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남릉을 가다

 

제 7 구간
일짜 : 6월 17일

누가 : 직장 형님 두분과

날씨 : 맑음

산행 거리 : 약 13km


대전 한남대 오거리에서 이제 막 산행의 묘미에 빠져있는 직장 형님과 택시를 타고 유천동 사거리에서, 지나번 6구간을 함께 했던 역시 직장 형님을 만나 201번 좌석버스를 타고 계룡시로 갑니다.

혼자 하는 산행(정맥)은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동행이 있다면 더 좋은 것이 산행(정맥길)이 아닌가 합니다.

집에서는 일찍 나왔는데 산행 시작점인 계룡시 음절 마을에는7시50분입니다.

형님들은  커피를 한잔씩 하는 여유로움을 보이시고, 전봇대에 금남 정맥이란 이정표가 걸린 절개지 언덕을 올라서니, 지난번 내려섰던 1번 국도에서 여기까지, 주택 단지로 변해 버린 정맥 마루금이 이리저리 그려집니다.

08시 11분.


계룡시 시민들의 산책로로서 정맥길이 번들번들 포장길 같습니다.

나로서는 이번 산행이 평소에 걷고 싶던 산행길이라 기쁘기만 합니다.

출입금지가 되어서 더더욱 그런 가 봅니다.

여기 저기 시민들이 많이 계십니다.

산길 오르다 만난  어느 아주머니 한분은(육군 본부에서 10년 근무 하셨다 합니다)저희들과 무상사 사거리까지 동행을 했습니다.

정맥길 이쪽저쪽으로 무수히 많은 참호들이 있습니다, 오늘 가는 정맥길 좌우로 아마 한100개 이상의 참호들을 봅니다.

삼군 본부가 있는 군사 보호 구역이니 당연히 그렇게 지요.

상쾌한 마음으로 조금 오르니 헬기장이 나오고, 그전에 몇 개의 벤치가 있고, 정면으로 향적봉이 우람하게 모습을 보입니다.

10분여를 쉬고 오른쪽으로 조금 휘어져 능선을 걷습니다.

오른쪽은 삼군본부가 있는 옛 이름이 신도안이라 불리던 계룡대입니다.

팔각형의 삼군본부 건물이 나무사이로 언뜻언뜻 보이고, 수십개의 등산로 이정표가 평소 이산 길을 이용하는 사람의 수를 알 수 있듯 합니다.

9시 9분에 무상사 사거리에 닿고, 이어서 경사가 심한 오르막이 이어집니다.

9시23분에 바위로 된 능선에 올라서니(능선 삼거리)조망이 굉장히 좋습니다.

왼쪽으로는 향적봉, 국사봉으로 가는 능선이 이어지고 오른쪽으로는 오늘 가야할 천황봉과 머리봉과 계룡대의 조망이 좋고 정면으로는 논산시 상월면의 평야가 발아래로 펼쳐집니다.

바로 산 밑에는 대한불교 천태종에서 세운 금강대학교가 있고, 멀리 논산시의 아파트 단지가 보일정도로 날씨가 좋습니다.

 

형님이 가져오신 수박을 먹습니다.

정성스럽게도 마련해 주신 수박이 시원해, 더욱 맛이 있습니다.

준비 해주신 형수님께 감사를 드리면서...........

20분을 넘게 쉽니다.


바람까지 불어 주니 그렇게 바라던 능선길을 걷는 기분이 무어라 형용 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합니다.

사진을 몇 컷 찍고 능선을 걷습니다.

지형도상의 멘재가 이어지는 안부로 내려서지만 아무런 표식이 없습니다.

그저 여기가 상월면쪽과 신도안쪽으로 이어지는 낮은 재였구나, 하는 생각만 하고 지나칩니다.

진짜 여기부터가 군사 보호 구역입니다.

여기 저기 이쪽저쪽 참호가 참 많습니다.

성터 자욱이 있는 능성을 지나고 오름 길 을 올라서니 지형도상의 507m인 봉에 닿습니다.

왼쪽의 상월면쪽은 조망이 좋고 오른쪽의 계룡대 쪽은 골프장만 보입니다.

많은 주민을 내보내 이주민을 만들고 군사시설이라 하며, 골프장을 만든 것이 저로서는 내심 못 마땅합니다.

조금 내림 길을 가니 휭 하니 조망이 트이고 헬기장에 닿았는데 헬기장에서 바라본 계룡대쪽과 천황봉이 눈 가까이 다가섭니다.

헬기장에서 가는 길이 없어 다시 돌아서서 몇 분 알바를 하고 463m봉과 434봉을 잇달아 넘습니다.

왼쪽으로는 상월쪽 들판과 양화 저수지가 진녹색으로 빛을 발합니다.

오른쪽으로는 숫용추 계곡으로 들러서 머리봉으로 가는 사거리가 나오고 계곡의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립니다.

10시 42분.

370m봉을 지나면서는 거대한 약 1m정도 높이의 개미집이 예닐곱 개가 정맥길 옆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 정맥길에서는 머리봉으로 올라 천황봉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문다래미가 잘 보입니다.호랑이 바위와 함께.........

이어서 나오는 용천령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빠져 10여 미터 가니, 계곡과 함께 암자 터인지 집터인지 모를, 돌담이 쌓인 서너 개의 집터자리가 계곡 옆에 자리 잡은 곳에서 역시 형님이 준비한 부추 빈대떡을 먹습니다.

11시 12분.

양말을 벗어 계곡 속에 발을 담그고..........

가재가 출산을 한 모양입니다.

행복이 따로 있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용천령이 서문다리라 불리는 곳이 아닌가 유추 해 봅니다.

급한 오르막을 오르니(446m봉) 능선이 이어지고 신원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납니다.

11시 40분.

여기서 부터는 작년에 올라 본적이 있습니다.

다시 가파른 길을 가며, 천황봉 올름길입니다.

그저 오로지 올라서는 길 밖에 없습니다.

천황봉 직전 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공주시와 논산시의 들판이 멋지게 펼쳐져 있습니다.


 
왼쪽의 뾰족한 봉이 향적봉, 지나온 정맥길과 상월들

 

천황봉전 거대한 암릉 안부에서 왼쪽으로 돌아서고 가파른 암벽의 경사진 오르막길을 조심조심 가고 벙커가 있는 천황봉 삼거리에서 잠시 숨을 돌립니다.

왼쪽으로 가면 조금 후에 내려설 쌀개봉과 관음봉 연천봉 문필봉 삼불봉 동학사 장군봉 황적봉 치개봉 우산봉 갑하산 등등, 계룡산의 동북쪽 일대 거의가 조망되고 오른쪽으로  올라야만 계룡산 주봉인 천황봉입니다.

천황봉으로 발길을 옮기고 철조망이 쳐진 경사를 조심스럽게 올라가, 위병에게 천단 사진 좀, 찍게 문 좀 열어 달라 하니 열쇠를 상사가 가지고 있다고 못 열어준다고 합니다.

사정사정 하지만 거절당하고 발길을 돌립니다.

약 5m정도만 가면 정상인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도 위법이니 할 말이 없습니다.

12시 40분.


 
천황봉과 통신 철탑들

 

쌀개봉 능선이 오름과 내림이 심합니다.

천황봉쪽에서 내려서는 첫 번째 쌀개봉에는 무인 카메라 3대가 철탑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무슨 용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형님 한분은 심한 고소 공포증으로 로프가 하나 밖에 없는 쌀개봉 여러 봉오리를 힘들게 어렵게 오르고 내리 십니다.

또 한분의 형님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매우 힘들어 하시니 쌀개봉에서 시간이 많이 지체됩니다.

일단 내려서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쌀개봉에서 시작되는 금남 관악지맥의 시발점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장군봉에서 시작해 밀목재에서 끝나는 "ㄷ" 자 종주를 하시는 대전에서 오신 두분의 산님이, 조금 넉넉한 우리들의 점심을 함께 합니다.

산에서는 모두가 정다운 이웃 같습니다.

45분의 긴 점심은 꿀 같습니다.

 

1시 40분, 다시 쌀개봉 한 봉오리로 올라섭니다.

쌀개봉 한 봉에 올라서니 지척인 천황봉에서 여성 등산객 세분이 크게 떠들며 웃습니다.

형님 한분과 제 입에서 동시에 쌍시옷이 나옵니다.

고소 공포증이 있는 형님의 덕택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 됩니다.

관음봉전 관음 고개에 도착하여 주변을 살피니, 공단 직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으므로 안심이 되긴 하지만, 괜히 범법자가 된 기분입니다.

점심 먹고 시작한 쌀개봉에서 관음고개 까지 근 한 시간이나 소요 됐습니다.

14시 27분.

관음봉에 올라 주위 풍경을 감상하지만 두 분의 형님은 힘드신 가 봅니다.

상의를 하고 두 분은 동학사 계곡으로 하산을 하시고, 만학골재까지 가기로 한 저도 삼불봉을 거쳐 남매탑으로 내려서기로 합니다.

14시 50분.

언제나 내 마음대로 가는 길이니 부담이나 아쉬움은 없습니다.

언제 보아도 멋진 자연 성릉이 황홀 합니다.

왼쪽의 천황봉과 중앙의 쌀개봉 오른쪽의 관음봉, 계룡산의 백미인 자연성릉

 

걸음이 빨라집니다.

잘 아는 관음봉 삼불봉 구간이지만 많은 유산객이 걸음을 더디게 합니다.

삼불봉 서봉에서 정맥은 북쪽으로 수정봉을 거쳐 만학골재로 가지만, 난 오른쪽 남매탑으로 내려갑니다.

남매탑으로 내려서니 많은 분들이 여유로운 휴식를 하고 계십니다.

15시 30분.

남매탑

 

남매탑에서  내려서는 천장이골은 남매탑으로 오르는 산객들과 계곡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동학사 입구에서 형님들한테 전화를 하니 아직 동학사 전이라 합니다.

조금 기다리고 셋이서 함께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와 막걸리에 파전이, 피곤한 몸을 기분 좋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