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천지 종주산행

일           시

     2004년 7월 23일~~~28일

장           소

   . 북한 과 중국의 경계지점

백두산 산행지도  백두산 사진보기

                                 『백두산 종주산행』        

                일       정 : 2004. 7.23 ~ 7.28

참 가 인 원     : 총 27명 - 정선산악회원, 가족23명 외 1명,

우리 여행클럽  : 임 인 위 사장

현지 가이드     : 이  광    /   현지산악가이드 : 안 이 호

백두산개요      - 총면적 8,000㎢(강원도 1/2)

                    - 2,500m 이상 영봉 16개(봉우리)

                    - 천지수면해발 2,189m(세계에서 가장 높은 화산호)

                    - 가장 깊은곳 384m, 평균 수심 200m

                    - 천지 동서길이 3.51㎞

                    - 천지 남북 길이 4.5㎞

                    - 주봉(장군봉) 2,749m

참고 : 西坡, 北坡의 坡란?

뜻은 坡와 陵과 같은 뜻이나 波는 바다의 파도(물결)이니, 坡는 바다처럼 넓게 초원이 펼쳐진 곳에 쓰면 딱 맞겠죠. 우리나라는 그렇게 광활한 초원이나 구릉이 없어 안 쓰는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만 쓰는 것 같습니다.(용의 추측)

                                    【 Prologue】

열대지방 못지 않게 후덥지근하다. 그래도 참을 수 있는 것은 몇 년째 별러온 "백두산 종주산행"의 기다림과 설레임 덕분이다.

드디어 오늘(23일05:30)출발이다. 나의 늦잠과 고용복 친구의 새말사건(?)을 포함하여 30분이상 지체되었으나 차질없이 공항에 도착했다.10년을 함께 땀흘린 회원들이라 어색함이 없다.

환전도 하고 여행가방도 부치고, 에피소드도 남기며 여유롭게(12:50) 중국 남방항공편으로 인천공항을 이륙하였다.이글거리는 공항활주로를 뒤로하면서 우리는 말 그대로 피서(避暑)를 가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함께 동참하지 못한 일부회원, 가족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 7월 23일 >>

장춘공항(長春空港) 도착 5분전이다. 창밖의 첫인상이 혼란스럽다. 쭉 뻗은 고속도로며, 이미 알고 있는 중국 제1의 자동차 공업도시, 동북3성의 교통의 중심지라는 역동성과 잘 정리된 농지, 사회주의 국가 분위기가 바로 연상되는 동일 형태의붉은 벽돌로 된 집단부락, 활주로 옆의 노후된 미그 19기 3~4대가 녹슬어 있고, 경직된 중국 인민군의 행진모습, 펄럭이는 붉은 5성기가 가벼운 긴장감을 안겨준다.

장춘공항 도착(14:05 →중국 현지시간: 한국보다 1시간 늦음). 에어컨 없는 국제공항! 낙후한 시설이지만 버스터미널 같은 친근한 멋도 있다. 15:10분 연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국내선 공항으로 옮겨오니 시골장터처럼 시끌벅적하다.    각자 할당해준 소주3병이 휴대품 검색에서 말썽이다.     3명분 9병을 포기할 순 없었다.

해외에서 소주의 가치는 1,000%에 근접한다. 귀중품이 들어있는 배낭이라 불안했지만, 내 배낭 속에 소주를 넣어 부치고 오니 땀범벅이다. 그래도 살짝 눈빛을 주면서 1병은 양보하는 검색 여직원이 섹쉬하다(情주면 sexy한가!) 연결공항도착(16:00) 한글, 한문 병행 간판이 TV에서 많이 본 그대로다. 개구쟁이 티가 나는 26살 조선족가이드 "李 光"씨를 소개 받았다.

인구44만의 영길시내  "한라산"   식당에서 연변식 불백으로 저녁을 마치고, 식당 주변을 돌아보다가 부황기 있는 꽃제비 북한 소년에게 "전기종" 회원과 함께 양천원을 적선하고, 18:00 정각에 무릎이 닫는 좁은 중형버스로 저물어 가는 연변의 풍광을 편치 않은 마음으로 감상하며 장장 4시간의 거리를 달려 이도백하 신달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오는 중에 토산품 판매소에서 구입한 위대한(?) 백두산 산삼, 장뇌 품평회도 하고, 오늘밤의 효과를 위해 즉석에서 먹는 회원등, 중국에서 첫날밤을 자축하느라 새벽녘에야 샤워를 할 수 있었다.

<< 7월 24일 >>

간밤의 비로 아침공기가 상쾌하다. 07:00에 신달호텔 회전원판 식탁에 8명씩 둘러앉아 한·중 짬뽕의 아침식사를 하였다. 정선의 태동관 음식이 칼라TV이면, 이곳은 흑백TV이다. 오이 2개에다 콤콤한 오리알을 함께 싸준 도시락이 정겹다. 본격적인 백두산 종주산행을 위해 西坡山門으로 이동해야 했다.다양한 수목층으로 펼쳐지는 백두산 생태구역, 경계를 따라 4시간여 76㎞를 가야 하던중, 앞서가던 벌목운반차량의 고장으로 우리는 꼼짝없이 3시간 이상을 기다렸다.

끝이 안 보이는 도로 한편엔 대량벌목이 행해지고, 인삼밭이 즐비하다. 고장난 차에 실린 원목은 이쑤시개 원재료란다. 가까스로 3시간을 달려오니 포장도로에 연결되면서 "길림성 장백산 국가급 자연보호구서파여유국"이란 글씨가 쓰인 건물과 서파산문이 보였다. 산문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포장도로를 따라 한참을 오르니, 맑은 날씨에 백두산능선 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다가와 있다. 우리는 "고산화원"에서 사진도 찍고, "제자하"도 구경했지만 너무나 장엄한 백두산 영봉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야생화 군락지인 금강분지, 금강대협곡, 왕지, 진주온천 코-스를 포기하고, 쾌청한 날씨일때 천지를 보고자 40분 정도 숨가쁜 버스를 타고, 5  경계비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1,360개의 돌계단을 단숨에 오르기엔 숨이 찼다, 약 25분이 소요된다. 가쁜 호흡을 조절하며 능선에 오르는 순간, 나는 가슴이 멈추는 듯 했다.

얼마나 그리던 백두산이던가!

얼마나 보고팠던 天地였던가!

가슴 구석구석 심호흡으로 영산의 정기를 마셔 본다. 검푸른 전지의 물 속에 웅장한 영봉들의 그림자가 또 하나의 장관을 보여준다. 국경의 긴장감이 없는 5호 경계비를 들락거리며 쾌청한 천지를 배경으로, 꽤 많은 사진을 찍었다. 제법 쌀쌀한 기온을 느끼며 여유롭게 백운봉 산장으로 하산하였다.

<< 7월 25일 >>

엄지 손가락 만한 떡나방이 붕붕거리지만 산장치곤 괜찮은 편이다. 이른 기상 때문에 모두 간단한 세면만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01:30분 모닝콜! 02:10분 소형버스로 백운봉 산장 출발, 엔진소리가 부드럽다. 03:10분 서파 주차장 도착후 여유롭게(03:30분) 출발하여 서파 천지에 도착(03:50)하니 북쪽 봉우리 너머에 여명의 붉은 기운이 보였으나 일출의 형상을 감추고 사라지고 만다. 이렇게 맑은 날씨인데 일출을 볼 수 없다니, 3대가 덕을 쌓아야만 정말 볼 수 있는 건가!

아쉽다, 그러나 어제도 오늘도 天地 잘 보고 있지 않는가! 그것으로 만족하자. 04:30분 아쉬움을 달래며, 백두산 산행의 가장 핵심인 외륜봉 종주를 위해 5호 경계비 안부에서 각자 장비와 복장을 점검하고, 마천우를 지나 청석봉을 향해 출발한다. 왼쪽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초원, 거기에다 이름 모를 야생화들! 오른쪽은 북한쪽 영봉, 검푸른 천지를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최상의 트레킹 조건이다.(멀리 장군봉쪽에선 소형보트로 천지주변을 정찰하고 있는 북한군도 보인다.)05:30분 청석봉을 지나 백운봉을 바라보며 휴식한 후 백운봉 기슭에서 새어나오는 한허(旱河)에 도착하니 07:00분이다. 천지물로 목을 축이고, 세수하고, 아침식사도 하였다. 뼈가 저려오는 한기를 느끼지만 감회가 새롭다.

07:40분 출발하여 백운봉 입구에 도착했다(08:20분). 종주 코스중에 가장 힘든 코스같다. 화산돌 너덜 지대가 많고, 오르막이 길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고산쥐 토끼의 앙증맞은 모습이다. 먹이의 한계 때문에 스스로 개체조절을 하여 종족의 영속성을 유지한다는 이야기에서 모든 생물체에 대한 엄숙함을 느낀다.

은주 엄마는 급체로 고생이 심했다. 그러나 금방 토하니 마음이 놓인다. 먹은 만큼 토하고 나면 편해지는게 우리의 몸이니까 이것도 추억이다.(백두산에서 토하고 온사람 있으면 나와 보시지?)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로 막는다. 백운봉 정상은 길을 찾을 수 없어 포기하고 능선에서 소주까지 곁들이며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10:45분). 이제는 천지도 안개속이고 광할한 초원도 안개속이다.

안개가 조금씩 엷어져 시야가 확보되면 고마울 뿐이다. 백운봉을 비껴온 평원위에 마치 투석전을 하고 난 형상이다. 가벼운 부석(浮石)들이 천지의 강한 바람에 날려버린 결과이다. 예고없는 약식산신제를 올렸다(11:20분). 백두산신과 천지신께 술을 올리고 재배하였다.

안개속에 음복주를 나누는데, 천지 너머에서 천둥소리가 들려온다. 순간의 공포감도 들었으나 이것은 청둥소리가 아니라, 천동이다(天地의 感動의 약자) 이걸 두고 "사유가 人間을 지배한다"는 생각이 든다. 10시간 가까운 트레킹중에 맛볼 것은 다보아야 하는가 보다. 제법 빗방울이 크다. 그러나 아직 강풍은 없다. 우리 산악회원들은 철저한 장비 준비 덕에 신속히 판쵸우의를 착용하고, 여기저기 포진하여, 점심을 해결하는 모습은 마치 잘 훈련된 외인부대 같았다.

(12:00분) 녹명봉을 뒤로하며 "안이호" 산악가이드를 따라 하산 하노라니 안개가 사라지고, 북파 짚차 코스와 천문대, 천문봉, 그리고 달문 앞의 천지까지 잘 보였다. 물론 웅장한 장백폭포의 낙차음이 배경음악이 되어준다. 웅장하고, 광활하고, 신비로운 이 자리에서 준비한 프랭카드(정선 산악회 창립 10주년기념 백두산 등반)를 가슴에 펴고 영원히 남을 기념촬영을 하였다.(13:00분)

원래 하산길이 힘든법! 몇 명 회원과 "우리여행클럽" 임인위 사장이 아주 힘들어 보인다. 장백폭포 아래쪽에 주차장과 몇 몇 건물들이 보이건만, 넘어도 넘어도 계속되는 하산길 구릉에 모두가 힘이 빠진다. 14:40분경 가까스로 小天地(일명 은환호)에 도착했다. 걱정했던 후발대도 15분 모두 도착하였다.

잠시 휴식후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장백산 관광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일부는 온천을 가고, 대다수 회원들은 장백폭포와 달문을 통하여 천지에 직접 들어가보고 싶은 욕심에 철계단을 올라보니 체력에 한계를 느꼈다.

(가파른 900계단에 기가 질렸는데) 마침 짙은 안개 때문에 모두가 달문행을 포기하였다. 기념촬영만 하고 하행길의 온천 열수에 삶은 달걀과 손바닥만한 백주의 맛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호텔내 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북한식당에서 한복으로 곱게 차려입은 접대원 여성동무의 가무를 감상하며 식사를 하였다. 느낌은 각색이겠지만 민족의 비극임에 틀림없다.

 

【 Epilogue 】

오늘 새벽 5호 경계비를 출발하여 10시간이 넘은 산행중에도 별다른 사고 없이 백두산 외륜 종주를 마치게 되어 백두산 천지 神으로부터, 우리의 산악회 집행부까지 그리고, 여러 악조건이 생겨도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으시는 會員, 家族, 임사장, 가이드 李 光, 산악가이드 안이호씨 등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바라건데, 분단의 벽을넘는 기회가 빨리 와서 장군봉을 위시한 북한측 코-스를 종주할 수 있도록 간절히 빌어봅니다. 지금 이 순간, 국운이 흥성했던 옛날 고구려 병사들의 말발굽 소리가 "잘난 조상을 지닌, 못난 후손"이라고 질타 하듯이 시공을 초월하여 가슴에 꽃혀옵니다.

내일(7월 26일)부터 펼쳐질 용정의 대성중학, 윤동주시비, 해란강, 비암산의 일송정, 도문국경, 두만강 그리고 심양의 관광여행기는 주관적 사항이라 생략하고, 나만의 기록으로 남기겠습니다.

                             2004.  8.  6 
                                               
정선 산악회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