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산(1,240.0m) 청도군 운문면

 

⊙언  제 : 2004년 8월 28일(토) 가끔 구름 많음
⊙어디로 : 운문사집단시설지-지룡산-배넘이재-학심이골-가지북릉-가지산-아랫재-사리암주차장
⊙얼마나 : 도상거리 약 18.0km, 10시간 00여분
⊙누구랑 : 언제나 외톨이

 

08 : 00        후레쉬모텔에서 출발
08 : 33        능선갈림길
08 : 36        능선삼거리
08 : 42 ~ 50 둘째전망바위
08 : 52 ~ 55 지룡산 정상(658.8m)
09 : 06        삼각점봉
09 : 11 ~ 13 전망바위봉
09 : 25        안부 우측갈림길
09 : 40 ~ 45 중턱 조망바위
09 : 55        콘크리트헬기장(828.6m)
10 : 06 ~ 10 돌무더기봉
10 : 25 ~ 30 배넘이재
10 : 42        배바위
10 : 48        합수(배넘이골과 학심이골)삼거리
10 : 50 ~ 55 개울건너
11 : 05 ~ 08 첫째폭포
11 : 30 ~ 35 운문산7번 합수삼거리
11 : 42 ~ 45 학소대 제2폭포갈림길
11 : 48 ~ 12 : 10 학소대 제2폭포
12 : 46 ~ 50 삼거리능선(헬기장)
13 : 01        산죽봉우리
13 : 20 ~ 25 바위봉우리
13 : 50 ~ 55 소나무가 있는 바위
14 : 00 ~ 30 암릉 끝 바위봉(중식)
14 : 55 ~ 15 : 10 가지산 정상
15 : 46 ~ 48 삼거리(좌)봉
15 : 53 ~ 16 : 00 삼거리이정표(좌측 백운산 방향)
16 : 11        삼거리(좌)우회로
16 : 23 ~ 30 아랫재
17 : 01 ~ 04 합수(참새매골과 복숭나무골)계곡건너
17 : 30 ~ 42 합수(심심이골과 학심이골)삼거리
18 : 00        사리암 주차장

 

가지산 북릉 길은...

 

10년 만에 찾아온 무더위라고 그렇게도 아우성이더니 계절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현상인가보다.

한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삼복더위에 제각기 건강을 잃지 않으려고 보신음식에 열을 올릴 때

떠돌이 역시 예외일 수는 없었다.

 

동족상잔(?)에 대한 인과응보였을까? 아찔했던 순간을 넘기긴 했지만 다행히도 그다지 심한 상태는 아닌지라

좋아하는 산천의 조망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눈 때문에 몇 주를 그냥 지나고 보니 휴가 한 번 제대로 못 가보고 가는 여름이 못내 아쉬워 때늦은 감은 들지만

시원한 계곡산행의 진미를 보고자 길을 나선다.

 

내일은 태풍 "차바"의 영향권이라 하기에 하루 앞당겨 다른 때와는 달리 조금 일찍 출발을 한다.
작년에 거쳤던 코스에서 들머리를 달리하기 위해 조금 더 운문사 쪽으로 들어가 집단시설지 후레시모텔에서

들머리를 잡았다. 모텔좌측 뒤로 콘크리트옹벽을 너머면서 들머리는 시작되고, 잠깐만에 갈림길이 나오는데

골짜기 쪽을 버리고 오른쪽 능선 길을 택한다.

 

가파른 오름 길이 시작되고, 중턱에 오르면 시야가 트인 곳도 나타나며 중간중간 능선 갈림길도 몇 곳

나타나지만 어느 곳을 택하더라도 마찬가질 것 같아 발길이 닿는 대로 간다. 능선삼거리에 올라선 뒤

잠시 후면 전망바위가 나타나고 바로 위엔 두 번째 전망바위가 있다. 잠시 쉬어갈 요량으로 바위로 다가가는데

웬 흑염소 떼들이 들이닥치는데 깜짝 놀랐네!!!...

 

떠돌이만 놀랐을까? 지들도 놀라 우루루 내빼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바위에 올라서니 동글동글한 염소 *이 이리저리 깔려 있는 것이 아닌가?

이놈들이 이제 보니 이 근처에서 적을 두고 방목을 하고 있는 놈들인 모양이다.

작년에는 한 마리가 떠돌아다니더니 그새 새끼를 쳤는지 크고 작은 놈들이 떼거지로 몰려다니고 있구먼!...

 

어쨌거나 그놈들이 물러간 뒤 전망바위는 떠돌이 차지가 되고 *이 없는 자리에 골라 앉아 한숨을 돌린다.

가지산을 좌우로 구름 덮인 상운산과 운문산에서 억산으로 뻗어난 줄기와 그 앞으로 등심바위로 뻗어난

능선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아래로 집단시설지 너른 주차장엔 지난 여름 빼곡하던 차들은 다 어디로 가고

반듯반듯하게 그어진 차선만이 휑하게 보이는 것이 어쩌면 그렇게도 쓸쓸하게 보이는지...

 

바로 위 정상에 올라서니 "아~니!!! 이놈들이 아직도 가지 않고 여기서 놀고 있네!" 또다시 놀라 사라진다.

아니 내가 지들이 놀고 있는데 방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조망이 없어 오래 머물지 못하고

정상석 뒤로 넘어진 고목나무를 타 넘어 주능선을 향해 내림길로 접어든다.

제법 깊은 안부로 내려서면 좌우로 흐릿하게나마 내려가는 길이보이고 올라서는 봉우리에 삼각점이 있다.

 

이어 나타나는 바위 봉우리에서 우측 아래로 내원암이 조망된다.

계속되는 날카로운 바위전망대와 무딘 바위전망대를 번갈아 지나고 다시 안부로 내려서면 우측으로 돌아가는

갈림길도 나타난다.
이후 가파른 오름길 중턱 조망바위에서 한숨을 돌리며 뒤돌아본 지룡산은 벌써 저만치 멀어져 있다.

우측으론 옹강산이 우뚝 솟아 보이고, 그 옆으로 구름 덮인 문복산이 자리하고 있다.

 

위에 오른 봉우리는 콘크리트헬기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조금 더 가면 시멘트 블록이 깔린 폐헬기장이 나타난다.

잠시 후 돌탑이 쌓인 봉우리에서 또 한숨을 돌리고, 가파른 경사로 내려서는 안부자리가 배넘이재다.

바로 가는 상운산과 좌로 삼계리가는 길을 버리고 우측 배넘이골로 내려간다.

 

많은 지주목으로 공굼대를 해 놓은 배바위가 배너미재로 가려는 듯 고개를 쳐들고 배너미재로 향하고 있다.

좌측으로 약간의 집터 흔적도 보이고, 합수지점 삼거리에 이르러 바로 북릉을 타고 오르기엔 계곡의 진미를 볼 수가

없기에 계곡을 따라 학소대 폭포로 향한다. 등로를 따르다 보다더 확실한 계곡미를 보기 위해 개울로 접해간다.

 

우렁찬 낙수소리에 첫 번째 만나는 폭포 위에서 외로운 고사목과 함께 한숨을 돌리고, 다음 두 번째 폭포를 지나

세 번째로 만나는 폭포는 좌측 지류와 합쳐지고, 이어 운문산 7번 구조지점 삼거리를 지나 능선에 오르면

좌측 저 아래로 또 하나의 큰 폭포가 나타난다. 여기까지 크고 작은 폭포가 줄줄이 나타나기에 어느 것이

암까마귄지 숫까마귄지 구분이 안된다.

 

확실한 것은 여기서 북릉으로 갈라지는 우측 물줄기에서 나타나는 학소대 제2폭포만은 확실하게 알 것 같다.

잠깐만에 폭포에 다다르고 우렁차게 떨어지는 폭포를 바라보며 잠시 넋을 잃고 쳐다보다 문득 발 아래로 내려다보니

신발 두 켤레가 나란히 벗겨져 있고, 손수건도 바위에 널려 있는 것이 분명 흔적은 있는데 인기척은 없다.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 간다. 폭포의 수심도 깊은데 혹시(?) 아니면 어디 숨어서 딴 짓(?) 폭포의 구경은

뒷전이고 침을 삼키며 숨을 죽인 체 주위를 살펴본다. 아래로 혹은 위로 아니면 폭포를 건너서 뒤로 돌아서니

그제 서야 바위 뒤에서 사람이 나타난다.

신발은 두 켤레에 사람은 셋 아니 정확하게 남녀 두 사람과 비구니스님 한 분이 어쩌면 이다지도 인기척이 없더란 말입니까?...

 

세분이 조용히 점심을 즐기고 있는데 괜한 방해를 한 것 같이 미안한 생각이 든다.

승복을 입은 비구니스님이 폭포의 절경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는 것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며

떠돌이보고 식사를 하고 가시란다. 갈 길이 멀어 아직은 때가 이르다고 하여 잠시 곁에 앉았더니

끓여 먹는 라면이 얼마나 맛있게 보이던지 남은 국물 얻어먹는 신세도 진다.

 

북릉 쪽으로 간간이 붙은 리본이 하산 방향으로 붙어 있기에 무시를 하고 길도 없는 사면을 바로 치받아 오른다.

어차피 능선에 올라서면 만나리란 생각을 가져보지만 그때까진 무모한 도전이었다.

산죽과 잡목을 헤치며 가는 길이 여간 고전이 아니다. 반시간 이상의 고전 끝에 다가선 삼거리능선에서 뚜렷한 북릉길이 나타난다.

 

약간 평탄한 길로 산죽봉우리를 지나고 본격적인 북릉 바윗길이 이어진다.

가파른 오름길과 쌍그랍은 바위능선 그리고 밧줄 타고 오른 봉우리를 거쳐 마지막으로 오르는 봉우리 아래서

오늘의 두 번째 만나는 비구니스님들이다. "이 길은 스님들의 전용 등로인가?..." 네 분이 하산을 하시면서 대뜸 하시는 말씀이

배넘이재에서 오느냐고 그러신다.

 

정면돌파(?)가 어려우니 당연히 그곳에서 왔으리라 생각했겠지만 이쪽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고 하는 소리에

의아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금지등산로라는 것이 아는 사람만 다니는???... 아니면 안볼 때 다녀도 되는???...

그것도 아니면 조금 전 학소대 제1폭포 앞에서도 단체의 산객들이 하산을 하는 것을 보면 등산은 안되고 하산은 된다???...

그리고 스님은 예외인 그런 등산로인가???... 거~참!!!...

 

아무튼 떠돌이라고 입이 열인 듯 무슨 할말이 있겠냐 만은 중간중간 중요갈림길에선 많은 리본들을 걷어다가

폐기를 시키려는지 한자리에다가 모아놓은 것을 두어 군데서 본적이 있다.
가지산정상이 바라보이는 마지막 바위봉우리에서 조금 늦은 시각에 민생고 해결에 들어간다.
시끌벅적한 정상보다 여기서 정상을 바라보며 신발을 벗고 최고의 편안한 자세로 조망을 즐기며 하는 식사는 더 할 나위 없이 즐겁다.

 

한차례 안부로 떨어진 후 꾸준한 오름길로 산객들의 소리가 점차 가까이 들려오더니

잠시 후 우측으로 산장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정상엔 단체나 혹은 개인으로 온 여러 사람들이 차지를 하고 있다. 이곳에 올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사위가 확 트인 조망은 더 없이 좋다.

어느 하나 흠잡을 것 없는 영남알프스의 주봉들이 서로 힘 겨루기라도 하는 듯 제마다 뽐을 내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랫재로 내려가는 주능선 길에 중간중간 오가는 사람들과 만나기도 하고,

백운산갈림길을 지날 즈음에 앞서가는 산님을 생각 없이 따르다가 되돌아오는 수고도 한다.

아랫재 산장은 작년에 보수작업을 열심히 해쌌더니 지금은 영 흉가가 되었다.

 

여기서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일조산행을 철칙으로 여기다 보니 장거리산행은 늘 시간이 문제였다.

운문산에 올라 북릉을 타고 내려가고픈 충동을 느끼지만 아무래도 일몰시각까지 하산을 하기엔 여의치가 않을 것 같다.

하는 수 없이 바로 계곡 길로 하산을 하여 확실한 계곡산행으로 가는 여름의 아쉬움을 달래본다.

 

참새매골과 복숭나무골이 합쳐져서 맑은 계곡 물이 풍부해질 때는 알탕이라도 하고픈 충동을 여러 번 느끼기도 하지만

식수원으로 사용한다고 심심이골과 학심이골이 합쳐지는 곳부터는 경고 표지판과 함께 군데군데 식수보호 표지가 달려있어

차마 개울에 뛰어들지 못하고 돌아선다.

 

사리암 주차장에는 아직도 돌아가지 않은 관광객 아니면 신도들의 자가용이 많이 주차되어 있다.

가는 길에 씻지도 못해 땀에 찌던 냄새로 민폐가 될까봐 그냥 간데도 괜찮다며 태워주시는 고마운 분을 만나

덕택에 이른 시각에 쉽게 출발지로 돌아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