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2004. 3. 31(수)


〈산행자〉san001


〈산행코스〉효자비→밤골계곡→염초능선→백운대서면대슬랩→위문→백운대→여우굴→설인장→북문→효자비


〈산행기〉

먼저 이번 새로운 길 답사를 하면서 읽으시는 분들이 혹시나 너무 무모한 산행을 하는게 아닌가 오해할 소지가 있어 새로운 길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먼저 드리고자 합니다.

요번에 답사한 새로운 길은 세가지 길. 어느 정도 알려져 있어 북한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미 다녀오신 길일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소문으로만 듣고 호기심을 간직하다가 기회가 되어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세가지 길은 첫 번째 바람골, 두 번째 여우굴, 세 번째 길은 백운대 서쪽 대암벽 횡단코스.

이 중 바람골과 여우굴은 일반등산로처럼 정리되지 않아 거칠다고 느껴지지만 전혀 위험한 길은 아닙니다.

다만 세 번째 길이 대암벽을 가로지르는 좁은 밴드길이 조금 위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찌보면 향로봉보다도 오히려 안전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정말 위험한 곳은 와이어가 설치되어 위험을 감소시킴니다.

염초봉 가는 길은 흔히 북문에서 시작하며, 릿찌길이 위험하여 일반 등산객들은 잘 찾을 수 없는 곳입니다. 하지만 바람골로 오르면 염초릿찌를 전부 탈 수는 없지만 염초릿찌의 멋진 풍경을 잠깐 맛볼 수 있으며 반대로 하산하면 안전하게 산성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또한 여우굴코스는 백운대로 오르는 길 또다른 길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오히려 호랑이굴 코스에 비해서도 상당히 안전하다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산행기에서의 표현을 보면 위험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낯선 길에서 길을 파악하며 가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일은 비가 오고... 그럼 오늘밖에 없잖아. 짐을 바로 싸들고 나간다. 주독도 해소할 겸.
오래간만에 차를 몰고 효자비 앞에 주차. 목적지는 정해졌다. 그냥 안 가본 길 가는 것.
그러기 위해 아는 데까지는 최대한 지름길로 간다.

첫째 갈 길은 밤골계곡 상단부에서 염초봉능선으로 오르는 길.

효자비에서 우측 북문으로 향하다 갈림길(47-01)에서 밤골능선의 사거리안부로 오른다.

숨은벽암릉을 갈 목적이 아니어서 쉬운 밤골계곡을 거슬러 올라간다. 드디어 숨은벽 50미터 대슬랩 직전에서 계곡으로 내려오는 지점(밤골매표소 2.6km, 백운대 0.6km)과 만나고... 그 길의 맞은편으로 오르면 염초봉능선이다.

그런데 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칠다. 가파른 경사를 그냥 오른다. 고도를 높일수록 숨은벽 암릉을 오르는 등산객의 위태로운 산행모습이 그대로 담긴다. 멀리서 보니 더욱 짜릿하다. 14분 오르자 산성벽이 있는 능선. 반대편으로도 산성계곡으로 내려가는 뚜렷한 하산길이 있다.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원효봉 방향으로 내려간다. 일단 어려운 곳이 없어 안심이다. 왜나면 다시 올라와야 함으로... 15분 정도 내려가자 눈에 익은 염초 3봉을 만난다.

백운대가 잘 보이는 전망 좋은 바위에 앉아 전체 지형을 파악한다. 저 아래 깨알같이 작은 등산객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백운대 서쪽면의 대암벽으로 향하는 사람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와 백운대로 가는 염초 암릉길을 찾아본다. 첫걸음부터 막히고... 잠시 우측으로 돌자 쉽게 오르는 길이 있다. 홀드가 좋아 그런대로 올라갔으나 마지막 5미터 정도의 슬랩이 문제. 오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위가 어떻게 생겼는지... 길을 못 찾으면 내려올 때가 문제인데. 지나가는 등산객도 없고... 다시 원래 위치로 내려온다.

그럼 이제 갈 길은 정해졌다. 아까 저 아래 작게 보이던 사람들이 지나간 길을 찾아가는 길.

계곡으로 하산하면서 가능한 백운대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걷는다. 길 흔적도 뚜렷하지 않고 낙엽이 무성하여 힘들게 그 길을 기억하며 오른다.

마침내 저 위에서 바라보던 장소를 만나고... 평탄한 공터이다. 멀리서 볼 때 이 장소 위로는 깎아지른 백운대의 대슬랩. 올라갈 길이 보이지 않던데... 일단 길을 따라 올라본다. 작은 바위를 넘자 사람들이 보인다. 그런데 저게 뭐야. 백운대 대슬랩의 중간을 횡단하는 것이 아닌가... 거의 100미터 이상되는 암벽의 중간을... 저 것도 길인가...

무작정 따라 오른다. 앞선 사람들의 발길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길 같지 않은 암벽을 기어오르자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만난다. 옆을 보자 아찔. 갈까 말까 망설이다 그 사람들도 갔는데... 조심스레 발을 옮긴다. 약40미터 횡단하는 길. 다행히 경사가 급한 곳에 10미터 정도의 와이어줄이 메달려있고 처음에 보기보다는 쉽게 지나갈 수 있다. 그래도 와이어가 얼마나 고마운지...

횡단면을 지나면 길이 넓어져 마음이 푸근하다. 이후 3미터 직벽. 만만치 않지만 억지로 오른다. 앞서 지나간 사람들은 이미 보이질 않고... 백운대가 아주 가까워 보이지만 오르는 길이 없다.

조금 더 나아가자 위문에서 내려와 주능선으로 가는 갈림길이 보인다. 그럼 이 길이 저기로 연결되는가... 갑자기 허탈하다. 백운대로 직접 가는 길이 있을 것 같은데...

위를 쳐다보니 가파르지만 홀드가 좋은 곳이 있다. 무작정 치고 오른다. 하지만 결국 잡을 곳도 없는 절벽. 느낌상으로는 20미터만 오르면 여우굴과 연결되는 백운대정상 서쪽의 쇠난간 아래 장소와 만날 것 같은데...

다시 돌아서 위문으로 향한다. 이왕 이렇게 된 바에는 말로만 듣던 여우굴을 확인하기로 한다.

백운대. 물을 마시려고보니 한방울도 없다. 정신없이 그것도 확인 안하고 먹을 것 하나 없는 배낭을 지고 왔으니... 인수봉에서 하강하는 사람들을 정신없이 구경한다. 그냥 그리움의 대상으로...

백운대를 우측으로 돌면 급경사 바위에 쇠난간이 줄줄이 설치된 곳이 있다. 아래 평탄한 곳은 풀밭으로 되어 있는 장소. 여우굴로 가는 길이라는 것만 알고 내려간다.

평탄한 장소에서 좌측으로 가자 깎아지른 절벽. 휴! 아찔하다. 다시 올라와 우측을 봐도 절벽... 도대체 어디가 여우굴로 가는 길인가... 길을 이리저리 찾아보니 우측 절벽 옆으로 작은 길이 보인다. 거칠긴 하지만 분명한 길이다.

가파르게 내려간다. 밑으로 갈수록 낙엽이 무성하고... 하지만 분명 길이다. 이 길은 염초봉에서 백운대로 향하는 능선 옆을 가파르게 내려가는 길 아닌 길이다.

한 10여분 내려왔나... 앞에는 약7미터의 절벽. 딱 길이 끊어진다. 나무 한그루가 있어 슬링줄을 확보하고 내려갈 수는 있는데... 문득 옆의 바위를 보니 구멍이 있다. 배낭을 지고는 들어갈 수 없는 곳. 이것이 혹시 여우굴이 아닐까... 배낭을 벗고 맨몸으로 어두운 굴을 일단 들어간다. 저 아래 빛이 나오는 곳. 출구가 보인다.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분명 여우굴임에 틀림없다.

굴을 나와서도 여전히 뚜렷하지 않은 가파른 내리막길. 5분 정도 내려가면 와폭. 또 막막하다. 길을 찾아 둘러보자 우측에 낡은 밧줄 하나가 걸려있다. 내려가면 야영장인 듯한 장소가 나온다. 바위에 걸린 나무판에는 「시발크럽」이라고 쓰여있다. 이 장소에서 염초봉능선은 바위를 붙잡고 기어올라도 될 정도로 가깝다.

시발크럽에서 좌측을 보면 낯익은 전경. 그래 맞아! 아까 백운대 대슬랩을 횡단하기 위해 오른 바로 그 장소다.

이제부터는 아는 길. 올라올 때의 길을 기억하면 나아간다. 그런데 낙엽이 너무나 수북히 쌓여 자꾸 헷갈리고... 염초봉 바위를 보며 위치를 파악하며 걷는다. 20분만에 정겨운 설인장에 도착하고...

북문까지는 익숙한 길이다. 효자비로 걷는 기분이 새롭다. 계획 없이 왔지만 다양한 길을 파악한 보람이야말로 산을 찾는 최고의 행복이 아닌가...


▣ 물안개 - 어느지점인지 이해가 가면서도 확실이는 모르겠네요.우리여인들도 오를수 있나요? 백운대 오르는 호랑이굴 말고 여우굴이라 구미가 댕기네요 .새로운 코스발견 축하드립니다.
물안개님! 안녕하세요. 물론 오를 수 있답니다. 워킹인데 조금 가파를 뿐이죠. 언젠가 기회가 되겠죠^^^
▣ 산좋아 - 왔다갔다 바쁘시겠어요^^*여기서 보니 새롭네요 계속 수고 하세요^^^*
▣ 원이 - .들어보지도 못한 여우굴까지... 역시나 대단한 북한산의 새론발견~~ 수고많으셨습니다.. 다녀본 길같기도 하긴 한데.. 아리송한게 무척 궁금해집니다.
원이님! 아마 원이님도 북한산 이곳저곳 다니셨으니 갔다오셨는지도 모르죠. 이름이란 붙이기 나름이니까요.
▣ 불암산 - san 001님 , 자꾸만 저를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시옵소서. 이러다가 님따라 북한산에 다시 프로포즈 할 것 같아 자꾸만 두려워 집니다. 항상, 언제나 안전, 안전하시고 특히 장비 확인 철저히 하십시요. 늘 행복하시구요....
불암산님! 안전이 최우선이죠. 정말 위험한 곳은 저도 못가요. 감사합니다. 항상 애정을 갖고 보아주시어^^^
▣ 운해 - 새로운 도전이 부럽습니다. 조심 하시고 즐산 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도전이라 해서 전부 위험한 곳은 아니구요...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죠.
▣ 김찬영 - 시구문 북문 위문 호랑이굴 백운대 학~~실히알은 설인장까지 그런데 어디에서 들은법도한 여우굴이라 새로운길 개척에 애많이썻습니다
찬영님! 한번 가보세요. 코스가 재미있습니다. 신기 하기도 하구요. 다음에 또 뵙죠.
▣ hwgej - 여우굴에대해 더 알고져하시는분은 북한산풍경 사이트에 가셔서 산행기 "곱게물든북한산" 을보시면 도움이될듯합니다.
▣ 주왕 - 북한산에 대한 사랑과 열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편한 맘과 자세로 앉아 있다가 선생님 산행기 읽어 내려가면서 어느새 곧은자세로 두 눈과 정신은 글속으로 빨려들어가고 맙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수 없는 안전! 안전!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고맙습니다. 주왕님! 요즘 산 여기저기 다니시느라 바쁘시더라구요. 언제 북한산에서 한번 뵙기를...
▣ 김정길 - 맨 날 보고싶은 아우님의 제발 무탈산행 만을 빌겠습니다. 내일까지 대구지역 산 마무리하고 귀가합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그래도 선배님처럼 일괄성있게 한가지 목표를 향해 다니시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저도 안전 산행에 특히 신경쓰고 있답니다. 정말 어려운 곳은 장비를 갖고 다니구요. 저도 릿찌를 전문적으로 할 생각은 없지만 북한산이라는 곳만은 다 다니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죠. 항상 안전에 신경을 쓰야지 선배님께 술한잔 따라 드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