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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의 첫 지리산행 *****
 

일시 : 2006 1월 3, 4, 5 일

인원 : 친구와 둘이서

걸은 길 : 성삼재 - 뱀사골 대피소 자고 - 연하천 - 벽소령대피소 자고 - 세석 - 거림

  

드디어 겨울 방학이 되었습니다. 방학전 17일 토요일 퇴근하여 직장동료들 여자 7명이서 중산리에서

로터리대피소로 올라 하룻밤 자고 뒷날 천왕봉 올랐다가 장터목으로 하여 백무동 내려온 일이 꿈만 같아 그 눈이 사라지기 전에 다시 지리의 서쪽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한달 여 동안 계속된 감기가 아직도 여물지 않아서 망설이다가 친구랑 둘이서 " 소풍처럼 느긋하게 사흘동안 다녀오자"고 약속아닌 부탁을 합니다. 친구도 지난 산행에 동행 한지라 마음은 똑같을겁니다. 감기약까지 챙긴 배낭은 처음입니다.

  

둘 다 신랑을 출근시키고 출발하느라 구례에 도착하니 12시 입니다. 며칠전 부터 탐색해온 성삼재까지의 택시 운행은 순조로워서 산에게 미안하지만 등허리까지 올라갑니다.

과연 아직도 깨끗한 눈이 성삼재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멀리 만복대는 눈으로 덮혀 기와집의 모양을 그대로 그리고 있습니다. 잠시 올라간 노고단에서 점심을 먹고는 해지기전에 뱀사골 도착을 목표로 출발합니다. 노고단 탑이 있는 곳에서는 항상 그래왔듯이 천왕봉을 배경으로 한 컷합니다. 

  

  

이제 지난 가을에 산비장이가 가득하던 그 길을 들어섭니다. 몇해전 처음으로 종주를 한 5월에는 처녀치마가 반겨주었던 자리입니다. 어릴적 좋아하던 만화방에 들어서던 기분마냥 아늑하고 편안합니다.

한 달음에 비목자리를 지나 돼지평전으로 들어섭니다. 구례쪽을 조망합니다. 오늘은 날씨가 만만찮게 차운지라 멀리까지 조망이 좋습니다. 서북능선을 훑어보며 차례로 그 이름을 마음속으로 불러봅니다. 또 아직도 가지 못한 길 - 왕시리봉능선 - 을 경이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눈이 깊어서 이정표들은 눈 속에 묻혀 지냅니다.


 

  

반야봉입구 노루목을 지나고 삼도봉의 큰 바위아래를 지나 화개재계단을 내려설때 사방이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지리산의 품속에서 잘 것을 생각하니 두렵지 않습니다. 뱀사골의 불빛이 희미합니다. 노고단에서 보았던 젊은 패들로 취사장의 분위기는 파티분위기 입니다. 덕분에 삼겹살도 몇점 얻어 먹고는 친구는 집에가면 삼겹살을 바로 구워 먹을거라 결심합니다. 얼마나 맛이 있었으면 그랬을까요!!

뱀사골의 밤은 깊어가고 감기약덕분에 잠을 잘 잤습니다. 이제껏 없었던 늦은 출발로 뱀사골을 나섭니다. 친구에게는 오늘 벽소령 까지 밖에 못가겠다고 부탁합니다. 이 컨디션으로 예약한 세석가면 19시입니다. 토끼봉에서는  지난 여름 삽질하며 올랐던 토끼봉능선의 끝자락을 보고 둘이서 웃습니다.

연하천에서 점심을 먹는데 취사장의 추위가 대단합니다. 발 밑으로 세찬 바람이 술술 들어옵니다. 배낭 둘러메고 바삐 나와서 걷습니다. 추위엔 약이 따로 없네요. 음정 갈림길에선  잠시 도솔암을 추억합니다. 멀리 하봉 중봉 천왕봉 연하봉 촛대봉이 손짓을 합니다.


 

  

형제봉을 지나 벽소령에 15시가 못되어 도착해서 대피소 안 마루로 들어가서  밥시간이 되도록 산공부를 하고 쉬다가 이른 저녁을 지어 먹습니다. 여자는 셋 뿐입니다.

너무 따뜻하게 잘자고 나니 감기가 다 나은 것 같습니다. 어제보다 조금 일찍 아침요기를 하고 출발합니다.  벽소령의 실내에 설치된 기상현황판이 현재 기온을 영하 16.9도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속바지를 가져가지 않아서 추워하는 나를 보고 친구가 자기의 여분바지를 바꿔입으면서 속바지를 벗어 주어서 고맙게 입습니다. 나보다 몸이 작은데 겨우 들어간 속바지 입니다. 덕분에 영하 17도가 두렵지 않습니다.  선비샘을 지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01-37 전망대에 올라섭니다. 이 자리는 거의 항상 남자분들이 천왕봉쪽 바위에 오래 동안 앉아서 쉬고 가기 때문에 사진 찍기가 어려웠던 곳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무도 없는 우리 차지입니다. 전망을 마음껏보고 여기저기 능선과 봉우리를 공부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고사목도 오늘은 우리 차지입니다.

  

  

곧 칠선봉입니다. 여기서도 조망의 기쁨을 누립니다.

  

 

 

 

  

 

남부능선과  남해 바다와 그 끝자락을 바라봅니다.

  

 

 저 멀리 희미하나마 덕유능선이 보입니다. 덕유산도 날 오라 손짓을 합니다.

영신봉을 바라보며 능선의 마지막 길을 갑니다. 영신봄을 지나면서 바라본 북쪽 하늘은 파랗다 못해 가을쪽빛으로 빛납니다.

  

  

  

  언제나 북적대던 세석은 마냥 조용합니다. 

  

 

지리산에서의 마지막 밥을 라면으로 먹고는 촛대봉을 바라보며 거림골로 들어섭니다. 연하봉을 보고싶은 맘을 차마 소리내어 말하지 못합니다. 그 가을에 단풍으로 찬란하던 거림골은 이제 휴식하는 모습으로 차분히 새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봄의 연분홍빛 철쭉도 자태를 감추고 여름의 쏟아져 내리던 물들도 모두 잠들어 흰 눈속에 들어앉았습니다.

  

조릿대 숲에서 바스럭거리는 소리가 가던 길을 잠깐 숨죽이게 만듭니다. 흙으로 드러난 길에는 새의 깃털이 뽑혀져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걸음을 빨리하고 조용히 그 자리를 벗어납니다. 신선바위를 지나 매표소를 지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찬바람에 목이 부어서 캑캑거리는 소리가 납니다만 항상 지리산행을 같이 해 주는 친구가 있어 행복하고 잘 다녀오라고 격려해주는 식구가 있어 행복합니다.

  

그리고 항상 그자리에 있어주는 지리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겨울방학은 지리산행의 행복감 속에서 잘 지낼 것 같습니다.

  

                                                                                           *  눈에 묻힌  산수국의 마른 모습

- 모자라는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