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곤신봉과 동해 전망대

 

 

 

설날 연휴 마지막날 산에 미친 산꾼들이 가족도 내팽개친채 백두대간 코스 종주에 나섭니다.

영동고속국도를 타고 가다가 여주휴게소에 들렀는데 대형버스가 겨우 3대만 정차되어 있고

 승용차도 거의 없어 그야말로 한적한 시골 풍경을 연상시킵니다. 

 

대관령 옛길을 넘어가는데 상고대가 피어 있어 오늘 산행을 하며 

이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부풀었지만 말짱 도로묵이었습니다. 

 

보현사입구에서 버스를 내립니다. 

일행의 맨 뒤로 따라가면서 급하게 사찰의 사진을 몇 장 찍습니다.

보현사는 650년(진덕여왕 4)에 자장율사(慈藏律師)가 처음 세운 사찰로,

후에 낭원대사(朗圓大師)에 의해 다시 지어졌고

지장선원(地藏禪院)으로 이름이 바뀐 천년고찰입니다. 


 

 


 



 


 

 


 

 

한동안 계곡을 따라 이어지던 등산로가 가팔라 집니다. 

선자령까지 300m 남았다는 이정표를 지나고

한참을 더 간 후 비로소 능선마루금에 도착합니다.

여기서 선자령은 왼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정표가 잘 못 표기된 것 같습니다.

 

 


 

 

이제는 대관령지방의 명물이 된 풍력발전시설물을 보면서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세워 곤신봉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그런데 대간 마루금에 올라 왔는데도 바람 한점 없으니 참으로 신기합니다.


 


 


 

 

이미 지난 1월 다녀간 적이 있는 곤신봉은 낯이 익습니다.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고는 동해전망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도로를 따라 가는 산행이라 길을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한 능선을 돌아가니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찍었다는 안내문이 서 있습니다.

 

 


 

 

이곳에서 조금 더 가니 드디어 동해일출전망대입니다. 

이곳에서는 그동안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삼양목장의 목책이 눈 앞에 있지만 

드넓은 대지위에는 초지대신 흰 눈으로 덮혀 있고,

 물론 가축은 한마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둥그런 돌에 " 망망대해 일출장관, 동해의 전망대"라고 표기되어 있고,  

자연백경(自然百景)과 백두대간 쉼터임을 알리는 이정표도 보입니다.

그리고 현위치에서 각 방향별로 목적지를 표기한 표석이

이정표 구실을 잘 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여기서 배낭을 내려 놓고 점심을 먹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은 완벽하게 진행되었지만 

매봉방향에서 길을 잃고 알바를 하게 되고

또 여러가지 사정으로 삼양의 대관령목장으로 탈출하면서 

일이 엉망으로 꼬여버렸습니다.

 

 


 

 

제2단지에서 달과 같은 해를 바라보기도 하였고,

지붕가득히 눈이 쌓여 있는 축사의 모습도 보았으며,

축사에서 사육중인 가축도 보았습니다.


 


 

 



 


 

 

축사에서 정문까지 무려 6km 이상을 걸어가면서 녹초가 되었고,  

약 600만평의 부지를 가진 광활한 목장을 보며 부러워도 했지만

 출입구를 통과하면서 1인당 5천원의 입장료를 내라고 하는 바람에

기분을 확 잡쳐버렸습니다.

 

오늘 보현사에서 출발하여 삼양목장의 정문까지 7시간 15분 동안 걸었지만 

 한 가지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다만 동해 일출 전망대에서 잘 보이지 않는 동해바다를

물끄럼이 바라본 것이 추억거리가 될지 모를 일입니다.   

 


 

 


 



 



 


 

 

 

그래도 고속국도는 우리들의 상심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

평소의 주말보다도 오히려 소통이 좋아

저녁 9시가 되기도 전에 서울집에 도착하였습니다.

운전기사는 운전경력 40년만에 영동고속국도가

이렇게 뻥 뚫린 것은 처음이라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앞으로 백두대간 매봉-소황병산-노인봉구간은 

축지법을 사용하여 던숨에 건너 뛰어야겠습니다.

오대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도 진고개-동대산 구간만 출입통제라고 고지되어 있는데,

매봉-소황병산-노인봉 구간을 누가 왜 통제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산행을 마치고 산행후기를 작성하면서 이렇게 허탈하기는 처음입니다.

그러나 산은 항상 그곳에 그대로 있으니 용기를 잃지 말아야겠습니다(2007. 2. 19).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