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馬鏡山(×379m)·강바위산(×383m) 산행기

•일시: '04년 2월 11일
•날씨: 흐림, -2℃
•오전 5시 30분 경 九到洞 가마골길 출발

새벽 4시 30분 경에 언뜻 잠이 깼으나 이런저런 생각에 더 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럴 바에 운동삼아 지금까지 한번도 오르지 않았던 마경산과 강바위산(대전시 동구 구도동 소재)에 다녀오기로 했다. 두 산은 능선으로 이어져 있으며, 남대전 톨게이트 부근의 서쪽 장벽을 이루고 있다. 한적한 시내를 통과하여 대전-진주간 35번 고속도로 남대전IC에 인접한 구도동 가마골길 입구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5시 30분 경이었다.

(05:30) 동네길 한켠에 주차한 뒤 남쪽으로 난 시멘트 동네길을 따라 고속도로 밑을 지나니 흙길로 바뀐다. 동네를 벗어나니 깜깜한 밤이라서 달빛에 의존하여 걸어갈 수밖에 없다.

(05:41) 개가 짖어대는 농가(어두워서 농가인지, 비닐하우스인지 알 수 없음)에서 개울쪽으로는 길이 안 보여 왼쪽(남쪽)으로 밭두렁을 따라갔다. 남쪽으로 이어진 농로를 만나니 곧 길이 끝나고 버려둔 듯한 간이 농가를 지나니 작은 골짜기에 물을 가둔 계단식 밭(밭인지 양식장인지 어두워서 알 수 없음)이 보이는데, 무슨 양식 시설이나 지금은 방치된 듯하다. 조금 뒤 눈이 쌓인 사면을 잡목을 잡으면서 남동쪽으로 치고 올랐다.

(05:57) 겨우 능선에 닿았는데, 어두워서 주위를 제대로 볼 수 없으니 눈뜬 장님 신세다. 손전등을 가져 올까 하다가 귀찮아 놔두고 온 게 후회스러웠다. 달빛만이 흰 눈과 검은 나무를 겨우 구분케 할 뿐, 길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고, 나침반을 보기 위해서 수시로 핸드폰의 화면을 비추어야 했다. 서남쪽으로 나아가 언덕을 지나니 눈 위에는 흐릿한 동물(노루?) 족적이 보였고, 무덤터와 철탑을 지났다. 다음 언덕 오른쪽 허릿길을 나아가니 진행 방향은 서쪽에서 북서쪽으로 휘었다. 한전 표지기가 간간히 보이며, 다음 철탑을 지나 눈 쌓인 급경사를 올라 언덕에 닿았다. 서쪽으로 내려서니 다시 가파른 오르막인데, 눈이 쌓여 상당히 미끄러워 나무 밑둥을 잡으면서 올라야 했다.

(06:26) 무덤터에 이어 둔덕에 닿았다. 지도상의 마경산(×379m)인 듯한데, 깜깜하니 확신을 못하겠다. 주위에 잡목이 두르고 어두워서 조망은 되지 않는다. 북서쪽으로 내려서니 고속도로와 시내 불빛만이 어둠 사이로 보이고 아직도 날은 개지 않았다. 다음 둔덕을 지나니 눈이 쌓여 미끄럽고 경사가 가파른 내리막을 거쳐 철탑을 지났다. 조금 뒤 길 흔적(철탑 공사용인 듯함)을 만나 왼쪽(서북쪽: 계속 능선길임)으로 내려서니 다음 철탑을 지나 안부에 도착하였다. 좌우로 내리막길이 있을 법한데, 보이지 않는다.

(06:43) 안부에서 다시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니 남향이라 눈이 녹았고 이제 서서히 날이 밝아져 한시름 놓았다.

(06:51) 둔덕에 올라서니 북서쪽으로 내리막이고 다음 언덕에서는 북쪽으로 나아가 임도 종점을 지나니 산판길이 잠시 이어지나 언덕(△368m?)에서 끝난다. 뚜렷한 길이 안 보여 북쪽 잡목 사이로 내려서니 강바위산으로 향하는 능선이 아니어서 오른쪽으로 꺾어 산판 임도를 만난 데 이어 능선에 다시 합류하였다. 오른쪽(남동쪽)에도 산판길 흔적이 남아 있다. 북동쪽으로 올라 모처럼 바위 둔덕(강바위산:×383m의 '강바위'인가?)을 왼쪽으로 비껴 오르니 나뭇가지 사이로 시야가 트이고 구도동과 고속도로도 내려다 보인다.

(07:15) 공터를 이룬 다음 언덕에 서니 모처럼 시야가 확 트여 식장산, 서대산, 향적산, 구름에 정상부가 가린 계룡산, 보문산이 바라보이고, 서쪽 아래로는 소호동이 내려다 보인다. 북북서쪽으로 나아가니 길이 눈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 발자국이 남아 있는 북북동쪽 지능선으로 나아가 바위 지대를 지나니 벼랑에 준하는 급경사라 진행할 수가 없다. 동쪽도 급사면이라 내려설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되돌아서서 다시 바위 지대에 이른 뒤 서쪽 편을 보니 뚜렷한 길 흔적이 있는 것이다.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눈 위에 사람 발자국이 남아 있는 언덕을 지나니 소호동 윗소리마을에서 올라온 산판길 끝 지점이 나오고 오른쪽에는 恩津宋公 무덤外 몇 개가 있다. 동북쪽 작은 골짜기로는 길이 없어 다시 능선을 따라 낮은 언덕으로 향하였다.

(07:43) 언덕에서 동북쪽으로 이어지는 지능선을 따라 내려서니 35번 고속도로의 가파른 절개지에 닿았는데, 마침 철제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수월하게 내려설 수 있었다. 원래는 뚜렷한 능선길이 있었던 것 같은데, 고속도로 때문에 朗月洞과 九到洞 사이를 가르는 능선이 뭉텅 잘려져 나가 최근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끊긴 듯하다. 고가다리 밑을 지나니 시멘트길을 만나고, 오른쪽의 농장(오리가 꽥꽥거리는 소리가 들림) 진입로를 지나니 철망문이 나온다. 문 동쪽이 약간 허물어져 있어 이를 타고 넘었다.

(07:58) 대전천변에 닿았고, 동남쪽으로 고속도로 진입로를 따라 이어지는 시멘트길(가마골길)을 따라 ‘가마골길’ 표식이 걸린 구도동 입구에 도착하였다(08:06). 오늘 코스를 지도에 표시해보니 5km 약간 더 되는 거리인데, 얕은 산치고는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초반 어둠속에서 진도가 느렸던 탓이다. 바로 남대전 톨게이트로 진입하여 대전시 외곽고속도로를 타니 25분만에 집에 닿았다.

※마경산~강바위산 사이의 능선길은 비교적 뚜렷한데, 낭월동이나 구도동 방면에서 오르는 길은 고속도로에 의하여 단절되어 사라져 가는 듯하며, 따라서 소호동 방면에서 오르면 보다 쉬울 듯합니다.

▣ 산그림자 - 안녕하세요.. 산그림자 입니다.. 이른 새벽부터 그렇게 어느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열정적으로 산길을 누비시는 님의 기운찬 마음이 부러울 다름입니다.. 언제나 힘찬 발걸음 함께하시며 좋은 산들을 누벼가시기를 기원 합니다.. 님의 소중한 산행일기 잘 읽엇습니다...
▣ 유종선 - 산그림자님,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언제나 시적인 글로써 산행인들의 지적이면서 예술적인 감흥을 불러 일으키게 해주심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따분한 저의 글도 좀 격조있게 다듬고 싶기는 한데, 그런 재주가 없어서... 곧 봄이 다가오는데, 겨울의 서정을 좀 더 느낄 수 있도록 좋은 (산행)기행문을 부탁드립니다.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