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26일
오래전부터 계획한 덕유종주였으나 1박종주에서 무박으로 산행계획을 수정하여
도전하기로 하였으나 과연 내가 해낼수있을까 하는 의문속에 12시에 대구를
출발하여 덕유산으로 가는내내 비가 오락가락 하였으며 원래 계획대로라면
영각사에서 출발키로 하였으나 비가 올 경우 급히 하산할 것을 대비하여
삼공리에서 등산기점을 즉석에서 변경하여 시작하였다.

3시30분 매표소를 통과할 때 이정수씨가 화장실에 간다고하여 나오길 기다리는데
화장실에서 나오는 이정수씨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있었으며 무엇엔가 잔뜩 겁을
집어먹은 표정으로 내배낭을 붙잡는것이어서 무얼 물어 보려는 순간 나자신도
무엇인지 모르나 섬찟한 기분이 들었으며 무어라 말로는 표현키 어려운
무서운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

물론 남보다 특별나게 배짱이 강하거나 담력이 있는 것은 아니나 정말 이런기분은
무어라 말로는 표현키 어려운 감정이었으며 일행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그대로 산행을 진행하려는 순간 멀쩡하던 헤드랜턴의 불빛이 갑자기 나가는 것이
아닌가....
밧데리도 새것으로 넣었으며 랜턴도 새것이라 정말 그럴 리가 없는것인데 ......

갑자기 닥쳐오는 공포감(?)
정말 일행들만 없으면 돌아서고 싶은 순간 이엇다.
어찌되었든 예비로 가져간 랜턴으로 산행을 시작하였으며, 또한번의 이상한 현상은
산행시작후 몇분가량이 지났을 무렵 아무리하여도 들어오지 않던 헤드랜턴의 불빛이
저절로 켜지는 것이 아닌가.
정말 귀신이 있는걸까?

하산후 내가 이정수씨에게 그당시 섬찟한 기운을 느꼈다며 이야기하니 그때에서야
자신이 화장실에 갔을 때 들어갈때엔 아무생각없이 무심코 들어가 소변기에 소변을
보는중에 이상하게도 찬물을 뒤집어쓴듯한 섬찟한 기운을 느꼈으며 그순간 자신이
화장실에 들어올 때 보았던 첫 번째 화장실문이 약간 열려있었는데도 사용중 불이
들어와 있던 이상한일이 생각났으며 갑자기 공포감이 엄습하여 뛰어 나왔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내배낭을 붙잡고는 계속 기도하면서 올라갔었다는 것이다.
백련사입구쯤에 도달해 해가 뜰때까지 그리 했단다
엄청 놀라긴 놀랬는 모양이다.

삼공리매표소(03:30) → 백련사(04:55)→향적봉1,614m(07:20)→ 조식및휴식 →
향적봉대피소(08:00) → 중봉(08:20)

흐린날씨탓에 어두운 산길이 더더욱 어둡고 흐리다.
길옆 구천동 계곡의 물소리가 발길을 재촉케하고 1시간여 오르니 희뿌염한 서광속에
백련사가 보인다.
백련사 경내를 통과하여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다.
날씨도 흐린데다 벌써부터 이리 힘드니 오늘 산행은 힘들 것 같은 예감이 드나 이내
고개를 흔들고는 정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역시나 등반 중간중간 돌아보는 덕유의 조망이 멋있다.
구름이 휘감아도는 봉우리들 하며 멀리 보이는 웅장한 느낌의 산세,
역시나 국립공원다운 자태다.
날씨가 맑았다면 더더욱 좋았을걸......

산행시작후 4시간여만에 향적봉 정상에 섰다.
비록 날씨는 흐렷으나 아무도 없는 향적봉 정상은 지금까지의 고생을 보상이라도
해주듯 시원한 바람이 불었으며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향적봉대피소에는 어제 등산객이 없었는지 적막할 정도로 조용하였으며 산장지기만
외로이 우리일행을 맞아주었으며 우린 이른아침을 사발면과 김밥으로 때우곤 8시에
덕유종주의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었다.
대피소아래에 있는 참샘의 물은 하얀 김이 오를 정도로 차고 맑았으며 실제로
영각사에 도착할때까지도 시원할 정도였다.
8시20분 중봉에 도착.
날씨가 흐려 능선조망이 되지 않는게 아쉬웠으나 선선한 바람이 부는게 초가을의
날씨처럼 상쾌하다.

동엽령 (09:35) → 무룡산 1,491m (11:30) →삿갓골재대피소 (12:45)

드라마의 배경에서나 볼것같은 멋있게 펼쳐지는 덕유평전의 아름다움에는 절로
감탄사가 나오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역시 이런걸 보고 즐기기위해 그고생을 하고도 또다시 산을 찾는 모양이다.
날씨가 맑았으면 정말로 좋았을텐데.....
동엽령에 이를때까지 사람의 그림자도 볼수 없었다.
장마중이고 오늘도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어 아무도 산을 찾지 않았나보다.
허나 난 구름속을 거니는 신선이 된 기분을 느낄수 있었다.
발밑으로 지나가는 구름들, 때로는 구름속을 가기도 하였고 아마도 밑에는 비라도
내리는 모양이다.

덕유능선은 자연보존상태가 상당히 잘되어 있는 듯 하였으며 어떤 구간에선 흡사
정글속을 헤치고 가는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허리까지 오는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 밑의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며 장마기간중이라 물을 잔뜩 머금은 능선길은
상당히 미끄러웠고 질퍽거려 산행에 어려움이 있엇다.
유달리 걸음들이 느린 우리일행이 삿갓골재 대피소에 산행시작후 9시간만에
도착하였다.
이제 서서히 체력이 소진되어 지친기색들이다
나역시 오른쪽무릎과 발목이 시큰거리고 아파 무릅압박대를 착용하였다.

월성재(14:55) → 남덕유산1,507m(16:10) → 영각사매표소(18:30)

다른이들의 산행기를 보면 총종주시간이 10시간에서 11시간이던데 그것도
겨울산행에서.....
아무리 초보라 하지만 너무 느리다 싶어 속도를 내보려 하지만 가빠오는 호흡과
아픈다리 때문에 이내 포기하고는 힘들게 남덕유산을 향한다.
어떻게 가도가도 남덕유산은 보이질 않는다.
오래전 지나쳐온 월성재의 이정표에 1.4Km로 표시되어 있던데 1.4Km 가 왜이리도
먼지 아무리 가도 남덕유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드디어 남덕유봉에 오르니 만감이 교차하고 표지석에서 기념촬영후 영각사로 출발.
가파르다는 마의 420계단을 지나 영각사로 내려올때에는 거의 기다시피 하였으며
6시30분에 영각사 매표소에 도착하니 매표소도 닫혀있엇고 아무도 없었다.
무주 114로 전화하여 콜택시를 부르니 5만원 이란다.
이제껏의 산행중 가장 비싼 교통요금을 지불하는 것이나 너무 치쳤고 아무도 없는
상황이라 별다른 대안없이 콜택시를 부르기로 하였다.
헌데 도착한 콜택시는 체어맨 리무진이 아닌가.
어떻게 이런 호사를 누릴때도 있네.....
전국에 14대 밖에 없는 리무진 택시 영업용이란다.
총산행시간 15시간의 덕유산 종주가 이렇게 끝났다.

이번 산행의 아쉬움이라면 하루종일 흐린날씨속의 산행이라 멀리 지리산 천왕봉까지
보인다는 덕유능선의 풍광을 보지못한것이며 기회가 된다면 맑은날 다시한번
덕유종주를 하고픈 마음 간절하다.


▣ 한울타리 - ㅎㅎㅎ... 수도산-가야산종주 이후로 종주는 않고 단산, 즐산만 하신다고 선언하신 지가 엇그제께인디... 그새 산병이 도졌나 봅니다. ^^ 무서움이 엄습해올 땐 아무리 장사라도 식은 땀이 흐르지요. 헤드랜턴만 믿지 마시고 여분의 후레쉬와 건전지... 꼭 챙기야 마음이 놓입니다.
▣ 윤도균 - 산거북이님 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혹시 귀신이라도 보았나하고 말입니다 아무튼 무탈 남덕유 종주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나도 7월중 남덕유 종주 꿈을 꾸고 있는데 너무 무더위 시기라 지래 지치지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늘 즐산하십시요
▣ 산느림보 - 작성자 아이디 검색치 않고 글을 작성코 보니 동일 아이디가 있었네요.산거북님 죄송합니다. 사과드리구요 아디는 산행시 느리다는뜻으로 정한건데 오해없으시길 바랍니다
▣ 빵과 버터 - 그 리무진....우리 우렁각씨도 타봤다고 하든디요? 1박2일 덕유종주 구상중인데 좋은 공부했습니다....
▣ 이수영 - 무박 덕유종주를 하려는 저의 불타는 가슴에 휘발유를 뿌려대는군요. ^^ 머나먼 길 수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한울타리님과 윤도균형님은 사람을 착각하시네요. 내가 아는 산거북이님은 무박종주할 분이 아니지요. 허허..
▣ 불암산 - 산느림보님! 덕유 종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산에는 보이지 않는 귀신이 있다는것, 아직은 짧은 연륜이지만 저 또한 경험했기 때문에 그 상황, 조금은 짐작이 갑니다. 등골이 오싹.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더군요. 무탈종주하심을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즐산하시고 행복하십시요. - 불암산 드림 -
▣ 똘배(山梨) - 납량특집 덕유산 종주기이군요? 겪은 분들 섬뜩하셨겠습니다. 시원하게(?) 보았습니다.^^
▣ 산거북이 - 삼라만상이 한생각 끝에 펼쳐진 것이라 하니 두려움과 헛것도 내 마음이 지은 것일까요. 실상 實相과 허상虛相의 경계가 없어진 시공간에 공포가 생기나 봅니다. 바야흐로 납량의 시절이 도래하였습니다.^^ .... 저 때문에 필명을 급조하시게 되어 미안합니다. (으이그~~^^ 이수영 님...ㅠㅠ..^^#%$#.)
▣ 이향진(산인) - 덕유산 종주 삿갓골재-월셩재 구간 힘들지요 저도 그구간이 제일 힘들었슴니다 그러나 남덕유정상에서 걸어온길 바라보는 마음은 안가본 사람은 모릅니다 덕유산 종주 수고하셨고요 건강하시고 항상 즐거운 산행 하십시요!
▣ 운해 - 마음이 허전할 때 그런 무서움을 느끼곤 하는데 초행길부터 어러움이 있었군요. 무사히 마쳐서 다행입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 알부남 - 덕유 종주를 진심을 추카드리며 기회가 주어지면 언제라도 덕유 종주를 하겠습니다.