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04년 9월 19일
목적산 : 시루산(685m), 발산(667m) / 강원. 영월
일행 : 부산 새한솔 산악회 회원 32명
산행코스 : 두목마을→ 전망바위→ 시루산→ 670봉→ 물암골 암부→ 발산→ 영모재→ 장릉(5시간 소요)


시루산은 영월군 북면에 자리한 해발 685m의 산이다.
남으로 유유히 흘러오던 평창강이 영월읍을 저만치 두고
서강으로 문득 이름이 바뀐다.
시루산은 이름이 바뀌는 그 강변에 우뚝 솟아
묘한 산세를 자랑하며
산줄기를 단종의 무덤 장릉이 자리하는 발산에 이어주는 의미 있는 산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노인, 시루, 옥녀, 향로 등은 산이 되지 못하고
무조건 돌이라 불리는 이름들이다.
그러나 유독 오늘 소개하는 영월의 '시루'는 봉이 아닌 산으로 의젓한 이름을 자랑한다.
또한 동남쪽으로 줄기를 이어간 발산(667m)자락에는 그 유명한 장릉이 있다.


12:20 산행의 들머리인 31번 38번 국도변에 세워둔 두목 마을 표지석에 도착했다.
인원 확인과 간단한 몸풀기와 산의 지형을 설명하고
12:30 산행을 시작했다.


마을입구에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마을로 내려가다
첫 갈래길에서 왼쪽으로 굽어 들어
농가사이로 산길이 이어지고 있었으나
눈앞에 두목정과 수령340년 된 보호수 느티나무가
이놈하고 지키고 있어
할 수 없이 150m를 마을 안으로 들어가 고목 느티나무를 구경하고
다시 되돌아 나와 산행을 시작했다.

두목마을에는 대추가 제법 익어가고 있어 어쩔수 없이 하나를 따먹었다.
처음부터 제법 가파른 길이다.
떡갈나무숲을 헤치고 오르니 12:50 첫능선에 도착했다.
오를때 와는 달리 곧게 자란 소나무 군락지다.
50~150년 정도 된 제법 큰 소나무들이 키재기라도 하듯 하늘 높은줄 모르고 곧게 자라 있었다.

발길을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등산로는 흐릿하고 사람이 다닌 흔적은 잘 보이지 않으나
산돼지들이 파헤친 흔적이 이곳저곳에서 나타난다.

어제 온 비로 인해 바닥은 약간 미끄러운 곳도 있었지만
낙엽이 썩어가는 깊은 산골이라 푹신푹신한 양탄자를 깔아 놓은 것과 같다.

능선길은 온통 굴참나무 군락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참나무는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다.


13:30 능선 전망대에 도착해 중식을 하면서 휴식을 했다.
중식 후 출발을 하니 눈앞에 시루떡을 쌓아놓은 듯한 암름이 나타난다.
이곳의 전망은 일품이다.

북으로 부터 시계방향으로
삼방산, 접산, 능암덕산, 고고산, 완택산, 망경대산, 응봉산, 계족산, 봉래산, 국지산, 태화산, 배거리산, 절개산 등
영월의 명산들이 가을 하늘 아래 눈부시는 자기자랑을 하면서
하늘금을 그리고 있다.

설기떡 형산의 바위들을 골라 쌓은 듯한 암릉 전망대에서
구경 후 삼각점이 있는 정상을 지나니 무덤이 나온다.

영월 엄씨의 묘로써 부인인 김녕 김씨묘와 아들의 묘가 3기 있다.
멧돼지가 많아 묘를 파헤칠 염려가 있어 흰 스티로폴을 묘 주위에 세워둔 것이 인상적이다.


산행중 개4마리를 데리고 사냥중인 사냥꾼 한명을 만났다.
뱀을 염려하여 가죽 장화를 신고 다니는 모습과
산돼지와 싸워 다친 개들의 얼굴은 상처 투성이다.

처음 산돼지를 만나 총을 정확히 쏘아야지 잘못 쏘면
개들이 돼지와 싸울때 매우 어려워 진다고 한다.
한달 전 180Kg짜리 산돼지 한마리를 잡을 때 고생을 무척이나 했다고 한다.


670봉을 지나 내리막길이 연결된다.
550봉을 지나니 영월시내가 눈에 들어오고
오른쪽(서쪽)으로 장릉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고
저멀리로 서강의 흐르는 물줄기도 보인다.

시루산과 발산의 경계를 이룬 물암골 안부에서는 길이 희미해진다.
왼쪽으로 고랭지 채소밭에는 양배추와 배추가 일부는 수확해가고
남아있는 채소는 매우 탐스럽게 열려 있다.

능선길은 가시덤불과 흐릿한 길자국으로
차라리 채소밭으로 내려서서 오르는 쪽이 더 좋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오르막길을 오르는 길에는 소나무가 많이 있어
어디에선가 송이버섯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길가에는 이름없는 버섯들이 매우 많이 널려있다.


15:50 발산 정상에 올라섰다.
영월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강과 서강이 마주쳐 얼싸안고 남한강으로 흘러내리는 모습과
그 오른쪽으로 발아래는 단종애사의 슬픈 역사가 살아남은 장릉이며 청령포의 국지산도 보인다.

왼쪽(동쪽) 바로 옆에는 성삼문 시조의 봉래산이 친구하며 팔각정과 중계탑이 보인다.

이곳에는 영월 사람들이 많이 올라있다.
시루산은 별로지만 이곳 발산은 많이 오른다.
로프줄을 잡고 잘 나있는 암릉코스를 따라 내리니

17:00 장릉에 도착했다.
1457년 10월 24일 17세의 어린 나이로 사약을 받고
승하한 비운의 임금 단종의 무덤인 장릉에는
단종 역사관, 엄흥도 정려각, 박충원 정려각, 배식단사, 대실, 영천 등이 있다.
아름드리 거목이 수두룩하여
반드시 한번은 들러야 할 소중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또한 청령포를 향한 서강 가 솔숲에는
5백여년 전 금부도사 왕방연이 단종에게 사약을 진어하고
한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통한 심정을 가눌 길 업성 읊었던 시조비가 자리하고 있다.

장릉에서 일단 하산을 끝내고 버스를 찾아가 5시간의 산행을 마쳤다.
돌아오는 길에 고씨 동굴 아래서 목욕을 하고
태화산을 비롯한 영월의 명산들을 구경하고
숨어있는 영월의 시루산, 발산을 찾아간 산을 사고없이 끝내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