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5일 (목요일)



◈ 산행경로

동서울터미날(06:32)

장평터미날(08:47)

재치(09:00)

등산안내판(09:20)

모듬터(10:07)

금당리안부(10:34)

금당산(10:52)

거문산(12:28)

1150봉(13:12)

느리골안부(13:43)

고두산(13:59)

약수봉(14:25)

암봉

약물골안부(14:58)

1000봉(15:09)

묘지(15:50)

암봉

묘지

개수리 잠수교(16:20)

장평터미날

동서울터미날(19:25)



◈ 산행시간

약 7시간 20분



◈ 산행기



- 재치

장평에 도착하니 어제밤 내린 눈은 도로까지 수북하게 쌓여있고 강원도 산골의 세찬 한기에 온몸이 움추러든다.

택시로 재치 고갯마루에서 내리니 온산은 눈을 허옇게 쓰고있고 신리마을 들어가는 시멘트도로에는 신설뿐, 발자국 하나도 없다.

일부러 잡목들을 헤치며 능선으로 올라가 보아도 잠시후 넓은 밭으로 떨어지게 되고 눈을 쓸고있는 노인분에게 길을 물어 시멘트도로를 올라간다.

봄날에 마치 송홧가루 날리듯 눈보라가 뽀얗게 일어나는 산자락을 쳐다보며 눈길을 올라가면 재산리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고 큰 등산안내판이 서있어 길을 확인해 본다.

임도를 따라 희미하게 러쎌 흔적이 남아있는 등산로로 꺽어져 올라가다 크게 넘어지고 보니 눈밑은 반질반질한 빙판을 이루고 있어 조심스럽다.







(눈보라가 일어나는 산자락)







(등산 안내판)






- 금당산

정적에 묻혀있는 눈길을 따라가면 사방으로 눈송이들이 아름답고 작은 물줄기들을 건너 설원으로 들어가니 덤불에서 사랑을 나누던 산새 두마리가 바로 앞에서 황급히 날아간다.

심마니들의 모듬터를 지나며 멀쩡하던 스틱이 갑자기 부러져 버리고 부러진 나뭇가지 하나를 들어보니 그런데로 쓸만은 하지만 영 기분이 찜찜해진다.

고도를 높혀가며 가파른 눈길을 올라가면 파란 하늘이 트이며 대왕사를 지나 백암동으로 넘어가는 금당리안부가 나오는데 이정표에는 금당산 정상까지 0.4km 라 적혀있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올라가니 안인평에서 올라오는 등로는 완전히 눈에 파묻혀 있고 커니스가 크게 형성된 응달은 허리까지 눈에 빠진다.

헬기장인듯한 넓은 공터를 두번 지나서 금당산(1173.2m)에 올라가면 반대쪽의 왕관바위에서 올라오는 등로가 잘 나있으며 눈부시게 파란 하늘아래 거침없이 펼쳐지는 설산들의 행렬에 그만 입을 다물수가 없다.

정면으로는 백덕산너머 치악산줄기가 아련하고, 청태산과 대미산에서 장미산과 승두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지척이며, 태기산너머로는 운무산으로 힘차게 달려가는 한강기맥의 물결이 도도하고, 흰눈으로 뒤덮힌 계방산과 오대산의 봉우리들이 멋지게 보인다.

올라온 쪽을 바라보니 백적산이 뾰족하게 솟아있고, 누에가 기어가는 형상이라는 잠두산과 백석산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이 꿈틀거리며 가리왕산은 그 정점에 제왕처럼 솟아있다.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보기드문 광경을 보고 또 보고 카메라에 담으며 가야할 거문산과 고두산쪽 능선을 확인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금당산을 내려간다.







(모듬터)







(금당산 정상)







(청태산과 대미산너머로 보이는 치악산)







(태기산과봉복산)







(계방산과 오대산)







(한강기맥)







(뾰족한 백적산)







(잠두산에서 백석산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







(거문산너머로 보이는 가리왕산)







(거문산과 맨끝의 절구봉)






- 거문산

안부로 내려와 정강이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로 들어가면 암봉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거센 바람이 불어오며 눈보라가 일기 시작한다.

매섭게 뺨을 때리는 삭풍을 맞아가며 험한 암봉들을 우회하고 눈쌓인 능선을 피해서 사면으로 힘들게 나아가면 한파에 온몸이 얼어 붙는다.

간간이 붙어있는 표지기들을 확인하며 계속 암봉들을 우회하고 비탈에서는 미끄러지기도 하며 발밑으로 안락하게 보이는 마을들을 부러움으로 바라본다.

눈덮힌 사면을 올라가다 잠시 바람이 그치는 사이에 선채로 점심을 먹고 소주한잔으로 몸을 달구니 눈속에 파묻힌 신세가 처량스럽다.

봉우리를 넘고 끊이지않고 나타나는 암릉들을 우회하며 이정표가 서있는 거문산(1175m)에 오르면 작은 돌탑 하나만 반겨주고 나무들이 많아 조망은 별로이다.

동쪽으로는 법장사로 내려가는 뚜렸한 등로가 바람과 추위에 지친 산객을 유혹하지만 이름도 정겨운 외솔배기쪽 방향으로 터벅터벅 능선길을 이어간다.







(눈보라가 일어나는 능선)







(적막한 눈길)







(거문산)







(거문산 정상)






- 고두산

눈길을 뚫으며 봉우리들을 넘으면 앞으로는 m자형의 절구봉이 나타나고 오른쪽으로는 고두산과 약수봉으로 이어지는 험한 능선이 보인다.

오랫만에 완만한 능선길을 내려가니 좁은 공터가 있는 1150봉에 다다르고, 외솔배기로 떨어졌다가 절구봉으로 이어지는 직진길을 버리고 오른쪽 고두산 방향으로 길을 꺽는다.

거의 수직의 가파른 비탈을 미끄러지듯이 내려가다 암봉을 우회하고 눈에 묻힌 희미한 길을 찾으며 울창한 낙엽송 지대를 지난다.

빽빽한 송림따라 사거리안부로 내려가면 따뜻하게 햇살이 내려오고 느리골을 통해 외솔배기로 이어지는 왼쪽 소로에는 표지기들이 몇개 붙어있다.

급사면 눈길을 잠시 오르면 펑퍼짐한 고두산(1130m)인데 정상판 하나만 덩그러니 걸려있고 나뭇가지 사이로는 급하게 내려왔던 1150봉의 숨겨진 암봉들을 볼수있다.







(고두산 정상)







(고두산에서 바라본 급사면의 1150봉)






- 1000봉

다시 산속을 요동시키는 거친 바람이 불어오고 안부로 뚝 떨어졌다가 눈길을 헤치며 약물봉이라고도 하는 약수봉에 오른다.

절벽을 이룬 바위에 서니 오금이 저려오지만 금당산과 왕관바위가 멋지게 보이고 뾰족하게 솟은 거문산의 뒷모습도 당당하며 금당계곡과 평창강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노송들이 서있는 전망대바위를 지나고 암릉들이 산재해있는 비탈길을 연신 미끄러지고 넘어지며 엉거주춤 내려간다.

드디어 암봉으로 올라서니 예기치 못한 5-6미터정도의 수직암릉이 나오는데 눈이 덮혀있고 잡을것이 없어서 아주 위험해 보이며 우회로도 보이지 않는다.

슬링을 걸고 조심스레 내려가다가 기어이 바위에 미끄러지며 떨어지지만 줄을 잡고 있어서 팔꿈치만 까이고 운좋게 큰 부상은 당하지 않는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사거리안부로 내려가니 오른쪽의 개수리 방향으로는 표지기들이 많이 걸려있고 내려간 족적도 뚜렸해서 비상시에는 탈출을 할만하다.

눈속에 빠져가며 가파른 사면을 힘겹게 오르면 마지막 봉우리인 1000봉인데 지도에 표시된 약물골로 내려가는 등로는 찾을수 없고 주능선으로 등로가 이어진다.







(약수봉에서 바라본 금당산)







(약수봉에서 바라본 거문산)







(간신히 내려온 암릉)






- 개수리

희미한 능선길을 내려가면 표지기들도 간간이 붙어있고 나무에 감아놓은 노란 비닐끈이 계속 보여서 도움이 된다.

계속해서 나타나는 미끄러운 암릉들을 내려가면 삼형제봉의 울퉁불퉁한 바위들이 보이고 그너머로 절구봉도 머리를 곳추 세운다.

암봉 하나를 우회하니 갑자기 능선이 펑퍼짐해지며 길이 없어지는데 남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가면 표지기도 보이며 뚜렸한 능선이 이어진다.

잠시후 묘지를 지나면 서서이 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노송들이 많이 서있는 멋있는 암봉을 오른쪽으로 길게 우회하게 되며 가파른 비탈길이 이어진다.

다시 큰 묘지하나를 지나면 컨테이너박스가 있는 농가로 내려서고 교회수련원이 있는 시멘트도로를 지나니 잠수교가 보인다.

두꺼운 얼음장 밑으로 퀄퀄 흘러 내려가는 평창강을 넘으면 424번 지방도로가 나오고 그린파크민박집 가게문을 열고 들어가니 후끈거리는 난로의 열기가 반가워진다.







(나무사이로 보이는 삼형제봉)





▣ san001 - 선배님을 뵈면 참 대단하구나 그런 생각을 아니 할 수가 없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을 수시로 찾아 다니시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하앙 건강하시고 안전산행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