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향로산(香爐山)(970m)-쌍 봉(822m) (밀양)


산행일시 : 2004년 3월 7일 일요일. 맑음
참석자 : 9 명


◀ 참고자료 (산행지도, 코스, 산행기 등) : 아래자료에서 동부경남지역의 '향로산' 자료모음 참조



 


산행로 및 소요시간 :

  

아불마을--> 시전교 --> 시멘트다리(길이 1m 정도)--> 너덜겅--> 지능선- -(1:20분)
--> 암봉(칼날바위 ?)- -(20분)-->형님봉(821.8m)- - (10분)-->아우봉- -(15분)--> 능선- -(40분)
--> 향로산정상(970m) - -(1:10분)--> 선리마을 갈림길- -(10분)--> 막힌 좌측하산길 - -(20분)
- > 표충사/사자평 갈림길 - -(20분)--> 흙집, 흙담집 갈림길 - -(30분)--> 계곡전망터/사자평 4거리
- -(10분)--> 임도에서 계곡쪽 하산길 - -(35분) --> 표충사


** 창원출발(7:50) - 표충사 입구 도착(9:10) - 산행시작(9:20) - 쌍봉(11:20) -향로산 정상(12:10. 점심 및 휴식)
- 표충사 하산(16:10 창원 오는 길에 진영 들러 저녁식사)

◀  총 산행시간 : 점심, 휴식시간 포함해서 약 7시간(위스키 탄 커피를 즐기느라 평소보다 많은 휴식...)



또 고생길이 시작되었다.

어제 저녁 남편들이 약주를 하고 왔길래, 오늘은 좀 약하게 하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도 했었는데....
껌껌한 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나 아침밥을 간단히 먹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여성 동지들은 BH씨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 편안히 앉아 밀린 얘기들을 나눈다.

남자들은 YH씨가 모신단다.
중부 지방 폭설에 관한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도 눈에 대해서는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불마을, 시전교까지는 지났는데 산행지 입구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남자 회원들은 길을 잘못 들어 조금 뒤에 도착했음).
여러 사람이 이리 저리 기웃거려 겨우 찾아내었다.


** 산행 들머리는 표충사전 1km 정도 앞, “섬들”이라는 간판 맞은편 산길



시멘트 다리(시멘트 덮개가 바른 표현일 듯)를 지나 산행을 시작했다.
차는 하산 길을 생각하여 조금이라도 표충사 가까운 곳에 세위 두었다.



** 초입부터 너덜길
 



초입부터 시작되는 너덜겅지대, 칼날같은 바람, 오늘 산행이 심상찮을 것임을 예고했다.
완전무장을 했지만, 얼굴은 물론이고 손발까지 시려온다. 명색이 3월인데, 이거 장난이 아니다.

너덜지대의 크고 작은 돌들이 앞길을 막고 있어 어려움은 더해졌다.
오늘 집에 있는 YM씨가 속으로 은근히 부럽기도 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 걸까?

그래도 이왕 나선 길이니 무사히 산행을 마쳐야지 하고 마음을 다 잡아 먹었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500m 가량 오르다가, 왼쪽으로 다시 능선을 탔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말없이 발끝만 내려다보면서 천천히 걷다보니 날카로운 바위가 앞을 가로 막는다.
이게 칼바위인가 보다.

뾰족하게 생긴 봉우리가 묘한 매력을 드러내 보인다. 

가파른 길을 한참 올라 주능선에 도착했다. 산행 시작한지 1시간 40분쯤 된 것 같다.
국제신문 산행지도에는 바로 형님봉으로 오르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는 오른쪽으로 좀 올라가니 헬기장이 나오는데,
이곳이 쌍봉중 하나인 형님봉이다.

형님봉에서 왔던길로 되돌아서 능선길로 간다.


** 형님봉에서 본 눈덮힌 사자봉
 


여기 저기 잔설이 눈에 띈다.
초반에 지친 탓일까? 각자가 묵묵히 산행만 한다. 

형님봉에서 10여분 가니 헬기장이 나오는데, 아무 표지석도 없지만
국제신문 안내에 따르면 이곳이 아우봉이다..
눈덮인 평지를 지나,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 정상표시도 없는 아우봉에서



** 아우봉에서 본 향로산



이젠 본격적인 눈길이다.

지난번 포항 내연산에서 보던 눈보다 훨씬 생기가 도는 신선한 눈들이다.
바로 오늘 새벽에 내린 눈인지도 모르겠다.

한 걸음 내디디면 반걸음 정도 미끄러진다. 일부 회원들은 아이젠을 신는다.

나도 그이와 아이젠 한 짝씩을 나누어 신었다. 걸음걸이가 한결 편해졌다.
이번에는 제법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왼쪽으로 갈림길이 나 있다. 표충사 쪽에서 바로 올라오는 길인 듯 싶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숨을 고루었다.
앞을 쳐다보니 눈덮인 가파른 능선이 꼭대기까지 이어진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비장한(?) 각오들이다.

그 동안 쌓아온 모든 힘을 발휘하며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12시가 조금 넘었다. 산행을 시작한지 꼭 3시간만이다.

표지석에는 "향로산(香爐山) 976m"라 적혀 있었다.


** 향로산 정상에서



산꼭대기 근방에서 몇 사람을 만났고, 정상에는 반대 방향에서 온 사람들이 벌써 와 있었다.
이 사람들도 어지간히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인가 싶다.

우리들 배낭에 달린 '한국의 산하' 팻찰을 보고 반갑게 이야기를 건네 왔다.

뾰족한 바위를 아슬아슬하게 디디고 서서 사진을 찍어 주었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진을 찍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고마운 산사람들이다.

정상에 서서 살펴보니, 주위에는 천황산, 재약산, 운문산, 신불산 등등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이는 산들이 모두 다 보인다.


** 향로산 정상에서- 가까운 북동쪽 : 사자평, 멀리 간월산(1083), 신불산(1209)



** 동쪽 : 멀리 영축산(1081), 오른쪽으로 능선을 거쳐 시살등(981)



** 북쪽 : 천황산 사자봉, 재약산



** 남쪽 : 밀양호



** 하산길에 보이는 눈덮힌 영남 알프스



바람이 잔잔한 양지 바른 곳을 찾아 점심을 먹었다.
오전에 너무 강행군을 했기에 넉넉한 점심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오랜만에 오는 새벽 산행 탓일까? 나는 오늘 끓인 물만 준비하고 컵라면은 빼먹고 왔다.
옆에 있던 BH씨 가족이 밥 몇 숟갈을 건넨다. 양지에 내려쬐는 따사한 햇살만큼 정이 느껴진다.

13:40분쯤에 등산화에다 아이젠까지 신고 능선을 따라 하산을 시작했다.
눈길에 각자의 발자국을 남기고.....



** 갈림길 우측 선리마을, 좌측 표충사 - 표충사 길로 표식을 남기고



** 막힌 좌측 하산길을 하나 지나고 다시 나타난 하산길 : 왼쪽 표충사, 직진하면 사자평



한참 지난 후에 갈림길에 도착했다.

왼쪽으로 꺾어 표충사로 내려갈 것인가? 직진해서 사자평으로 갈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
여성회원들의 완강한(?) 반대와 CH씨의 동조로 표충사 쪽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BH씨가 가장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산이라 찾기힘든 길목 몇곳에 리본을 달고, 그 뒷면에 행선지를 적어 넣었다.


** 지도보다 빨리 나타난 흙집



조금 내려오니 처마에 고드름을 달고 있는 토담집들이 보였다.
지붕에 눈을 이고 있는 초가, 처마에 달린 고드름. 오랜만에 보는 풍경들이다.
몸은 지쳐 있었지만 그냥 마음이 푸근해 온다
.


** 왼쪽 계곡을 끼고 계속하산하다 만난 깍아지른 암벽, 멀리 재약산



가파른 내리막길과 기암절벽, 얼어붙은 폭포 등 겨울 산 속 풍경을 만끽하며 표충사에 도착했다.

맑디 맑은 시냇물에 손을 담그니 차가운 기운이 뼈 속까지 스며든다.



** 임도에서 오른쪽 산길로 하산하여 표충사 도착
 



남자 회원들이 차를 가지러 간 사이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오후 4시 조금 넘었다.
아침 9시에 산행을 시작했으니 장장 7시간 동안 눈 속을 걸은 셈이다.

눈길에 넘어지지 않고 무사히 내려온 것이 꿈만 같다.

얼마 전에 읽은 "몰입의 즐거움"이란 글이 생각난다.

아무런 잡생각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옮겨 걸어 정상에 오르고(몰입의 경지에 이르고),
그냥 그 길로 또 한 걸음 한 걸음 내려와 이 청정한 산사(山寺) 옆에서 쉬고 있으니, 행복이란 이런 기분인가도 싶다.

귀가 길에 진영 근처에서, 목욕할 시간과 돈을 아껴서 오랜만에 돼지갈비를 실컷 먹었다.
여성회원들의 왕성한 식욕....., 하긴 산행을 할 때도 앞장서서 훨씬 더 생생하게 했으니까.

다음 주에 만나자고 인사를 하고 헤어지니, 저녁 8시였다.

 



▣ 이우원 - 도야지 갈비가 참 맛이 좋았지요. 제가 침이 넘어갑니다. 밀양 향로산이 참 좋은 산이군요. 가까이 있으면서도 정작 가보지 못했으니 아쉽습니다. 님의 사진과 글 잘 읽고 갑니다.
▣ 김정길 - 님의 산행기를 주~욱 읽고 보노라니 몇년 전의 산행 추억이 되살아나는군요. 저는 님들이 오르신 사진에 나온 그곳으로 하산을 하였으니 님과의 반대방향으로 산행을 했었습니다. 상당히 추웠던 가을 날 표충사 입구에 주차를 하고~천황산~재약산~사자평~향로산~쌍봉산~섬들간판~포장도로로 표충사입구 주차한 곳까지 한바퀴 돌았었습니다. 향로산에서 쌍봉을 가는 도중에 산돼지 가족을 만났는데 10여마리의 돼지들이 소리치며 도망가던 위험천만 했던 기억도 떠 오릅니다. 창원51 팀원 여러분의 무탈한 즐거운 산행 계속 되기를 기원합니다.
♧창원51 - 위의 두분 격려말씀 고맙습니다. 요즘 날씨가 산행하기에 좋습니다. 화창한 봄날같은 좋은 산행 많이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위의 관악산 모임이 참 좋아 보입니다. 사진도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