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관음봉(985.0m) 상주시 화북면

⊙언 제 : 2004년 6월 27일(일) 맑음
⊙어디로 : 활목고개-미남봉-상학봉-묘봉-관음봉-대흥리
⊙얼마나 : 도상거리 11.0km, 7시간 10여분
⊙누구랑 : 산악회 따라

09 : 30 활목고개
09 : 58 미남봉(610.0m)
10 : 12 ~ 15 무명봉우리
10 : 30 ~ 32 안부네거리
10 : 45 ~ 50 바위봉(매봉)
11 : 05 ~ 07 무명봉우리
11 : 24 안부좌우갈림길
11 : 26 ~ 30 개구멍바위
11 : 43 ~ 50 너럭바위봉
11 : 52 안부네거리
11 : 56 ~ 12 : 00 상학봉(834.0m, 신정리 1.4, 묘봉 1.0km)
12 : 21 ~ 50 암릉표지석(860.0m, 중식, 상학봉 1.1, 묘봉 0.3, 주차장 2.3km)
13 : 01 ~ 20 묘봉(874.0m)
13 : 31 ~ 33 북가치 안부네거리
13 : 54 안부(우)내림길
13 : 58 안부(좌)내림길
14 : 10 ~ 12 중간봉
14 : 19 ~ 25 속사치 안부네거리
14 : 31 안부(좌)내림길(대흥동방향)
14 : 50 ~ 15 : 10 관음봉(985.0m)
15 : 22 ~ 25 대흥동방향 내림길
16 : 26 지방도로
16 : 43 절골주차장 도착

충북알프스의 원시림을 찾아서...

이른 아침부터 안개가 잔뜩 끼여있다. 옛말에 아침안개는 중[僧]머리 깬다고 했건만 요즈음은 안개가 걷혀도 그렇게 쨍쨍하지를 못하다. 하긴 안개라고 다 같은 안개가 아니다보니 옛날엔 물방울이 주성분이지만, 요즈음 안개는 매연이나 배기가스 등의 결합체인 스모그와 뒤섞여 물방울이 말라도 스모그는 그대로 남아있으니 안개가 걷혔다 하더라도 흐릿하기는 매 한가지다. 오늘도 조망을 즐기기엔 큰 기대는 못할 것 같다.

시내 몇 곳을 거치면서 추가승차 후 경부와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번갈아 타고 선산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한 뒤, 상주에서 화북을 지나 사업계획이 취소된 문장대온천개발지를 돌아 국도 변 활목 고개에다 산행기점을 잡아 한차 가득 내려놓는다.

산행 전 다같이 스트레칭으로 몸풀기를 한 후 출발하기 위해 모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느새 뒤따른 관광버스 한대가 바로 뒤에다 또 다른 한 팀을 내려놓는다. 그런데 이분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리는 쪽쪽 바로 출발을 해버린다. 이러다간 대군들 속에 끼어 가는 행군이 될까싶어 우리의 일행들을 제쳐두고 가이드에게 살짝 이야기한 후 그들과 함께 먼저 출발을 한다.

굳이 이럴 필요는 없지만 어려운 구간에 접하여 여럿이 통과할 때는 수분 혹은 수십 분씩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지체됨으로 해서 개인적으로 마음먹고 있던 산행계획에 차질이 올까하는 염려 때문이다. 오늘 산행코스가 특히 그런 구간이 많은지라 더욱 신경이 쓰인다. 아무튼 홀로 산행을 하면 느긋하게 즐기면서 갈 수 있지만 단체산행에 있어서는 페이스조절이 잘 되지 않아 산행의 묘미를 반감시키는 것도 어쩌면 떠돌이만의 산행단점이 아닌가 싶다.

들머리엔 말목으로 설치된 입산금지표지판이 있으나 그것은 있으나마나한 것 같다. 여럿이 비켜 가는 길에 덩달아 따라가지만 괜히 마음이 찔린다. 들머리를 접어들자 우선은 아래서 보는 것과는 달리 암릉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잡목 길과 솔숲 길을 이루며 지난다.

상하로 나란히 설치된 묘지 두기를 지나고, 사면 길을 치받은 후 조금씩 드러나는 바위지대를 지나 처음으로 봉우리에 오른다. 그런데 여기가 미남봉인가? 조망도 없고 표지석이나 정상을 알리는 그 무엇도 없어서 바로 지나친다. 안부로 내려서면 흐릿하나마 좌측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고 다시 치받은 봉우리에서 한숨을 돌린다.

다시 제법 깊은 안부로 내려서고 또 하나의 봉우리를 너머서면 좌우로 내려갈 수 있는 안부자리에 이른다. 아래서 이제 막 올라오시는 분과 이미 휴식을 취하고 계신 몇 분의 산님들이 있다. 간단히 인사하고 먼저 앞질러 간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암릉의 시작인 모양이다. 첫 암릉은 우측으로 돌아서 우회하고 조망이 좋은 바위봉에 올라 조망을 즐기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 봉우리가 매봉의 곁 봉우리인지 무슨 표시가 없어 알 수가 없다.

비록 스모그로 인하여 먼 조망은 제대로 되지 않으나 가야할 능선상에 우뚝우뚝 솟은 암봉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어, 오늘산행 내내 이런 멋진 경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아 그 조망으로 인하여 곳곳에서 발목잡힐 것이라는 생각에, 까딱하다간 계획된 산행의 차질이 또 다른 복병으로 인해 생길 것 같은 조짐이 보이기도 한다.

계속되는 바위능선 길,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때로는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기도 하고, 또 어느 곳은 밧줄을 잡고 내려야 하는 곳도 있지만 아직은 그다지 위험하다고는 느낄만한 곳은 없다. 우측에 우회로인 듯한 것이 접하고 이내 좌로 흐릿한 내림길이 나타나기도 한다.

조망이 좋은 너럭바위전망대에서 안부로 내려서면 좌우로 돌아가는 갈림길이 나오고 좌측으로 돌아서면 직벽바위가 나타난다. 가는 밧줄과 굵은 밧줄이 간격을 두고 드리워져 있으나 밧줄을 잡고 바로 오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는지라 옆으로 비켜 올라 조그만 구멍을 통과하여 올라야 한다. 이곳이 흔히 말하는 개구멍인가보다.

이미 앞서간 분들도 여기서 만난다. 먼저 올라간 한 분은 드리워진 밧줄에 묶은 배낭을 달아 올리고, 사람은 옆에 개구멍을 통하여 올라간다. 때로는 몸매가 날씬한 사람은 배낭을 맨 채로 오르기도 하지만 거의가 배낭 따로 사람 따로가 된다. 그러다 보니 댓 분의 산님들인대도 통과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일행 없는 떠돌이는 다행히 가냘픈 몸매로 배낭을 맨 체로 개구멍을 통과한다.

바위봉우리를 지나고 또 하나의 개구멍을 통과하여 밧줄을 타고 내리면 석문이라면 어울릴 듯한 제법 큰 바위굴을 통과한다. 다시 밧줄을 타고 오른 후 바위구멍 한곳 더 통과하여 너럭바위봉우리에 올라 한숨을 돌린다. 안부자리에는 좌우갈림길이 나오고 다시 한차례 더 치고 오르면 상학봉 정상 바로 아래서 오늘산행 중 처음으로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신정리 1.4km, 묘봉 1.0km표지판을 돌아 올라서면 바위위로 오를 수 있게 쇠파이프로 사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잠시 올라 가본다. 그다지 넓지 않는 바위 위 가장자리에 정상석이 있었던 흔적만 남아있고 정상석은 보이지 않는다. 조망이야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지나온 능선과 가야할 능선의 암봉들이 줄줄이 엮여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두 분의 산님이 조망을 즐기며 정담을 나누고 있기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이내 발길을 돌려 가던 길을 재촉한다.

안부로 내려서면 우측으로 내림길인 듯한 것이 보이고, 계속되는 암릉구간으로 밧줄을 타고 오르는 스릴을 만끽하며 암릉표지석이 있는 봉우리에 오른다. 묘봉까지 가서 점심을 하려고 했으나 여기서 보니 묘봉에도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것 같아 그냥 이곳에서 도시락을 풀어헤친다. 아무래도 묘봉의 참모습을 감상하기엔 그 품에 안기기보다는 차라리 조금 떨어진 이곳이 더 느끼기가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미각과 시각의 즐거움을 동시에 찾으려 했지만 둘 다 만족스럽게 허락하지는 않는가 보다. 땀을 너무 많이 흘리고 지쳐서 그런지 밥맛은 별로다. 늘 혼자 먹는 밥이라 맛으로 먹기보단 때론 허기를 면하기 위해서 먹을 때도 있다. 적당히 물에 말아 해치운다. 산을 즐기러 오는 것이지 도전하러 오는 것은 아닌 줄 알면서도 욕심이 과해 지치도록 걷다보면 이렇게 밥맛을 잃어가며 산행할 때도 가끔은 있다.

특히 오늘처럼 단체로 산행하면서도 나홀로 식사 때는 더욱 그렇다. 하산시간은 맞춰야 하고 욕심은 많아 원하는 곳만큼 가고 싶기는 하고, 그렇게 시간에 쫓겨 산행을 하다보면 떠돌이의 산행목적인 조망 즐기기엔 미흡한 산행이 되는 안타까움이 있다. 오늘처럼 날씨가 탁한 날엔 어차피 먼 산 바라보기는 어렵고, 지나온 능선과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는 조망만으로도 만족을 느끼며 한발 더 나아가고 싶어 빠른 산행을 하다보니 지치기도 많이 지친다.

식후 묘봉으로 향하는 길 잠시 내렸다 다시 오르지만 곁에 붙은 봉우리라 잠깐만에 정상에 다다르고, 삼각점과 함께 정상석이 있으며 넓은 반석으로 여러 산님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다. 라면을 끓이고 반주(飯酒)와 함께 여럿이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니 홀로 먹는 떠돌이의 식사와는 달리 밥맛이 절로 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라면을 끓여 먹는 취사행위에 대한 반감은 떠돌이의 질투심일까?... 누군가의 말처럼 남이 하면 불륜이요 내가하면 로맨스라고... 남이 하는 취사행위는 불륜이요 떠돌이의 입산금지장소에서의 입산은 로맨스가 될 줄이야... (보시는 님들의 어지신 이해가 있으시기를...)

정상을 뒤로하고 또 밧줄을 타고 내려간다. 리본을 따라 뚜렷한 길로 접어들었더니 웬 능선길이 물기를 머금고 있는 것이 골짝 길과도 같아 이상한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계속 따라 가본다. 얼마 뒤 우측으로 내리는 골짝길이 접하고 좌로 오름길로 들어섰더니 주능선 안부자리에 올라선다. 네거리 갈림길로 여기가 북가치다. 어디서 잘못 접어들었는지 주능선 상에 분명히 뚜렷한 길이 있는데도 엉뚱한 곳으로 내려와 버렸다.

여기서 좌측 절골로 내려가는 코스가 오늘 우리의 하산코스인데 암릉길에 많이 지치긴 했지만 일행들과의 시차가 많아 관음봉까지 가보기로 한다. 계속되는 능선길이지만 이제 암릉길은 사라지고 다소 유순한 길로 진도가 한층 빠른 것 같다. 봉우리를 너머 안부자리엔 우측으로 내림길이, 뒤이어 나타나는 또 다른 안부자리엔 좌측으로 내림길이 있는 곳을 지나고, 얼마간 지나 봉우리를 하나 더 넘어 내려서는 안부자리가 속사치이다.

좌우로 내림길이 뚜렷하고 주로 우측 법주사 쪽으로 많은 사람들이 하산을 한 듯 리본도 그쪽방향으로 많이 붙어있다. 잠시 후 좌측 대흥동 쪽으로 또 하나의 내림길이 있는데 이쪽에도 몇 개의 리본이 붙어있어 잘됐구나 생각하고, 관음봉에 올랐다가 시각이 여의치가 않으면 이쪽으로 하산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관음봉을 향한다. 바짝 치받는 오름길 콧구멍에 단내가 나도록 한참을 오른 후에야 비로소 관음봉에 오를 수가 있었다.

지금까지 넘어온 봉우리 중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거침없는 조망에 더없이 후련하다. 먼 산을 바라보기에는 탁한 일기로 조금은 안타까우나 지나온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봉우리들의 연속, 그리고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다가온 문장대와 거기서 뻗어간 대간 줄기는 밤티재를 너머 청화산으로 돌려보내고, 한줄기는 백악산으로 이어져 북에서 마주하고 있다. 뒤로돌아 골짜기를 타고 내린 끝에 자리잡은 법주사의 모습에서 관음봉의 무게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시각을 보니 아무래도 마음먹었던 밤티재까지 가기엔 다소 무리인 것 같다. 앞으로 여기서 세시간 이상은 더가야 할 것 같아 가이드에게 전화를 해보니 이제 막 묘봉을 내려간단다. 시차를 보니 약 한시간 반정도 그 정도의 여유시간으로 밤티재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맞질 않는다. 하여 여기서 조금 더 머물다 아까 올라올 때 봐둔 대흥동계곡 쪽으로 내려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괜히 욕심을 부리다가 시각이 늦어져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는 없지 않는가?

관음봉을 뒤로하고 다시 돌아가 대흥동계곡 내림길로 접어든다. 제법 뚜렷하던 등로가 어느 정도 내려가면 수해로 많이 쓸려 가버려 확실하지 않는 구간이 더러 있다. 드문드문 붙은 리본을 찾아 따라간다. 산행코스가 적절치 않은 탓인지 그다지 많은 사람이 다니지 않아 호젓한 산행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다. 비가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조금만 내려가도 골짜기에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쭉쭉 뻗은 전나무 숲을 지나면 등로도 한층 더 운치가 있다. 계곡의 물소리는 점점 커지고 합수지점을 지나면 물은 더욱 풍부해진다. 거의 인적이라고는 없는 이곳에서 알탕이라도 하고 싶지만 시각이 여의치가 않아 적당히 얼굴만 적시고 간다. 기가 막힌 코스의 선택이었다. 산에서만큼은 보다 자유롭고 싶은 것이 떠돌이의 심정이다. 그러기에 아무리 전문안내산악회라 할지라도 그들만의 지정된 코스로만 간다는 것은 아쉬움이 많다.

농로에 접어들고 곧이어 마을이 드러나면서 밭에는 밭일을 하는 사람과 개울엔 어린아이들의 물놀이가 전원풍경의 멋을 더해준다. 도로에 도착하여 히치도 생각을 해봤지만 얼마 되지 않는 거리라 그냥 터덜터덜 걸어간다. 지나쳤던 능선줄기를 바라보기 위하여 뒤로 잠시 걸어가는데 그 모습을 보던 할매가 길이 너무 좋아서 뒤로 걷느냐고 그러신다. 무슨 뜻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하게 돌려본다.
"할매! 그게 무슨 소린교?..." 대답이 없다.

절골 주차장에 도착하니 꼭 적당한 시각에 도착이라 막 하산 뒤풀이를 하려고 용화초교로 자리를 옮긴다. 운동장 한켠에 비켜선 휴게 숲 아래서 멋진 뒤풀이를 하는데 가이드를 비롯한 일행 몇 분이 보이질 않는다. 통화를 해보지만 통화가 끊겨 연락도 잘 되지를 않는다. 적당히 입가심을 하고 뒤로 물러 나와 지금까지 지나쳤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기에 하나하나 봉우리를 짚어가면서 보는 것도 능선을 타는 재미 못지 않은 즐거움이 있다.

어느 정도 뒤풀이가 끝날 때쯤 돼서야 가이드에게 연락이 닿았다며 북가치에서 법주사로 내려 갔대나 어쨌대나?... 허~참!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했다지만 가이드가 길을 잘못 들었다니 선뜻 이해가 안되네?... 아무래도 십여 명의 대군을 이끌고 딴 길로 빠진걸 보면 아마 시위를 하는 것은 아닌지?...
"회장님! 바라옵건데 회원들의 안전을 위하여 가이드님 수당 좀 많이 챙겨주시지요!!!...

그런데 멀쩡하던 날씨가 대구에 접어들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뭔 놈의 꼬지락비는 그렇게 퍼붓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