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51  제암산(帝岩山 807m) - 전남 장흥군. 보성군

 

산 행 일 : 2004년 10월 3일 일요일
산의날씨 : 맑음
산행횟수 : 2회차
동 행 인 : 김정수. 박상식. 우리 부부
산행시간 : 4시간 45분 (식사 휴식 1시간 50분포함)

 

공원묘지 주차장 <0:42> 곰재 <0:12> 614봉 <0:08> 곰재 <0:26> 형제바위 갈림길 <0:16> 제암
<0:18> 형제바위 갈림길 <0:06> 삼거리 <0:47> 주차장

 

* 6.6km ⇒ 주차장 <1.6> 곰재 <0.4> 614봉 <0.4> 곰재 <1.2> 형제바위 갈림길 <0.6> 제암산
<0.6> 형제바위 갈림길 <0.2> 삼거리 <1.6> 주차장

 

연중 가장 산행하기 좋은 이때 하필이면 허리가 삐꺽, 맥을 못 추겠다.
1,500산 님을 비롯한 몇몇의 추령을 기점으로 내장산을 한 바퀴 도는 산행에 동참할 수 없어 사
정을 얘기한 후 쉬려고 했는데 진주 친구로부터 "제암산을 가보고 싶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참으로 난처하다.
오랜만에 동행하고 싶어하는 친구의 소원(?)을 모른 체 할 수가 없어 털보에게 연락하니 "천천히
같이 가자"고 하질 않는가.

 

"그런 몸으로 산에 간다니... 제 정신이냐?" 
"거리가 짧은 장흥 공설묘지 쪽에서 한바퀴 돌아오자"
아내를 설득시켜 늦으막하게 집을 나섰고 까르푸 앞에서 친구들과 합류하여 이번에는 우리 차로
장흥을 향해 달린다.   

천관산 억새를 보려 가는지 두륜산이나 무등산을 향해 가는지 모르는 관광버스를 자주 스친다.

감나무재 부근에 이르자 걸음이 한없이 느린 털보가 "감나무 재에서 시작하자"고 했지만 땅콩과
나는 원래 계획했던 대로 장흥쪽으로 가기로 하자 털보가 궁시렁거린다.

 

2번 국도, 구 도로를 따라야했는데 신설 확포장 도로를 따르다보니 빙 돌게 돼 시간만 허비했다.
구도로 에서 도로표지를 보고 4km를 가면 장흥 공설공원묘지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 일부는 마을 주민들의 곡물 건조장으로 변해 결명자, 벼 등이 널려있다.
왼쪽 오름 길은 공원묘지 쪽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이 간재나 곰재로 이르는 길이다.

 

 

                                            주차장 에 있는 등산 안내도

 

10 : 40 주차장으로부터 20여m 거리에 있는 '↑ 곰재 1.6km * ↗ 사자산 3.7km' 이정표를 보고
곰재 방향 비교적 넓은 숲속으로 들어서 4분쯤 가면 역시 넓은 길 삼거리가 나오고 이번에는 오
른쪽 길로 돌아 2분 후 또 나오는 삼거리에서 역시 오른쪽 길을 따른다.
산악회나 개인들이 매 단 리본이 안보이더라도 멀리 움푹 패인 고개를 바라보면 감이 잡힌다.

 

 

                                                    들머리의 이정표

 

10 : 53 물 없는 골짝을 좌우로 커다란 바위가 버티고 서 대문을 통과하는 기분이 든다.
수량이 제법 많은 고랑을 건너 돌 깔린 길을 오른다.
무성한 잡목이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주나 털보는 벌써 뒤로 쳐지기 시작한다.
허리가 정상이 아닌 내가 은근히 걱정했는데 산신령님이 돌봐 주시는지 오히려 새로운 기운이 생
겨 앞서 가다 가끔 뒤돌아보면 나무가지 사이로 월출산이 멋지다.

 

11 : 22 땅콩과 아내는 털보를 의식하고 되도록 발을 맞췄지만 나는 답답해서 앞서 곰재에 이르
러 제암산이 아닌 곰재산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한 사람이 지날 수 있는 비좁은 철쭉밭길을 타고 첫 암봉에 올라 제암산을 조망하려는 것이다. 
상당히 가파르고 이끼낀 길이 미끄럽다

 

11 : 34 큰 바위 왼쪽을 돌아 오른 봉우리는 조망이 기막히고 조금 밑에는 헬기장이 있다.
제암산이 가로 막아버린 북쪽을 제외한 삼면, 바다와 무수한 산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614봉에서 본 제암산 전경

 

한 숨 돌리고 곰재를 향해 부지런히 걷는 길에서 한 무리의 산행 객들과 교행한다.  
사자산, 삼비산, 일림산으로 가는지 모르겠다.
아니 호남정맥을 종주 하는 길인지도 모르겠다.

 

11 : 37 이제는 내가 상당히 뒤쳐졌을 일행을 쫓아 급하게 내려 가
11 : 45 곰재를 조금 오른 쉼터에서 합류했는데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아니면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지 모르나 찐 밤을 까먹느라 부산하다.
마침 목마른 터라 아내 옆에 퍼질러 앉으니 쩍 벌어진 으름 한 개를 건네준다.
"너무 높은 곳에 붙어서 딸 수가 없었다"는 으름은 검은 씨 반 살이 반이나 완연한 가을 맛이다.

 

11 : 58 "이러다 해 넘어 가겠네요"
아내가 한 마디 하고 앞서 일어서는 걸 보니 한참을 두고 쉬었음이 분명하다.  
가족바위에 이르러 또 사진을 찍는 등 자꾸만 늘어진다.

 

 

                                                가족바위와 장흥벌

 

12 : 24 두 친구를 뒤로하고 아내를 쫓아 부지런히 걸어 형제바위 갈림길에 이르렀다.

 

 

                                         형제바위 갈림길에서 본 제암산

 

제암산에 이르는 넓지 않은 능선에 활짝 핀 억새 꽃이 가히 환상적이다.

 

 

 

                                             정상 직전 억새밭의 여인

 

우리가 내려가야 할 형제바위 길을 살펴보고 억새평원을 거쳐 정상을 향해 진행한다.
낮은 봉우리에 표지석이 있으나 임금바위로 오르면 진짜 표지석이 있다

 

12 : 49 제암산 임금바위로 오른다.
임금의 자리를 아무에게나 내어주지 않으려는 듯 오르기가 쉽지 않아 앞 바위에 많은 사람들이
오르기를 포기하고 나름대로 즐거움을 나누고 있지만 정상으로 오를 때는 작은 굴을 통과하는 것
이 쉽고 내려 설 때는 정상 표지석 바로 밑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수 십명이 앉을 수 있는 정상이다.

 

 

                                                   제암산 정상표지석과

 

 

                                         득량만 건너 고흥반도와 팔영산

 

지리산이 보인다.
천왕봉으로부터 반야봉, 억새가 만발했을 만복대가 보인다.
팔영산, 천관산, 두륜산, 월출산, 무등산 등 산에 다닌다는 사람 치고 한 번쯤은 올랐을 유명 산들
이 조망되고 지척의 억불산을 비롯하여 부용산, 덕룡산, 며칠 전에 찾은 보은산, 수인산, 백아산,
모후산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가 번잡스럴 정도다.
어디 그뿐인가.
시퍼런 바다는 또 어떻고.

 

 

                             모후산, 백운산 멀리 뒤로 지리산이 하늘금을 긋고

 

 

                                                      월출산쪽 모습

 

 

                                                사자산과 천관산쪽 모습

 

제암산을 구경하고 싶다던 땅콩은 참 복도 많다.
눈을 크게 뜨고 사방팔방 조망을 즐기느라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관여치 않고
"야! 기막히다. 기 막혀!" 그저 감탄사를 만발한다.

 

13 : 52 임금바위를 조심스럽게 내려서 앞에 있는 바위에서 다시 한 번 사방을 둘러본 후
13 : 52 억새봉 길섶에 있는 '장흥 22. 1990 재설' 삼각점을 확인하고 억새를 안고 사진도 찍는다.
14 : 10 형제바위 갈림길에 이르러
14 : 17 다시는 못 올 것 같이 사방을 둘러보고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14 : 23 삼거리.  '↖ 형제바위 0.2km * ↗ 촛대바위 0.3m' 이정표를 보고, 촛대바위 길이 아기자기
하다는 정보를 얻었기에 오른쪽 길로 접어드니 철쭉과 잡목이 길을 막으나 날 등을 따르며 바위
를 타는 등 재미가 쏠쏠하고 거대한 협곡에 늘여진 30여m 굵은 밧줄을 붙잡고 내려서면 작은 선
바위가 나오는데 촛대바위다. 
지독한 급경사 길을  줄줄 미끄러져 내리는데 늦은 시간에 정상으로 가는 사람들이 있다.

 

 

                                              협곡을 내려가는 일행

 

14 : 50 펑퍼짐한 능선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14 : 50 골짜기 작은 너덜에 이르자 내리막길도 힘드는지 "쉬었다 가자"며 털보가 주저앉는다.
아닌게 아니라 다리가 후들거리고 이 코스로 오르려면 꽤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차장이 가까워 진 것 같은데 아내는 배낭을 비우려고 그러는지 얼른 배를 꺼내 깎는다.

 

15 : 02 쉼터를 출발.
5분을 내려가면 형제바위로 갈 수 있는 삼거리가 나오고 칡넝쿨과 산딸기 덤불 간섭을 받으며 또
5분쯤 가면 울창한 삼나무 조림지가 나온다.
15 : 14 광산 김씨 묘역을 거슬러 햇빛이 내리쬐는 길을 걸어
15 : 19 수도꼭지 두 개가 설치된 음수대에서 목을 축이며 금방 내려온 촛대바위와 형제봉을 올
려다본다.

 

 

                           식수대 옆에서 올려다 본 촛대바위와 형제바위 능선
 
15 : 25 오른쪽의 장흥 공설공원묘지를 스쳐 관리사무소 앞을 지나 100여m 밑에 있는 주차장으
로 돌아오면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너무 짧은 코스를 탔을까? 해 있을 때 진주에 도착하겠다 야"
2번 국도를 달리면서 땅콩에게 한 마디 하자 몹시 흐믓해 하는데 털보가 느닷없이 "기왕 왔으니
보성 차밭이나 구경하고 가지 그러냐"는 말에 마음이 동하는지 "그럴까?' 하니 천상 붓재를 향해
차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보성 녹차밭(붓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