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월산(1,083.0m) 울주군 상북면

 

⊙언  제 : 2004년 9월 19일(일) 화창한 날씨
⊙어디로 : 배내고개-간월산-등억리-신불산-출발지
⊙얼마나 : 표시기 및 도상거리 약 17.1km, 8시간 50여분
⊙누구랑 : 외톨이

 

09 : 10        배내고개에서 출발
09 : 31        능선삼거리(오두산 0.6km, 송곳산 3.5km, 간월산 2.5km)
09 : 37        배내봉(966.0m)
10 : 04 ~ 10 능선 끝 바위봉우리
10 : 16        등억온천가는(좌)삼거리
10 : 36 ~ 40 간월산
10 : 50 ~ 55 헬기장(돌탑봉우리 공룡능선 갈림길에서 내림)
11 : 05 ~ 08 중간바위
11 : 36        임도 접
11 : 57 ~ 12 : 00 신불휴양랜드
12 : 07        온천교
12 : 16 ~ 20 주차장(홍류폭포 0.8km, 간월산 3.5km, 신불산 4.3km)
12 : 31        삼거리이정표(홍류폭포 0.1km, 칼바위 1.5km, 간월산 3.0km)
12 : 35 ~ 40 홍류폭포
12 : 48 ~ 55 신불산 119소방구조1번 지점
13 : 11 ~ 15 신불산 119소방구조3번 지점
13 : 32 ~ 35 중간능선 위
13 : 52 ~ 55 중턱바위
14 : 13 ~ 15 신불산 119소방구조7번 지점
14 : 25 ~ 30 신불산 119소방구조9번 지점
14 : 37 ~ 40 바위 안부
14 : 51 ~ 15 : 15 신불산 정상(1,208.9m)119소방구조10번
15 : 23 ~ 30 능선갈림길
15 : 50        간월재(간월산 0.8km, 파래소폭포 6.0km, 등억온천 3.2km, 신불산 1.5km)
16 : 10 ~ 20 간월산(1,083.0m)
16 : 42 ~ 50 능선 끝 바위봉우리
17 : 23 ~ 40 배내봉(966.0m)
17 : 45        능선삼거리(오두산 0.6km, 송곳산 3.5km, 간월산 2.5km)
18 : 03        출발지 도착

 

◎산행거리=배내고개(1.0)-주능선(2.5)-간월산(3.5)-주차장(4.3)-신불산(2.3)-간월산(3.5)-출발지
=표시기 및 도상거리 약 17.1km

 

만남과 이별

 

간혹 홀로 다니는 산님들을 보면
때로는 나홀로 팀을 만들어 같이 가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다 부질없는 생각입니다.

 

나름대로 혼자 다니는 데 맛을 들인 탓에
같이 간다는 자체가 구속이요 제재이기 때문에
만들어봐야 괜히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는 명약관화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각본 없이 이루어지는 산에서의 만남과 이별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만날 때의 기쁨은 더 없이 크고, 다음 또 언젠가 만나리라는 기대에
이별할 때의 슬픔은 더 없이 작아 다른 어떠한 만남과 이별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는 듯한 느낌이듭니다.

 

간월산을 목전에 두고
지난 가지산 북릉길에서 만난 비구니스님을 오늘 또 만났습니다.
승복을 벗고 속인의 차림으로 산을 오르는 모습이라 얼른 알아보지 못했는데,
먼저 떠돌이를 알아보고 아는 체를 하시기에 기쁨과 고마움을 감추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차림새가 그러하여 혹시나 파계승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생각이 거기까지 밖에 미치지 못하는 속인의 마음은
잘기가 밴댕이 속과도 같음이 이내 들어 납니다.

 

하안거(스님들이 음력 4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일정한 곳에 들어앉아 수행하는 일)를 마치고
동안거(음력 시월 열 닷샛날부터 석 달 동안)를 위한 체력단련중이라 그러네요.

 

그러면서 신불산에서 간월산과 배내봉을 거쳐
능동산 가지산 운문산을 지나 석골사로 간다니
스님들도 수행을 위해선 대단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나 봅니다.

 

동행길이라면 걸으면서 좀더 많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겠지만
교행길이라 그럴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또 다시 만나리라는 기대가 있기에
산에서의 이별은 꼭 그렇게 슬픈 것만은 아니지요...
목적지까지 무사히 가시기를 빌며...

 

간월산을 지나 돌탑이 쌓여있는 헬기장 이릅니다.
오늘산행은 간월공룡과 신불공룡을 동시에 보기 위함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여기서 내려야 합니다.
물론 등억리에서 한바퀴 뺑 돌아보면 쉽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떠돌이가 원하는 산행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하산 후 등억신리도 한바퀴 둘러보고 다시 신불산을 향합니다.
홍류폭포에는 비 온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수량이 풍부해 보기도 아주 좋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낙수를 보며 즐기고 있습니다.
폭포 좌측으로 신불공룡가는 길이 나 있습니다.

 

공룡능선에 이르기까지 가파르기가 이를 때 없어
중간중간 자주 쉬다보니 교대로 쉴 때마다 마주치는 나홀로 산님을 만납니다.
쉬엄쉬엄 안전하게 올라가기를 빌며 능선에 올라섭니다.
맑은 날씨에 조망도 좋고 쌍그랍은 암릉길에 스릴도 만끽하며 정상에 오릅니다.

 

정상엔 많은 산님들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정상에서 감상에 젖어 있는 동안 뒤따른 산님은 어느새
간월재 내려가는 갈림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기에 잠시 옆에 앉아 봅니다.
동행 길에 몇 번의 지나침으로도 대화는 거리낌없이 이루어집니다.
산은 이렇듯 무리 없는 인연을 엮어주기도 합니다.

 

같이 동행이 이루어지고
간월재에서 하산을 하려는 동행자를 간월공룡으로 하산을 권해보니
그렇게 응하여 거기까지 같이 갑니다.
잠깐만의 만남은 여기서 또 이별로 이루어집니다.
오늘 두 번째의 만남과 두 번째 이별입니다.

 

다시 돌아온 간월산 정상
시각이 늦어서인지 아무도 없는 산정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봅니다.

 

가을 햇살에 빛나는 억새가 아직 익지 않은 체
싱그러운 모습이 너무나 보기가 좋습니다.
좀더 있으면 벼가 무르익어 고개를 숙이듯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씨앗은 날려 흩어지겠지요...
그때보다는 지금이 보기가 훨씬 좋습니다.

 

배내봉에 이르러
갈 때 바로 지나쳐 버린 산정을 느끼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하여
태양의 고도가 낮아질 때까지 머물러 봅니다.

 

처음 산을 찾을 때는 오던 길을 되돌아가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나 나는 것처럼 생각 키던 것이
어느 순간 종주나 다른 길로 하산을 하지 않으면
산행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더니
새삼 되돌아가는 산행의 묘미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다시 되돌아가는 길과
만남과 이별 뒤에 또 새로운 만남...
이런 것은 속인의 윤회에 속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