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의 가을, 10월 7일 하루는 울산 시내에 머물지 않아도 된다. 하루 일을 안해도 밥을 먹을 수 있는 나는 대한민국 최고의 행운아다. 물론 이 하루는 산에 바쳐질 것이다. 전국 100 명산(산림청 선정)을 목표로 쏘다니기 2년 째, 정확히 말해 1년반이다, 26년전 대학 3학년 때 산을 다니게 된 후로 요즘같이 산오르기에 열병을 앓아 본 적도 없다. 100명산을 우선으로 하되, 주변, 먼 곳 100산이 아니더라도 수시로 오르내리는 것이 버릇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내 계획에 따른 산행을 주로 하게 되어, 산친구가 없을 수 밖에 없다. 주로 혼자 걷는 편이다. 서울의 고교 동창들이 한달에 한 번 도봉산을 가는데 몇번 따라가 보았는데 재미가 별로 없다. 산행은 조금만 하고 술은 많이 하며 회포를 푸는 모임인지라 간에 기별도 잘 안가는 산행이다. 그날이 되어도 차라리 혼자서 안 가 본 산을 향한다.

 

근래에도 산을 찾아 헤매었다. 북한산, 도봉산, 중미산을 비롯, 전북 순창의 강천산, 영월의 구봉대산, 설악산 공룡능선, 영남알프스의 서쪽 능선, 추월산 등을 올라 보았으나 목마름은 가시지가 않는다.,

100명산에는 10월 2일 추월산에 올라서 90개로 다가섰다. 100명산을 목표로 잡은 시점이 작년 4월 쯤인데 그 동안 오른 명산을 세어 보니 30여개였었다. 나머지 50여개는 1년반 동안 끈질기게 올라서 이제 합이 90개다. 열개를 더 채워야 하는데 거리 문제나 시간 문제 등으로 더디어진다. 지금까지 한번 이상 오른 산을 대강 꼽아 보니 90산을 합하여 150산은 되는 것 같다. 친구(최근 열심히 산행기를 올리고 있는 산우)가 가지고 있는 200산 기록에는 아직 모자란다. 내가 200에 다가가면 그는 이미 250쯤 갈 것 같다. 호가 1,500산인 김정길님의 현재까지의 기록인 약 1,200산은 나에겐 아직 도달하지 못할 꿈이다.

하루를 갖게 된 전날 밤, 내일의 계획을 세워보는 행복한 순간을 가졌다. 100산 중 전라남도에서 가보지 못한 백암산과 방장산을 한 큐에 오를 계획도 세워 보나 하루만에 왕복해야 하는데, 혼자서 운전하고 가기가 싫다. 얼마전 같으면 새벽 4시 쯤 떠나 2산 등정을 감행했을 터인데, 오늘 밤은 웬일인지 자신이 없어진다. (두륜산과 팔영산, 황매산과 황석산, 계방산과 오대산 등은 그렇게 다녀왔다.) 지지난 주(9월 25일) 공룡능선에 단풍이 시작되는 걸 보고 왔기에 다시 설악산행도 꿈꾸어 보나 시간과 거리상 역부족이다.

어느 산을 갈까 밤새 궁시렁거리다가 결국은 우리 동네의 영남알프스를 가기로, 아침 TV 뉴스가 끝나는 아침 8시 쯤 작정한다. 지난 10월 1일에는 재약산, 천황산, 능동산을 연결하여(주암계곡-재약산-천황산-능동산-석남고개-살티마을-석남사) 영남알프스의 서쪽 줄기를 하루 종일 걸었었는데, 이번에는 영남알프스의 동쪽 줄기를 힘 닿는데 까지 하루 종일 걸어볼 계획이다. 단풍은 아직 이를 터이고 억새를 보고 싶다. 또 하나 큰 욕심은 1,000m의 고원을 걸으며 주변의 산들을 조망하는 일이다.(결국 이 소원은 이루어진다.)

배내골 가는 버스가 언양읍에서 하루 두번 있는데 오전 10시이다. 그 시간에 맞추어 여유를 부리다 보니 아침행동이 오히려 게을러진다. 9시20분 배낭을 메고 집을 나와 10분 후 천상리 정거장에서 언양행 좌석버스를 초조하게 기다린다. 좀 늦은 감이 든다. 가까운 곳에 갈 때 지각하기 쉬운 이치이다. 10분정도 기다리니 버스가 온다. 언양 도착시각은 다행히 9시51분이다. 배내행 버스는 10시 4분에서야 도착, 배내고개에 10시40분 내려준다. 이 고개는 전에 자주 오던 고개로 모든 것이 낯익다. 산행객이나 공사장 인부를 위한 허름한 밥집들이 눈에 뜨이고 커다란 주차장이 있어 자가용을 이용한 산행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휴대폰을 꺼내 전화가 필요한 곳에 전화를 거느라 10여분을 소모하고 휴대폰을 끈 다음, 10시 54분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기록(10월 7일 목요일)

10:54 배내고개 출발
11:31 배내봉(966m)
12:39 간월산(1,083m)
13:05 간월재
13:48 신불산(1,209m)
14:10 신불재(가천삼거리)
14:55 영축산(또는 영취산, 취서산, 높이는 해발 1,075 or1,059m)
15:05 비로암 갈림길
15:13 고 남영국 추모비
15:49 백운암 갈림길
16:14 죽바우등(1,055m)
16:36 한피기 고개
17:36 나무쓰러진 곳
17:43 금수암 앞
17:48 자장암 가는 아스팔트 도착
18시 쯤 택시 만나서 신평 주차장까지 옴으로 산행 끝

10시 54분 배내봉을 향하여 처음 가는 길을 걸어 본다. 신불산, 간월산엔 여러 번 올랐어도 이 코스로는 처음이다. 승용차를 타고 오지 않았기에 오늘은 가고 싶은 만큼 갈 수 있으리라고 마음 속으로 흐뭇해 한다. 택시비를 조금만 내면 되는 것이지만 자기 동네에서 택시로 움직이면 괜히 손해 보는 느낌이 난다. 그렇다고 승용차를 가진 사람에게 부탁하기도 미안하다. 오늘은 버스를 타게 되어 기쁘다. 하루의 시간과 산이 있으면 아무리 걸어와도 행복할 것 같다. 아까는 버스를 놓치면 걸어 올 각오도 했었다.  

37분만에 배내봉에 오른다. 날은 흐렸지만 먼 곳까지 조망할 수 있다. 욕심을 내어 사진을 찍어 보는데 중요 지점마다 동영상을 찍어 둔다. 앞의 신불산과 간월산을 시작으로 우측으로 카메라를 돌리면 재약산, 천황산과 그 밑의 주암계곡이 보이고 다시 운문산과 가지산, 고헌산의 덩지 큰 산들이 나를 부르는 듯 둘러 서 있다. 또 하나 우리 동네의 문수산과 남암산이 동쪽 멀리서 검은 실루엣으로 떠 올라 나를 즐겁게 한다. 작은 산들이지만 우리 동네 근처에 있으니 반갑다.

12시 39분, 땀을 흘리며 간월산 정상에 선다. 기록을 위한 스틸 사진과 동영상 촬영, 어느 분이 라면을 끓일터이니 같이 먹자고 하시는데, 노탱큐로 감사드리고 간월재를 향하여 천천히 내려 간다. 아직 밥 먹으며 시간보내기가 아까운 심정이다. 간월재에는 레미콘 차가 와 있고 무슨 집의 기초를 만들고 있는데 그 집의 넓이가 보통이 아니다. 무얼 하려는지? 이곳 신불산은 도로를 만드느라 아래 쪽이 너무나 파헤쳐져 있어 올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명산을 보존하고 가꾸는 마음이 아쉽다. 

신불산 정상을 항하여 경사길을 천천히 걷는데 약간 힘이 든다. 등산 후 2시간 정도인데 벌써 힘이드니 걱정이다. 디지털 카메라를 좀 큰놈으로 장만했더니(소니 DSC-717) 그 놈이 꽤 걸리적거린다. 카메라를 줄이 달린 카메라집에 넣고 그 줄을 목에 걸었는데 걸을 때마다 덜렁거리며 매우 불편하고 목에도 하중을 가한다. 그렇다고 사진을 안 찍을 수도 없고, 다음 산행엔 작은 걸 들고 와야할 것 같다.

그때 발걸음을 빨리 하다 보니 10여명의 등산객들 뒤를 좇게 되었는데, 그들이 일본어로 떠들고 있었다.

일본 사람들이 이곳 산행을 온 것이다. 신기했다. 그들의 복장이나 배낭을 보니 우리들의 것과는 약간 다르다. 각 색의 면바지를 입었고 배낭은 장식이 없고 단순해서 자루같이 생겼다. 우리들이 유행을 탄다면 그들은 유행에 초연한 것 같다. 한국사람들은 검은 바지에 검은 셔츠, 복잡한 모양의 배낭을 선호하는 것 같은데...

여럿이 산행하는 지라 나의 속도에 견디지 못하고 그들은 예의바르게 미리 알아서 '도조'하면서 먼저 가라고 비켜 준다. '도모 아리가토'라고 할 수 있지만 탱큐라고 하고 그들을 벗어난다. 외국인이 있기에 주변을 살펴 본다. 간월재까지 큰길을 내서 자연파괴해 놓은 것과 가끔 눈에 띄는 비닐 쓰레기가 마음에 걸린다. 제발 그들이 한국의 산을 좋게 평가해 주길 바라며 신불산 정상을 향한다.

여담이지만, 한국의 100명산을 생각하면서 일본에도 100명산이 있다고 하기에 일본 책을 한 권 일본 가는 분에게 부탁해서 대강 살펴 보았다. 결론적으로 그들의 산은 높고 험했다. 최고봉인 후지산이 3,744m이고 두번 째 산도 3,190m 정도다. 일본 100명산의 대부분이 고도가 1,500m 이상이다. 하루에 등반이 안 되는 산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한국인으로서 일본의 100산에 도전한다면 가능할까?라고 생각해 보니 불가능이라는 답을 얻었다.

한국의 산은 아기자기하다고 할 수 있고 정상까지 하루에 올랐다가 내려올 수 있다. 다섯시간 이내로 다 갔다 올 수 있을 것 같다. 소위 휴먼스케일(Human Scale)의 산으로 사람과 친해질 수 있는 산이 한국의 산이라고 해석해 본다.

오후 1시 48분, 신불산 정상에 도착했다. 산행 시작후 약 3시간이 지나간다. 정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머무르고 있었는데 한 곁에는 점심을 먹는 아지매들의 목소리가 아주 크다. 혼자 온 나그네는 쭈볏쭈볏 사진이나 찍은 후 조용히 떠날 수 밖에. 오늘 점심으론 간식 밖에 준비를 못했다. 오이와 쵸코파이 및 다른 파이 종류 뿐.

그 동안 산에 다니면서 김밥을 너무 사먹어서 산에서는 김밥을 안 먹고 차라리 빵을 먹는데, 오늘은 그것도 준비를 안 했다. 이것 저것 너무 신경쓰다 보면 산행에 집중이 안되고, 산에 갈 수 있으면 아무 거나 먹어도 줄겁기에 먹을 것에 개의치 않는 것이 나의 산행방식이다. 가천으로 가는 삼거리 안부를 따라 내려 오다가 바위에 앉아 영축산을 바라보며 오이와 파이를 꺼내 되도록 빨리 먹었다. 시간을 아끼고 싶었다. 오늘 어디까지 갈 수 있을런지? 부산까지 걸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2시 10분 가천으로 가는 삼거리인 신불재에 도착하여 가천 쪽으로 조금 내려가 샘에서 물병에 물을 보충하고 다시 올라왔다. 주변에 억새가 제법 많이 나서 펼쳐져 있다. 그러나 그 키가 작아서, 약간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사진 몇 장을 찍어 둔다.

영축산까지의 고원지대를 휘적휘적 걸어간다. 1,000m 가 되는 고원을 이렇게 오래 걸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니 마음이 행복해진다. 이쪽으로는 사람들의 숫자가 확실히 적어진다. 열심히 앞장 서 가던 두 젊은이가 경치에 취해 휴식하기에 앞질러 가 본다. 느슨한 오르막길이다. 구름은 끼었지만 먼 곳까지 잘 보인다. 바람이 세지 않게 불어 기온도 알맞다. 주변 경치가 매우 잘 보이고 아름답다. 이야말로 선경이다. 이 시각 혼자서 있음에 감사해 본다. 다른 사람의 동의 구하지 않고 혼자서 말없이 느낄 수 있는 이 순간이 좋다.

2시 55분 바위로 된 영축산 정상에 도착했다. 얼마 전 이 산의 이름을 영축산으로 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상석엔 영취산이라고 적혀 있고, 그 옆의 표지석엔 취서산이라고 새겨져 있으니 영축산이라는 이름은 책에서나 보일 뿐이다. 높이도 정상석엔 1,075m, 표지석엔 1,059m라고 적혀 있다. 부처님이 태어난 곳에 있는 영축산(인도에 있음)은 '신령한 독수리가 사는 산'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한자의 발음이 '축'이나 '취'로 될 수 있어 혼란이 생긴 것 같다.(건너편의 천황산도 일본 천황을 상기하게 되므로 사자산이라고 부르자는 제안이 있다.)

여기 쯤 와서 시간을 고려해 보니 오늘의 목표는 남서쪽 한계를 시살등(980.9m)으로 잡아야 할 것 같다. 제법 뾰족하고 멋진 봉우리들이 3개 정도 남쪽으로 보인다. 그 중 마지막의 높은 봉우리가 시살등같다.(나중에 내려와서 책을 찾아 보니 그 봉우리는 죽바우등이고 시살등은 조금 더 가야했음)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 보니 좌회하여 비로암으로 가는 길과 시살등으로 직진하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한다(3시 5분). 여기서부터 시살등 쪽으로는 처음 가 보는 길이다. 이쪽으로 가는 사람은 이제 나 밖에 없어 제법 적적하다. 초원처럼 관목으로 뒤덮힌 고원지대는 끝나고 나무숲을 헤쳐 가는데 길도 매우 좁아지고 가끔 길을 찾아 헤매야 했다.

첫번째 봉우리 쯤에서 고 남영국 추모비를 만났다(3시 13분). 고인의 산사랑을 짐작해 보고 마음 속으로 그분의 넋을 위로하며 성호를 긋는다. 계속 나아가 3시 49분, 통도사 부속 암자인 백운암으로 갈 수 있는 삼거리를 지나 직행한다. 두번 째 봉우리에는 올라가지 않고 앞에 보이는 마지막 봉우리를 향하여 계속 가는데 산행이 5시간이나 지나서인지 속도가 붙지 않는다.

세번째 봉우리가 시살등인 줄 잘 못 알고 왔는데 내려와서 김형수 옹의 산행안내서를 보니 이 봉우리에는 죽바우등이라는 다른 이름이 붙여 있었다. 높은 데다가 매우 험준한 봉우리였기에 산행의 목표가 되기에 훌륭한 랜드마크(Landmark)였다. 내 산행에는 희망봉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옆으로 돌아서 올라 가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4시 14분 드디어 암봉의 꼭대기에 도착했다. 온몸은 땀으로 목욕하고 카메라는 계속 걸리적거린다. 동영상을 한바퀴 돌리고 스틸도 몇장 찍는다.

이곳은 상대적으로 제법 높은 봉우리이기에 주변의 산들을 조망할 수가 있다. 신불산, 영축산이 보이고 문수산, 남암산, 정족산, 천성산, 원효봉이 손에 잡히고 밀양 쪽의 산들은 재약산, 천황산 빼고는 이름을 잘 모르겠다. 아직 미답의 산들이다. 정족산의 봉우리는 피라밋처럼 단정하게 보인다. 정족산 정상에서 약간 떨어진 아래 쪽으로는 두개의 공원묘원(솥발산공원묘원과 삼덕공원묘원)이 흉터처럼 붙어있다.

22분이나 걸려서 한피기고개에 도달한다(4시 36분).  이제 산행을 접어야 할 시간이다. 아쉽다. 플래쉬도 준비해 두었다. 그러나 미답의 산을 혼자서 헤쳐나갈 힘은 없었다. 좌측으로 돌아 동쪽의 자장암을 향한다. (시살등은 여기서 아주 가까웠는데 정보 부족으로 미답으로 남겨 놓는다.)

  
불이나케 아래쪽을 향해 걷는데 넙적다리의 근육이 당긴다.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계속해서 걷는다. 몸에서 이상신호가 오니까 두려워지기도 하지만 약간 기뻐지기도 한다. 오늘도 결국 지치도록 걸었다는 흐뭇한 신호가 아닐런지. 넙적다리의 당김현상은 계속되는 내리막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산속은 차차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미답의 길이라 약간 불안하기도 하나 길이 나 있어 무서움은 없다. 약간 외롭다고나 할까? 왜 이런 짓을 하나? 자문해 본다. 답을 못 얻겠다. 산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 일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 한 구석이 어두워진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의 행복한 마음을 계속 지니고,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기로 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5시 36분, 커다란 소나무가 쓰러져 길을 가로막고 있는 곳에 도착, 카메라에 담는데 플래쉬가 터진다. 그만큼 어두운 길이다. 길은 점점 더 넓어지고 확실해져 간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제법 경사진 길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작은 돌을 밟고 미끄러지며 몸이 뒤로 자빠진다. 다리에 힘이 풀린 탓이다. 다행히 배낭을 지고 넘어졌기에 크게 아프지가 않다. 액땜으로 생각했다. 사소한 넘어짐은 자주 있는 일인지라 오늘은 제법 조심한다고 했는데 오늘도 결국 이곳에서 땅을 사고 말았다.

5시 43분 금수암이란 암자앞에 왔는데 암자는 잠겨 있다. 스님들이 정진중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이제 아스팔트 대로로 나왔다. 자장암으로 가는 표지판이 나오는데, 꾀가 난다. 아까 영취산-시살등의 능선에서 살펴 보니 이쯤에서 개울을 따라가면 통도사로 직행할 수 있게 보였다. 작년에 여기서부터 신평까지 아스팔트길을 한시간 가량 걸어간 적이 있는데 매우 지루했었던 기억이 있었기에 주저없이 아스팔트길을 버리고 개울을 따라 절쪽으로 진행한다. 이미 어둠이 어느 정도 내려와 조심해야 했다.

길은 없고 풀과 잡목이 무성하다. 나락이 영근 논둑에는 가시철사를 한줄 쳐 놓았다.(야생의 멧돼지 방지용인 듯 함) 조심조심 길을 찾고 개울을 두번 건너 저쪽 아스팔트길로 올라가려는데 그 곳에 철책을 쳐 놓았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 철책 끝에 이르니, 철책은 끝났는데 이어서 낮게 쳐진 가시철망이 나타난다. 몸도 지쳤는데 짜증이 난다. 철망을 등산화로 밟고 쇠철책의 기둥을 잡고 길위로 올라 서는데 무슨 식물인지 가시 달린 넝쿨이 팔에 휘감기며 가시가 앙팔을 - 특히 왼쪽 팔을 찌른다.

더워서 소매를 걷어부친 것이 잘못이었다. 매우 따갑고 아프다. 피도 나는 듯하다.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다. 어둠 속에 보니 통도사 절로 가는 쪽에 울타리가 쳐져 있는데 마침 문이 열려 있다. 그 안으로 들어갈 수 밖에... 한 50미터 쯤 갔을 때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뒤쪽 문밖에서 울린다. 지나가던 택시가 나를 발견하고 호객을 한 것이다. 다시 문 밖으로 돌아왔다. 지치고 캄캄하니 호객에 응할 수 밖에 없었다. 기사는 자기의 휴대폰 번호가 인쇄된 쪽지를(호객을 위해) 쇠기둥들에 붙이더니 신평으로 향한다. 버스정류장까지 4,000원을 내라고 한다.

신평주차장에서 6시 반쯤 언양행 버스에 오르니 다행히 자리에 여유가 있어 배낭을 옆에 앉히고 빨간 약(포비돈)을 꺼내 상처부위에 바른다. 가시철망을 넘다 가시에 긁힌 후부터 계속 따가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게 무슨 식물인지 어두워서 확인도 못했는데 손과 손등, 팔에 무언가 아주 작은 가시들이 박힌 듯하다. 글을 쓰는 이 순간(10월 8일 오후)까지도 다 낫지를 않는다. 두번째의 액땜이다.

언양시장의 원조국밥집에서 쇠머리국밥을 한 그릇 사먹고(5,000원) 울산시내로 가는 좌석버스에 올라 영남알프스 하루 산행을 마감하였다. 

후기 : 급하게 쓰다 보니 글이 잘 안되었고 제 내부 감정이 주책없이 새어나오기도 했군요. 여러분 산행에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겠습니다.

         겨우 사진 올리는 법을 배웠는데 사진 6장을 올려 봅니다.(사진 우측 아래의 촬영된 시각을 참조하십시오)

능동산에서 간월산을 바라봄. 북사면 바위위에 점점이 단풍이 보인다.
 

 

간월산 남쪽 기슭에서 신불산을 바라 봄. 훼손된 곳이 일부만 보여 다행이다.
 

 

신불산 정상석 : 뒤 좌측으로 영남알프스 최고봉인 가지산 봉우리가 보이고 그 줄기와 우측으로 따라가면 고헌산이 보인다.
 

 

신불산 남쪽 기슭에서 영축산을 바라 봄. 경부고속도로에서 보면 날카롭게 보이나 여기선 순하게 보인다.
 

 

영축산 위에서 시살등 쪽을 바라 봄. 가운데 멋지게 높은 봉우리는 시살등은 아니었다. 그 넘어에 있음.
 

 

한피기 고개의 낡은 이정표. 여기서 좌로 자장암을 향해 방향 바꿈.. 영축산의 남쪽 줄기엔 사람도 별로 없고 시설도 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