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2. 29. 일. / 14명

성판악 매표소(07:50)-사라악 대피소(09:20)-진달래 대피소(10:00-10:40 컵라면)
-백록담(11:57-12:15 정상주 한 모금)-용진각대피소(1:14)-탐라계곡대피소(2:24)
-관음사 주차장(3:18) <총소요시간 7시 30분 정도>

제주: 2.28.토-3.1.월(2박 3일)

1.
어제 토요일 등산 예정이었으나 비행기가 인천공항으로,
시간이 08시 50분으로 변경되는 바람에
09시 전에 입산해야하는 규정(진달래 대피소에서 12시 이후 정상 등반 금지)
때문에 산행은 접었다.

일원역에서 609번 인천공항 가는 버스(7000원)에 07시 20분 승차.
일부는 모여서 오고 일부는 각자 공항 도착.
시간 계산 착오로 공항에 지각, 버스 안에서 어디쯤인지 숱한 전화를 받다.
특별기가 지연 출발해서 겨우 탑승하다.
좌석에 앉으니 이마에 땀이 배었다.
물을 두 잔이나 마시고 주스까지 마셨다.

KAL항공표(왕복 220여 만원)를 가지고 가지고 있던 부영이는 초읽기를 하며,
일행을 먼저 보낼 작정을 하고 기다렸고 동행들도 조바심들을 쳤다.
늦어 미안하다고 사과.
그래도 부영이가 KAL이니 비행기를 잡아둘 줄 알았다고 흰소리를 하다.

그 와중에 배낭 속의 아이젠, 밧데리 등산용 칼이 검색대에서 걸려 짐으로 부칠 여유도 없어 보관을 부탁했으나 거절당하고 포기, 나중에 부영이가 지인에게 전화하여 올 때 도로 찾게는 되었지만 난리를 쳤다.

비행기 표도 김포에서 인천으로, 06시 50분에서 08시 대로 몇 명씩 분산되었다가 하나로 모이는 우여곡절을 겪느라고 부영이가 고생 많이 했다.
규석부부가 동참한다고 그 총중에 추가 예약, 이어 취소하고.

콘도도 주신 회사 카드는 일찍 2박이 예약되었으나,
우리 카드는 일요일 1박이 추가되고 출발 전일에야 2박이 완전해결.
우기가 아는 이의 별장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해서 기다리고,
연휴 때라 더 어려웠다.

여럿이고 부인들이 동행에 불편해 할까봐 조바심도 많았지만 결국은 해결되자 유별나지 않을 일로 주신이가 일행들에게 칭찬을 듣게 되었다.
날씨를 포함해서 매사가 이번에는 드라마틱하게 이루어졌다.

2.
제주 공항에서 대기 중인 버스로
(차는 지열이가 예약해 두었다. 25인승인 줄 알았는데 크다.)
부영이가 먹어 본 신현대식당으로 가서
갈치조림, 고등어 조림으로 이른 점심을 먹었다. 맛있다.
즐거운 여행과, 건강과 날씨를 위해 건배.
얼마 전 외손주를 본 턱으로 부영이가 부인 이름으로 계산하다.

낚시 코스를 잡았는데 비가 내려 산행 후로 미루고 미천굴(입장료4500)로 가다.
이어 성읍 민속 마을 둘러 보고 자원 봉사 안내 아가씨의 친절에,
인사 겸 오미자를 하나 사서(30000원) 물에 타 낸장고에 넣었다가 내일 산행시 먹기로 하다.

조랑말 쇼를 보다(입장료10000).
몽고 아이들의 서커스와 말을 타고 보여 주는 묘기.
주말이고 비가 와서인지 실내가 만원이다.
여긴 처음이다.

산굼부리로 이동(입장료 3000원). 우산 들고 8명만 입장, 사람들이 없다.
내려 오다 매점에서 커피 한 잔(1000원)씩 하다.

낙두 아는 이의 소개로 비오는 날이지만 소라횟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다.
그분이 보내 준 복분자를 소주에 섞어 10병이 넘게 소화하다.
소주값은 받지 않고 (35만원).
숙소로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을 사다.(65000원)

버스 안에서 내일 비가 오더라도 산행하기로 의견을 모으다.
07시까지 숙소로 와 달라고 기사분(고정표님)께 부탁하다.

내일 산행을 위해 일찍 자기로, 12시 경 자리에 들었다.
일부는 바둑으로 철야 정진하다.

3.
2월 29일. 일
부인들이 예고 없이 준비한 아침을 먹고 버스로 성판악 도착.
정상 등산이 가능하단다.
매표소 옆 매점에서 필요한 용품들을 각자 사고
나는 다시 아이젠(7000) 두 개를 사고, 벙거지 모자(10000원), 우의(3000원) 2개 등을 샀다.

정상은 아래 보다 15도가 낮다는 주인의 말에 사람들이 많이 구입한다.
나는 영실로, 어리목으로 세 번인가 올랐었는데
매번 눈보라로 고생했기 때문에 그러리라 생각했다.
나중 일이지만 아이젠 외에는 다 소용이 없었다.
날씨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4.
07시 50분 성판악 매표소(입장료1600원) 통과.
국립공원 입장료가 싸다는 느낌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도의 입장료는 예사롭지 않다.

A조는 종주팀, 선두대장 부영,
B조는 가능하면 진달래 대피소까지 가고 아니면 적당히 올라가다가
주차장으로 돌아 올 사람들로 해서 철호를 대장으로 정하다.
B조가 하산 완료 하면 차를 관음사 주차장으로 오도록 부탁하다.

사라악대피소에서 잠시 휴식.
날씨가 쾌청하고 어제의 비로 길도 많이 좋다.
사람들도 덜 붐비고, 경사도도 오랜만의 겨울 눈길 산행이지만 쉬엄쉬엄 걷기에 좋다.
밤을 꼬박 새운 낙두 봉환도 잘 걷는다.
봉환부인은 미리 내려 간다고 연락 오다.

5.
진달래 대피소에 부영, 봉환 먼저 도착. 라면을 먹고 있다.
부영이가 근래 산도 열심히 타더니
언젠가 부부가 함께 백운봉을 오를 때완 완연히 다르다.
아래에서 잊었던 디카용 밧데리를 사고, 라면(1500원)에 밥을 말아 먹었다.
밥은 여러 개 있는데 반찬은 B조에 몰려 있는 모양.
김부스러기 같은 것을 라면에 얹어 찬 없이도 달게 먹었다.
10시지만 많은 이들이 여기서 식사를 한다.

잘 걷던 유여사가 또 다리에 쥐가 난다.
한라산서만 벌써 두 번째.
영실로 내려 갈 때 아무도 없는 눈보라 속에서
사람을 놀라게 하더니 이젠 거의 통과의례.

천왕봉 오르다가, 대청봉 오르다가,
소문 난 곳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준비해 간 침으로 발끝의 피를 조금 내다.
부인들 나름대로 챙기고 돈 관리하고 기록하고
콘도 예약 채근 등 신경을 많이 쓴 모양이다.

B조와 전화가 안 된다.
철야 정진으로 종주를 아예 접었던 3명 중 우기를 뺀,
봉환, 낙두를 포함하여-이들이야말로 가히 수퍼맨이다.
부영이가 가볍게 선두를 서고 낙두부인, 유여사, 지열, 나, 7명이
정상으로 올랐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산객들이 서로 날씨를 축복하며-어제 오후, 한밤의 비로 감격은 더 컸다.
어떤 이는 이런 날씨는 1년에 한 달이 채 안된다고 한다.
산 아래쪽과 바다가 환히 보인다.
어제 술잔을 올리며 건배할 때마다 한라산신님께 기원한 중생들의 정성의 덕분인가
감격스럽다.

6.
정상 백록담에 많은 이들이 봄날씨를 즐기며 모여 앉아 식사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주변을 둘러 본다.
쾌청한 날에 경관은 장관이다.
붐비는 인파 속에서 증명 사진을 찍고
정상 주변과 산 아래 동네를
완상하는 짬을 갖다.
몇 걸음 내려오다 잊고 있던 것을
부영이의 발렌타인으로 정상주 한 모금하고
지열이는 굳이 소주로 의례를 갖추다.

내려오는 길은 금방 하산할 것 같았는데
산이 높으니 시간은 걸릴 만큼 걸린다.
드문드문 이쪽으로 올라 오는 이들이 있다.
경사가 심해 힘이 훨씬 더 들고 시간도 더 걸릴 것 같다.
(거리는 성판악-정상: 9.6Km / 정상-관음사 : 8.7Km )

용진각 대피소 못 미쳐 좌측으로 보이는 능선을
한 산꾼이 ‘한국의 네팔’,‘한국의 히말라야’라며
전문 등산가들이 출정 전에 훈련하는 곳이라며 잘 봐 두라 한다.
소 등줄기처럼 생기다 가파르게 치솟는 모습이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지열이와 우리부부는 카메라에 담는다고 처지고, 앞서 간 4명은 종적도 없다.
탐라계곡 대피소를 지나 낙두부부를 만나다.
이 부부는 둘다 잠을 제대로 못 잤다는데 대단하다.
조금 지치는 모양이다.

관음사 주차장에 도착, 한라산 종주를 자축하려고
캔맥주를 하나 사서 마시려는데 매점에 없다.
아쉽다.
음료수로 대신 목을 축이다.

7.
부영, 봉환이가 먼저 도착해 있다.
대단하다.
차에서 기사 분의 맥주 한 잔으로 아쉬움을 달래다.

콘도로 이동.
바둑 두는 우기, 철호와, 부인 두 분을 두고 전원 사우나로 가다.
개운하다.

기사분이 소개한 흑돼지집(대/ 35000원)으로 가서 저녁을 먹다(243000원)
손님이 우리뿐.
무사 산행에 감사하고 자축들 하다.

야경을 한 번 둘러 보자고 하니 기사가 별 볼게 없단다.
재래시장을 둘러 보자는 부인들의 제안도 주차 공간이 없고, 늦은 시각이라고 불발.
우리가 가서 보고 별 것 없구나 하고 실망하더라도
기사가 흔쾌하게 가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부탁하지는 않았다.
관광회사에 있는 지열이의 말,‘ 제 밥벌이 제가 한다고’

덕유산 종주 후 영각사에서 삼공리로 돌아올 때 탔던
산꾼들에게 잘 알려진 그 유명한 택시 기사분의 얼굴이 새삼 떠오른다..

관광은 어차피 실망을 확인 하는 것이라는 부영이의 말도 남는다.

부영부부 잠시 외출.
지인을 만나고 오다.

숙소로 오며 다시 마트에 들러 과일 등 조금 사고(11000원)
부인들은 노래방으로, 남정네는 다시 정진.
밑도 끝도 없이 놀다 오라했는데
노래방은 예약이 넘쳐 이용하지 못했단다.

어제의 불면과 오늘의 힘든 산행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게임에 몰두하는
저 시간 아껴쓰기의 강골들.
자정 넘어 부영이와 나-둘이 그래도 많이 잔 축이다.-는
자리에 누워 거실에서의 예사롭지 않은 치열함을
모른 채 하다 잠에 들었다.

8.
3월 1일. 월.
콘도 체크 아웃.
연휴라 법인회원(65000*2=130000만원 / 개인회원 60000*2=120000)
15만원 지불하다.
개장한 지 얼마 안되어 모든 게 깨끗하다.
이번처럼 콘도 이용이 요긴했던 적도 거의 없었다.

낚시 배를 탈 요량으로 07시 30분 식당으로.
기사분이 소개한 오분자기(1인분/8000원)로 아침을 먹었다.
입장료, 음식 가격들이 만만치가 않다.
동남아로 가는 이유가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부영이가 전전날 밤에 올린 소득으로 또 계산하다.
이 중 밤새워 투자(?)는 하고 오분자기를
턱없이 비싼 값으로 얻어 먹은 이들의 입맛은 어떨꼬?

배를 타자 말자, 아침을 사먹자 해 먹자
날씨가 나쁘니 산행은 말자, 산행코스를 바꾸자,
식구가 많으니 의견이 다르다.
한라산 정상 등산만은 약간의 무리가 있더라도
결코 변경하지 않을 작정이었지만
나머지는 매사 바람 부는 대로 무리 없이
거스르지 않을 생각이었다.
다들 부드럽게 각 장면들을 넘기는 연륜의 적공이 돋보인다.

낚시 배가 파도로 곤란하다는 기사의 전언.
공항에 3시30분까지 도착해야 하고
점심 시간을 넉넉히 2시간 정도 잡았다.
차로 제주 반원을 도는 것으로 정리.

서귀포로 대포동 주상절리를 보고 감탄.
롯데호텔 정원을 걷고
분재원(입장료 7000원)을 들렀다.
손질이 잘 된 곳이다.
안내 해설하는 이가 나무와 인간을 연결해서 인생살이를
논한다.
다들 끄덕인다.

민속마을이나 여기도 안내원들이 뛰어난 느낌이다.

차를 타고 느긋하게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제주도는 일품이다.
자전거나 말을 타고 돌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을 터.
이런 좋은 자연 속에 터를 잡고 지내는 것도 좋을 거라고
옆에 앉은 부영이와 많은 얘기를 나눴다.

도깨비도로의 착시현상.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것도 늘 옳은 것이 아님을
새삼 알게 된다.

9.
건너 보이는 비양도를 지나
협재 해수욕장에 신혼부부가 웨딩복 차람으로 친구들과 어울려
음식을 펴 놓고 왁자하게 떠들고 있다.
결혼식 마치고 시댁으로 들어 가기 전에 이렇게 노천에서 들러리들과
한 잔 하는게 제주도 풍습이란다.
신부가 바람에 약간 추워 보이나 그들은 괜찮단다.
축하의 말을 하고 맥주 한 잔을 얻어 마셨다.
소라젓갈을 한 입 물었는데 맥주 안주로 좋아 보인다.

첫날 들린 소라횟집에 다시 들러 점심(350000원)을 먹으며
이번 여정을 마무리하다.
철호, 낙두가 개불을 아주 좋아하는 모양이다.
안주인이 알아서 그것과 홍삼 사촌을 맛보게 한단다.
잠시 만나는 사람이지만 편안하게 해 준다.
나는 본회 보다 엇쓴 아나고가 전에 와서 먹을 때나 지금이나 별미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넘기고
무사하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낼 수 있어서 모두 흡족해 한다.
이 사람 저 사람이 힘을 모으니 일도 쉽다.

아직은 일에 묶여 있는 이들로 하여
연휴나 성수기를 피할 순 없지만 조금 있으면 한가하게
느긋이 시간을 즐길 수 있으리라.
다들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다닐 수 있기를 기원하며 마무리 잔을 들었다.

공항 가는 길에 비가림귤(14000)을 한 상자씩 집에 들고 가게 사다.
철호가 간 고등어(20000)를 하나씩 사 준다.

3일 간 수고하신 기사분에게
감사 인사(렌트 120000*3=360000, 기사 봉사료 포함 50만원).

공항에서 짐을 부치고 출발 시간이 조금씩 다르게 탑승,
인천 공항에서 다시 합류(낙두부부만 김포 공항으로)
맡겼던 것 찾고
각자 귀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