쫒아내신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 -다시 찾은 소백산. (사진)

 

산행일시 : 2004년 2월15일(일)

산행지    : 소백산

산행자    : 단독산행 (산악회 버스이용)

산행코스 : 율전-어의계곡 - 주목군락 - 철쭉능선-비로봉-

                안부- 천동야영장-천동계곡- 천동매표소

 

 

 소백산 비로봉엘 오르니 바람이 엄청납니다.

73kg의 몸무게가 방향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립니다.

 

엄청 불어대는 소백산의 바람에 이리비틀, 저리비틀

마치 술에 취해 헛걸음을 떼고 있는 듯 합니다.

앞으로 나가려고 하지만 마주치는 강풍에 오히려 뒷걸음질을 칩니다.

 

만일 자빠지기라도 한다면 바람결 따라 그대로 데굴데굴 구를 것만 같습니다.

늦가을 도시, 바람에 이리저리 나뒹구는 대책없는 가을 낙엽처럼...

 

힘껏 쫄라맨 오버쟈켓의 모자?

어림없습니다. 졸지에 바람을 가득 안고 벗겨져 버리고야 맙니다.

"세상에....이런 바람도 있담."

바람이란 바람은 몽땅 이 곳 소백산 비로봉에 모인 듯 합니다.

 

한데 모여 "바람궐기대회"를 하는가 봅니다.

세상사 모두 그렇지만

"뭉치면 알아주고  흩어지면 몰라본다!!!"

비로봉에 모인 바람들의 두주먹 불끈 쥔 구호인가 봅니다.

 

바람앞에 눈은 쌓일리가 없어 멘땅이 드러나고 흙먼지가

몰아칩니다. 한 겨울 눈 쌓였다는 소백산에서 말입니다.

 

문풍지 바람 스미는 소리를 이 곳 비로봉에서도 듣습니다.

위-----잉

나무계단 기둥을 이어놓은 밧줄에 바람 스치는 소리입니다.

 

한 밤중 혼자 비로봉에 왔다간 귀신 곡하는 소리에 놀라

새로운 전설이 생겨날 판입니다.

 

지난 주 <소백산님!>께서 쫒아내신 이유를 알 듯 합니다.

소백산님께서야 얼마나 반가우셨겠습니까.

한 밤중 천리길을 멀다 않고 찾아온 어리석은 중생들인데...

 

허지만 <소백산님>께서는 중생들을 한 없이 사랑(!)하시여

오름 중간에 눈보라와 칼바람을 미리 보내시어 돌려 보내신 것입니다.

 

만일 <소백산님>의 "돌아가 나중에 오너라" 말씀을 듣지 않고

뱃속 가득찬 고집을 피워 올랐다가는 아마 엄청난 사고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좋은 날씨의 소백산 비로봉 바람이 이러할진데

2월7일 그 날 새벽은 어떠했겠습니까.

상상만해도 끔찍합니다. 함께한 모두가 아마도.........!!!!

 

<소백산님>의 깊은 뜻을 알 듯 합니다.

<소백산님>의 사람사랑 방법을 이해 할 듯 합니다.

산에서는 한없이 겸손해져야겠습니다.

 

천동리로 내려와 소백산 비로봉을 향해 고개숙여 인사를 드립니다.

다시 찾게 해 주신 <소백산님>께 감사를 드리고

쫒아내신 깊은 뜻을 깨닫게 해 주신 <소백산님>께 더욱 겸손해 질 것을 약속 드리며....

감사의 마음에 토속신앙은 탄생하는가 봅니다.

 

 

---이하 소백산의 나무 그림자를 주제로 한 사진 몇 컷.----

 

소백산의 들머리 어의계곡 매표소.

 

가파른 깔닥고개의 초입,2시간여를 오릅니다.

 

 

어의계곡 곳곳에 이렇게 눈은 쌓여있고 그 깊이는 무릎을 넘습니다.

 

눈 속에 파묻힌 파란 산죽 한그루, 독야청청합니다.

 

벌거벗은 나무와 흰눈과 겨울햇빛이 연출하는 정적의 세계

 

비탈에 선 나무들과 내리 쏟아지는 나무 그림자들

 

흔적이 없습니다. 눈을 한움큼 뭉쳐 던져보고 싶지만 참습니다.

 

비로봉을 앞에 두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댑니다. 멀리 보이는 국망봉과 상월봉

 

비로봉에서 바라 본 국망봉과 상월봉.

 

비로봉을 오르며 바람에 날리기 시작합니다.

 

비로봉을 지나 네곳의 갈림길 표지판, 지난번의 죽령휴게소가 새롭습니다.

쫒아내지만 않으셨다면 반대방향에서 이 표지기를 만났을 것입니다.

 

주목관리소로 내려가는 길. 바람? 대단합니다.

 

천동야영장 휴게소

 

천동계곡에도 눈은 깊이 쌓여있습니다.

 

하늘 솟은 전나무와 그림자의 겨울의 끝자락 사열을 받으며.....

 

가는 겨울이 아쉽습니다. 이 길을 내려가면 언제나 다시 오려는지...

 

쌓인 눈 사이에 봄이 오는 소리가 보입니다.

 

그리고 후기.

지난 번 소백산 자락에서 함께 고생한 분들에게 미안함을 감출 길 없습니다.

혼자 소백산을 올라와 혼자 깨달음을 얻은 듯하여....

그러나 산에 대한 이 겸손이 앞으로의 함께 산행에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 김찬영 - 소백산에도 바람이 많이 불었군요 저는 덕유산에만 바람이 심하게불었는지 알았습니다 다음주에 소백산에 갈예정인데 미리보고가 도움이 많이됩니다 안전산행하십시요 언제 산에서 뵈야될터인데 기다려집니다...
▣ 산초스 - 서정길님 디카산행기 데뷔를 축하드리며 지난번 저희가 올랐던 코스로 오르셨네요. 그래도 칼바람속에 복수혈전을 하셨으니 대단한 산행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짝짝짝.... ^^
▣ 산거북이 - 그림자 조차 세찬 바람에 곱게 빗겨 놓은 것 같습니다.
▣ 권경선 - 쌓인 눈위에 드리워진 나무그림자가 멋집니다. 잘 보고 갑니다. 참 사진중에 전나무라고 하셨는데 제가 보기엔 낙엽송(일본 잎갈나무)아닌가 생각이듭니다. 전나무는 상록 침엽수인데 푸른잎이 안보여서...(선배님 무례인줄 알지만...^^)
▣ 최병국 - 소백산의 웅장한 모습 잘보았습니다. 나무그림자도... 명성산은 별로 바람이 없었습니다. 즐산하세요
▣ 물안개 - 바람하면 소백산 소백산하면 바람 제 기억으로는 바람밖에 기억이 없는것 같아요.어쩜 소백산 갈때마다 그 바람은 비켜가지도 않는지....님 덕분에 얼마전 다녀온 소백산 다시한번 음미해봅니다
▣ 서정길 아닌 김정 - 몇일 집 비우고 산에갔다와 산행기를 늦게서야 보게됩니다. 좋은산 좋은산행하셨군요. 나는 29일에 오랜 산 친구들과 천동리에서 비로사로 넘어갑니다. 그땐 눈은 많이 쌓여도 기온은 많이 풀리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