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지 : 정각산, 삼각산(밀양 단장)

2. 높 이 : 정각산 859.5m, 삼각산 887m

3. 산행일 : 2004. 2. 17

4. 코 스 : 구천마을(11:27) – 도래재마을입구(11:45) – 바위전망대(12:28) – 갈림길(13:07) - 삼각산정상(13:08) – 갈림길(13:22) – 헬기장(13:50) – 정승봉(14:02) – 갈림길(14:40) – 임도끝점(15:35) – 헬기장(16:04) – 정각산정상(16:26) – 바위굴(16:48) – 병풍절벽바위(17:20) – 버섯재배사임도(17:40) – 구천마을(17:55) ----- 총소요시간 6시간 28분(휴식시간 포함)


11시 27분. 오랫동안 계획만 하고 있던 산행지를 오늘에야 드디어 찾고 있다.
국제신문 산행팀의 정보를 좇아서…
예전 장승골까지 자동차로 구불구불 비포장을 따라 가 봤던 곳이라 쉽게 산행 초입을 찾을 수 있다.
구천마을 입구 신축중인 마을회관 앞에 주차 후 마을로 진입하여 다리를 건너 오른쪽 맨끝집 뒤에서 들머리가 시작된다.
시골마을이 너무도 적막하다.
전형적인 시골마을 뒷산 같은 분위기. 완만한 경사길. 사람발길이 잦아 보이지는 않은 길.

11시 45분. 20분도 채 걸리지 않아 눈에 익은 도래재마을 초입 비포장로에 이른다.
도래재마을은 산사면에 5.6호가 모여 있는 마을이라고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곳이다.
장승골로 들어가는 길목. 인기척을 전혀 느낄 수 없다.
마을 초입에서 오른쪽 산사면으로 오르는 길을 따라 묘지군락들이 나타난다.
양지바르고 방향좋은 곳에 많은 영혼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즈음 본격 오르막이 시작된다.
사람의 발길이 많잖다고 생각한 것과는 달리 드문드문 시그널이 보이는 걸로 봐서 산행객이 전혀 없는 곳은 아닌 듯.

12시 05분. 산중턱 제법 넓직한 평지에 도착.
흔적으로 봐서는 묘지가 있던 곳인가 보다.
흐르는 땀을 훔치고. 가파른 오솔길은 계속된다.

12시 12분. 무명봉우리에 도착.
정면에 봉긋 솟은 산이 삼각산인 듯.
오른쪽으로는 천황산이 선명히 보이고 정상에서 흘러 내리는 능선 줄기가 구천마을 입구까지 이어진다.
능선길 잠시 지나 다시 오르막이다.

12시 28분. 바위전망대.
배낭을 내리고 땀을 식힌다.
천황산의 면모가 확연히 드러난다.
산이란 보는 방향에 따라서 그 모습이 많이 다른 법. 여기서 보는 천황산은 제법 근엄한 자태라고나 해야 할지.
산내와 단장을 잇는 도래재는 지금 포장공사가 진행중이다.
산아래에 자리한 구천마을과 표충사로 들어가는 길이 그림처럼 육중한 산들로 싸여 있다.(17분 휴식)

13시 07분. 완만한 오름길을 따라 첫 갈림길.
키를 넘는 잡목들이 시야를 가리고 허용한 길조차 겨우 한 사람이 지나 다닐만 한 좁은 산행로.
왼쪽으로는 삼각산 정상으로 이르는 길.

13시 08분. 삼각산 정상.
돌을 쌓아 올린 간이 돌표지석에는 누군가 영산이라 적어 두고 있다.
삼각산인지 영산인지. 북으로 육중한 운문산과 억산, 가지산과 비스듬이 흘러나온 백운산이 선명하고.
동으로는 천황산이 얼음골과 능동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
서에는 오늘 여정의 끝을 향해 가야 할 제법 오르락 내리락 능선과 정각산인 듯한 봉우리가 멀리 보인다.
쉴 겨를도 없이 정상에서 되돌아 나와 갈림길을 다시 지난다.
잡목사잇길은 장애물을 통과하듯 요리조리 피하며 내려오는 재미가 있다.

13시 22분. 갈림길.
오른쪽은 도래재로 내려가는 길이다.
능선길이 시작되자 다시 갈림길이 나타난다.
왼쪽은 정승동마을로 가는 길. 본격적인 능선길로 접어든다.
관목들로 시야가 가려 조망도 안되고 좁고 불편한 산행로 주위에는 빼어난 경관도 없지만 여타 이름난 산에 비해 때가 묻지 않은 산행로는 발길을 가볍게 한다.

13시 50분. 헬기장 도착. 희미한 갈림길.
오른쪽으로 난 길은 아마 남명리로 이르는 길이지 않을까.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를 단숨에 오른다. 운문산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다.

14시 02분. 삼각점봉.
정상에는 삼각점 표지석과 돌무더기에 정승봉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주위 조망에 취해 잠시 쉬기로 한다.(13분 휴식) 바위봉우리를 따라 오르락 내리락.
남명리 일대가 훤히 드러나고 제법 큰 바위 봉우리에는 자일이 걸려 있다.
내려선 능선을 따르자 산사면으로 난 좁은 길이 산 허리를 돌아 간다.
왼쪽에는 거의 직각에 가까운 급한 내리막의 연속이다.
흔적조차 희미하고 가느다란 길은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의 허공에 매달린 외나무 다리인양 위태해 보이기까지 한다.
아차 하는 순간 헛디디면 천길 낭떠러지를 굴러 마을에 이내 다다를 것 같다.
정승동마을은 7, 800미터급의 산들에 둘러싸여 있는 오지 같은 마을.
오로지 남쪽으로만 오고남이 허용되는 듯.

14시 40분. 갈림길.
길을 잘 못 들어 직진길로 가다 10여분 알바를 하고 만다.
다시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르면 계속 산허리길이 이어진다.

15시 03분. 다시 갈림길.
오른쪽은 산내로 가는 길인 듯.
직진길을 따르면 능선길과 봉우리가 반복하여 이어진다.

15시 28분. 능선 안부에는 큰 묘 2기가 있다.
보통묘의 규모에 비해 많이 큰 편인데 그 흔한 비석도 없는 건 무슨 연유인지.
아이 팔아름이나 될 성한 소나무들이 나무 허리가 부러진 채 널부러져 있는 내리막은 그야말로 전쟁터의 폐허를 연상케 한다.
실로 바람의 위력이 새삼스럽다.

15시 35분. 임도 끝지점에 도착한다.
오른쪽은 임도, 왼쪽은 정승골 하산길.
해봉산악회의 표지가 바람에 달랑거리며 길을 안내하고 있다.
직진하면 능선길을 따르다 가파른 봉우리로 올라선다.
꼭지에서는 다시 능선길이 이어지고.

15시 47분. 갈림길. 왼쪽은 다시 정승골.
직진하여 바위전망대에 이르러 잠시 휴식을 취한다.
보고 싶었던 정승동마을이 훤히 조망된다.
오밀조밀 모여 있는 여느 마을과는 달리 정승동의 집들은 여기 저기 외 떨어져 길을 따라 형성되어 있다.
조금이나마 속세로부터 떨어져 자연에 가까워 지고 싶어서 인지
아니면 도시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자리한 곳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온갖 잡음과 시샘에서 벗어나 자연에 파 묻혀 있음은 진정 부럽다.
정면에는 올랐다 내려온 삼각산이 처녀 젖가슴마냥 봉긋하게 솟아 있고
왼쪽으로 이어진 삐죽삐죽한 능선은 몇 시간 전에 지나쳐 온 길이라 더욱 정겨워 보인다.(3분 휴식)
능선따르다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젊은 청년 3명을 만난다.
산에서 이토록 반가운 산행객을 만나는 건 처음이다.
큰소리로 반가움을 대신한다.

16시 04분. 헬기장.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지고 다시 갈림길이 나타난다.
오른쪽은 산내.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정상직전 봉우리에 이른다.

16시 26분. 정각산 정상.
정상표지석에는 859.5m, 충렬산악회에서 세운 표지석에는 856m.
나무에 가려 조망은 그다지 좋지 못하여 아쉽다.
직진길은 아마도 사연리로 가는 길은 듯하다.
구천마을로 하산하는 길은 다시 되돌아 나가야 한다.
갈증을 해소시키는 물 한 모금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는 느낌에 비견할 수 있을라나.
커피 한 잔과 간식으로 늦은 점심을 때우고.(14분 휴식)

16시 48분. 바위굴 도착.
정상에서 2분여 되돌아 나와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리자 산비탈이 흘러내린 곳 위쪽에 바위굴이 나타난다.
여러 개의 구멍이 나 있는 굴의 안쪽은 제법 넓고 깊어 섬찟한 느낌 마저 준다.
아래에서 보면 바위산에 난 굴이 흡사 해골의 모습처럼 보인다.
무너진 길을 내려 오자 시그널이 붙은 길이 나온다.

17시 02분. 바위전망대.
구천마을이 한 눈에 들어 오고 그간 보이지 않던 재약산이 능선을 타고 삼거쪽에서 커다란 봉우리들을 거느리고 섰다.
급경사로 이어지는 하산길.

17시 14분. 무명폭포.
물은 없으나 여름에는 제법 위용이 있을 듯한 규모.
높이가 10여미터는 족히 될 듯하다. 물이 말라 있는 계곡에 도착한다.

17시 20분. 절벽지대.
깎아 지른 듯한 절벽이 병풍을 두른 듯하다.
계곡을 건너 내려선 곳에서는 위용이 대단하다.
계곡쪽에는 계단처럼 폭포를 이루고 있지만 물이 없어 아쉬움이 크다.
절벽 중간 중간 물이 흘러 얼음기둥이 섰고 계곡을 따라 작은 폭포를 만들고 있다.
병풍 같은 절벽 아래에는 땅속으로 굴을 만들어 놓고 있다.
3개의 돌탑이 가는이를 배웅하지만 가는이는 아쉬움에 자꾸만 발걸음이 더디기만 한다.

17시 40분. 버섯재배사 사잇길로 임도에 도착.
오른쪽 임도를 조금 따르자 과수원 사잇길로 시그널이 보이고 개울건너는 다리에 이른다.
개울에서 차가운 시냇물로 땀을 훔치고 마을로 들어선다.
인적 드문 마을이었는데 처음 만나는 사람이 아릿따운 처녀들이다.
차림새로 보아 농삿일을 하는 품새인데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아쉬운 마음에 자꾸 뒤를 돌아 보게 하는 건 사내의 흑심이 아니라
시골에서 보는 너무도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구천마을은 주로 버섯재배를 하는 모양이다.
구천마을과 도래재마을, 정승동마을,
그리고 마을을 둘러싼 삼각산과 정각산은 여러모로 여운을 남기는 곳임에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