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49  보은산(우두봉 439m) * 일봉산(409m) * 산태봉(390m) - 전남 강진군

 

산 행 일 : 2004년 9월 23일 목요일
산의날씨 : 흐리고 오전 한때 비
산행횟수 : 報恩山. 일봉산. 산태봉 각각 초행
동 행 인 : 부부산행
산행시간 : 3시간 35분 (휴식 관람 57분포함)

 

주차장 <0:29> 약수터 삼거리 <0:04> 북산 돌샘 <0:11> 고성사 <0:11> 약수터 삼거리 <0:30>
우두봉 <0:21> 일봉산 <0:23> 산태봉 <0:25> 금곡사 <0:04> 금곡쉼터

 

* 7.75km ⇒ 충혼탑 <1.25> 약수터 삼거리 <0.23> 북산 돌샘 <0.6> 고성사 <0.83> 약수터 삼거
<1.55> 우두봉 <0.85> 일봉산 <0.73> 산태봉 <0.64> 갈림길 <0.77> 금곡사 <0.3> 금곡쉼터
 
지난 일요일 보길도 산행 후 청산도 동행을 약속했으나 전날 밤의 때아닌 집중호우로 본의 아니
게 약속을 지킬 수가 없어서 마음이 편칠 안했다.
그러다 오늘 약산도를 탐방하고 귀가할 예정이라는 말을 듣게되자 마침 월차를 이용한 아내랑 같
이 짬을 내 만나보려고 강진땅 보은산을 찾기로 한 것이다.

 

순천을 출발하여 보은산을 돌아 내려오는 시간과 마량항에서 배를 이용하여 약산도로 들어가 삼
문산, 장룡산을 둘러보고 다시 육지로 나오는 시간을 감안하면 늦은 점심이라도 같이 먹을 수 있
으리라 여겼는데 어제 생일도 탐방을 마치고 이미 약산도에 들어가 있다고 하니 우리가 바쁘게
생겼다. 

 

이른 아침에 살펴본 강진지역 날씨는 구름이 많이 끼겠다고 하더니 장흥을 지나면서 빗방울이 떨
어지기 시작한다.
우중산행은 질색인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금새 그치겠지 뭐" 아내는 무사태평이다.
금곡쉼터를 출발하여 산태봉, 일봉산, 우두봉을 거쳐 충혼탑으로 내려와야 택시 이용하기가 수월
할 텐데 궂은 날씨에 처음부터 험한 길을 따르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셔 버린다.
하는 수 없이 강진 주민들이 운동코스로 즐겨 찾는다는 돌샘 약수 코스를 타고 우두봉에 오른 후
비가 계속 내리면 되돌아 오기로 하고 세무서 옆, 충혼탑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08 : 58 산행 메모에 지장이 없게 하고 카메라를 보호하기 위하여 우산을 펼쳐들고 막 출발하려
는데 "이슬이 마른 아홉 시쯤 산행을 시작하겠다"던 1,500산 님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삼문산에

도착했다"고 하니 얼른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모양이다.
50여m 전방 충혼탑 계단 우측에 세워진 '보은산 등산로 안내도'를 보고 잔디밭을 거슬러 임도로
들어서니 이정표가 있다.
넓은 길로 오르다가 지름길로 들어서 무찌르기도 하며 하늘을 수시로 올려다본다.

 

                              

                               보은산 등산로 안내도 -금곡쉼터에 있는 안내도-


 

                                                         들머리 이정표

 

09 : 17  넓은 길이 합쳐지는 지점의 ' 우두봉 2.07km  약수터 0.97km' 이정표와 약 5m 거리에 '고
성사 1600m  약수터 900m'라 새긴 표지석이 거리 표기를 달리하고 있지만 신경쓰지 않고 30여m

쯤 가면 운동기구들이 설치된 '93-3-14' 팻말이 있는 헬기장이 나온다.

 

'푸른들 어린이 집' 아이들이 그리고 코팅해서 나무가지에 매달아 놓은 자연보호, 산불조심을 주
제로한 작은 그림들이 앙증스럽고 아직은 몸이 굵지 않은 리기다가 하늘 높이 솟아 뿜어내는 솔
내음이 폐속으로 파고든다.
오른쪽으로부터 오솔길이 큰길로 합쳐지고 잠시 후 빈틈없이 자갈을 끼워 맞춘 근사한 돌탑 하나
가 길손을 반겨준다.

 

09 : 27 약수터 삼거리.
왼편 약수터와 고성사를 거쳐 우두봉에 이르는 거리가 2.4km라고 하며, 대낮에도 발가벗은 체 물
을 끼얹는 등 말썽이 일고 있으나 그 맛이 일품이라는 북산 돌샘을 모른 체 할 수 없다.

 

09 : 31 몇몇 여인들이 물통을 들고 내려가는 모습을 봤었고 돌샘에 이르자 세 여인이 비가 오는
가운데 물을 받고 있으며 가벼운 운동기구와 시계 그리고 수질검사 성적서도 보인다.
시원하지 않은 물을 한 모금 맛보고 지붕이 없는 문제의 돌담장 안으로 들어가 보니 작은 물통들
이 꼭 목욕탕을 방불케 한다.
원래는 남녀탕(?)이 따로 있었으나 말썽이 생겨 여탕 담장을 허물어 버렸단다.

 

 

                                                         북산 돌샘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욕탕(?)


09 : 35 널찍한 사면을 따르면 왼편 깊숙한 계곡 너머로 산뜻한 아스팔트길이 내려다보인다.
09 : 40 차량통행을 막으려는 듯 길 가운데 쇠기둥이 박힌 곳을 막 지나 아스팔트길로 들어서고
09 : 46 고성사 높은 축대 밑에 이르렀다.

개 두 마리로부터 환영 아닌 환영을 받으며 다산 정약용 선생이 머물렀다는 보은산방과 대웅전을
비롯한 경내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둘러보고 마루에 무료하게 앉아있는 보살에게 등산로를 물어보
니 예상했던 대로 고성사에서 우두봉으로 오르는 일은 포기하는 것이 나았다.


 

                                            범종각 기둥 사이로 본 대웅전

 

09 : 55 고성사를 뒤로하고 올랐던 길을 되짚어
10 : 02 이제는 아무도 없는 돌샘에 이르러 물 한 모금을 또 마시고
10 : 06 삼거리에서 우두봉을 향하는데 비가 그쳐준다.

어떤 이가 '네 고개'  '다섯 고개'라 적어 나무가지에 걸어놓은 판자조각을 보고 처음에는 영문을
몰랐으나 정상까지 열두 고개로 표시를 한 것이며 아홉 고개 팻말을 보고 작은 봉우리를 돌아가
니 '자연보호' 대형 입간판이 지척이다.

 

10 : 34 산에 오른 사람들이 하나 둘 던져 쌓여진 돌무더기 앞 나무에 '우두봉 1,045번째 산'이란 
1,500산 님의 표식이 보이나 정상이 아닌 곳에 매단 이유를 모르겠다.

10 : 36 '보은산 우두봉. 해발 439m. 2003년 7월 강진군산악회' 정상 표지석은 작은 바위 위에 세
워졌고 대형 입간판 뒤에는 산불무선중계기가 그 옆에는 산불감시초소와 이정표가 있다.    

정상을 향해 오르면서 이미 조망이 심상치 않으리라 예상했듯 흐린 날씨 가운데도 북서쪽을 제외
한, 수인산으로 부터 제암, 사자, 억불, 부용, 천관산이 바라보이고 도암만 서쪽에는 만덕, 덕룡,
두륜산이 그 왼쪽으로 완도 상항봉도 건너다 보인다.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 이름조차 생소한 산, 찾는 이들이 드물어 태초의 신비스러움을 조금이라도
지니고 있는 산, 이런 훌륭한 산들을 찾아 다니다보면 휴일이면 관광지가 따로 없이 시끌벅적 북
적거리는 유명산을 찾기가 싫어진다.

 

 

                    도암만 우측이 만덕, 상황, 덕룡산 그리고 두륜산이 아득하다.


 

                           제암, 사자산이 하늘금을 긋고. 우측엔 억불산이


 

 

                                                  보은산 정상표지석

 

늦어질 점심을 생각해서 간단한 요기를 하며 주변을 감상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지금 배를 탔다"
는 말에 서두르며 "일봉산만 둘러보고 원점 회귀하겠다"고 하자 "금곡사에서 기다릴 테니 차분하
게 계획대로 산행하라"는 듣던 중 반가운 말을 한다.

11 : 07 일봉산으로 가는 길도 비교적 양호하다.

 

11 : 13 고성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에 이르러 등로를 살펴보니 포기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고 날 능선에서는 월출산의 절경이 바라보이며 진행하다 고개를 돌리면 벌매, 가학산도 자꾸
발길을 멈추게 한다.
물론 전방과 우측 조망은 두 말하면 잔소리이고.    

 

11 : 18 '↑ 일봉산 0.4km * ↓ 우두봉 0.45km' 이정표가 있는 봉우리 갈림길 오른쪽에 금곡사로
갈 수 있는 내리 꽂힌 듯한 급경사길이 있으나 왼쪽 길을 따라 부지런히 걸었다.

 

11 : 28 '일봉산 409m. 산태봉 0.73km'.
능선에서 북쪽으로 약간 들어간 지점 봉우리가 일봉산 인줄 알았는데 산태봉으로 지나는 길 봉우
리에 표지를 세워 헷갈리게 만들어 북쪽 능선을 기웃거려 보지만 잡목과 덤불이 무성해 길이 있
는지 없는지 조차 모르겠다.

 

 

                                                        일봉산 표지

 

산태봉으로 가는 길은 한 마디로 엉망이다.
가시덤불, 키 작은 잡목과 넝쿨, 억새가 길을 막아 뱀이 있는지 허방이 있는지 가늠할 수 없는 가
운데 겁없이 치고 나가니 도둑놈 가시와 풀씨가 옷에 달라붙고 모기가 눈앞을 맴도는 데다 작지
만 가파른 봉우리 서너 개를 오르내리는 막판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한숨 돌리며 둘러보는 주변 조망이 아니었더라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산태봉으로 가는 길에서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전망봉에서 본 월출산


 

                             전망봉에서 본 산태봉(왼쪽)과 뒤쪽 수인산 전경

 

11 : 51 '산태봉 390m'. 짧은 바윗길을 기어 산태봉에 올랐다.
"벌써 도착했을지 모르겠는데..."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며 금곡사가 있을 오른쪽 깊숙한 계
곡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리자 아내가 먼저 일어선다.

 

 

                               산태봉 표지. 까치내재 글자 위가 월출산

     

 

                                     전망바위에서 본 부용산과 천관산


11 : 56 밧줄을 붙잡고 내려서면 전망바위가 있고 바위 오른쪽을 돌아 역시 밧줄을 타고 조금만
가면 수풀이 무성하긴 하나 경사가 완만한 길이 전개된다.

12 : 07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든다.

여늬 산에 비해 무덤이 별로 안 보이는 길을 걷다 오랜만에 벌초가 잘 된 무덤 한기를 지나 5분
여를 걸으면 넓은 묘역이 나온다.
가장 위에 있는 무덤 앞 묘비를 보니 이조참의 벼슬을 했던 양반으로 문무석이 세워졌고 그 아래
후손 무덤들도 행세께나 했을 집안으로 추측되게 한다.

 

12 : 16 임도에 닿아 금곡사 지붕이 보이자 발길이 빨라진다.
12 : 21 금곡사.
보물 제829호로 지정된 고려 때 만들어진 5.4m로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 삼층석탑을 둘러보고 천
불전 아래 작은 계곡 위 동굴도 들여다보나 특징이 없다.


 

                             보물 제829호로 지정된 금곡사 삼층석탑과 대웅전

 

12 : 29 "여기는 차량 통제 구역인가?" 그렇다면 주차장이 있겠지.
거대한 바위협곡 한 쪽에 김삿갓이 금곡사에 머물며 지었다는 시비가 있고 300여쯤 내려가면 앞
이 툭 트이면서 거대한 광장이 나온다.


 

                                                   협곡의 김삿갓 시비

 

                                          허연 머리 그대는 김진사 아닌가.
                                          나도 젊었을 때는 호연남아 였건만
                                          술은 늘어만 가고 돈은 떨어져
                                          세상을 알만하니 백발이 새롭소.

                                             -김삿갓 시비에 새겨진 글-

 

12 : 33 금곡쉼터로. 눈에 익은 프레지오 옆에서 건강한 모습의 1,500산 님이 활짝 웃으며 다가온다.


 

                                          1,500산 님과 캠핑 카 프레지오

 

 

                                                    영랑 생가 본체


 

                                 영랑 생가 은행나무에 탐스럽게 달린 은행

 

* 프레지오를 타고 -아내는 남정네 살림방에- 현충탑으로 돌아와 점심 식사와 함께 오로지 산
이야기로 꽃을 피우다 1,500산 님은 엿새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로 들어섰고 우리는 500m 거리도

안되는 영랑생가에 들려 '모란이 피고... 뚝뚝 떨어져 버린...' 스피커를 통해 잔잔히 흐르는 시 낭
송을 들으며 뜰을 잠시 거닐다 귀가 길에 올랐다.

 

1,500산 님! 보길도, 소안도, 청산도, 생일도, 약산도 무사산행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