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속에 헤맨 산행..  천태산-금오산-만어산 종주 (밀양 / 양산)


 


 

                                                                ▲천태산 용연폭포


 


 

                                                            ▲만어산의 만어석과 미륵전 
 


 

산행지 : 천태산-금오산-만어산(경남 밀양 / 양산)

일   시 : 2006. 4. 2(일)흐리고 맑음

산행자 : 산사랑방 홀로

교   통 : 자가운전

차량회수 : 처형부부의 도움을 받음

차량운행거리 : 110km 소요시간 1시간 20분(서대구-천태사) 
 


 

08:25 천태사 -산행시작-

09:10 Y자 갈림길(우측은 원동방향)

(09:40-10:00) Y자 갈림길(우측은 내포리 방향) 알바 20분

10:20 천태산

(10:20-11:40) 금오산 찾아 알바 1시간 20분

11:40 천태산(원점회귀)

12:05 숭촌고개 임도

13:15 금오산

13:30 임도

(13:35-15:25) Y자 갈림길의 묘지(원점회귀) 알바 1시간 50분

15:30 당고개 임도

16:00 구천산

16:20 임도

16:45 600봉

17:05 임도

17:40 만어산

18:10-18:25 만어사 -산행끝-


 

천태사→2.4→천태산(630.9m)→3.5→금오산(760.5)

→3.4→구천산→2.0→600봉→2.0→만어산(670.4)→1.5→만어사  
 

총 산행시간 : 10시간 / 약 14.8km (알바 3시간 30분) 거의 쉬지 않고 걸음

                    순수산행 예상시간 : 7~8시간정도


 


 

                           ▲금오산-만어산 산행경로(청색선은 알바구간)  -문종수님 산행기에서 발췌-

 


 


                          ▲천태산-금오산 산행경로  -구름뫼님 산행기에서 발췌-


 


 


 


 

산의 내력

 


천태산은 

밀양시 삼량진과 양산시 원동에 걸쳐있으며

천태산은 천성산,영축산과 함께 양산의 3대 명산으로 중국의 천태산과 모양이 흡사하여

천태산이라 불리어졌으며 예로부터 경치가 빼어나기로 유명할 뿐 아니라 남서쪽으로 낙동강,

북서쪽으로 최근 유원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삼량진양수발전소댐이 있고

동북쪽으로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한 배내골이 연계되어 등산코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정상에서 바라본 낙동강의 낙조는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하며, 남쪽에 위치한 천태사에서

용연폭포에 이르는 계곡은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맑고 깨끗한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금오산은 

3~4개의 바위봉우리로 뭉쳐진 채 힘차게 단일봉형상을 하고 있어

멀리서 보아도 그 자태가 당당하며 주변에 「삼량진양수발전소」와「안태호」「천태호」등

인공호수와 더불어 명소로 등장했고 가락국 때부터 있어온 부은암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오늘과 어제를 가르쳐주는 역사의 현장이다.


 

만어산은 

밀양시 삼량진에 속해 있으며 첩첩이 겹친 산들의 조망이 좋다.

정상바로 옆에는 군부대 철탑이 있고 자동차가 올라갈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또한 만어석(수많은 고기가 용왕의 아들을 따라 산으로 오르다 크고 작은 돌로 변했다는)

의 전설로 유명한 만어사를 품에 안고 있어서 구천산이나 금오산을 연계한 산행이 인기를 끈다.


 

삼량진양수발전소는 

청평에 이어 두 번째로 건설된 한국최대의 양수식 지하발전소로

물을 하부 보조댐에 담아두었다가 낮에 남은 전력을 사용해 상부저수지로 보낸 다음

전력소비가 많은 밤에 다시 물을 하부로 흘려보내 발전하는 방식이다.

댐과 함께 조성된 안태공원은 20리 벚꽃 길로 유명하여 봄이면 많은 관광객이 찾아든다.  

 


 


 

산행전 이야기 
 

삼량진에는 처형부부가 살고 있어서 양수발전소나 만어사는 몇 번 다녀왔다.

작년 천태호 양수발전소댐에서 문득 천태산에서 만어산까지 능선따라 길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동서에게 물어보았지만 산이 좋다고만 일장 연설을 할 뿐 별로 신통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렇게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구간이었지만

최근에 부산의 문종주님이 올려주신 금오산-만어산 산행기를 보고 자신을 얻게 되었다.

천태산에 대한 정보만 있으면 되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마침 구름뫼님의 천태산에 대한

자세한 산행기와 지도가 있어 두 개를 꿰맞추니 천태산-금오산-만어산 바로 환상적인 코스가 탄생한다.

시간도 어추 8~9시간이 예상되는지라 더욱 마음에 들어 그때부터 안달이 나기 시작한다. 
 

원래는 영남알프스 육화산으로 붙으려 했지만 오전까지는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썩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흐리고 비오는 날 영남알프스에서 두 번이나 죽을 고생을 한 탓도 있지만

운무가 덥혀 시계가 불량함으로 자칫하면 길을 잃고 알바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육화산은 뒤로 미루고 천태산지도 한 장 달랑 복사해서 7시에 대구를 출발한다.

예전에는 삼량진까지 2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신부산고속도로를 이용하니 1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동서집에서 아침밥을 먹으며 산행시간이

12시간정도(꼭지의 걸음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동서가 펄쩍 뛴다. 
 

동서는 “미쳣어 미쳤어”를 연발하고

처형은 “야~~ 니(꼭지)는 가지 말고 나하고 쑥이나 뜯으러가자.”

처형 꾐에 빠진 꼭지는 결국 마음이 변해 쑥뜯으러 가고 오랜만에 맞이하는 홀로산행을 위해

동서차를 얻어 타고 천태사로 향한다. 나중에 만어사에서 만나기로 하고.. 
 


 

천태산 천태사 들머리 찾아가기 
 

삼량진역을 빠져나오면 좌측은 삼량진시내로 가는 길이고

우측으로 1022번지방도로를 타고 양수발전소.양산.원동 이정표따라 가면 됩니다.

양수발전소에서 양산방향으로 직진하면 10여분 걸려 천태사에 도착할 수 있고

좌회전하면 안태호 하부댐을 지나 천태호 상부댐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안태호주변의 벚꽃터널이 볼만한데 다음 주말쯤엔(4.9) 벚꽃이 절정일 것 같습니다. 
 


 

천태산 비경의 폭포 골

 

비온 후, 이른 아침 천태사의 풍경은 예상보다 더 아름답다.

일주문을 들어서니 계곡의 물소리가 아늑하게 들려오고 조금씩 내리던 이슬비도 그친 터라

엷은 안개가 계곡 허리에까지 은은하게 깔려있어 선경을 연출한다. 
 


 

                                        ▲삼량진 양수발전소 하부댐 안태호 주변의 벚꽃터널

 

 

 


 

물기를 머금은 바위사이로 진달래는 곱게 피어 손을 흔들고

표시기가 많이 붙어있는 큰 바위 너덜지대를 올라서니

단애에 위치한 비경의 용연폭포가 시야에 들어온다.

 


 


 

                                                             ▲천태산 용연폭포 
 
 

폭포는 수량이 적어 우렁차게 흘러내리진 않지만 그 주위의 경관은 설악의 폭포 골을 옮겨놓은 듯

경치가 빼어나 계곡이 빚어내는 신비로움에 혼자서 탄성을 지른다.

“오늘 횡재다. 어디 가서 이런 계곡을 볼 수 있단 말인가?” 
 


 

                                                          ▲폭포상류 풍경


 

여기저기 양지쪽에 자리 잡아 곱게 핀 진달래꽃

이리저리 서로의 뺨을 비비며 나뒹굴고 있는 돌무더기들

나뭇가지에 옥구슬처럼 매달린 맑고 투명한 이슬방울..


 


 

                                                            ▲천태산 가는 길의 계곡


 

삭을 틔우는 새싹들의 가여림에 지나는 솔바람에도 애태우는 나목들

골짜기 산사면을 곱게 물들이고 있는 낙엽의 잔상들..

아름다운 산수화가 따로 없다. 
 

산새들은 무슨사연이 그리 많은지 재잘재잘 잠시도 쉴 틈 없이 떠들어대고

막 잠에서 깨어난 여인의 수줍음처럼 계곡은 그렇게 청초한 모습은로 다가왔다.

그 아름다운경관에 혼이 빠져서인가 계곡을 지나고부터는 착각과 환상속에서

4시간 가까이 전혀 엉뚱한 길로 헤매게 된다. 
 

천태산 찾아 20분

금오산 찾아 1시간 20분

만어산 찾아 1시간 50분, 합하여 3시간 30여분을 헤매었다. 
 


 

천태산에는 확실히 귀신이 있다? 
 

폭포상류를 지나 우측으로 계류를 건너니 서서히 오름길로 이어진다.

아직 엷은 운무에 가려 시계가 좋지 않아 천태산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댐상류 Y자 갈림길에서는 잠간 망설이다 좌측길로 들어선다. (우측길은 알바 구간)


 



                                                       ▲양수발전소 상부댐인 천태호


 

길은 정상을 향해 오름길로 이어져야 하거늘 경사도가 없는 편한 오솔길로 이어지는지라

약간의 불안감이 앞선다. “이 길이 맞나?” 혼자 중얼거리는데 때마침 갈림길이 나타난다.

직진은 너무나 편한 길이라 “아무래도 이 길은 아닌 것 같네.”

너무 편하고 순했기에 천태산 정상이 아닌 댐 전망대로 빠지는 줄 알았다.

 



                                          ▲비에 젖어 더욱 푹신하고 부드러운 낙엽 길


 

우측은 약간 경사길로 이어지니 “옳지 천태산은 이곳으로 가야하는가 보다.”

비에젖은 낙엽길은 너무 푹신하고 부드러워 지난 주 재약산 필봉능선과 같은 상쾌함에

젖어들어 힘든 줄 모르고 오르는데 어라 감이 이상하다.

그제야 시야를 방해하던 운무도 걷히고 서서히 나뭇가지사이로 햇살이 파고들기 시작한다.


 


 

                                                     ▲천태산에서 바라본 향로산 방향


 



                                                        ▲천태산에서 바라본 천태호


 

결국 20여분 알바 후에야 천태산 정상에 도착한다. 발아래에는 푸른 물결의 천태호가

시야에 들어오고 멀리 가야할 금오산(토곡산이 금오산으로 보였음)이

어서 오라며 손짓하니 마음은 더욱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꼭지에게 칼라메일은 보내야지

천태호를 배경으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꼭지에게 보낸다. 
 


 

토곡산을 금오산으로 착각하다. 
 

그런데 이것이 무슨 귀신의 조화인가?

금오산은 천태산에서 북쪽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멀리 동남쪽에 있는 토곡산이 금오산인줄 착각하고 말았다.

그렇게 되니 조금전에 알바하고 돌아온 방향으로 다시 또 가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걸으면 걸을수록 금오산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오늘은 꼭지도 없고 혼자인데다 낙엽깔린 오솔길이라 걷기도 편하고

설사 알바를 하더라도 동서한테 전화하면 어디에 있던지 태우러 올 것이니

긴장이 풀린 탓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엄청 알바를 많이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알바 중 폐 산불초소에서 바라본 조망


 

천태산에서 30여분 왔을까 무명봉에 올라서니 우거진 억새사이로 폐허가 된 산불초소가

이리저리 널려있다. 철탑으로 된 초소는 바닥이 뻥 뚫려있고 이동식 초소는

바람에 날려 옆으로 누워있다. 문짝은 문짝대로 “나 아파죽네.” 하며 나둥그러져 있고

좌측으로 조망이 트이긴 하지만 도대체 어딘지 알 수가 없다.

이쯤에서 금오산으로 능선이 이어져야 하는데 능선은 오리무중이다. 
 

산불초소를 내려서니 고도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하여 아래를 내려다보니

웬걸 멀리 낙동강이 보이고 그 너머에 우람한 토곡산이 손짓하고 있다.

“으와~~! 저기까지(영포 마을) 내려갔다가 다시 또 올라가야 하나?”

(그때까지도 토곡산이 금오산인줄 착각함) 
 

그때서야 길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침판을 보니 남쪽을 가리키고 있다. 

“흐흐~~ 북쪽으로 가야하는데.. 젠장 영 반대쪽이잖아.”

그제야 천태산에서 반대쪽으로 내려온 사실을 알았다. 그곳은 원동과 영포방향이었던 것이다. 
 

눈물을 머금고 다시 왔던길로 돌아간다.

시계를 보니 천태산에서 40분이나 걸렸으니 왕복 80분의 알바를 하게된 것이다.

조금전 운무속에서의 20분을 합하면 초반부터 100분의 알바를.. 
 

지난번 영취산에서 1시간 30분을 너덜 길을 내려갔다가 다시 영취산으로 올라가지 않았던가?

생사가 걸렸던 그때를 생각하면 오늘의 알바는 행복한 고민에 불과한 것이다.

정상에 오르니 부부산님이 보인다. 오늘 처음으로 만난 산님이라 너무나 반갑다. 
 

그때까지만 해도 토곡산이 금오산인줄 철떡 같이 믿고 있었지만 확인 차 묻고 싶었다.

“금오산은 어디에 있습니까?” 
 


 

금오산은 어디에? 
 

“바로 저게 금오산입니다.” 그것도 모르느냐는 듯 산님의 대답이 당당하다.

“아니 저 산이 금오산이란 말입니까?” 어이가 없었지만 어쩌랴.

천태산 바로 건너편에 있는 볼록 솟은 산을 가리키며 의아한 듯 또 물었다.

“아저씨! 그건 야산이지 저게 (토곡산) 금오산 아닙니까?”

오히려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꾹 참으며


 


 

                                   ▲천태산에서 바라본 숭촌리 마을과 좌측으로 오똑솟은 진짜? 금오산


 

“그러면 저 산은 무슨 산입니까? 지금까지 내가 금오산인줄 알고 달려갔던 그 산

“저 산은 토곡산이지요.” 부부가 이구동성으로 대답한다.

“헙~~! .” 그만 숨이 탁 막히고 말았다. “이럴 수가 저 산이 토곡산이라니...” 
 

그러면 지금까지 토곡산을 금오산으로 알고 달려갔단 말인가?

염수봉과 토곡산에 대해서는 부산 산님들에게 수도 없이 들은 터라 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하기야 금오산이 “내가 금오산이요.”하고 안테나 달고 있었으면 또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만어산은 안테나를 두 개나 달고 “내가 만어산이요,”하고 외치고 있었는데도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해 두 시간이나 알바를 했는데 그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어쨌든 이분들에게 물으니 천태산에서 금오산가는 길은 정상에서 숭촌마을방향으로 능선따라

내려서야 하며 숭천고개에서 임도길을 100m 정도 따라가다가 우측 산으로 붙으면 된다고 한다.

지도에 있는 금오산방향의 경계선은 능선도 아니었고 길도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천태산에는 귀신이 있나보다.

인공댐인 천태호를 건설하고 지하양수발전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많은 인부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했는데..

설마 그분들이..?? 허헉~~~~!! 
 

천태산에서 숭촌고개 임도까지 내려오니 급하게 고도가 떨어진다.

조그마한 야산으로 보았던 금오산이 위세 등등하게 떡 버티고 서서 “너 올라와 봐라.”하며

위압감을 준다. 임도에서 금오산까지도 1시간여 비지땀을 쏟아야 오를 수 있다. 
 

이곳의 임도는 거의가 시멘트포장길로 되어있으며 자동차가 생생 다닐 수 있다.

거의 산 전체에 임도가 개설되어 자연경관을 헤치고 있는 것이 아쉽다.

예전에는 산불방재를 위한 목적이었는데 지금은 관광도로로 변하고 말았다.

임도 따라 100m 정도 진행하니 우측으로 표시기가 많이 달려있어 
 

그곳으로 오르니 정갈한 소나무 숲길이 이어지고 곧 지능선으로 붙는다.

능선에서 가파른 비탈을 치고 오르는데 5~6명의 산님들이 내려온다.

오늘 두 번째 만나는 산님들이다. 반가워 인사를 건네고 정상에 오른다. 
 


 

금오산에서의 조망 
 

정상부는 암능으로 이루어져 있고 안태호와 삼량진시내가 시야에 들어온다.

조금 전 귀신에 홀린 듯이 알바를 했던 토곡산으로의 능선과

천태산을 바라보니 묘한 기분이 든다.

 



                      ▲금오산에서 바라 본 토곡산 (저 멀리 토곡산을 금오산으로 착각하고 달려갔으니.. 쯧쯧)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꼭지에게 폰 사진을 보냈더니 꼭지가 약발을 받았는지

“혼자 좋은 경치 다 보구.. 배 아파 죽겠네,” 그러면서도

조심하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금오산에서 바라본 지나온 천태산


 

금오산은 천태산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위치에 있는데도 그걸 몰라

토곡산을 금오산으로 착각하고 그쪽으로 갔었으니 지금도 그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역시 착각은 자유인가 보다.

 

금오산에서 바라보이는 만어산은 까마득히 먼 곳에 있다.

그런데 어디를 보아도 능선이 이어져있지 않아서 한참을 서성이며 눈대중을 한다.

“저쪽인가? 이쪽인가?” 잘못하다간 또 알바를 하게 될지 몰라 신중을 기하는데

누구 물러볼 사람도 없는지라 방향을 가늠해 능선을 내려선다. 


 



                                                    ▲금오산에서 바라본 만어산


 

“문종수님의 금오산-만어산 지도라도 한 장 복사해 올걸..”

지금에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5분여 내려서니 억새가 우거진 Y자 갈림길이다.

방향을 보니 우측능선을 타면 700봉으로 배태고개로 가는 길일 것 같아서 직진한다.

 



                                          ▲금오산에서 바라본 700봉 배태고개 방향의 능선

 



                      ▲저 아래 임도쯤에서 좌로 틀어야 당고개 방향인데 끝 봉우리 넘어까지 가고 말았다.

 

 


 

                                        ▲금오산에서 바라본 안태호와 삼량진 전경

 



                                                  ▲너무나 편한 소나무 숲속의 오솔길


 

길은 전형적인 육산의 오솔길이라 편하고 좋다.

20~30년생의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고 그 사이로 솔가지 덥힌 오솔길이 이어지는데

더러는 억새가 어우러져 더욱 운치를 더해준다. 


 

착각은 자유.. 
 

Y자 갈림길에서 5분여 내려서니 임도가 나타난다.

임도를 지나니 약간 가파른 오름으로 이어지고 억새와 잡목이 우거져 있다.

10분정도 오르니 중간에 묘지가 있고 또 Y자 갈림길이다.

(금오산에서 20여분 거리)


 



                       ▲묘지가 있는 갈림길.. 구천산-만어산은 이곳에서 좌측으로 가야 했는데 직진하고 말았다.


 

만어산은 이곳에서 구천산방향을 향해 좌측으로 가야했다.

그러면 당고개를 지나 구천산-600봉-만어산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아무생각 없이 능선 따라 직진하다보니 또 엉뚱한 데로 빠지고 말았다.

가면 갈수록 만어산과 멀어지고 있었는데 착각은 자유라 알 턱이 없었다.


 



                                                             ▲등로는 더욱 희미해진다


 

또 임도를 건너니 길은 더욱 희미하고 올라 갈수록 족적도 뚜렷하지 않아서

불안감이 몰려온다.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는데 우측으로 철조망이 쳐져있고

무슨 청소년수련원임으로 출입을 금지한다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다.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6시간을 거의 쉬지 않고 걸었고 점심도 먹지 않아서 인지

몸은 더욱 힘이 든다. 임도에서 15분여 급경사를 억지로 치고 오르니 억새가 우거진 헬기장이다.

좌측 멀리 안테나를 쫑긋 세운 만어산이 어서오라며 손짓하건만

도대체 능선이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감이 오질 않는다.

(당연하지 길은 이미 V자로 어긋나고 말았으니..)

 


 

만어산가는 길.. 2시간의 알바 
 

헬기장에서 여기저기 뒤적거려 보아도 길은 하나뿐이라 계속 직진한다.

“까짓거 가다보면 어디로 가든지 만어산으로 가는 길이 있겠지.” 포기상태다.

예전에 “우리나라 산은 원래 모두가 다 연결되어 있다.”고 한 신경수님의 말이 생각난다.

“그렇지, 산은 다 연결되어 있으니 어디로 가든지 갈 수는 있으리라.” 
 

헬기장을 넘어서니 급하게 경사가 이어진다.

등로 한복판으로 흰노루귀와 붉은색의 노루귀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피어있는데

꽃을 보고 어찌 그냥 가랴. 몇 컷을 찍고 다시 내려서는데


 


 

                                      ▲아무리 길을 헤매고 있어도 꽃을 보고 그냥 갈 수는 없지


 

갑자기 사람이 한 사람 이쪽으로 올라온다. 이보다 반가운 일이 또 있으랴.

금오산에서부터 처음만나는 사람(?)이다.

설사 멧돼지였더라도 손을 흔들고 인사를 했을 것이다.

구세주가 따로 없다. 얼른 “반갑습니다.” 인사를 건넨다. 
 

이분도 이외라는 듯 힐긋 나를 쳐다보며 인사를 한다.

역시 이분은 전문산꾼답게 커다란 지도를 둘둘말아 손에 들고 있다.

“흠흠~~ 역시 나와는 차원이 다르구나.” 부러운 눈길을 보내며

“이곳으로 가면 만어산으로 갈 수 있나요?” 숨도 돌리기 전에 먼저 묻는다. 
 

눈이 휘둥그레지며 껌벅껌벅 나를 쳐다보더니 한심한 듯

손에 움켜진 지도를 펴 보이며 “잘 못 왔네요.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금오산을 내려와 임도가 있는 중간쯤에서 좌측으로 틀어 구천산방향으로 갔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까지 돌아가려면 1시간정도 걸릴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분을 만나지 않았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만어산 찾아 헤매고 다녔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국전리 방향이었던 것이다. 
 

어쩌랴, 또 눈물을 머금고 다시 돌아서기로 한다.

크큭~~! 1시간이나 다시 돌아가야 하다니 이러다간 밤새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 동서한테 전화할까.” 하지만 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오늘 어떤 일이 있어도 만어산까지 끝내리라.” 비장한 각오로 다시 치고 오른다. 
 

휴우~~ 몸이 너무 지쳐서인지 도저히 그분과 보조를 맞출 수가 없어 헬기장을 넘어서고는

먼저가시라고 인사를 하고 컵라면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갖는다.

“오늘 나는 왜 이럴까? 꼭지를 떼놓고 와서 벌을 받은 건가?”


 


 

                                                              ▲구천산과 당고개


 

다시 1시간여 되돌아오니 묘지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한다.

아~~! 여기구나 탄성을 지르며 우측으로 꺾어서 5분여 내려서니 눈에 익은 당고개다.

“이제야 제대로 찾았구나.” 안도의 한숨을 쉬건만 구천산 오르는 것 또한 장난이 아니다. 
 


 

드디어 만어산 
 

구천산을 내려와 임도를 건너 다시 600봉을 치고 오르는데 엄청 힘이 든다.

이제는 체력도 바닥을 헤매고 있는지라 지척으로 보이는 만어산철탑을 위안삼아

마지막 힘을 다하니 이곳에도 억새가 무성한 헬기장이다.


 


 

                                                 ▲만어산 오름길에 뒤돌아본 금오산


 

“이제야 다 왔구나!!” 안도의 한숨을 쉬며 정상부에 오르니 문종수님이 이름붙여준

“여보 사랑해.^^*” 바위가 정상석옆에서 방긋 웃음을 보내고 있다.

등로내내 그 바위가 보고 싶어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알바구간에서 놓친 줄 알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만어산 정상에서 만나다니..


 


 

                                                            ▲만어산에서 조망


 


 

                                ▲지나온 금오산과 문종수님이 이름붙인 “여보 사랑해~^** 바위”


 

오똑 솟아오른 금오산과 지나온 구천산, 높고 낮은 산군들이 나지막이 펼쳐지고

멀리 삼량진시내가 아스라이 시야에 들어온다. 향로산, 향로봉, 영남알프스산군들도

서로 앞 다투어 얼굴을 내미니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씻어짐을 느낀다.


 



                                 ▲지나온 우측 멀리 금오산과 우측 구천산, 중앙은 600봉


 


 

                                                        ▲만어산에서 바라본 삼량진방향의 전경


 


 

                                                           ▲만어산 어산불영(만어석)


 



                                                        ▲만어산 만어석에 대한 안내문


 


 

                                                                     ▲만어사 미륵전


 


 

                                                                    ▲꼭지와 만어석


 

군부대 철탑을 지나 계속 임도를 내려오니 만어사이정표가 반겨준다.

착각속에 헤맨 오늘의 산행을 마감하는 순간이다.

꼭지와 처형부부를 만나 어산불영과 만어석의 전설을 음미하며

식당으로 향해 하산주로 얘기꽃을 피운다.

오늘은 착각속의 알바로 더 행복한 산행을 하지 않았나 싶다.


 

- 끝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