀을 짊어지고 하얀고무신을 신고 구인사로 가시는 그분을 보았던 기억이 든다 합니다.



민봉을 지나고 부턴 계곡으로 내려갑니다. 길은 계곡을 타고 내려가는데 가히 슈퍼 울트라 메가톤급 돌밭입니다. 설령 무릎이나 관절 발바닥이 약하신분들은 심히 고려하셔야 할 그런 코스입니다.



중간 중간 계곡물에 발바닥을 식히니 과장을 좀 보태면 발바닥에서 김이 나올지경입니다.



나와 형님은 구인사에서 시작하지 않은것이 천만다행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어느덧 임도가 나타나고 길은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뉘어 집니다. 많은 산우님들이 방황과 번뇌를 거듭하셨던 그 미궁속의 갈림길 입니다.



그간의 풍문을 바탕으로 쉽게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돌밭을 걸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너무도 편안한 길입니다. 한치 앞도 시련도 모른채.....



임도를 걷다보면 고갯마루에서 왼쪽으로 무수히 많은 표식이 붙어있습니다. 이곳에서도 임도를 따라 가시면 구인사로 갈 수없다는 정보를 입수하였던 터라 왼쪽 산길로 접어듭니다.



막판의 모든힘을 짜내려는듯 구인사는 쉽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일단 맘을 놓고 있던터라 힘은 배로 듭니다. 두번째오르막을 간신히 오르면 구인사경내의 가장높은곳에 위치한 적멸궁에 도달합니다. 이곳에 물어물어 대조사전으로 내려와 구인사 경내를 감상하며 주차장으로 내려옵니다.



경내 우체국앞에서 차를 한잔하며 구인사 경내를 살펴보니 절의 규모에 놀라게 됩니다.



소문대로 어마어마합니다. 그리고 내리막길도 어마어마 합니다.



아까 뵈었던 그분이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구인사 일주문도 통과하여 구인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막 단양으로 가는 버스가 있습니다.

버스에 몸을 실은 후 버스는 구인사를 유유히 소백산을 유유히 빠져나가 남한강을 따라 단양으로

달립니다.



달리는 버스에서 이틀동안의 소백산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잠시 회상에 잠겨봅니다.

이제 소백산의 지기를 온몸에 받았으니 앞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것만 남았습니다...



여러분을 야생화의 천국인 소백산으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이상으로 소백산 산행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