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능선지나 인왕산 품에 처음 안기고

어디로 : 불광역--녹수유아원--탕춘대성벽길따라--상명대--유원하나 아파트(6동)--용천약수터--기차바위--치마바위--범바위--사직공원
누구와 : 영길, 용선, 용현
시간 : 4시간

어제 눈이 내렸다.
많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눈이 오면 산행을 하자던 친구들의 말이 생각나 전화기를 집어들고 다이얼을 눌렀다.
몇번의 금속음이 들린 후 내 마음이라도 알아주듯 응답이 왔다 "여보세요"
"친구야 눈 온다 산에 가자"
정말 펑펑 쏟아져 금새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을 기세로 내리고 있었다.
"서울도 눈이 많이 오나"
"그래 엄청온다, 오늘은 힘들고 내일 가자" "어디로"
"관악산, 북한산, 감악산 중에서 골라" " 북한산으로 가지"
"그래 내일 만나"
전화를 끊고 창밖을 응시하며 그래 잘한다 '하늘님 펑펑 많이도 내리게 해주세요'
그것도 잠시 그런 나의 기대를 저버리기라도 하듯 눈은 내리자 마자 녹기 시작했다.
그래도 밤새 눈이 또 내릴거라는 일기예보를 믿으며 아침을 기다렸다.

아침 :8:30
추워진다는 말에 잔뜩 긴장을 하고 불광역으로 나가니 벌써 친구들이 먼저와 커피숍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추워서 밖에서 기다리지 않은 것일까?
산행 전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고 준비해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마담의 구수한 입담을 들으며 오늘 산행 계획을 세웠다.
오늘은 북한산에서 인왕산으로 오르자고 제의를 했다. 의견일치.

10:10
커피숍을 나와 녹번 사거리를 지나 녹수 유아원 길로 오르는 길은 어제의 눈 때문인지 미끄러웠다.
녹수 유아원에 다다르니 산길에는 눈이 살포시 덮혀 있었고 이미 한사람이 올라간 뒤였다.
이 길은 향로봉에서 탕춘대 능선과 만나는 길로 소나무가 길위를 덮고 있어 가족산행에 적합한 순한 길이라 산림욕하는 기분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처음 가파른 길은 20여분 오르면 숨이 가빠질쯤이면 능선에 오른다.
이곳에서면 북한산의 서쪽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족두리봉에서 향로봉 비봉 문수봉에 대남문 건너 보현봉까지 한 장의 파노라마사진처럼 펼쳐진다.
멀리 문수봉에는 하얀 눈꽃 피어 있었다.
북한산을 눈으로 즐기며 40분쯤 걸으면 탕춘대 성벽과 만나는데 이곳에서 왼쪽이 탕춘대 매표소를 지나 향로봉이나 비봉으로 갈수 있고 오른쪽 상명여대 쪽으로 해서 세검정 쪽로 내려서면 인왕산과 연결되는 길이다.

처음 걸어보는 탕춘대 성길
탕춘대성은 서울 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기 위하여 쌓은 것이고 인왕산 동북쪽에서 시작하여 북쪽의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가 사천을 지나 북한산 서남쪽의 비봉 아래까지 연결하여 축성한 산성이다. 이 산성의 명칭을 탕춘대성이라고 한 것은 현재 세검정이 있는 동쪽 약 100여m 되는 산봉우리에 탕춘대(蕩春臺)가 있었던 것에서 연유한 것이며, 한성의 서쪽에 있다고 하여 서성(西城)이라고 하였다.(백과사전)
산성길은 하얀 눈으로 덮혀 있었다. 한걸음 한걸은 디딜때마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는 귀를 즐겁게 했다.
아마도 봄에 아카시아 꽃이 필때 이 길을 걸으면 진한 아카시아 향에 취해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상명대를 지나니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이 우리를 반긴다. 여기서부터는 개척자가 된 기분이다.
이리저리 허메며 내려오니 마을이고, 서울 외곽 순환도로가 우리를 가로막고 있었다.
도로를 건너는 길이 보이지 않아 무단횡단을 하려고 이리저리 살피다 우측 100M쯤에 건널목을 발견하고 차도를 따라 걸었다. 유원하나 아파트 관리실에서 길을 물었다.
"아저씨 인왕산 가는 길이 어디예요?"
"쭉 올라가 6동 뒤로 가면 있어요"

11:20
유원아파트 6동에 난 작은 철문을 들어서 인왕산에 첫발을 디뎠다.
서울에 살면서 처음 디뎌보는 인왕산 길.
인왕산은 높이 338 m. 전체가 화강암으로 구성된 서울의 진산(鎭山) 중 하나이다. 이 산의 능선을 따라 성곽이 이어지며 동쪽 산허리로 북악(北岳)과 연결되는 인왕산길이 지난다. 조선 초에 도성(都城)을 세울 때, 북악을 주산(主山), 남산(南山)을 안산(鞍山), 낙산(駱山)을 좌청룡(左靑龍), 인왕산을 우백호(右白虎)로 삼았던, 조선조의 명산이다. 봄에는 진달래가 화사하고 곳곳에 약수와 누대(樓臺)가 있었다.
가파른 산길이다.
우리가 풍수학으로 보면 서울의 오른 팔위로 걷는 샘이다
눈이와 조금은 미끄러웠지만 북한산과 다른 모습의 소나무들이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
바위에 달라붙어 자라는 소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이 기기묘묘한 모습으로 서울을 굽어보며 서 있는 모습은 고단한 도시인의 삶을 대변하고 있는 듯 했다.
인왕산은 웅장하지는 않았지만 거대한 수석같이 아담한 모습을 하고 우리를 안아 주었다.

12:00
능선에서 좌우에 펼쳐지는 서울의 조망은 가히 압권이다.
좌측으로 북악을 끼고 조선의 나라님이 살았던 경북궁이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었다.
서울의 안산인 남산은 뿌연 공해 띠에 둘러 쌓여있어도 그 기품을 잃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곳곳에 세워진 초소 때문에 산행의 즐거움이 반감되었다.
그래도 서울 수도를 지켜주는 군인이 있기에 편하게 잠을 청할 수 있지 않을까?
첫 번째 초소 앞에서 휴식을 취하며 수고한다며 귤을 건내 주었다.
이곳에서 정산으로 가는 길은 철 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겨울산행의 맛을 더 해주었다.

13:00
정상에서 차를 마시며 돌아온 길을 음미했다.
이제 내려가는 길만 남았다.
이 길을 요즈음 어떤 정치인이 매일 오른다며 오늘 아침 신문에 기사화 된 것이 생각났다.
왜 하필 인왕산일까?
왕(王)이되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구중궁궐이 보이는 이곳에 올라 용이 되지 못한 한을 내뱉는 것일까?
오르면 내려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고 보면 앞에 보이는 성벽이 오늘 산행의 마지막 길벗이 될 것 같다.
잘 다듬어진 성벽을 끼고 콧노래 부르며 오늘 산행을 자축한다.
14:00
인왕산 길에 내려서서 오른쪽은 서대문쪽이고 왼쪽은 사직 공원쪽이다.
단군 성전을 지나 사직공원에 도착했다.
북한산에서 도심의 길을 건너고 또 산을 넘어 다시 도심으로 하산하는 산행의 또 다른 맛을 즐긴 하루다.
영길아, 용선아 오늘 무지무지 즐거웠다.


▣ 김현호 - 친구분들의 우정과 눈이 함께한 아주 부러운 산행기네요
▣ ? - 성심여대가 아니라 상명대(舊 상명여자사범대학교) 아닌가요?>
▣ san001 - 인왕산... 낮지만 잊혀진 명산이죠.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