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의 향연,그 빛 다 하기전에...
◈날짜: 07년 10월 27일 토요일 맑음
◈누구와: 남편 직장산악회따라
◈코스:광천읍 중담- 상담-정암사-능선고개-주능선-정상(790.7m)-남능-성연리

 

 "당신이 가야 나도 뒤에서 당신 핑계대고 천천히 걷지 그러니 가자~"
이렇게 낚시밥을 던지는 그의 말이 망설여지는것은 얼마전 황산 산행시 무릎때문에 힘이 들었던터라 또 민망하게 일행들 기다리게 하는 일이 생길까봐였습니다
아~ 그런데 이 가을 제데로 된 산행 한번 못해보고 보내는게 아쉽기도 하고 다가올 김장철 새우젓도 사고싶고 갈등끝에 내게 드리워진 낚시밥을 뭅니다^^*

 

아침 7시 남편의 직장앞을 떠난 버스는 서울에서 약간의 정체 후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려 광천 오서산 중담주차장에 우리를 내려 놓습니다
때가 때인지라 산행에 나서는 이들이 참 많았구요
생각외로 많은 이들에 의아한지 남편은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하지만
전 날좋은 휴일날 백운대길처럼 정체라도 되었으면 싶었습니다 핑계김에 천천히 걷게요^^

 

오서산 정암사로 오르는 이 길은 이외로 가파르지요(저만 그런가요?ㅎㅎ)
볼 것도 없는 가파른 길을 반소매입고도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갑니다
선두는 정암사근처에서 꽁무니만 보여준채 달아나더니 그 뒤론 정상에 다다를때까지 못보았습니다ㅡ.ㅡ;
내 뒤를 봐주는 핑계로 천천히 걷던 이 남자 능선이 가까워 오니 한마디 합니다
"이 산 좀 약하다"
'칫! 새 배낭에 선글래스에 갖은 폼은 다잡았으니 약하기도 하겠지'ㅎㅎ

 

작은 암릉이 억새들과 어우러진 그 이쁜 능선길에선 구경도 제데로 못했습니다
선두가 안보인지는 이미 오래전이고 우리가 제일 꼴찌라며 채근하는 이 남자덕에 사냥꾼에 쫒기는 산짐승마냥 숨을 할딱이며 걷기만 했지요(30분도 더 늦은 꼴찌는 따로 있었는데도..)

그래도 좋았습니다 이렇게 눈이 부신 가을날, 그 능선을 걸어 본 것 만으로도 흘린 땀의 가치는 넘치도록 보상 받은거니까요
억새는 빛을 다해가지만 온 산 가득한 가을색을 가슴에 품고 내려오는 길은 뿌듯했구요

남편은 또 쓸데없는것 사들이네 하는 표정을 보이지만 할머니들이 갖고 나온 표고며 고구마들을 사는 재미도 쏠쏠합니다(남의 뒷산을 그리 밟았으면 그 정도 댓가는 지불해야하는거 아닌가요?^^)

 

저 산은 나를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지만(무릎이 영 시원찮아서요^^)

전 산을 잊고는 살 재미가 없을듯하니 이거 불치병 맞지요?

황산 바위계단길을 지겹게 걷고도,오서산 억새의 향연에 동참을 했어도 이 가을을 선뜻 보내기엔 미진함만 가득합니다

 

 

황산 사진 몇장 더 넣어봅니다 그런데 관리자님이 반 자르라시면 어쩌지요?^^*◈12일 호텔조식후 자광각- 옥병케이블카-옥병참-옥병루(배낭 가이드에게 맡긴 후 천도봉왕복-옥병루-오어봉-천해-해심정(백운빈관에서 중식)-보선교- 서해대협곡남문-서해대협곡북문-배운정(약18.5KM)

 

천도봉 오름길

옥병봉쪽

오어봉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