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골에서 반선(뱀사골)까지

   일  시 ; 2006. 01. 06

  동  행 ; 친구함께

 

구간별 시간

  서대전역 00;44분 출발

  구례구역 03;22분 도착(역전앞 전주식당에서 제첩국)

  택시로 피아골까지 이동 = 20.000원(합승, 원래는 25.000원)

  산행시작 05;00

  표고막터 05;10

  삼홍소   05;45

  피아골대피소 06;35(15분 휴식)

  임걸령   08;35

  뱀사골대피소 11;20(식사소요 1;30)

  반선  15;30

 

산행 후기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 나만의 취향일뿐, 더도 덜도 아니다.

오늘도 약속된 장소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으로 옆지기와의 별거(?) 산행에 들어가 본다.

옆지기의 대타로 등장한 친구 의 지리산 산행이다. 그것도 처음 가보는 피아골로….

전날에 준비한 묵직한 베낭을 둘러 메고 서대전역에서 밤 12시 44분 기차에 오르니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가 반쯩 졸린 눈으로 반가이 맞이한다.

 

기차안에서 눈이라도 붙여야 되는데 오히려 멀뚱 멀뚱한데도 기차는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의 도착역인 구례구역에 연착도 하지 않고 정확하게 03;22분에 내려준다.

새해의 첫 주말이지만 가장 추울거라는 일기예보에도 많은 산님들이 역광장에 그득하다.

일부는 택시로 지리산을 향하고 일부는 식당을 향하는데 우리도 건너편의 전주식당이라는 곳으로 들어가 보니 베낭과 사람들로 어수선 하다.

주인도 바쁘고 사람들도 어수선하다, 바쁜 와중에 제첩국으로 식사를 떼운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아 서서히 출발하기로 여유를 가진다. 

여기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지리산 종주를 할려고 왔으나 우리는 피아골에서 반선까지만 하기로 하였으니 천천히 준비하여 가기로 하였는데 왠 택시 기사가 화엄사를 들러서 가면 할인해 준다며 합승으로 20.000원에 가자고 하여 스페츠도 하지 못하고 서둘러 기다리는 택시에 몸을 싣는다.

 

캄캄한 밤중인 새벽 5시에 들머리에 들어선다.

고요한 산길, 물이 말라 물소리도 없고, 바람도 소리를 죽인다.

중간 중간에 눈이 쌓였다 없다를 하는 관계로 아이젠만 찼다 끌렀다 반복하며 한구간 한구간을 진행한다.

이곳이 우리의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한 피아골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골짜기에서 사상의 고뇌를 절규하며 한을 풍었는가.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상이 무언지도 모르면서 같은 동족에게 저항을 하였고,

저항의 목적이 무언지도 모르며 처절한 삶을 마감하지 않았을까?

흔들리는 헤드렌턴 불빛에 의지하여 꾸역꾸역 걷다 보니 피아골 대피소에 도착 한다.

 

벽소령이나 장터목에 비하면 빈민급에 해당하는 시설의 대피소.

문을 열면 바로 옛날 군대의 막사처럼 중간 가로막이 펜스 시설도 없이 바로 마루 바닥으로 2개 층을 이루어 만들어 졌다.

그래도 큰 불담은 없지만 가운데에 난로가 자리하고 그 위에는 큰 주전자에 물이 담겨 있어 따뜻한 물도 먹을 수가 있었다.

그래도 빈자리 없이 남녀 산님들의 하룻밤 휴식처의 역할은 충분한 듯 아무도 불평하는 사람없이 모두 일어나 침낭을 정리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쪽에선 식사를 준비 하는등 모두가 바쁘다.

우리도 얼어붙은 얼굴과 몸을 녹이느라 한쪽 마루에 걸터 앉아 휴식을 취해 본다.

 

대피소를 뒤로 하고 발걸음을 재촉하니 서서히 날은 밝아오고 바람도 잠에서 깨어 났는지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고요히 잠든 눈을 흔날리며 겨울의 지리임을 알린다.

마지막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니 피아골 삼거리에 이른다.

 

오늘 산행에서의 하이라이트인 사건은 여기서 시작된다.

지리산의 종주 코스이며 능선인 이곳에서 친구가 다리에 쥐가 난다며 주저 앉는 것이다.

지리산의 주특기인 강한 북풍과 응달진 곳에서 주저 앉으니 바람 피할곳도 없고, 아픈 사람보고 자리를 옮기자고 할 수도 없이 쳐다볼 수 밖에 없다.

새해 첫 출발부터 헬리콥터를 불러야 하는지 난감 하다.

답답한 본인은 베낭에서 침을 꺼내 다리의 쥐가 난 부분을 찌르지만 별 효과가 없는지 가다 다시 주저 앉고를 계속 반복한다.

지리의 바람은 역시 강했다.

 

더구나 응지에서 맞아야 하는 강한 북풍은 몸과 마음까지 얼게 만들었다.

손이 시려운걸 지나 발도 시려워오고 얼굴도 차가와 오는데 바라카바라를 하면 답답하고 풀면 얼음 칼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이제는 우선 하다며 친구는 일어난다.

오르막 근육에 이상이 있는 것이 베낭이 무거워 생긴 것 같다며 나에게 베낭을 짊어질수 있냐고 묻는다. 내 베낭은 정상으로

뒤로 메고, 친구의 베낭은 애기를 앉듯이 앞으로 메니 제법 무게가 나간다.

약간의 오르막이 끝나자 내리막은 괜찮다며 후배가 배낭을 받아간다.

다시 오르막에서는 내가 메고, 내리막은 친구가 메고 간다.

그래도 다행이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만약에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어찌해야 하는가.

무거운 베낭도 무겁지가 않고, 목표지점 마다의 시간 체크를 못하는 것도 괜찮다.

사진을 못 찍으면 어떻고, 우리가 시합을 간 것도 아니니 시간이 많이 걸리면 어떠한가.

오직, 한가지는 뱀사골 대피소까지는 가야 된다는 소망뿐이다.

그곳에 가면 우선 쉴수가 있으니 다음의 조치를 취할 수가 있을 것이기에….

 

반야봉도 계획에는 잡혀 있었지만 오늘은 지나치기로 한다.

삼도봉을 지나서 부터는 후배가 베낭을 메고 간다.

물론 약간의 무게가 나가는 것은 나에게 옮겼지만(과일과 물종류) 정상적인 걸음이다.

화개재를 지나 드디어 뱀사골 대피소에 도착한다.

휴게소에는 들르지도 않고 바로 취사장으로 들어선다.

대피소의 취사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이제는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듯 전혀 개의치 않고 식사 준비를 한다.

푸짐한 김치찌개에 반주를 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몸도 가볍고 마음도 가볍다.

 

목화 송이 처럼 하얗고 큰 이불을 뒤덮은 뱀사골의 골짜기를 걸어가는 발걸음도 가볍다.

하얀 눈모자를 쓴 계곡의 바위도 멋지지만 사이 사이에 얼음이 녹아 수줍은 듯 아주 조금만 보여주는 흐르는 물도 아름답다.

상고대도 보여주지 않고 말라 버린 나무들이지만 서있는 자체로도 보기가 좋다.

길고 지루한 계곡의 하산 길이지만 오늘은 지루하지도 않고 폭신한 목화송이를 밟으며 간다.

드디어 반선에 도착한다.

버스 시간이 많이 남아 파가 없어 계란전처럼 생긴 파전에 막걸리로 하산주를 건배한다.

다음에 한번더를 약속하며.........


 

서대전역

 


 

 


 

쥐가난 다리에 침으로 해결하려 하나...

 

계단(종주시에 무척 힘들었던 구간임)

 


 

눈에 쌓인 모습

 


 

화개재의 모습(등로가 바뀌어 졌고)

 


 

뱀사골 대피소(이곳은 가보지도 않고 아래의 취사장만 있다가)

 


 

포근한 목화송이 이불을 덮고

 


 

이 겨울에도 이끼는 건강하게 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