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4일 목요일 (맑은뒤 눈)

유마리-말거리재-집계봉-중봉-755(H)봉-안부-모후산(918m)-820봉-
용문제-675봉-575봉-572봉-도마치-유마교

함께한님=꽃사슴과나뭇꾼 신갈부부 산울림 물안개 온누리님들


위 치 : 화순군 남면 유마리, 내리, 동복면 유천리 ---------
순천시 주암면, 송광면일원 높 이 : 해발 918.8m 별 칭 : 나복산, 모호산,모후산

유래 고려 공민왕 10년에 홍건적이 자비령을 넘어 쳐들어 오자 왕과 왕비는
태후를 모시고 안동,순천을 거쳐 이곳 산기슭까지 피난왔다고 하는데 수려한 산세에
반한 왕이 모후산에 가궁을 짓고 환궁할때까지 해를 넘겨 1년여 남짓
머물렀던 곳이라 하여 산의 이름을 나복산에서 어머니의 품속같은
산이라 하여 모후산으로 바꾸었다고 전한다. 또 모호산(母護山)이라 한 것은
정유재란시 김성원이 노모를 구하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싸우다가
순절한데서 연유하여 모호산이라 했다고 한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지 12년만에 모후산산행은 저에게는
산행인지 고행인지 많은 생각을 하는 그런산이다.

5일 새벽에 집에 도착하여 한숨자고 가족들 출근시키고
저만의 행복을 만끽하고있다.

지난밤 100년만의 폭설이라는 서울의 함박눈,
2층베란다창문 활짝열어 눈과 어울리는 잔잔한 음악 깔아놓고
어제 하산하며 케온 한줌의 냉이를 넣은, 바그바글 끓는 투가리
된장찌개에 아침을 먹으며 행복을 느끼는여자....
봄내음이 입안가득 퍼진다.

하얀 솜을 이고있는듯 무게를 감당못해 늘어진 나뭇가지에
연출한 하얀눈꽃
바라만봐도 행복하고 입가에 미소가번진다.

아이들은 아침출근길이 걱정이라며 난리지만
철없는 이여자는 마냥 좋기만하다.

어제의 힘들었던 기억은 봄눈녹듯 살아지고......


산허리를 감싸도는 주암호반, 버스는 멀미가 날정도로 휘감아돌아
도착한 유마리,서울서 5시간20분만에 도착 산행을 시작한다(11시20분)
임도를 따라 이어지는 등로에는 쭉쭉 뻗은 대나무가 우릴 반긴다.
얼마쯤 올랐을까?
말거리재에 도착 집게봉으로 오르는 등로는 경사가 80도 정도되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1시간 남짓 오르니 우측 종아리에 쥐가나서 걸을수가 없다.
요즘 관절때문에 고생하는데 무리인가보다.

눈을 딱 감고 침으로 내손가락을 찔러 피를빼고 진통제도 먹고하니 조금 덜한것같다.
집게봉을 지나 중봉에서 유마사로 하산할까 하다가 저멀리 우뚝솟아
손짓하는 모후산이 어서오라 유혹한다.

그래 능선은 다리에 무리가 안가니 그대로 진행한다.
이 산은 산죽이 많다, 등로는 가지를 정리해서 편하게 조망을 즐기며
걷다 오르막만 나오면 쥐가나니 자꾸만 처진다.

755봉을 지나 안부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마지막 구간은 다리를
옴길수가 없을정도로 통증이 온다.
함께가던 산우들은 먼저 올라가고 홀로처진 저는 다리를 질질끌어
올리며 이를 악물며 한발한발 내딛는데 정상에서 꽃사슴이 빨리오라
손짓한다.

앞서가신 회장님 안되어 보였던지 배낭을 받으로 다시 내려오신다.
이런고통을 참으면서 까지 정상에 올라야 하나....
다시 생각해보며,

드디어 정상에서니 산허리를 감싸도는 주암호가 마치 어머니의
품같이 포근하게 다가온다.

잠시 다리를 쉬며 탁 트인 조망을 바라보니 올라오길 잘했어
하는 기분이든다.
점심을 먹으며 사방을 둘러보는 이맛 신선이 따로없다.

하산은 곰바위에서 용문재를 지나 힘든사람은 유마사로 하산하라는
회장님의 만류에도 우리는 도마치로 향한다.
이상하게도 쥐가난 다리는 하산할때는 괜찮으니 욕심을 부릴수밖에,
675봉에서 도마치까지가는 등로는 인적이 드믈어 낙엽이 발목까지
덮어 마치 늦가을의정취를 풍기는듯하다.

머리를 넘기는 산죽터널은 572봉까지 이어져 마치 무슨 미로속을 빠져나온 느낌이다.
그런데 이제는 발가락이 부르터 걷기가 불편하다.
등산화끈도 조여 보고 하지만 발가락에 물집이 잡혀 고통스럽다.

도마치고개에서 계곡으로 하산하는 등로는 편하게 이어지며
하늘을 찌를듯한 기새로 쭉 뻗은 대나무 군락지를 빠져나오니
저많치 버스가 보인다.

논두렁에 살며시 고개내민 냉이, 꽃사슴과나는 한줌씩 캐서
향을 맡아보니 냉이향이 코끗을 자극한다.

오후4시에 산행을 끝내고 순창 고추장마을에 들러 짱아치와 밑반찬들을 사고
서울로향하는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가족들의 안부전화
지금 서울에는 폭설이 내려 교통대란이 우려된다고한다.
이곳은 화창한 봄날인데......

순조롭게 달리던 버스가 오산쯤 도착할쯤 함박눈이 차창을 두두린다.
서울에 다가갈수록 버스는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서울 톨게이트를
빠져나와서는 움직이질않는다.
눈발은 거세지고 고속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하고.....

화순서 9시간만에 서울에 도착하니 노선버스도 전철도 끈기고
택시마져 뜸해 멀리가는 산우들이 걱정된다.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가며 인적이 끈긴 도심의 도로를,
가로등불빛에 조명받아 하얗게 빛을 발하는 눈꽃나무를 감상하며
아픈발은 힘들어도 바라보는 눈꽃세상은 정말 환상적이다.

새벽 1시가넘어 집에 도착하니 모두들 깊은잠에 빠져있다.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누워 가만히 생각하니 오늘하루는 다리에
쥐가나서 고생하고 발도 물집이생겨 혹사당하고 오랜시간 버스에서
지친 하루였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깊은잠에 빠져든다.


집게봉 오름길에 찍은 주암호


조망


정상표지석


정상에서 바라본 집게봉


정상 10m전 힘든모습


정상에서 꽃사슴


물안개


대나무숲에서 70세의 조여사님


서울집앞의 눈꽃


날로 발전하는 우리들의 디카멘 꽃사슴 수고했어요

조용필 - 들꽃




▣ 김정길 - 눈결코스 백전노장께서 쥐기나고 물집이 생기고, 고생하셨습니다. 한 시간만 늦게 출발했으면 큰일 났을번 !!

▣ 김영식 - 여름철에는 두꺼비를 몇마리 만날수 있고 주암호수의 조망이 좋은 산에 다녀 오셨군요.

▣ 豊岳 - 냉이국의 향내가 이곳에까지 와 닫는듯 행복해 하시는 선배님을 그려봅니다.
종아리 근육통으로 고생 많으셨군여..고생하시면서 정상을 지척에 두고 그래도
여유 만만하신 모습이 선배님답군여^^ 환절기 건강조심하시고 늘~즐거운 산행 이어
가십시요..글구 빨강 모 쓰신 선배님의 모습이 무척 젊어 보이십니다.*^^*
▣ skkim - 널리 알려지지 않은 좋은산~참 멀리도 다녀오셨군요 항상 산행기 잘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